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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교수님
작가 : RainaKim
작품등록일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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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만나다, 반하다(1)
작성일 : 16-11-18     조회 : 631     추천 : 1     분량 : 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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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만나다, 반하다(1)>

 

 

 다른 대학교들은 주로 언덕이나 산 중턱에 있던 것에 비해 우리 대학교는 평지에 있었다. 그게 동기들끼리 꼽는 우리 학교의 최대 장점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쉴 새 없이 일했던 나는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정신없이 살았다.

 

 따라서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런 나에게 우리 학교는 아주 적절한 경사를 갖고 있었다.

 

 

 오늘은 저번 달과 다르게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조금 전 삼각김밥을 급하게 마시고 청운관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달리면서 마주하게 되는 학생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나도 알아 지금 내 상태 심각한 거.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매서운 눈빛을 그들에게 쏘아댔다.

 

 

 "하-흠."

 

 

 청운관 3층으로 올라와 벽을 짚고 서서 숨을 골랐다. 눈이 뒤집힐 것처럼 힘들었다.

 

 시계를 보니 다행히 약속된 면담시간보다 약 2분가량 일찍 도착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죽을 듯이 달린 보람이 있었다. 다행이다.

 

 나는 대충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확인한 후 교수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요."

 

 "실례하겠습니다아."

 

 

 나는 다양한 근로장학생 경험 덕분에, 장학생을 뽑는 이러한 면접에선 첫인상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나오기 전에 최대한 단정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차려입고 나왔다. 검은 스키니에 흰 티셔츠. 완벽한 조합이다.

 

 사실 그건 핑계고,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나에겐 입을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이 세상 모든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미소를 얼굴에 장착한 채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한결 이라고 합니다."

 

 "……. 조교 면접 보러 온 학생이죠?"

 

 "네."

 

 

 서서 책을 정리하고 있던 교수님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가방조차 내려놓지 못하고 멍하니 선 채 굳어버렸다. 교수님은 그런 나를 덤덤히 바라봤다.

 

 

 미친 듯이 잘생겼어.

 

 

 복학을 앞두고 동기들을 통해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미 예고편을 듣고 온 상황이었지만 이 정도로 잘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키는 큰 정도가 아니라 거의 190에 육박했다. 뭘 먹고 저렇게 큰 거야?

 

 

 "편하게 앉아요.

 

 "……."

 

 "한결 학생. 수학교육과 3학년 맞죠?"

 

 "네."

 

 "성이 뭔가요?"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자리에 앉은 나는 들려오는 교수님의 음성에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누가 세차게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면 이런 기분일까? 어떻게 이렇게 생긴 사람이 목소리까지 좋을 수가 있어?

 

 나는 혹여 이 음침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표정에 드러날까 봐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성이 '한'이고 이름이 '결'이에요."

 

 "아, 그랬구나."

 

 

 완벽한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나는 무릎을 꿇고 잔액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통장을 바치며 묻고 싶었다.

 

 그는 살짝 미소 지으며 눈을 가리고 있던 앞머리를 살며시 넘겼다. 그리고 그 앞머리는 잠시 뒤로 넘겨지나 싶더니 다시 앞으로 흘러내렸다.

 

 다 잘라버리고 싶다. 얼굴이 제대로 안 보여.

 

 단언컨대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까지 완벽한 이상형을 본 적은 없었다.

 

 

 "나는 김은성 교수예요. 작년에 부임한 거라."

 

 "……."

 

 "휴학했던 한결 학생은 모르겠네요."

 

 "네."

 

 

 고3 시절, 나는 내가 원하던 대학보다 한 단계 낮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오열했었다. 그때는 몇 문제 틀린 게 어찌나 서럽던지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하지만 지금 교수님을 마주하니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 학교에 입학하길 잘했어. 전부 신의 계획이었던 거야. 이 교수님을 만나게 할.

 

 

 "성적이 굉장하던데,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그렇게 이 학교를 입학한 후, 나는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피땀 흘리며 공부해왔다.

 

 아, 진짜 힘들었는데. 파노라마처럼 신입생 시절이 눈앞을 스쳤다. 이러나저러나 역시 공부는 잘하고 봐야 하는 일이다.

 

 

 "저……. 조교 면접 보는 학생이 많은가요?"

 

 "음…."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앞에 놓인 서류들을 훑었다. 그 서류엔 나를 포함한 조교 지원 명단이 적혀 있었다.

 

 입맛을 다시며 찬찬히 글을 읽어 내려가는 교수님을 보며 나는 온갖 생각에 사로잡혔다.

 

 인상 쓴 것까지 완벽하다 완벽해.

 

 순간 무의식적으로 내면의 한결에게 물었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가?

 

 

 "많지는 않은데, 다들 성적이 비슷해서…."

 

 "아."

 

 "그래도 한결 학생이 좋은 성적이라 가능성은 커요."

 

 

 없다. 확실히 없다. 이런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저 잘생긴 사람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아니다. 차원이 다르다. 지금 이 느낌은.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교수님의 존재가 도리어 내가 안심하려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첫인상은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작년에 휴학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교수님과 일 년 먼저 알고 지낼 수 있었단 사실이 나를 괴롭혔다. 이 짧은 시간에 생각이 거기까지 닿아버렸다.

 

 

 "수업 때 봐요."

 

 

 교수님은 나를 수업 때 보게 되겠지만, 나는 온종일 머릿속에서 그와 마주하고 있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   *   *

 

 

 나는 오랜만에 교내 저렴한 카페에서 나연이에게 커피를 얻어먹는 중이었다.

 

 이 카페는 기숙사 건물 1층에 있는 크지 않은 카페로, 우리 학교 학생들이 거의 매일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곳이었다.

 

 저렴한 데다가 쿠폰까지 있으니 굳이 프렌차이즈 카페를 갈 이유가 없었다.

 

 

 "미친년."

 

 "미친년이라 해도 상관없어. 나 그 교수님이랑 결혼할 거야."

 

 "미친년보다 더 강한 욕이 없나? 호로 잡년? 이런 건 어때?"

 

 

 교수님과 결혼할 거라는 나의 말에 나연이는 미친년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사용했다.

 

 교수님을 예찬하는 나를 나연이는 몹시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빨대를 입에 물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그 교수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다 제로야. 나연의 침착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며들었다.

 

 

 "정말로 시공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네가 개강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분별력이 없어진 거 같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완벽하지?"

 

 "야."

 

 "왜."

 

 "너만 그렇게 생각한 줄 아냐?"

 

 "……."

 

 "그 교수 오고 나서 우리 과뿐만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난리였다. 그냥 난리도 아니고 생난리."

 

 "그래?"

 

 "당연하지. 그 사람 딱 보면 바로 답 나오잖아. 학교 기집애들 그 교수 졸졸 쫓아다니고 아주 가관이었어."

 

 "그럴만해."

 

 

 나는 커피를 마저 쪽쪽 빨아 마셨다. 냉커피라지만 얼음을 70%로 넣고 커피를 30%로 넣으면 이게 얼음을 파는 거지 커피를 파는 거냐.

 

 나도 모르게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커피잔에 그려지는 교수님 얼굴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나 정말 미쳤나 보다.

 

 

 "교수를 네가 어떻게 만날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꼬실 거야."

 

 "……미친년 네 맘대로 해라."

 

 "꼬시는 게 아니라 결혼할 거야."

 

 

 나연이는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소리 나게 커피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래 내 성격이 그랬다. 나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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