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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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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어린아이 (7)
작성일 : 16-12-21     조회 : 50     추천 : 0     분량 : 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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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어린아이> (7)

 

 임무를 마치고 한진에게 가서 보고를 한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현은 멍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 손을 갖다대었다.

 

 부드럽게 자신의 입술을 감싸던 뜨거운 입술. 자신의 입안을 유린하며 정신없게 만들던 여지껏 보지 못했던 그의 모습. 거칠긴 하였으나 처음인 현을 배려해서 숨을 불어넣어주는둥 행동을 하였지만 그녀는 그것이 배려라는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렇게 거칠게 키스를 퍼붓다가 멈추고 약간의 간격을 둔뒤 다시 입을 겹쳐왔던 그는 처음 입맞춤과는 달리 부드럽게 달래는듯이, 그녀의 입술을 마치 달은 사탕을 먹는듯이 빨아들였었다.

 

 "..헉.."

 

 아까의 다소 농도 깊었던 하성과의 키스를 자신도 모르게 상상하던 자신의 모습에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곤 이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분명 처음이라서 이렇게 유난을 떠는걸거야.."

 

 현은 머리맡에 놓여있던 정사각형의 쿠션을 안고 몸을 옆으로 뉘였다.

 

 "..이상해."

 

 그 말을 내뱉은 현의 얼굴은 남들이 보면 알아챌수 있을만큼 빨게져 있었으나 현은 그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저 안고있던 쿠션을 더욱 세게 끌어안을뿐이었다.

 

 "..밀어내지 못했어. 진짜 바보같네.."

 

 그러곤 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내일 오빠를 어떻게 보지..그리고 또 아저씨를 보면 죄책감에 시달릴것 같았다.

 

 "...진짜 미쳤어.."

 

 붉게 물든 얼굴로 웅얼거리듯 중얼거리던 현은 이내 눈을 감았다. 그날따라 하늘은 유난히 어두웠다.

 

 .

 

 .

 

 .

 

 .

 

 .

 

 어느덧 시간은 바람을 타고 물 흐르듯이 흘러 또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4년이 지난 현의 미모는 더욱 더 물이 올랐고 그건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에서 완전히 성인 남자가 된 그는 매력적인 탄탄한 몸과 잘생긴 얼굴로 뭇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4년전, 입맞춤을 한 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성은 그 일이 마치 없었다는듯이 예전처럼 현을 대하였고 처음에 현은 당황해하다가 이내 그녀 또한 그를 오빠로 대하였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둘 사이엔 미묘한 벽이 생겼다.

 

 2년전'J 기업'앞에 생긴 조그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던 현은 들고 있던 책을 탁!소리 나도록 덮었다. 현이 들고 있던 책은 판타지 소설. 그녀는 의외로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설은 소실일뿐, 허황된 이야기라며 늘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걸까.."

 

 혼자 있을때면 이따금씩 드는 생각이었다. 매일 의뢰를 받고 어둠속에 몸을 숨긴체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기거나, 칼로 동맥을 찌르거나, 아니면 정 위험한 상황에는 능력을 쓰며 남의 목숨을 취하였다.

 

 피에 절은 자신의 모습을 볼때마다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애써 고개를 저으며 한진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러한 생각을 떨쳐내었다. 하지만 내면에 깊이 잠재 되어있던 불안감은 그녀가 혼자 있을때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그때마다 버릇처럼 창밖이나 벽을 멍하니 올려다 보곤 하였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밀려오는 고민들을 멀리 내쫓아버렸다. 그런 생각들이 수마처럼 자신을 덮칠때마다 현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하..."

 

 도서관에서 언제나처럼 멍을 때리고 있었을때 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서관이라 매너모드로 설정해 놓은 최신형 휴대폰을 들고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으로 이동하였다.

 

 화면에 뜬 발신자를 보니 비서였다.

 

 "여보세요."

 

 "현 아가씨, 사장님의 호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현은 다른말 없이 전화를 끊고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이곳은 'J 기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니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30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으나 그때 누군가가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

 

 "오랜만."

 

 엘레베이터에 올라탄것은 다름아닌 하성이었다. 그는 그의 매력적인 다갈색 눈을 반으로 접으며 현에게 인사하였으나 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하성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예상했던것인지 별말없이 어깨를 으쓱 거리며 엘레베이터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현의 시큰둥한 표정과는 달리 그녀의 두 볼에는 살짝 홍조가 어렸다는것을.

 

 이윽고 엘레베이터가 30층에 도착하자 현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한진이 4년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자 둘은 사장실에 안에 들어섰다.

 

 "이번 제거대상이다."

 

 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을때 무게가 실린 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의 프로필 목록을 주욱 살펴보던 현은 눈을 크게 떴다.

 

 "H 그룹 후계자...?"

 

 현의 입에 흘러나온 엄청난 인물에 옆에 서있던 하성이 굳은 얼굴로 서류를 뺏어들었다. 그리곤 인상을 팍 쓰며 서류를 책상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아니, 보스. 이제 정녕 미치신겁니까..?"

 

 전에 없던 하성의 직설적인 발언에 현은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고 한진의 얼굴 또한 굳었다.

 

 "아무리 저희 기업이랑 조직이 점점 망해간다고 해도 이런 터무니없는 의뢰를 받아들이다니..정말 제정신이 아니시죠??"

 

 하성이 거침없이 말하자 한진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그것을 눈치 챈 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하성을 말렸다.

 

 "오..오빠. 진정 좀 하고..보스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응?"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성과 한진의 표정은 풀어질줄 몰랐다.

 

 하성의 말대로 2년전부터 조직과 회사가 점점 기울어 가는 추세를 보였다. 그렇게 한진의 사업이 점점 눈에 띄게 세력을 잃어가고 있었을때 나타난것은 'H 그룹'이었다.

 

 H 그룹은 무서운 기세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진출하면서 사업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면 하성은 이렇게까지 흥분하지 않았을것이다. 그와 현은 국회의원이나 잘나가는 변호사, 사업가 할거없이 높은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들을 제거했던적이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H 그룹은 'J 기업'과 같이 밝은 사회에 나와있는것과 동시에 암흑세계를 거느리는 사람들이었다. 2년전에 새로 생긴 조직은 바로 '한일파'. '한일파'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나가더니 이내 국내의 유명한 조직들을 모두 다 차례차례 굴복시켰다.

 

 그렇게 이름있는 거대 조직들이 하나씩 다 무너져 가고 남은것은 '진한파'를 비롯해 겨우 3개의 조직이었다. 물론 이 세개의 거대 조직 가운데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가는 조무랭이 조직들도 있긴 하였으나 그런것들은 대부분 양아치들이나 건달들이 모인 삼류조직이었다.

 

 "..'류'가 그렇게 뒷처리를 잘한다고 하더군."

 

 한진이 손에 깍지를 끼고 현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녀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 말에 하성의 표정 또한 썩어들어갔다. 그는 한진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책상을 주먹으로 쾅!하고 내려치곤 그를 살기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현은 당신의 발닦개가 아니야.."

 

 "우리 조직에 들어온 이상 그정도는 해줘야지, 안 그래..?"

 

 한진이 눈을 휘며 말하자 하성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럼..설마, 당신..처음부터..?"

 

 하성이 믿을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으나 한진은 싸늘한 표정으로 자비없이 하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퍼억-!!'

 

 '쿠당탕..!!!'

 

 "크윽...!!"

 

 "오..오빠..!!"

 

 한번도 본적없던 한진의 폭력적인 모습에 당황한 현은 왼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고 있는 하성에게 다급히 다가갔다. 그때 한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사장실 안을 울렸다.

 

 "봐주는것은 여기까지다. 은하성..현에게 반하더니 이제는 눈에 뵈는게 없어졌나 보군."

 

 "...아직까지도 당신같은 인간 쓰레기를 믿고있는 현이가 불쌍하네..큭-"

 

 하성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훔치고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하였다. 그러자 그 말에 한진의 인상이 더욱 더 굳어지더니 책상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때 현이 한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하..할게요!!"

 

 "류 현!!"

 

 "......"

 

 "이 임무..하겠다고요. 그러니깐 제발 그만..하세요.."

 

 현이 끝내 눈물 한방울을 흘리며 한진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한진은 피식 하고 웃더니 풀어헤쳤던 소매 단추를 다시 메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기대하지. 그러나.."

 

 "....?"

 

 "..임무 실패는 '죽음'뿐이란걸 머리에 새겨두어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둘을 그대로 내버려 둔체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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