세상은 달라져 있다. 내가 아는 아침의 풍경은 다들 바삐 일터로 가거나 시작 될 하루를 준비한다 그래서 다들 일어난 현상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런 아침 나 역시도 하루를 준비한다. 하루를 준비 한다는 것은 일상의 반복이다. 일상은 반복 되는 특징이 있으며 그래서 다들 식상하다는 표정으로 혹은 그럴 줄 알았다는 또 다른 일상에 대한 반복이다. 하지만 그 날 만큼은 달랐다. 그들은 집중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 혹은 어떤 일에 대한 고도의 집중 그들은 분석하고 있었다. 왜 라는 의문을 품은 채 왜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왜라는 그들의 질문에 나 역시 대답하지 못 한다. 그저 반응 할 뿐이다. 예의 그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만약 내가 그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나 역시도 품었을 질문 그는 왜 그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는 가 하는 것이다. 왜? 왜 라는 질문은 삶에 유용한 것일까? 하지만 간혹 그것은 유용하지 않고 그저 흥미거리가 될 뿐이다. 흥미거리 일 수도 있는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내가 전날 한 생각 들 속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만 그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 했다. 그렇다 그는 돌아가지 못 했다. 그는 지쳐 있었다. 분명 그러 했다. 하지만 그는 지쳐서 몸을 잠시 누인 것이 아니라 지쳐서 이 세상을 져 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배신이 분명 했다. 이유야 무엇인지 의지이든 타의 이든 그는 그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가 그가 무엇이던 어느 순간으로부터의 회귀 그는 돌아가 버렸다. 돌연 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 상태로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상태로 이 세상에서 존재 하지만 다른 상태로 바뀌어 버린 것이고 그래서 그는 세상이 집중하는 한 중간에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다. 창 아래에서 그들은 분주 했고 여느 날과는 다른 분주 함이었다. 개도 짓지 않았다. 개는 언제나 짓지만 아침에도 밤에도 짖지만 그 순간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이 그 소리를 차단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는 짓지 않았다.
한 사내가 죽어 있었다. 나는 그를 밤새 보았지만 전혀 알지 못 했다. 그저 그는 지쳐서 혹은 술에 취해 그렇게 그 자리에 여느 취객들과 다름 없다고 생각 하게 만들었던 것은 나에게 창 밖의 분주 한 그들과는 다른 집중력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관찰력이 없었든지 무엇이 되었든 나는 그에게 미안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여전히 같은 자세로 있지만 이전의 그와 지금의 그와는 다른 그에게 미안했다. 그는 어떻게 언제 그리고 왜 그렇게 있었던 것일까? 그런 물음 그리고 나는 씻고 아침을 차려 먹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일찍 퇴근을 해서 돌아온 집 앞의 창 밖의 가로등 아래에는 그의 잔상이 나의 의식 어딘 가에는 그가 있었던 자리라는 희미하게 있긴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깨끗이 치워진 그 곳에서 노란 경찰 통제 선이 있을 뿐이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서 간단한 저녁을 차려 먹고 저녁이라고 해 봐야 언제 끓여 놓았는지 알 수 없는 김치찌개와 캔 참치가 전부이지만 천천히 입안으로 흘려 보내고 물도 마시고 나서 힐끗하고 시선을 한번 주었지만 퇴근 후 취객으로 치부되던 그가 치워져 있던 아무것도 없던 그 자리와 다를 바 없었다. 언제나 보던 언제나 같은 그 곳이었다.
7시를 몇 분 넘겼을 시간이었다. 벨이 울렸다. 나는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초면의 사내가 서 있었고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래서 나는 그를 경찰이라고 짐작 할 수 있었다. 그가 문 밖에 서서 어제 한 사내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 게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일단 들어오라고 말을 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문 밖의 그에게 조금은 불안정한 자세로 서서 그저 나는 그가 전봇대에 지친 세상을 피해 와 잠시 몸을 쉬었다 가는 한 사람일 뿐인 줄 알았노라고 말을 했다. 경찰이 그렇군요. 그랬군요 하고 말을 했다. 나는 궁금한 게 많았다. 그 궁금증을 숨기려 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되었대요? 하지만 나의 대답에 그 역시 할 말이 없었는지 수사 중입니다 하고 말했다. 언제 퇴근을 했는지 그리고 퇴근 하고 나서 무엇을 했는지 간단하게 물었다. 나는 지인을 만났노라고 그 날 저녁 먹은 것들까지 소상히 말을 했다.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그는 궁금 해 했고 나는 가감 없이 이야기를 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길어 질 것 같아 들어와서 이야기 하라고 말을 다시 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말을 했고 나의 집 안을 슬쩍 훑어 보았다. 그리고 혼자 사세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렇노라고 직장 때문에 혼자 직장 근처에 집을 얻어 었노라고 말을 했고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괜찮다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괜찮지가 않았다. 나의 궁금함에 그는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궁금증에 모든 말을 해 줬다. 그리고 나서 그는 혹시 더 생각 나는 거나 이상한 게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명함을 한 장 주었다. 나는 문을 닫고 그가 준 명함을 식탁에 대수롭지 않게 던져 놓고 TV를 켰다. 드라마를 한편 보고 캔 맥주를 한 개 마시고 잠 자리에 들어서 잠시 억울 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도 해결 되지 않는 나의 궁금함과 그가 나에게서 물어 제 수첩에 적은 그의 궁금함의 크기가 차이가 나서였다. 그래서 이불 속에서 쳇 하는 소리를 내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다 12시 즘 일어나 방광을 한번 비우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쏟아 졌다.
이상하리 만치 잠이 쏟아 졌다. 감기는 눈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잠을 자려고 잠자리에 든 것이 맞는데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잡이 쏟아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당혹감이 들면서 잠이 들었다. 꿈이란 잠을 드는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당혹스런 꿈을 꾸었다. 당혹감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찾아 오지만 그래도 저녁때 찾아온 경찰의 태도부터 취객이라고 만 생각 했던 사내가 죽은 채 였다는 거 그것야 말로 당혹감 아닌가? 잠자리에서 잠이 파도처럼 밀려 드는 것에 당혹감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나서야 나는 내 속에서 하룻동안 나를 지배 했던 감정이 당혹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혹감은 강도와 같이 나를 찾아 와서 창 밖에서 잔혹하게 칼을 휘둘러 나의 창 밖 정취를 베어 놓고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졌다고 말하기 그렇지만 아무든 그 당혹감이라는 놈이 언제 달 빛에 빛나는 장검을 들고 날 뛸지 모를 일이다.
꿈 속에서 내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 하고 자꾸만 가로채여서 가슴을 치고 있었다. 꿈을 깨고 나서도 가슴은 먹먹했다. 겨우 2시간 정도 자고 깨서 취객인줄 알았는데 망자였던 자가 있던 자리를 원망스럽게 쳐다 봤다. 여전히 가로등은 제 주변에서 뭔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른 채였다. 왜 그러고 있냐고 물었다. 가로등은 모른다고 했다. 그래 피조물이지 않은가? 제가 알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저 창조자가 만들어 그 자리에 놓았다면 그저 그 자리에서 제 몫임은 시도 때도 없이 시간에 맞춰서 불이나 켜고 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묻는 것 따위가 무의미 하다고 그러니 제 앞에 있던 자에 대해 묻는다는 할말 따 따위 없다고 그렇게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다시 쳇 하는 소리를 낸다. 가로등의 말이 맞다. 나는 나의 자리에 그리고 그 망자는 망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 한 일? 왜?는 무의미 하다.
하지만 여전히 당혹감은 그대로이다. 핀 조명이 내리 비취고 있는 그 무대의 자리는 비어 있다.
주인공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짖는 동네 똥개도 짖지 않는 시간 2시 적막 한 것이 당연한 시간
이 시간에 나는 다시 당혹감에게 묻는다. 왜? 왜 그는 그 자리에서 죽었으며 당혹감만 고아처럼 남겨 놓았냐고 하지만 당혹감은 그저 고아처럼 울고 만 있었다. 무의미 한 일은 어디에나 있다.
무의미 한 일에 대한 사색도 없이 살아가는 삶이야 말로 얼마나 무의미 한가?
날개 짓을 하는 하루살이가 창 밖에서 파닥거린다.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럼 가로등 아래의 한 사내의 죽음은 어떤 파장을 만들어 낼까? 나에게 남겨 놓고 간 당혹감 말고 다른 것 이 일을 나는 회사에 가서 옆 자리의 동료에게 말을 할 것이다. 그 동료에게는 어떤 감정을 자아 내며 어떤 죽음의 냄새를 흩뿌릴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죽음의 파장 안에 살고 있을까? 이러다 살아 갈 수나 있을까?
당혹감이 당혹감을 불려 낸 것일까? 핸드폰이 울렸다. 어둠 속에 오는 전화가 주는 것은 당혹감 이상의 것이었다. 공포 나는 죽음을 사색하고 있던 중이다. 그렇다면 나의 사색이 불러온 사자의 메시지 일까? 알 수 없는 복잡한 기호 통일성이 없는 번호의 나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번호인가 싶어 잠시 벨이 울리는 전화기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조용히 대답을 한다. 너머에서는 사자도 아니고 당혹감이 불러낸 당혹감도 아니었다. 그 전화는 저녁에 찾아온 형사의 전화였다.
죄송합니다, 늦은 시간에 저 기억 하시죠? 좀 전에 찾아 뵈었던 나는 그 목소리의 기억을 퍼 올렸다. 먼 시간의 기억이 아니어서 쉽게 기억 할 수 있었다. 아 네 그 경찰 분
네 그의 목소리는 우물에서 전화를 거는 것처럼 울렸다. 왜? 내가 물었다. 안 주무시네요. 그 가 말했다. 네? 갑자기 생각 난 게 있어서요 현장에 왔다가 보니 불이 켜져 있길래. 전화번호는……나는 말을 흐렸다. 시간이 그런 시간이다. 날이 그런 날이다. 말이 길어지지 않는 시간 그런 날 한 사내가 죽은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은 시간
그럴 때는 말이 길지 않다. 목소리는 공기 중의 수분만큼이나 무겁다.
실례가 된 건 아닌지. 아니요. 여긴 차 안입니다. 아네……우리 같은 사람은 시간 감각이 없어요.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잠시 뵐 수 있을까요? 네? 잠시 편의점에서 캔 커피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