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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목걸이
작가 : 오영
작품등록일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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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문의 죽음
작성일 : 16-11-16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3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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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의문의 죽음

 

  애영은 오후 늦게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오랜만이어선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붓을 놓고 긴 숨을 내쉬며 허리를 편다.

 

 “사모님! 사모님!”

 

 “네에!”

 

 “상원 사모님 오셨어요.”

 

 “알았어요, 곧 갈게요.”

 

 애영은 화구를 대충 챙긴 후 작업복을 벗고 밖으로 나왔다.

 

 동현의 대학 동기이자 상원 상사 윤상현 사장의 아내인 진영희가 와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늘 그렇듯 화사하고 아름다운 진영희다.

 

 “가까이에 살면서 보기 힘 드네요.”

 

 살갑게 대하는 영희지만 애영은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 부부는 남편의 대학 동기이자, 자신이 모르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간혹, 그런 그들을 보며 자신만 타인으로 밀려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애영은 시간을 본다.

 

 “저녁하고 가시겠어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친절하지 않은 애영의 권유나, 그에 맞게 응수하는 영희나, 같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늘 애영을 먼저 찾는 영희다.

 

 애영과 영희는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함께했다.

 

 “참, 얼마 전 결혼기념일이었죠?”

 

 “아, 네에…”

 

 “으음, 동현이, 아니 이사장 성격을 봐선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하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지만, 남편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는 영희가 내심 못마땅한 애영이다.

 

 “선물… 받았어요?”

 

 “네, 목걸이요.”

 

 영희의 눈빛이 반짝하며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애영 역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한다.

 

 “보시겠어요?”

 

 “보여 줄래요?”

 

 애영은 영희와 안방으로 들어왔다.

 영희는 기억에 담아두려는 듯, 여기저기를 찬찬히 살펴본다.

 부부침실을 살피듯 훑어보는 모습에 애영은 또다시 불쾌감을 느낀다.

 애영은 화장대 서랍을 열고 보석 상자를 꺼낸다.

 뚜껑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보는 애영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어머나! 세상에…….”

 

 영희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예쁘죠?”

 

 “예쁘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네요, 최고예요!”

 

 영희는 목걸이를 꺼내 자신의 목에 대어 본다.

 애영은 그 역시 못마땅하지만 그저 바라만 본다.

 

 “나도 아주 오래전 이런 목걸이를 받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는데.”

 

 영희는 꿈을 꾸듯 혼잣말을 한다.

 

 “윤 사장님께 사달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사주실 텐데.”

 

 애영을 보며 히죽 웃는 영희다.

 

 “우리 그이는 이런 거, 할 줄 몰라요, 그랬으면 우리 사이에 벌써 아이가 있었겠죠.”

 

 애영은 영희의 말에 순간, 철렁한다.

 마치, 자신을 향한 비수 같은 말이었다.

 

 애영은 불임이었다.

 하지만 동현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애영을 감싸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부부의 사랑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애영에게 영희의 말은 당연히 모욕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저야… 불임이지만 영희씨는 왜요?”

 

 영희가 애영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으음… 뭐랄까, 없어도 되는 사람이 있고, 없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고,

 그런 차이라고 해두죠.”

 

 기분이 좋다가도 만나면 불쾌한 사람이 있다.

 애영에게 있어 영희는 꼭 그런 존재였다.

 

 “이 목걸이, 빌려주실래요?”

 

 “네에?”

 

 영희의 말에 당혹스런 애영이다.

 

 “다음 주 창립 기념일에, 아! 애영씨도 참석하겠구나, 그럼 안 되겠네요.”

 

 애영은 잠시 주춤한다.

 

 “창립 기념일이요?”

 

 “어머, 몰랐어요? 저런, 동현이가 너무 바빠서 미처 말을 못한 모양이네.”

 

 남편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부르는 영희에게 또다시 불쾌감을 느끼는 애영이다.

 몇 번의 경고를 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다.

 

 “어머! 미안해요, 버릇이 돼서, 이 사장으로 정정할게요.”

 

 애영은 떫은 미소를 짓고 만다.

 

 “그럼, 빌리는 건 다음 기회로 하죠, 괜찮죠?”

 

 “네, 뭐…”

 

 애영이 영희를 싫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어떤 경우에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싫다기보다는 자격지심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자신과는 달리,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느낄 수 없는 영희였다.

 영희가 돌아가고 애영은 목걸이를 상자에 담아 서랍에 넣었다.

 오랜만에 작업을 하고 영희를 상대하느라 피곤이 몰려오는 애영이다.

 

 “아주머니!”

 

 “네에!”

 

 결혼하고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아주머니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현과 은밀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예전처럼 마음이 가지 않는 애영이었다.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마세요.”

 

 “걱정 마시고 얼른 주무세요.”

 

 아주머니는 말하지 않아도 애영에게 안대를 씌어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애영은 몇 해 전부터 안대를 쓰지 않으면 잠을 깊게 이루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

 

 “푹 주무세요.”

 

 아주머니는 이불을 덮어주며 애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애영은 그대로 잠에 빠진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정원사 김 씨의 음성에 눈을 뜬 애영이다.

 

 “사모님! 사모님!”

 

 김 씨는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외친다.

 잠옷 차림인 애영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며 묻는다.

 

 “왜요? 무슨 일이죠?”

 

 “아주머니가…”

 

 튀어 오르는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애영이다.

 

 “밖에 좀 나가 보세요.”

 

 “알았으니까 먼저 나가세요.”

 

 애영은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 집 주인이시죠? 가서 확인하시죠.”

 

 애영은 떨리는 손으로 하얀 천을 걷는다.

 

 “웁.”

 

 이미 숨이 끊어진 아주머니였다.

 살갗이 벗겨진 목 부위에 상흔이 선명했다.

 

 “왜? 누가….”

 

 애영은 말을 잇지 못한다.

 

 “수사과 강력계장 장원입니다.”

 

 신분증을 내미는 장원의 모습은 애영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죠?”

 

 장원은 비닐 봉투에 담긴 목걸이를 들어 보인다.

 

 “그건!”

 

 “정애영 씨의 목걸이죠?”

 

 애영이 손을 뻗자 저지하는 장원이다.

 

 “수사 종결까지 증거물로 저희가 보관할 겁니다.”

 

 “증거물이라뇨?”

 

 애영은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피해자의 목에 이 목걸이가 감겨 있더군요.”

 

 “뭐라고요?”

 

 애영은 휘청한다.

 장원은 얼른 애영을 부축한다.

 

 “괜찮으십니까?”

 

 애영은 그야말로 자다가 두 다리가 묶인 기분이다.

 아주머니의 죽음을 인정하기도 어려운데, 자신이 목걸이가 살인 도구로 쓰였다니,

 믿기도 힘들고, 믿을 수도 없는 애영이다.

 

 “같이 좀 가셔야겠습니다.”

 

 애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장원을 바라본다.

 

 “제가… 왜요?”

 

 “참고인으로 가시는 겁니다.”

 

 경찰서라니, 애영은 한꺼번에 닥친 상황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자 잠깐만요! 남편한테 전화 좀 할게요.”

 

 애영은 손가락이 떨려 몇 번에 걸쳐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여 여보….”

 

 “애영아! 무슨 일이야?”

 

 “아주머니가… 아주머니가…. 그러니까.”

 

 애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장원이 전화기를 빼앗는다.

 

 “살인 사건입니다. 정애영씨를 참고인으로.”

 

 “아내 바꾸세요.”

 

 “저는.”

 

 “당장 바꿔!!”

 

 장원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전화기를 애영에게 건넨다.

 

 “애영아! 침착해!”

 

 “아주머니가 주 죽었어… 내 목걸이를.”

 

 “내일 첫 비행기로 갈게, 걱정 말고, 그래도 경찰서에 있는 게 안전하니까 따라가.”

 

 “아, 알았어요.”

 

 “그래, 괜찮아, 아무 걱정 하지 마.”

 

 애영은 남편의 음성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전화를 끊은 애영이 장원을 바라본다.

 

 “그저, 참고인일 뿐입니다.”

 

 장원은 최대한 지겨운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말한다.

 

 “네에… 알겠습니다.”

 

 사시나무 떨듯 하는 애영을 보며 장원은 어설픈 동정심이 발동한다.

 

 애영의 손을 꼭 잡아준다.

 애영은 여전히 떨고 있고 입술은 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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