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정보를 캐고 다녔던 남자는 TV에 나온 남자였다. TV속의 그 사람의 외모 그리고 목소리에 반해 버렸다. 말하는 중간중간의 쉼 그리고 목소리의 고저 그리고 살짝 말하는 중간 곤란하면 웃는 그 웃음에 반해 버렸다. 나는 급히 그의 이름을 메모를 했다.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홍보과 과장이었고 나이는 31살이었다. 그때 나는 24살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내내 TV 리모컨만 만지작거렸다. 가슴이 뜨거워 졌다. 나는 그를 찾아 내지 않으면 안 될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단정 지었다. 그와 내가 이어진 인연의 끈을 나는 보고 있다는 강한 확신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늘 상 드는 생각이지만 사랑에 빠지는 그 과정에는 절대 떠 오르지 않았다.
가슴이 뜨거워 지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안 되었다. 집 밖으로 뛰어나가서 춤이라고 춰야 할 판이었다. 나는 뜨거워진 가슴을 식히기 위해서 일단 컴 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검색하고 31살의 나이에 할 만한 것 들을 생각 하고 분류하고 정리 했다. 나는 그의 이름을 검색 했다. 그는 인터넷의 바다에선 찾을 순 없었다. 어쩌면 그 바다가 너무 넓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의 회사 앞에 무조건 잠복을 했다. 내가 몇 일 째 회사 앞에서 잠복을 하고 있자니 경비 아저씨가 이상하게 봤다. 그때는 초짜 때 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알지 못 했다. 물론 지금은 폐차로 보일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을 장소의 최적 조건을 알고 있다. 이것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아닐까? 아무튼 나는 이틀을 잠복 했고 그의 차와 그의 집을 알게 되었다. 집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 그것은 결혼을 했는지 아님 혼자 사는지 그리고 부모님 과 같이 사는지 가족 관계 운이 좋으면 전화번화까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서툰 솜씨로 그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혼자 살았으며 고양이를 한마리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애인도 있었다. 그것은 나를 불행하게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에 대한 애정을 단숨에 끊을 수 있었다. 그의 애인은 근육질의 남자였다. 나는 쌍안경으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면서 그 두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키스 하는 장면을 목격 했던 것이다. 이 일의 좋은 점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어서 실패를 줄인다는 것이고 사람이라는 동물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나는 승부욕이 발동하는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래 너에 대해서 모든 걸 파헤쳐 주지 하는 생각……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진짜 사랑을 하기 힘들어 졌다. 너무 많이 아는 것은 사랑을 방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포기 했다. 눈에 누군가가 들어 오면 눈을 질금 감고 저 인간도 다 똑 같아 하는 생각을 했다. 노는 놀음에 돈 번다고 고등학교 동창이던 진숙이를 만나 그녀의 짝사랑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술이 얼큰하게 취한 나머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친구를 돕고 싶다는 정의감에 들떴다. 그것은 물론 취기 때문이었다. 진숙이 짝사랑 하던 사람은 회사 동료였다. 나에겐 대체로 쉬운 대상이었다. TV속의 남자도 아니고 길가다 만났던 사람도 아니므로 나는 그 것을 간단히 해치웠다.
나는 진숙이에게 뭐가 알고 싶냐고 물었다. 진숙이는 다 알고 싶다고 했다.
여자 친구는 있는지? 취미는 뭔지? 그 말에 네가 물어 봐 하고 말했다. 하지만 진숙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나 그 사람 얼굴도 못 쳐다 보겠어” 하고 말했다.
그 심정 이해 간다. 그래 맞다. 정말 좋아하면 얼굴도 못 쳐다 보게 되어 있다. 덜 좋아해야지만 말도 걸고 웃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런 심리를 전혀 모른다. 자기를 보고 샐쭉이 웃어주면 어라 나를 좋아하나 하고 생각을 한다. 이런 병신들
나는 종이에 진숙이 바라는 것들을 적었다.
“그리고 또 뭐?”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타입은 뭔지? 싫어하는 음식은 뭔지?”
요구 사항이 많았다. 나는 적어 나가다 펜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이럼 요금이 올라간다”
“뭐 요금 받을라고?”
내가 돈을 받는 다고 하면 내버려둬 하고 말할 만큼을 요구 했다. 그러나 진숙은 그 돈을 주고도 하겠다고 했다.
“너 정말 좋아하는 구나?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지”
나는 그때 그 일이 돈이 되는 구나 하고 느꼈다. 시간도 많이 들고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일이다.
잠복을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그 것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이 들며 사람 잡는 일인지. 그것을 밥 먹듯 하는 형사들이 기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나는 되도록이면 잠복 같은 미련한 쪽으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머리를 사용하는 법을 선택 한다. 이 일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지라 진숙이 때는 잠복을 하거나 또는 주변 사람을 만나는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고 나니 그런 일엔 설문지를 사용한다. 다시 생각 해봐도 잠복은 원시 적인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진숙이의 직장 동료에 대해서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려 주었다. 진숙이는 내가 전해준 정보와 몇장의 사진을 보고 그 남자를 포기 했다. 그 남자의 집에 너무 잘 살았기 때문에 지례 포기를 한 것이 었다. 그 남자를 포기 한다고 하면서 진숙이는 내가 앞에 있음에도 자신의 잔에 술 잔에 술을 부으면서 청승을 떨었다.
“왜 그래? 한 번 붙어 보지도 않고 포기를 하냐?”
나는 나의 앞의 잔에 찰랑거리는 맥주를 들이마시면서 말했다.
내 입에서 맥주가 보글거렸다.
진숙이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내가 말이야. 그 돈 너한테 줘가면서 까지 알아 봤는데 그 남자 내 짝이 아니야. 그랬음에도 포기 하는 내 심정은 어떤 줄 아니?”
나는 다시 입에 잔을 대고 말했다.
“돈 돌 려주리?”
“아니 싫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숙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후회 할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그렇지는 않고 꼭 자기 같은 인간을 소개 시켜 줬다. 그리고 5%만 줘 하고 말했다. 뭐 할 일도 없겠다 원래 그런 걸 좋아하는 지라 나로써는 좋은 제안이었다. 10% 도 아니고 5%지 않는가? 그래 뭐!!!
진숙은 그렇게 나와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말 했지만 나는 그것을 건성으로 들었다. 다만 실연 아닌 실연 당한 진숙이의 술 주정이나 오기쯤으로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이 후로 진숙이는 우리 팀의 영업 담당이었다. 영업담당이라고 해 봤자. 5%를 먹을 뿐이고 자기의 일을 하고 있으니까 부업쯤일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영업 따위는 필요 업게 되었다. 스스로 이 일은 자란 것이다. 이제는 규모가 커져서 의뢰를 감정하는 시간이 필요 할 정도가 되었다. 호기심으로 의뢰하는 단순한 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않는 정보 혹은 자신의 기대치에 충족이 되지 않는 정보라면 돈을 달라고 때를 쓰거나 고발하려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누가 물고 온 일이야 하고 진숙이와 나는 서로 책임을 전가 했지만 그것은 한번을 겪고 가야 할 필연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 일로 나는 신중해 졌고 신분의 철저한 비밀 보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일을 하기 시작 했다. 시작하기 전에 각서를 받아 두는 철저 함도 저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