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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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어린아이 (8)
작성일 : 16-12-21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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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어린아이> (8)

 

 의뢰 날짜는 바로 다음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현은 거실 탁자에 놓여져있던 구급상자를 꺼내어 하성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아..아!!"

 

 "참아."

 

 하성이 아픔을 호소하자 현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무자비하게 하성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 바를뿐이었다. 그런 현의 모습에 하성은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것을 느꼈다. 그러나 현은 그것을 본것인지 뚱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였다.

 

 "..뭘 잘했다고 지금 웃는거야..이 인간아."

 

 "그럼 그런 말을 듣고 참냐? 그게 더 이상한거다, 이 미련한 바보 곰탱이야."

 

 "하여간 그 주둥이는 잘 놀리지."

 

 "아..아악!!사..살살해!!거기 완전 아프단 말이야!!!"

 

 "닥쳐."

 

 "..냉정해.."

 

 "한국말 이해못해? 그럼 영어로 해줘? Shut your mouth, you stupid."

 

 현이 미국 현지인의 자연스러운 본토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자 그 뜻을 알아들은 하성은 입을 삐쭉였다. 현은 소독을 끝마치고 아까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손길로 하성의 상처에 약을 살살 발라준뒤 거즈를 붙였다. 치료를 완전히 끝낸 현은 구급상자를 닫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 하성의 느닷없는 행동에 발걸음을 멈춰야만 하였다.

 

 "왜?"

 

 "현아, 진짜로 갈거야?"

 

 하성이 왼쪽 볼에 붙인 거즈와는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자 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까라면 까야지, 뭐..세삼스레.."

 

 "그 남자, 지금까지 널 이용한거야."

 

 "알아."

 

 "..배신한거야."

 

 "..알아."

 

 "현아..."

 

 하성이 애절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으나 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도..밉지 않아..?"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하성은 얼굴을 굳혔다. 둘이 아무말도 없이 그렇게 서있자 그는 현의 손목을 잡은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하성의 포옹에 현은 두 눈을 깜박였지만 그녀의 얼굴이 하성의 가슴팍에 묻힌 탓에 그에겐 현의 얼빠진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는 손을 들어 현의 머리를 달래는듯이 쓰다듬었다.

 

 "쉬이..."

 

 "......"

 

 "내가 널 봐온게 지금까지 몇년인데..내 앞에선 애써 강한 척 하지 않으려고 해도 되."

 

 "......"

 

 "..너..지금 울고 싶잖아."

 

 "오..."

 

 "아무짓도 안해, 그냥 이러고만 있을거야."

 

 "....오빠.."

 

 "..그러니깐..울어도 되..이 바보야."

 

 다정한 하성의 목소리에 현은 뜨거운 무언가가 자신의 속에서 올라오는것을 느끼고 두 팔을 그의 허리에 두르고 꽉 껴안았다.

 

 "흐..."

 

 현은 입술을 깨물며 터져나오려는 울음소리를 억눌렀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하성의 행동에 현은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모래성들이 와르르 무너지는것을 느끼며 그의 품안에서 생애 처음으로 마음껏 소리내서 흐느꼈다.

 

 "흐..으..흐아아아아!!!"

 

 그녀의 울음소리에 하성의 눈이 잠깐 커졌으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 위에 자신의 입술을 붙였다. 그리곤 천천히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은 그런 하성의 따뜻한 행동에 울컥해서 그를 더욱 꽉 안고 울었다.

 

 "...그래, 그냥 그렇게 울어."

 

 "...처음부터..흑..이럴려고..미워...진짜 미워..흐윽.."

 

 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하성은 그녀를 꼭 안아줄 뿐이었다. 그렇게 몇분뒤, 현의 울음소리가 어느정도 가라앉자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현이 울어서 잠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오빠는 내가 왜 좋은거야..?"

 

 "글쎄..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하나?"

 

 하성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하자 현은 왠지 모르게 얼굴에 빨게지는것을 느끼고 그의 품에 얼굴을 더욱 파묻었다. 그리고 스물스물 올라오는 알수없는 이질적인 감정과 함께 빠르게 뛰는 심장에 그녀는 눈을 깜박였다.

 

 '..왜..왜 이러지..?'

 

 갑자기 그의 품안에 있는것도 부담스러워진다. 부끄럽다. 그 생각에 얼굴이 새빨간 토마토마냥 빨게지자 그녀는 하성의 품안에서 나왔다.

 

 "왜 그래?"

 

 "아..아니야!!아무것도 아니야!!"

 

 현이 갑자기 당황한듯 빨게진 얼굴로 열심히 손을 저어가며 무조건 아니라고 부정하자 하성은 버릇처럼 한쪽 눈을 찡그렸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러는데..열 있어?"

 

 안 그래도 새하얀 현의 피부였기에 갑작스런 열로 인해 빨게진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것이 자신 때문이란걸 깨닫지 못한 하성은 찡그린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현은 그가 다가올수록 빠르게 뛰는 심장에 당황하여 소리쳤다.

 

 "오..오지맛!!"

 

 "뭐?"

 

 "오..오지마, 나 괜찮아. 음..그러니깐, 아!!작전!!내일 임무 수행해야되잖아!!방에서 작전 좀 생각하고 있을게. 알았지? 그럼!!"

 

 현이 속사포 같이 말을 내뱉고 자기 방에 쏜쌀같이 달려가서 문을 잠그자 그에 어이가 없어진 하성은 그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릴뿐이었다.

 

 "..쟤가 갑자기 왜 저러지..?"

 

 현이 당황하는것이 자신 때문이란건 꿈에도 모른체 그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됐었다.

 

 한편 문을 부서져라 닫고 문을 잠근 뒤 방에 들어온 현은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뭐지..?"

 

 울고 난 후로부터 그를 보기가 껄끄러웠다. 아니, 껄끄럽기 보단 부담스럽다고 해야 맞을것이다. 그에게서 떨어지자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심장에 그녀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곤 이내 다시 중얼거렸다.

 

 "..편한 오빠였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지..?"

 

 멍하니 버릇처럼 벽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현은 몽롱한 눈빛으로 자신도 모르게 하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살짝 곱슬진 그의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 장난스러우나 무표정을 할때 사나워 보이는 큰 눈, 시원스럽게 뻗은 코에 자신을 향해 좋아한다고 말해준 붉은 입술. 하나도 못난 곳이 없었다. 한진보다 잘생겼으면 잘생겼지 절대 꿀리지 않는 하성의 미모를 상상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던건지 깨닫고 두손으로 입을 막았다.

 

 "!!"

 

 '아니..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짝사랑을 해본적은 없었지만 연애 또한 해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은 책을 많이 읽었다. 물론 고전서적이나 문학책, 경제나 경영등등의 책들도 많이 읽었었지만 한때 중학교때는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었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다른책들에 흥미가 떨어지면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곤 하였다.

 

 그녀가 즐겨읽는 로맨스 소설에 서술되어있던 흔한 여주인공들의 감정이 자신에게 똑같이 느껴지자 현은 두손으로 볼을 감쌌다.

 

 "..뭐야..나 하성이 오빠를 좋아하게 된거야..?"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떠오르자 현의 입가에 헤실헤실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금까지 딱히 신경쓰진 않았지만 운동과 각종 훈련으로 인해서 각이 잡힌 그의 몸은 그 어떤 남자와도 비교할수 없었다. 적당하게 근육진 그의 몸은 보기 좋았고 방금 안겨서 울었던 그의 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4년전 자신이 그를 거부하지 못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처음부터 그녀는 하성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까칠하게 대하면서 유독 자신앞에서만 순해지는 그. 여지껏 자신 또한 그를 좋아한다는것을 인정해버리면 그와의 사이가 지금 같지는 않을거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해왔던 그녀는 내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해 왔었다.

 

 그리고 현은 깨달았다. 그를 좋아한다는것을 인정하여도 그와의 사이가 가까워졌으면 더 가까워졌지 멀어지지는 않을것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다니..이런 둔탱이."

 

 현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콩콩 때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곤 이내 두손을 다시 양 볼에 갖다대며 중얼거렸다.

 

 "..인기도 많고, 얼굴도 잘 생겼고, 성격도 좋고, 몸도 좋고."

 

 이미 콩깍지가 씌어버린 현의 눈에는 하성뿐이었다. 한진이 자신을 고아원이라는 어둠속에서 끌어올려준 은인이란 사실은 변치 않으나 또다른 암흑 구덩이로 자신을 내 몬 사람이란 사실도 변치 않았었다. 물론 킬러가 되기로 한건 자의 반, 타의 반이었지만 말이다.

 

 근 7년만에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깨달은 현은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바로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던간에 조직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눈꼬리를 휘었다.

 

 "그럼 고백은..이 위험한 임무를 끝내고 나서."

 

 기분좋게 씨익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 그녀는 책상으로 가서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그리곤 이번 임무에 필요한 무기들과 작전들을 주욱 써내려갔다.

 

 임무를 생각하면 조금 불안해져오긴 했지만 임무의 끝자락에 있을 해피엔딩에 그녀는 아무 걱정없이 웃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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