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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이세계의 아리아
작가 : 도연
작품등록일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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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인데 이유 있어? (4)
작성일 : 16-11-28     조회 : 377     추천 : 0     분량 : 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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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화

 

 “아가스 공주님. 오늘 공부 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복습해 보겠습니다. 마력석에 최초로 마법학을 도입시킨 왕의 이름은 무엇이옵니까.”

 “아, 알아요. 우리 오늘 배웠잖아요. 초상화도 보여줬죠. 엄......”

 “.......”

 “......음.......오......아......예.......”

 “흠, 흠흠! 마력석이 최초로 발견되었던 산맥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 그거.”

 “네, 기억이 나시옵니까!”

 “.........물론이죠. 가만 있어보자, 그러니까....... 그거, 그, 오늘 배운 거 확실해요? 치사하게 엊그제 배운 거 물어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음? 아니었나? 하하, 아닌가보네, 자아, 보자보자.......어.......”

 “그렇다면 마력석을 가지고 최초로 운행되었던 동력 기관은 어디인지 기억 하시겠습니까?”

 “아. 그거 내가 잘 알죠. 내 전문이야. 그러니까, 동력 기관이......, 그런데, 동력기관이 뭐였죠?”

 “하아.....”

 그런 내 질문에, 옆자리에 함께 앉아있던 라일론이 머리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각 분야의 나의 전담 교사들이 어색하게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좋은 지적 이예요, 나일론.”

 “.........라일론 입니다.......”

 그래, 어색한 웃음이나, 새끼 개미 발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고요보단 나을지도 몰랐다.

 텅텅-

 누군가 내 머리를 두드린다면 나는 아마 캔을 넣는 분리수거함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름 고등학교 때까진 공부 잘 했었는데........., 당신들이 한국의 어마 무시한 입시경쟁을 뚫고 나와서 대학교 다녀봐라. 알바에, 학점에, 팀플은 무슨 팀킬을 하고 싶을 정도의 조별 과제까지 머리가 굳어도 한참은 굳었을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선 놀고먹고 자는 게 전부였으니 내 지능 능력은 그 사이에 50% 가까이 떨어졌을 거다.

 

 “공주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지난번 물을 이용한 마력석 수업이후 두려움에 완드를 잡으려고도 하지 않으시고......”

 “아니 나는~ 그,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되니까아...... 뭐, 뭐.......지금 당장 필요해요? 보, 보여줘요 내가? 아니~ 내가 그동안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저도 그동안 마냥 놀기만 한건 아닙니다? 저도 나름대로, 에, 나름대로 열심히 수련에 임했다구요.”

 

 “......맞습니다.”

 어쩐지 라일론이 내 편을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라일론을 바라보자, 그 특유의 냉철하고 까칠한 인상이 은테 안경을 아래로 쭈욱 밀어 내리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풋, 저러니까 무슨 다 늙은 부엉이 같잖아, 하는 생각을 하는데,

 

 “마력석을 쓰시긴 쓰셨지요. 비누에. 그래서 지난 밤, 궁 안의 목욕탕을 전부 거품으로 채워버리셨지요. 아주 놀라웠어요. 마법 연구실 골칫덩이 라즈나가 만든 3미터짜리 옥수수보다 더 대단한 광경 이었죠”

 

 빙그레 웃는 얼굴로 뒤통수를 때린다. 그러자 이번엔 아가스의 뒤편에 쭈르르 서있던 시종들이 저들끼리 눈을 마주치며 키득거렸다. 이내, 그런 자신들을 차갑게 바라보는 이안의 눈빛에 다시 쥐죽은 듯 조용해졌지만.

 

 이안은 잠시 지난밤 일을 생각했다.

 

 “아가스 공주님, 안돼요!”

 “너희들도 궁금하잖아! 누가 비누에 마력석을 사용한다고 생각했겠어? 게다가, 이거 하면 거품이 왕창 난다니까!!!!!!! 거품 목욕, 다들 들어는 봤나? 아, 물론 들어는 봤겠지. 근데, 해본 적들은 있어? 없지?! 아무도 없어!”

 “그렇지만......!”

 벌써 목욕탕 안쪽에선 시종과 아가스의 목소리가 뽀얗게 올라오는 수증기와 함께 울렸다. 딱 들어도 상기되어있는 아가스의 목소리에 이안의 얼굴빛이 한층 어두워졌다. 위험해. 지금 흥분해 있잖아. 뭔가 잘못되고 있어. 말리고 싶다...... 지금도 시종들이 말리고 있지만, 조금 더 격렬하게 말리고 싶다...... 드는 생각은 전부 이런 방향 이였지만, 아가스가 위험에 쳐있을 때만 움직일 수 있는 기사 신분이기에 그저 앞에서 단단한 장승처럼 지키고 서있을 수밖에 없는 이안 이였다.

 

 “한.....한다!!!!!!!”

 “꺄아아아아!”

 “으억!!!!! 다들 조심해!!!!!!!!”

 

 이안의 눈썹이 푸욱 보기 좋게 우그러졌다.

 

 “공주님!!! 아가스 공주님!!!!!!”

 “공주님이 보이지 않는다! 공주님을 보호해!!!!!”

 

 왜 불길한 예감은 단 한 번도 틀리는 적이 없는지.

 

 벌컥-!

 “아가스 공.....!!!!”

 

 이내 새하얀 레이스와 커튼이 겹겹이 걸쳐져 잘 보이지 않는 목욕탕 안쪽까지 들어온 이안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목욕탕 전체가 거품에 뒤덮여 있었고, 시중들은 저들끼리 난리가 나선 온 몸에 거품을 묻히곤 허우적댔다. 그중 몇은 눈에 들어갔다며 울고, 몇은 공주님을 찾겠다며 뛰어다니다 미끄러져 넘어져서 울고.

 이안이 눈앞에서 넘어져 훌쩍이는 시종을 일으켜 세우며 목욕탕 안으로 들어왔다.

 “공주님은.”

  시종들을 몇 일으켜 세우다, 이내 뿌연 거품이 시야에서 없어질 생각은커녕 더 부풀어 오르니 나지막이 물었다.

 “이안?! 이안! 이안!!!! 여기야! 나 여기 있어! 대단하지 않아?! 나 지금 완드로, 마력석이랑, 비누랑, 이렇게, 이렇게!!!!!!막 섞어서!!!!!!!!”

 그런 이안의 목소리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 난리 통에서도 발랄한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 들렸다. 아가스를 발견하곤 달려가던 이안이 잠시 중심축을 잃고 삐끗했다.

 “이안, 미안. 어머, 이거 지금 좀 랩 같지 않아? 라임 봐, 이안미안~ 이안미안~ 랩이 뭔지 알지? 내가 저번에 공연장에서 보여줬잖아!”

 .....도대체가.... 이안은 아가스 몰래 지끈대는 이마를 짚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씬시아! 랠리티! 세상에, 이게 다 무슨 난리야! 아가스 공주님은, 아가스 공주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 거야! 당장 보위병을 불....!”

 “시종장! 시종장! 나는 여기 있어요! 여기, 이안이랑 함께 있으니 걱정 마요! 그것보다, 이 거품 좀 봐! 이거, 내가 만들었어요! 완드로, 마력석이랑, 비누랑 이렇게, 이렇게 섞어서....!!!!”

 

 그 모습은 라일론의 말대로 가히 대단한 광경 이였다. 온 궁을 뒤덮을 듯 끊임없이 몽글몽글 늘어가는 거품과, 미끄러져서, 눈이 따가워 비명을 지르는 시종들, 눈사태라도 맞은 듯 거품을 날리며 깔깔대는 시종들, 그 사이에서 가장 신이 나 보이는 아가스까지.

 

 “아가스 공주님! 뛰지 마십시오! 넘어지십니다! 공주님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소서! 그리고 마법학 강의실이나, 지정된 장소 외에서 완드를 사용하는 것은 황궁의 법도를 어기시는 것입니다!”

 마른 수건을 들고 아가스를 닦아내려 달려드는 시종장과 시종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아가스의 입에선 다시끔 티 없이 해맑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언제는 완드며, 마력석이며 공부해야한다더니 또 여기선 하지말래! 여긴 무슨 법도가 이렇게 많아요? 그런 것들 좀 무시하고, 가끔씩은 해보고 싶었던 일, 눈치 말고 해봐요! 요즘 같은 시대엔 창의력이 인재를 만든다구!”

 

 * * *

 

 “하하하, 아가스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하하하!!!!! 내 이 나라의 인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공주가 이리 몸 바쳐 몸소 증명을 해보이니!”

 

  투명한 은백색의 실버 궁 안으론 황제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덩달아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황후의 입가에도 웃음이 서렸다. 간밤에 막 잠자리에 들기 전 정원 밖으로 들리는 소란에 무슨 일인지 묻는 황후의 부름에 시종장이 헐레벌떡 들어와 목욕탕에서의 소란을 전했다.

 

 그 소식에 황후는 혼을 내야지 하는 생각보단, 날이 갈수록 밝고 당차지는 아가스가 예쁘게만 보였다.

  “이제 아가스를 아리아에 보내도 될 것 같습니다, 폐하.”

  “하하하.....컥,”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내린 것처럼 호탕하게 웃던 황제는 사례에 걸린 듯 연신 켁켁댔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아가스는 아직 아기예요. 작은 아기. 어제도 목욕탕에서 거품을 잔뜩 묻히고 놀았다는 소식을 함께 들었잖소,”

  “네, 함께 들었지요. 그 소식에 아가스를 아리아에 보내도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건강도 완전히 회복 된 건지도 모르는데.......,”

  “폐하. 오늘 아침식사에서 아가스가 먹었던 양이 두 왕자보다도 많았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휀, 아르안.”

 황후의 목소리에 그 앞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두 왕자에게로 황제의 시선이 꽂혔다. 황제는 못마땅한 얼굴로 두 왕자를 보며 아니라 말하라며 어필했지만 두 왕자는 그런 황제보다, 그 옆에서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저들을 바라보는 황후의 눈빛이 더욱 무서웠다.

 “......그게......., 음,”

 “.......하하....... 저도 뭐 아직 우리 귀여운 아가스를 보내고 싶진 않은........ 아니, 갑자기 어머니의 눈빛을 보니 든든한 호위무사를 함께 보내면 또 어떨까.... 싶기도 하고.........,”

 “.........오, 마, 맞아요. 이안은 리더스 기사단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출중하니까요,”

 “이것들이.....”

 황제는 듣고 싶은 대답이 없어 얼굴을 푹 찌푸렸다. 옆에선 나지막이 웃고 있던 황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안이라면 자신의 목숨도 내놓을 기사지요. 게다가 한 제국의 공주로서 이제 책임감을 배워야 할 때라고 판단되옵니다. 저는 우리의 아가스에게 지혜를 주고 싶습니다. 폐하께서도 그러시지요?”

 그녀의 맑은 목소리에선 어쩐지 다부진 의견이 담겨 있었다. 무어라 반박할 말이 하나 없었다. 흐음, 하고 황제의 고민이 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귀엽고 예쁘니까 지혜 같은 건 필요 없지 않을까, 하고 유리한대로 생각하다가도, 또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아름다움과 지혜까지 모두 갖춘 황후의 모습을 아가스에게서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조금 누그러진다.

 “.........호위무사는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군. 궁에서야 한명이면 됐지만 아리아 신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좋은 생각 이예요.”

 “호위는 힘과 칼로 아가스를 지키지만 마법엔 속수무책이지. 호위자격으로 마법사도 함께 보낼 거야. 이왕이면 아가스를 잘 이해해주고 비슷한 또래였으면 좋겠군. 처음 낯선 곳에 가서도 쉽게 의지할 수 있게.”

 “현명하십니다, 폐하.”

 

 황후의 따뜻한 미소에 황제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왕자 둘은 진정 현명한 사람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지, 저 따뜻한 미소만으로도 황제의 마음을 돌리는 황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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