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 밖을 내다 봤다. 내 시야에는 늘어선 풍경이 들어오지 않는다. 풍경은 지나가 버린다. 나는 나의 의식 속엔 놓쳐버린 달을 생각 한다.
달은 물 속에 떠 있고 어디에도 있고 그것의 실체는 언제나 그림자뿐이다.
그가 잠에서 깼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고 말했다.
벌써 일어 났어?
아니 안 잤어요
왜?
몰라요 잠이 오질 않아서
괜찮아?
괜찮을 거예요 하루 정도는 낮에 강의가 없으니까 낮에 졸리면 자 면 되니까
그는 손을 얼굴을 비볐다. 마른 마찰음이 들렸다. 그리고 또 다른 마찰음 이불의 마른 소리가 그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 또 다른 물소리 나는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었다 쏴 하고 물을 트는 소리 그는 칫솔을 꺼낸다. 칫솔을 꺼내고 치약을 짜서 칫솔에 묻힌다. 그 동안 물은 여전히 쏴 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칫솔에 틀어 놓은 물을 묻힌다. 틀어 놓은 물소리와 다른 소리가 들린다. 물을 잠근다 이내 솔이 이를 문지른다. 그는 입안 구석 구석을 문지른다. 혀도 닦는다. 헛구역질 소리도 들린다. 저렇게 까지 세심하게 입안을 닦는다. 시계를 본다. 3분 까지는 아니다. 3분에 가까운 시간이다. 2분 30초 정도 다시 물을 트다. 컵에 물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물을 잠근다. 입안에 물을 채운다. 물방울에 갇히는 소리가 들린다. 쏴 하고 뱉어 낸다. 몇 번 반복을 한다. 물을 다시 틀고 세수를 한다. 어푸어푸 세수를 하는 소리 관찰력이 좋은 어휘자가 만든 세수 하는 소리 어푸어푸 꼭 그와 같은 소리가 들린다. 동화 속의 단순한 의태어. 실력 좋은 어휘자가 만든 세수 하는 소리 그는 그와 같은 소리를 몇 번 내고 끄응 하고 세수를 마친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그가 욕실에서 나온다. 눈을 감고 있는 나를 향해 자 하고 묻는다. 나는 눈을 뜬다. 아니 하고 대답을 했다. 자고 있지 않았다. 뭐 하냐고 묻지 않는다 그렇게 물었다면 나는 그냥 이라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는 거울로 가서 내가 사다 놓은 로션을 바른다 그때 까지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수염을 깎지 않았다.
왜 냐고 나는 묻질 않았다. 그냥 그를 바라본다.
그는 나의 시선에 간혹 나를 쳐다 보며 웃는다.
나도 그와 같이 웃는다.
뭐라도 먹을래요?
아니
그는 언제나 그렇게 말한다.
그래도
집에 가서 먹어야지.
그래 그는 집에 가야 한다. 너무 말끔 하면 안 된다.
그는 집에 가서 그의 아내와 아이와 아침 밥을 먹을 것이다. 이른 새벽 사위가 어둑어둑하다. 그는 언제나 이 시간에 이 곳을 떠 난다. 나는 그것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그의 등을 본다. 그의 등은 반듯하다. 그는 반듯하게 각이 진 양복을 입고 있다. 그는 현관에서 구두를 신는다.
나는 그의 뒤에 선다. 그가 뒤를 돌아 보며 말한다. 전화할게 하지만 그가 전화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그냥 그런 사람이다. 반듯하게 양복을 입고 수염도 깎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 속이며 이 곳을 떠나 그의 집으로 돌아가 수염을 깎고 아침을 먹고 아내가 자고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잘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가 문을 닫고 떠나고 나는 창으로 간다. 삼층이다. 삼층 아래에는 여전히 가로등이 서 있다. 가로등이 서 있고 그 아래에는 쓰레기 봉투가 두 개 서로에게 기대있다. 잠시 뒤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뒤 돌아 보고 나를 발견하고 손을 휘 저어 들어가라는 건지 아님 인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이 흔든다. 그의 팔이 반듯한 팔에 달려 있고 그리고 그는 걷고 있다. 그는 가로등 아래에 앉아 쉬지 않는다. 바쁜 걸음을 떼고 걸어간다. 그의 구두 소리가 골목 안에 들린다. 나는 눈을 감아 그 소리를 듣는다. 그의 체중이 실린 소리가 골목 안에 공명하듯 흩어 진다. 소리는 그런 것이다. 공명한다. 그리고 흩어지고 사라진다. 그가 골목에서 사라지듯 그 소리 역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