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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이세계의 아리아
작가 : 도연
작품등록일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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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인데 이유 있어? (5)
작성일 : 16-11-28     조회 : 400     추천 : 0     분량 : 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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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5화

 

 내 이름은 라즈나 베르사체.

 리더스 건국에 힘쓴 몇 대 위의 할아버지 덕분에 건국에 힘쓴 공작의 신분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빵빵한 집안의 재력 덕분에 남들은 평생 한번을 들어올까 말까한 황실 직계 가족과 귀족, 그중에서도 최고의 귀족들만이 다닐 수 있다는 황실 교육 유치원부터 나는 출발점이 달랐다.

  처음 유치원에 들어간 날, 철없는 귀족 아이들이 저들의 집 안을 자랑할 때 조용히 황실 직계의 바로 아래, 최측근을 말해주는 건국 공신 패를 보여주면서 그들을 말끔하게 제압해버렸다. 숫자 계산에서 1등, 빠르게 속독하기 1등,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먹기 1등, 가장먼저 등교하기 1등, 가장 먼저 하교하기 1등...... 1등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내 나이 다섯 살 때의 일이다. 애송이 코찔찔이에 기저귀나 갈아달라고 떼쓰는 동기들 사이에서 적당히 수준을 맞춰주기란 꽤나 고역 이였다.

  그때부터 나의 엘리트 생활은 시작되었다. 황실 중급 아카데미와 고급 아카데미의 과정까지 무리 없이 재학. 그 조차도 열다섯의 나이에 모두 마스터하고 조기 졸업했다. 황실 코스 중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였다.

  심지어 난 얼굴도 예뻤다. 진짜 내가 내 얼굴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좀 많이 예뻤다. 이제껏 살면서 내 얼굴보다 예쁜 여자를 못 봤을 정도라면 나의 미모가 설명이 될까. 몸매는 또 어떻고? 아침 7시면 일어나 우아한 클래식 음악과 발레로 하루의 시작을 열고, 밤 10시면 맑은 공기가 들어오는 테라스에서 아로마 향을 피워놓고 요가를 했다.

 

 “라즈나!”

 “마침내 완성했어.......,”

 

 “라즈나, 어디 있는 거냐, 라즈나!”

 “........라즈나........, 너 진짜........”

 한마디로 난 존나 짱이란 소리다.

 

 “이 녀석이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이렇게 조용 한 거야.......”

 “이 미친 미모........ 드디어......, 드디어!”

 보랏빛을 내는 마력석을 뽀얀 수증기가 나는 비커에서 꺼내니 그 빛이 내 미모만큼이나 눈부셨다. 기쁜 마음에 보호 집게로 집어든 보랏빛 마력석이 비커와 부딪히며 쨍- 하고 소리를 냈다.

 “헉,”

 안 돼, 이게 얼마짜리 연구인데. 이번엔 다시 조심조심 들고서 연구실 문을 여니, 스승님이 혹시라도 내가 투명 부스를 만들어 숨어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한 모양인지 투명 부스용 투시 안경을 쓰고 허우적대고 계신다.

 “스승님! 이걸 보세요. 제가 만든걸 보시라구요!!!!”

 “.........라즈나! 그렇게 불러도 대답 하나 없이, 아니, 그나저나 또 뭘 만든 게야, 내가 분명 나의 허락 없인 연구실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 예요, 이건 지난번의 실수와는 완전히 달라요, 이걸 보세요!”

 “이, 이게 뭔데, 이번엔 10미터짜리 바게트빵이라도 만들 참이냐!”

 “아니요, 아니요! 이건 방어마법용으로 만든 거예요, 삼중 방어막 이라구요, 지난번에 궁에서 거품으로 난리 난 걸 기억하시죠? 우연히 산책을 하다 그 거품으로 난리난 목욕탕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죠. 이름 하여 구해줘 버블버블!”

 “작명하고는......., 게다가 또 황실의 허락도 없이 황실의 마력석을 가져다가 실험을 한 게냐!!!!”

 “자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한번 봅시다. 보자 구요. 일단 보시면 달라지신다니까? 에헤이. 표정 풀고요, 스승님. 자자, 갑니다, 가요~”

 

 흡사 약장수와 같은 말투였다. 말과는 달리 스승의 허락을 구하려던 건 아니었는지, 제멋대로 마력석을 공중에 띄우기 시작한다.

 부우웅-

 연구실 안에 놓인 책들이 흔들릴 정도로 미세한 진동과 함께 라즈나의 손끝이 완드 작용을 하며 삼중의 보랏빛 투명한 유리막이 라즈나를 감쌌다. 은은하게 보라색을 띄우던 마력석은 그 중심에 서서 제 색을 더욱 진하게 만들며 붕붕 빛을 냈다.

 

 “.....오오.... 오오오!!!!!!!”

 제법 그럴듯한 모습에 미심쩍은 눈초리의 그의 스승은 손에 들고 있던 투시 안경까지 털그덕, 하고 떨어졌다.

 “오!!!!.......오........”

  부웅- 부웅-

 “오.......”

  부웅-......

 ......그게 전부였다. 보랏빛의 유리막에 감싸져있던 라즈나의 얼굴이 점차 빨개지는가 싶더니, 이내 보랏빛으로 변한다. 휘둥그레졌던 스승의 얼굴빛도 점점 차갑게 식어간다.

 “.......너 지금 숨 참고 있지.”

 스승의 차가운 목소리에, 그제 서야 헐레벌떡 유리막을 두드리는 라즈나다.

 깡- 깡-

 “푸에엑, 살려, 살려줘요, 스승님, 숨이, 숨.....!!!!”

 “......방어는 방어인데 무엇을 위한 방어냐,”

 “아니, 이거 진짜 장난 아니야, 나 지금 숨이, 꿰엑, 꾸르륵,”

 “혹시 삶에 대한 방어?”

 깡- 깡-

 “꾸어어억, 꾸르륵, 이 노망난 할방구야, 나 진짜 죽는다고!!!!!!! 꿰에에에엑, 꾸르르르르.....”

 “넌 내려와서 보자,”

 펑-

 결국 스승의 손짓에 라즈나를 감싸고 있던 커다란 유리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

 “누가 노망난 할방구야?”

  그와 동시에 긴 망토 안에 감싸져있던 노인이 뿌연 연기와 함께 기껏해야 30대 정도의 젊고 건장한 사내로 변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도 켁켁 대며 바닥에 널부러진 라즈나는 물, 무울, 하고 요란을 떨어댔다.

  “이렇게 잘생긴 할방구 봤어?”

  “물 좀 달라니까요, 그리고 그 이상한 할방구로 변장하는 취미는 어떻게 좀 하시죠, 스승님.”

  스승이란 남자는 따로 반박 없이 물 잔을 라즈나에게 건넸다. 그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라즈나가 그제서야 살만한지,

  “으으, 그 안이 진공상태가 될 줄이야, 누가 방어로 날 살려달라고 했지, 죽여 달라고 했나, 도대체 뭐가 문제야 이번엔? 짜증나 정말.”

 라즈나는 자신의 더러워진 옷가지를 탈탈 털며 투덜댔다. 분명 황실 학교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에 조기 졸업과 동시에 황실 연구소로 데려왔건만, 마력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그 매력에 흠뻑 바진 라즈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마력석을 이용한 실험을 해댔다.

  “그렇지. 지난번에도 사흘 밤낮을 밤을 세워가며 삼미터짜리 옥수수를 만들었지.”

  “.........그, 그건 내가 마을 기근을 우려해서 만든 거라니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 리더스 제국의 국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 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1년 내내 풍족한 강수량과 비옥한 토지로 풍작이 다반사인 리더스 제국에 꼭 필요한 마법이군?”

  “나참, 지금이야 풍족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구요! 가뭄이 언제 온다고, 기근이 오겠다고 예고장 날리는 거 봤어요? 그 실험은 비록 실패했지만.......! 무, 물론 이번 실험도 실패했지만요........, 마력석을 함부로 쓴 건 이번엔 진짜로 열심히 했단 말 이예요.....”

 “....뭐, 괜찮아.”

 “그러니까 이번만 봐줘요 다음번엔......! 에? 뭐, 뭐라구요?”

 “괜찮다고. 이제 곧 신전 아카데미로 떠날 테니 이 정도는 새로운 추억으로 묻어두지.”

 “.......잠깐, 그게 무슨 말 이예요? 신전 아카데미? 내가?”

 “응, 니가.”

 “아니, 내가? 내가 왜? 나 졸업했는데?! 나, 나 조기 졸업했는데? 그래서 나 여기로 취업했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엄마아빠가 저 황실 연구원 됐다고 주신 꽃다발이 채 시들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아가스 공주님께서 아리아에 있는 신전 아카데미로 가신다. 라즈나 네가 보필을 하러 함께 갈 거야. 그리고, 그 꽃은 마법을 걸어둔 조화니 당연히 시들지 않지.”

  “.......에?! 말이 돼?!?!거긴 이제 막 마법을 배우는 어린 애들이나 가는 곳이잖아?! 잠깐만, 뭐? 공주님 보필? 그런 거라면 나보다 훨씬 능력 좋으신 스승님이 가시면 되잖아요, 나는 여기 남아서 할 일이 얼마나, 얼마나 많은데......!!!!”

 “니가 여기 남아서 할 일은 없어.”

 “이, 있어요!”

 “없어.”

 “......있다니까! 잘, 잘 생각해보면 있을껄?! 있을 텐데!? 있어야만 할 텐데?!?!?!!?!?”

 이젠 거의 울 듯 우기는 라즈나의 목소리에, 단호하게 NO를 외치던 젊은 스승은 역시나 누가 리더스 제국의 황실 마법사 아니랄까봐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의 스승이, 무언가 생각난 듯 아, 하고 단말의 탄성을 냈다.

 “있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역시 있는 거지? 이곳에선 내가 꼭 필요 한 거지? 라즈나의 눈망울이 흡사 길 잃은 고양이마냥 애처로워지다가 다시 희망에 찼다. 그런 라즈나에게 그의 스승은 긴 손가락을 이용하여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 몇 장을 붕붕 띄워 그녀의 앞으로 내려놨다.

 

 [황실 마력석 사용 제한 안내서 – 해당 연구실은 지나친 마력석 사용으로 해당기간동안 마력석 사용이 제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황실 마법연구실 이달 배상 내역 – 해당 연구실의 연구로 인한 궁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부분적으로 부담하셔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황실 마법연구실 연구비 무단 사용 확인서 – 해당 연구실의 연구비 사용 내역 중 확인되지 않은 바가 있어 연구실 예산 총괄 기관에 들러 보고하셔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

 제 앞으로 놓인 종이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라즈나의 동공이 흡사 판게아가 갈라지는 지진강도와 같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아서 네가 그동안 저지른 이 모든 걸 책임지는 일이 있지.”

 그런 라즈나를 바라보는 스승의 눈에선 벌써부터 해방감이 묻어났다.

 

 “에엑?! 학교오오오?!?!? 내가 거길 왜가?! 안가! 지금 배우는 것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입학 거부자가 있었다. 아니, 그냥 예쁜 드레스 입고 산책하고 쇼핑하고, 구경하다가 오는 거 아니었어? 기숙사를 들어가라니? 이 좋은 궁을 놔두고?! 말이 돼?!?!

 

 “아가스 공주님. 황제의 명이십니다.”

 “안 가. 아버지는 내가 설득하면 돼.”

 

 “휀 왕자님과, 아르안 왕자님의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안 가. 오빠들은 내가 설득하면 돼.”

 

 미쳤어? 나 황녀야. 공주라고. 먹고 자고 놀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학교를 가?

 

 “......조금 있으면 황후께서 학교에 대해 일러주시러 오실 것입니다.”

 “안........, 어, 엄마, 아니, 어머니가......?”

 

 아가스의 입에선 앞에서와 그렇듯 선뜻 안가! 내가 설득하면 돼! 가 나오질 않았다. 리더스 제국의 황후는 그런 존재였다.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이상하게 그녀가 행하는 행동과 말에는 거절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무엇이든 옳은 말, 옳은 행동만 하는 지혜로운 황후임은 리더스 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자명한 사실 이였다.

 

 ..........아놔. 이건 진짜 예상도 못한 일인데?

 아가스의 동공 또한 판게아에서 갈라진 대륙 중 하나처럼 빠르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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