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하!”
백호영은 가옥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벽에 수많은 검과 도 그리고 괴상한 무기들이 다닥다닥 걸려 있었다. 하나같이 매서운 예기를 흘렸다. 범인이 보기에도 명품이라고 찬탄할 만한 것들이었다.
구석엔 갖가지 의복이 쌓여 있었다. 어떤 것은 매화 문양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태극 문양이 들어 있기도 하였다. 모두 무도복 같은 것들이었다.
그 옆으로 여러 개의 호리병들이 보였다. 속에 액체가 담겨 있었다. 백호영은 뚜껑을 열고 코를 한 번 킁킁거리다가 곧바로 내려놓았다. 냄새가 아주 고약했다.
더 이상 구경할 만한 게 없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의복과 무기들을 구했을까. 곰곰 생각하다 문득 고개를 돌려 무덤가를 바라보았다. 저곳에 묻힌 자들의 것들인가?
‘묻힌 자들의 것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빨리 이곳에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미친 늙은이의 수련 장면이 떠올랐다.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누가 그 장면을 믿을 수 있겠는가. 중력을 무시한 채 하늘을 날듯 수십 미터를 뛰어오른 그 가공할 모습! 아니, 그보다 검을 다루는 귀신 같은 솜씨와 노인의 적안광은 더욱 대단했다. 그 살인적인 위엄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무작정 걷고 있을 때였다.
“낭군님!”
멀리서 마피아 보스의 딸내미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코웃음 쳤다. 그녀가 어느새 바짝 따라붙었다.
“어딜 가셨었어요?.”
지겨운 중국말! 백호영은 짜증 난다는 듯 아예 고개를 딴 데로 돌려버렸다. 부용설리는 그 곁을 따르며 중국말로 계속 뭐라고 하였다. 백호영도 이제 간단한 말 몇 마디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안녕이라든지, 조심하라든지, 밥을 먹으라든지.
그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주변을 돌고 또 돌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나타나지 않는 출구! 정말 출구는 없단 말인가. 허탈한 마음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 절벽을 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세계 제일의 등반가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그는 이를 악물고 절벽으로 뛰어들었다.
“앗! 낭군님, 하지 마세요.”
높이 점프하여 절벽에 박힌 소나무 가지를 붙잡았다.
“이 까 짓 껏.! ”
절규하듯 부르짖으며 온 힘을 쥐어짰다. 그 덕분이었을까. 처음으로 15미터도 넘게 기어오를 수 있었다. 용케 자리를 잘 잡아 소나무 가지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나뭇가지도 없었고, 갈라진 바위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부용설리는 밑에서 계속 조심하라고 외쳐댔다. 그녀는 불안하여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저 높이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크게 다칠 텐데.
“조심하세요, 낭군님!”
‘조심하라는 말이군. 크으!’
백호영은 더 이상 붙잡을 곳이 없어지자 밑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높이도 올라왔다. 이제 와서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기왕 여기까지 올라온 거 끝까지 해보자! 정말 염병할 곳이야!”
머리 위로 소나무 가지가 하나 있긴 했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두 뼘 정도가 모자랐다. 한순간 입가에 괴괴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왼손에 잔뜩 힘을 주고 오른손으로 그 가지를 잡으려 했다.
“끙!”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잡았다!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목표했던 게 아니었다. 아찔한 잡초만 붙잡고 말았다. 잡초는 금세 뿌리까지 뜯겨져버렸다. 무게중심을 잃은 그는 이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팔!”
상당히 높은 위치라 아찔할 만도 한데 악에 받쳐 욕부터 내질렀다. 그의 쌍소리가 메아리를 치면서 좌우로 반복되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제 편안히 떨어지는 일밖에 없었다. 못해도 중상은 입을 것이고 만에 하나 목뼈라도 부러진다면!
“꺄악! 낭군님!”
부용설리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 휘둥그레진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것은 어디선가 새처럼 날아든 즉살마의 신형이었다. 그는 비상하는 매가 되어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아 백호영을 받아 들었다.
“뭐, 뭐야!”
백호영은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을 떠받치자 깜짝 놀랐다. 그와 즉살마의 시선이 마주쳤다.
“괜찮느냐, 제자야. 클클. 무공을 잃은 주제에 이런 무모한 짓을…….”
즉살마의 말투는 엄중하며 차분했다. 추락하며 하늘로 흩날리는 그의 백발은 폭포수를 떼어다놓은 것 같았다.
‘부드럽다.’
백호영은 즉살마의 음성과 눈동자를 가슴속에 아로새겼다.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았다. 허전한 마음 한구석에 서서히 응어리지는 온기! 이런 눈동자는 정말 오랜만이다.
즉살마는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한 다음 백호영을 내려놓았다. 그의 표정이 갑자기 무섭게 일그러졌다. 정말 깜짝 놀랐었다. 멀리서 애제자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다음부터는 이런 짓거리 하지 말거라! 왜 절벽을 탔느냐! 크으…… 이 사부하고 있는 게 싫은 것이더냐!”
엄한 꾸짖음에 백호영은 할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행동을 나무라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 어투, 저 눈!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장난꾸러기 시절인 다섯 살 때, 어느 날 그는 정글짐에서 놀고 있었다. 정글짐의 맨 마지막 부분에 올라 만세를 부르던 순간 그만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질 뻔했다. 그때 밑에서 안전하게 받아주었던 아버지.
그때 아버지의 눈과 이 노인의 눈이 너무도 비슷했다. 다음부턴 조심하라는 아버지의 훈계와 이 노인의 말투 역시 동일했다. 그는 괜스레 씁쓸해져 침을 한 번 퉤 뱉고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제기랄! 저런 미친놈하고 우리 아버지하고 왜! 왜!”
부용설리는 멀어져가는 그를 보며 고민에 잠겼다. 낭군을 따라가야 할지, 아니면 낭군의 사부 곁에 있어야 할지. 보아하니 낭군의 사부 역시 상당히 실망한 기색이다.
“어르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크흠, 괜찮다. 저놈 어렸을 적에는 더 심했지. 크크.”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심각하던 즉살마의 얼굴에 미소가 돋았다. 그제야 부용설리도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고 낭군을 향해 뛰어갔다. 즉살마는 즉시 사가(死家)로 향했다. 백호영이 무덤가 옆에서 본 가옥. 그곳에서 호리병을 하나 들고 나와 제자가 사라진 쪽으로 몸을 날렸다.
백호영은 호숫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인지 부용설리가 곁에 다가왔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휘익
즉살마가 새처럼 사뿐히 날아 내렸다.
“어르신, 그것은 무엇이지요?”
“크크. 항산파의 금창약. 천향단속교라는 것인데 꽤 괜찮더군. 정파 놈들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건 명검과 이런 약뿐이지.”
등 뒤에서 소리가 들리자 백호영이 고개를 돌렸다.
“제자야,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손을 내어보아라.”
즉살마는 피가 흐르는 제자의 손끝을 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에 자신의 손끝이 맺혀 있음을 알아차린 백호영은 얼른 등 뒤로 손을 감췄다.
“제자야, 괜찮으니라. 어서 내놔보거라.”
즉살마는 억지로 제자의 손을 끌어냈다. 백호영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즉살마는 묵묵히 그의 손에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손뿐만이 아니라 찢겨진 바지 사이로 드러난 상처에도, 팔꿈치에도…… 그리고 자잘한 상처까지…….
“악!”
벌써 사흘째다. 또다시 악몽을 꾸었다. 백호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연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암울한 표정으로 뇌까리는 그의 눈빛은 뭔가 확신을 품고 있었다.
‘이 미친 노인의 그것이라면!’
사흘 전에 본 즉살마의 검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그것은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몸놀림이 아니었다. 할리우드 영화나 중국 무협영화를 보다가 그런 황당무계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웃었던지.
‘아!’
문득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매일매일 정신을 잃는 순간이 있었다. 중간에 한 번 깨어난 적이 있는데, 그때 미친 노인이 자신의 몸을 마사지하고 있었다. 아니, 마사지라고 하기엔 조금 특이했다. 손가락으로 등을 쿡쿡 찌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손바닥을 가만히 대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흘러나오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물론 가끔씩 심한 고통이 따르기도 했지만 뒤의 시원함을 생각하면 참을 만했다.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요?”
그의 비명 소리에 부용설리가 잠을 깬 모양이다. 잠자다 막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미친 노인 덕분에 다리에 박힌 총알도 빼내고 상처가 완치되어 다시 귀한 집 딸로 돌아와 있었다.
백호영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한 말 중 ‘꿈’이라는 단어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쏼라쏼라. 중국말은 참 듣기 안 좋아. 그래, 꿈꿨지. 개꿈이었지.”
지난 사흘간 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구를 찾기 위해 무진장 애썼다. 그러나 출구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다면 저 미친 노인이 이곳에 처박혀 살지 않았겠지.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모든 종목을 석권할 것이고, 마피아 세계에 뛰어든다면 고령의 나이에 전설이 되겠지.
그는 잠든 즉살마를 보며 살며시 미소했다.
“아!”
부용설리는 그가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낭군님이 웃는 표정은 저런 것이구나.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사랑이란 감정보다는 사실 두려움이 앞섰다. 기억을 잃어버려 과거에 낭군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분명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낭군님이다.
“그만 잠이나 자라.”
“예…….”
그녀도 이제 낭군의 말 몇 마디 정도는 알아듣는다. 그녀는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백호영은 잠든 그녀를 바라보았다. 덮쳐버릴까? 본능적인 육욕이었다. 이런 미인은 한국과 독일에서도 얼마 보지 못했다. 마피아의 딸은 딸이고 미인은 미인이다. 어차피 마피아 딸이니까 확 덮쳐버려도 상관은 없겠지만…… 왠지 이년을 보고 있으면 죽은 여동생이 생각나 그럴 수도 없다.
“쳇.”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닫혀가는 시야 안으로 얼핏 들이비치는 여인의 봉긋한 가슴과 흰 목살이 눈에 거슬렸다. 분홍빛 입술과 복숭아 같은 뺨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백호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와 버렸다.
“훗, 정말로 덮쳐버릴지도 몰라. 아냐, 그냥 덮쳐버릴까? 큭!”
갈등이다. 정말 은애만 닮지 않았다면 마피아의 딸이든 뭐든 상관 않고 벌써 범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는 연신 침을 뱉으며 호숫가로 걸어갔다. 주변이 온통 무덤 속처럼 고요했다. 호젓하게 앉아 있자니 중국에 버려진 이후의 일들이 생각났다.
아무리 대륙의 변방이라지만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어떻게 전기기구는 물론이고 현대문명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거지? 그리고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들의 복장과 가옥 구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마치 중국의 고대나 중세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 같았다. 민속촌의 개념을 넘어선 완벽한 재현.
중국 사람들의 놀라운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마피아라지만 그렇게 산을 빨리 타고 빨리 달리다니. 또한 저기 잠들어 있는 미친 늙은이는 수십 미터의 높이를 고무줄 넘듯 가볍게 뛰어오른다.
중국의 모습은 TV에서 많이 봐왔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어쩌고저쩌고하는 뉴스 화면들. 자본화가 상당히 진행되었고, 북경은 자동차가 급증해 교통 혼잡이 벌어지고 있는 소식. 상해는 서울의 웬만한 고층 빌딩보다 멋진 건물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여기…… 중국이 맞긴 하는 거야?”
갑자기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 잠시였다.
“미친놈. 하하! 미친 노인이랑 미친년하고 같이 있으니까 나까지 미쳐버린 것 같군. 뭐가 중국이 아니냐. 여기가 중국이 아니면 어디겠어. 하, 하하.”
허탈한 웃음이었다.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우라질!”
그는 쌍소리를 토하며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달빛을 받아 수면 비친 자신의 모습은 초췌하기 이를데 없어 얼굴을 이글어트리고선 호숫가를 벗어났다. 하긴 지난 사흘 동안 한 일이라곤 암벽 등반밖에 없으니까.
“미친 노인의 그것…… 그것만 있어도…….”
분명했다. 출구는 저 수십 미터 위 절벽 끝밖에 없다. 이런 원시적인 곳에 쓸만한 등반 도구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오직 하나, 미친 노인처럼 하늘 높이 치솟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
상식을 벗어난 생각에 그는 웃어버렸다.
‘그래도 그거라면 들개 패거리는 모두 없앨 수 있을 텐데. 그런 개자식들은 잘근잘근 씹어 먹어도 분이 안 풀려. 미친 노인이 했던 그런 거라면 놈들을 조각내버릴 수 있을지도 몰라. 크크크.’
온몸을 천 등분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갑자기 그의 얼굴이 굳었다. 저 동쪽 끝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거기는 내가 이곳으로 떨어졌던 곳인데?
턱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호영은 긴장하며 동쪽으로 뛰어갔다. 손에 들린 오토잭나이프가 번쩍거렸다. 마피아라면 죽여 버리리라!
벌써 살인은 시작되었다. 몇 명 더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아니지. 나는 살인을 하지 않았어. 개들을 때려죽인다고 살인이라 할 수 있을까? 그냥 개새끼들 좀 손봐준 거지.”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연신 뇌까렸다.
휘익
순간 뭔가가 그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백호영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그 정체를 살폈다.
“미친놈.”
즉살마였다. 미친 노인의 눈은 이미 광기에 젖어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여간해선 가슴이 오그라들지 않는 백호영이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싸늘히 얼어붙는 듯했다. 즉살마의 눈은 피 냄새를 맡은 식인고양이의 그것과 같았다.
백호영은 뒤처질세라 더욱 다리에 힘을 주었으나 이미 사라져버린 즉살마를 쫓을 수는 없었다. 그는 몹시 불안했다. 동쪽 폭포로 떨어진 것은 분명 바위나 돌 같은 게 아닌 사람일 것이다. 괜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피아 자식들이면 심장을 찢어놓겠어!”
단순히 살인을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들개와 연관된 놈들은 모조리 처참하게 죽여 버리리라 결심했다. 그의 눈빛도 조금 전 즉살마의 것과 똑같이 변해갔다.
그가 막 동쪽 끝에 도착했을 때 그의 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다섯이었다. 즉살마와 웬 청년 네 명.
즉살마를 둘러싼 청년들의 얼굴엔 오만함이 가득했다. 한 명은 머리를 빡빡 밀고 목에 염주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아 땡중이 분명했다. 나머지 세 명도 모두 의복은 달랐으나 무도복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아, 저 문양! 무덤가 옆 가옥에서 본 것이다. 매화 문양!
두 명은 검을 빼 들고, 한 명은 손바닥을 펴고, 나머지 한 명은 금륜(金輪)을 들고서 즉살마를 둘러싸며 빙빙 돌았다. 모두 아무런 말도 없었다. 무언의 정적 속에 꿈틀거리는 살기가 팽창하고 있었다.
“크크크. 크하하하! 한동안 오지 않더니 이번엔 네놈이나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