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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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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어린아이 (3)
작성일 : 16-12-21     조회 : 73     추천 : 1     분량 : 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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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어린아이> (3)

 

 한진과 이야기를 마치고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방을 배정받은 현은 멍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손을 들어 집게 손가락을 펼쳤다. 그러자 동전만한 불덩이가 현의 손가락 위에 생겼다.

 

 사실 현이 자신을 괴물이라 여긴 이유의 대부분은 이 능력 때문이었다. 이것까지 한진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도 아직 그를 완전히 믿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겨우 14살의 어린 소녀였다. 하지만 현실을 일찍 깨달아버린 그녀는 또래 아이들보다 배는 어른스러워질수 밖에 없었고 그것을 잊기 위해 고아원에서 닥치는데로 책을 읽었다. 다행히도 고아원에서 한글을 가르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녀도 이 점에 대해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이 이유 하나 빼곤 감사할 일이 전혀 없다는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현은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였고 참다 못한 그녀는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탁 트인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뻥 뚫린 풍경에 현은 약간이나마 답답했던 가슴 또한 뚫리는것을 느꼈다.

 

 '..그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한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고아원 뒷산의 달맞이 꽃밭은 그가 어떻게 안거고 그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현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도 자신처럼 고아였던것인가? 하지만 전혀 그래보이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깔끔하고 꽤나 잘생겼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속에 어두운 무언가가 도사려 있다는것은 느꼈으나 겉으로 보기엔 전혀 아니었었다.

 

 날카로워 보였으나 언뜻 보면 시원한 이미지. 그의 날카로운 콧대가 그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주는듯 하였고 굳게 다문 입은 묘하게 색기 어려보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쌍커풀은 없으나 큰 눈은 깊이를 알수없는 미지의 옹달샘 같았다. 어두워졌다가도 차가워졌다가도 따뜻해지는 그의 시선.

 

 현은 탁 트인 야경과는 달리 각종 오염과 매연으로 인해 별이 안 보이는 탁한 밤하늘에 그의 얼굴을 그려보다가 피식 하고 웃었다.

 

 '..내가 도데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창밖에서 고개를 떼곤 발걸음을 옮겨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밀려오는 안락함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웠고 이내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밝은 아침 햇살이 새어들어오는 방임에도 불구하고 현은 도저히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한번도 누워보지 못했던 고급스럽고 푹신한 침대라서 그런지 그녀는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있었다.

 

 '우당탕탕!!'

 

 "이 놈의 망할 꼬맹이!!거기 서지 못해?!"

 

 "아악!!잘못했다고!!이 불곰아!!"

 

 "뭐..뭐??불곰?!너 오늘 딱 걸렸다. 이리 와!!"

 

 하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현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우음.." 하며 귀여운 잠투정을 하다가 이내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아..새로운 '집'에 왔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침대에서 나온 그녀는 방 안에 붙어있는 샤워실로 갔다. 방금 자다 일어난 탓에 머리가 부스스했고 잠기운 때문에 걸음은 비틀비틀 거렸으나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엽다는것을 현은 깨닫지 못하였다.

 

 샤워실에 들어선 현은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나왔다. 그리곤 졸린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나가자 왠 우락부락해보이는 한 사내와 자신보단 조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소년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방문이 열린 소리를 들은것인지 그 둘은 일제히 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눈을 끔벅거리다가 이내 누군지 깨닫고 우락부락해 보이는 청년이 현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아아..일어났구나?"

 

 ".....?"

 

 현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었으나 이내 그의 기운의 색을 보고 나쁜사람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으며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처음보는 낯선 사람이라서 그런지 완전히 경계를 풀지는 못하였다. 그 모습에 아까 소년에게 '불곰'이라 불린 청년이 사람좋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네가 현이지? 어제 보스가 12시 정각에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제부터 같이 살 애다'라고 통보해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꼬마 숙녀일줄은 전혀 몰랐는데? 하하!!"

 

 그의 말에 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얼굴은 어딘가 멍해보였고 벌게보이기도 하였다. 그 모습에 현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였으나 청년이 웃으며 소년에게 헤드락을 걸며 말하였다.

 

 "내 이름은 은 하루고 이놈은 내 동생인 은 하성. 이 놈이 괴롭히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처치해줄테니. 하하!!"

 

 현은 하루를 보며 참 잘 웃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하성이란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형을 노려보며 툴툴거리다가 이내 현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며 여전히 벌건 얼굴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16살 은현 중학교의 은 하성이다. 자..잘 부탁한다."

 

 "....?"

 

 "뭐..뭐해..안 잡아?"

 

 하성은 부끄러워 보였으나 꿋꿋이 손을 거두지 않고 내밀어 보였다. 현이 도저히 손을 잡지 않자 말을 더듬으며 그녀를 보챘다. 그러자 현은 예의 까만 눈으로 하성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이게..뭐야..?"

 

 현이 순수한 목소리로 악의 없이 묻자 하루와 하성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현은 하성이 내민 손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런 현의 반응에 하루는 웃음이 터졌고(박장대소 했다) 하성은 눈을 껌벅거리다가 현에게 물었다.

 

 "너..'악수'를 몰라..?"

 

 "'악수'...?아.."

 

 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아 하며 탄성을 터뜨리자 하성이 물었다.

 

 "너..설마 여태까지 악수를 한번도 안 해본거냐..?"

 

 설마 하는 하성의 목소리에 현은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성과 하루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하루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말하였다.

 

 "아니..뭐, 이제 겨우 14살인데 악수를 많이 안 해봤을수도 있지..안 그래?"

 

 "어?어..응..그렇지.."

 

 하루의 일리있는 말에 하성은 속으로 '그럴수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한 둘을 물끄럼이 바라보다가 현은 왠지 모르게 순진해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풋.."

 

 작지만 또렷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하루와 하성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렇게 작게 웃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워 보일수가 있을까 라고 둘은 생각하였다.

 

 이내 현은 아직까지 자신을 향해 내밀어져 있는 하성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곤 그들을 향해 한번도 지어본적 없는 환하고 깨끗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성에게 말하였다.

 

 "나도 잘 부탁해."

 

 그 치명적인 미소에 하성은 황급히 맞잡은 손을 떼고 얼굴을 가렸고 하루는 그런 동생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우리 동생한테 드디어 '봄'이 왔나보네~"

 

 "...시끄러. 닥쳐. 빨리 아침이나 차리시지..?"

 

 하성이 하루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며 위협적인 어투로 말하자 하루는 깜박 잊었다는듯이 호들갑을 떨며 황급히 부엌으로 향하였다. 거실에 단 둘이 남은 현과 하성의 사이에는 적막만이 흐를뿐 아무말도 없었다.

 

 그도 당연한것이 둘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고 현은 하성이 학교에서 만난 사교성있는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성은 그저 빨게진 얼굴로 현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빌었다.

 

 그러나 그때 현이 하성에게 다가갔다.

 

 "..하성 오빠?"

 

 ".....?!"

 

 현이 얼굴을 내밀며 그를 부르자 놀란 하성은 안타깝게도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현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괜찮아?"

 

 현이 순진한 표정으로 하성을 바라보며 묻자 안 그래도 빨간 얼굴이 터질듯한 홍시마냥 더욱 빨게졌다. 하성의 가슴은 누군가가 방망이로 때리는듯이 요란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하성은 낯선 자신의 상태에 왼쪽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현에게 말하였다.

 

 "..어..어..응. 괘..괜찮아."

 

 "그래?다행이다."

 

 현이 싱긋 웃으며 말하자 하성의 얼굴은 폭발할듯 하였으나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현은 그녀의 아몬드 형의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오빠는 하늘색이야. 그것도 아주 깨끗한."

 

 "....?"

 

 "그래서 좋아."

 

 난데없는 현의 공격에 하성의 입은 다물어질줄 몰랐다.

빌리이브 17-07-13 06:48
 
흥미롭네요. 계속 읽겠습니다.
공모전을 계기로 다시 돌아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한송이장미 17-07-14 13:43
 
감사합니다!! 빌라이브님도 무더위에 건필하시구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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