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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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어린아이 (6)
작성일 : 16-12-21     조회 : 52     추천 : 0     분량 : 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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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어린아이> (6)

 

 그렇게 둘이 사이좋게 발렌시아(valentia)를 한잔씩 다 동내고 바(bar)를 나오자 서늘한 초겨울의 한기가 둘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둘의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훌렀으나 현이 먼저 입을 열음으로서 둘 사이를 이어주고 있던 침묵이 깨졌다.

 

 "오빠."

 

 "응..?"

 

 "왜 그렇게까지 붙잡았던거야?"

 

 현의 예상치 못한 돌직구 질문에 하성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현은 단호한 눈빛으로 3년전과는 전혀 바뀌지 않은 맑은 검은 눈동자로 하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하성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아까 그 발렌시아(valentia) 꽤 맛있었지 않았냐??"

 

 "......"

 

 "꽤 부드러우면서 알싸한게 독특했지, 아주.."

 

 "오빠."

 

 하성이 현의 눈을 피하며 애써 말을 돌리자 현이 그를 나지막히 불렀다. 그러자 하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는것을 현은 보았으나 애써 무시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일부러 말 돌리려 하지 말고."

 

 "......"

 

 "왠만해선 아저씨의..아니, 보스의 명령에 토 달지 않고, 의문을 표하지 않고, 보스의 뜻을 거스르지 않던 오빠인데 갑자기 그런 행동을 했어."

 

 "...그건.."

 

 "그래, 말리는것 까진 이해가 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분명 오빠의 성격이라면 한번 잡고는 말았을 것을 무려 세번이나 나를 붙잡았어. 오빠가 사사로운 개인적인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는건 내가 더 잘 알아."

 

 현이 그렇게 말하자 하성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그 표정이 마치 형용할수없는 복잡한 표정이었기에 현은 인상을 찡그렸다.

 

 "오빠..?"

 

 "하..그래."

 

 하성은 자조적으로 이마를 쓸어올리며 웃더니 이내 굳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좋아하니깐."

 

 "..어..?"

 

 예상치 못한 답변에 현은 머리가 멍해지는것을 느꼈다.그러나 하성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더럽고 끔찍한 일을 시킬수 있을리가 없잖아."

 

 갑작스러운 하성의 고백에 현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하성은 픽 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왜..? 난 그래도 네가 눈치채고 있었을거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현에게는 그런 하성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그의 말과는 달리 하성이 자신을 그런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을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현이 멍한 얼굴로 복잡미묘해지는 머리를 애써 정리하려고 했을때 어느새 하성의 손은 현의 볼에 가있었다.

 

 "너 이외의 다른 여자들한테는 먼지 한톨만큼의 관심도 안줬다는거."

 

 "......"

 

 "..그렇게나 나를 봐달라고 애를 썼는데도 돌아온것은 거절이니.."

 

 "......"

 

 "막상 예상은 했었는데..이렇게 아플줄이야.."

 

 잘생긴 그의 두 눈에는 현이 눈치챌 만큼 눈물이 고여있었다. 처음보는 하성의 모습에 현은 차마 그를 매몰차게 대할수가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고 애절한 눈빛으로 자신의 바라보는 이 남자를 냉정하게 떼어낼수 있을만큼 현은 매정하지 못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능력으로 떼어낼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현은 의문을 품었다.

 

 '왜...? 왜지..?'

 

 현은 두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숙이는 하성의 행동에 아무런 제제를 할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과 현의 입술이 맞닿으려던 순간 하성이 멈췄다. 그리곤 그녀의 어깨를 아플만큼 감싸쥐며 물었다.

 

 "왜...?"

 

 "....."

 

 "왜 안 피하는거야.."

 

 "....."

 

 "..왜 밀어내지 못하는건데..?"

 

 그의 행동에 현은 자신 또한 계속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알게된 사실이라면 그가 이렇게 예고없이 다가오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머리가 텅빈듯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때 바(bar)의 뒷문으로 제거대상인 정치인이 나왔다. 그러자 현과 하성은 언제 다퉜냐는듯이 소리를 죽이며 바(bar)의 벽에 기댄체 소리를 죽였다.

 

 "어흐, 딸꾹! 어지럽군.."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나 굵었다. 그때 현이 벽에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자 하성이 붙잡았다.

 

 "...가지마."

 

 "놔."

 

 하성이 굳은 눈빛으로 그녀를 붙잡자 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뿌리칠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현이 매일 혹독한 훈련을 한다지만 여자인 그녀가 자신과 똑같은 훈련을 받아온 혈기왕성한 고등학생 남자의 힘을 이길수 없다는것을 알고 더욱더 인상을 찡그렸다.

 

 현은 자신을 못가게 꽉 잡는 하성의 행동에 다시 한번 말하였다.

 

 "놓으라고."

 

 "가지마."

 

 하성이 단호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말하자 현은 찡그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오빠, 이번 한번은 그냥 이렇게 어영부영하게 넘어갈수 있을지도 몰라."

 

 "......"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계속 이렇게 나를 붙잡으면 힘들어지는건 오빠야."

 

 "..상관없어."

 

 "첫번째 임무를 수행했으니 이제 계속 주겠지. 그럴때마다 오빠가 다 그 임무를 처리하게?"

 

 "그럴수만 있다면."

 

 하성이 결연한 표정으로 현을 바라보며 대답하자 현은 한숨을 쉬며 괜히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말에 현은 자신의 가슴이 떨리는것을 느꼈다. 이 미련할 정도로 착해 빠진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언제나 냉정하고 사리분별을 잘하는 현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혼란스러웠다. 상대는 하성이니 여기서 자신이 능력을 쓴다해도 함부러 발설을 하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을 붙잡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싶지 않다는 모순적인 감정이 자신을 짜증나게 하였다.

 

 두사람이 그러는 동안에 제거 대상은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에 들어있던 지폐들을 다 센것인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어둠을 전혀 깨닫지 못한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흙과 먼지가 묻은 옷을 탁탁 털어내었다.

 

 그때 하성이 살며시 현의 손을 놓더니 이내 소리없이 흥얼거리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간 하성이 남자의 동맥(動脈)에 칼을 찔러넣으려던 그 순간, 남자가 밟고 있던 지면위에 불길이 치솟았다.

 

 '화아악-!!'

 

 "으..으아아악!!!"

 

 갑자기 예고없이 자신의 몸을 휘감는 불길에 그는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몸에 붙은 불들을 끄게 하려고 요란하게 뛰어다니거나 옷을 벗으려는둥 소란을 피웠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바(bar)의 뒷문쪽에 놓아둔 소화기를 자신의 온 몸에 뿌렸으나 불길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더욱 더 강하게 치솟았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다행히도 바(bar)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주변에 인가 또한 없어서 그 끔찍한 비명소리는 아무도 모르게 어둠에 묻혔다. 그 잔인한 상황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하성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뒤에선 현이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두 손을 약간의 간격으로 떨어뜨린체 모으며 서있었다. 현의 인상은 점점 갈수록 찡그려져 갔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성은 아까보다 더욱 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현은 그 사실도 모른체 자신의 능력을 개방하는데만 집중하였다.

 

 그리고 몇분후, 소리치며 느껴지던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 남자가 쓰러졌다. 남자가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은 불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해.."

 

 "......"

 

 "그만하라고!!!"

 

 "..보스께서 되도록이면 사고사로 위장해 달라고 부탁하셨어. 그리고 왠만하면 흔적도 남기지 않는 편이 좋잖아."

 

 현이 조용한 목소리로 눈을 감은체 그에게 말하자 하성은 안 그래도 굳은 얼굴을 더욱 굳히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되도록이면.이라고 했잖아. 굳이 이렇게 까지 하면서 흔적을 없애지 않아도 되."

 

 "증거를 없애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야."

 

 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으나 하성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너 식은땀 흘리잖아."

 

 "......"

 

 "그리고..보스도 네가 이렇게 힘들면서 까지 하는건 원치 않을거야."

 

 그 말에 현의 몸이 움찔거렸고 이내 시체를 감싸던 불길이 점점 사그라 들었다. 불길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현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하성을 바라보았다.

 

 "......"

 

 "......"

 

 둘 사이에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으나 두사람은 피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현이 입을 열었다.

 

 "나는 오빠가 생각하는것 만큼 순진하고 깨끗한 여자가 아니야."

 

 "......."

 

 "그리고..이번이 첫 살인도 아니고."

 

 이어지는 현의 말에 하성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현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 끔찍한 능력으로 나는 5살에 살인을 저질렀어. 하지만 그것은 수수께끼의 방화사건으로 묻혀버리고 말았지."

 

 "....."

 

 "끔찍하지?"

 

 현이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물었으나 하성은 여전히 굳센 나무처럼 변함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현은 그 물음을 끝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자신에게 향할 하성의 경멸어린 눈빛을 예상하며 두 눈을 꼭 감았다.

 

 "..끔찍하네."

 

 하성의 말에 현은 몸을 떨었고 이어지는 질타를 예상하며 두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네가 끔찍한 만큼 나도 끔찍하고 네가 더러운 만큼 나도 더러워."

 

 ".....?!"

 

 예상치 못한 말에 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하성을 바라보았으나 하성은 무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너보단 내가 더 끔찍하고 더럽지."

 

 "......."

 

 "나 또한 네가 예상하지 못할만큼 더럽고 끔찍한 짓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어."

 

 "......."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것 만큼 나는 자상하고 착한 오빠도 아니고 말이야."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 말을 끝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현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서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

 

 그러나 어둠 사이에 누군가가 그 둘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소리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둘은 그때 당시에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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