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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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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차원이동인건가요 (3)
작성일 : 16-12-21     조회 : 91     추천 : 0     분량 : 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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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 차원이동인건가요> (3)

 

 방금 자신이 귀신을 본게 아니라면 아까 그건 분명 '요정'이었다. 현은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번개같은 속도로 탁자에 놓여져 있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며 생각하였다.

 

 '소설속에 빙의된건가?아니..내 모습은 머리카락이랑 눈 색깔 빼고 다 그대로야. 아니면 환생 한건가? 아니지..환생은 죽었다가 다시 아기로 태어나는거잖아. 그렇다면..'

 

 깃펜으로 자신이 써내려간 것들에 주욱 가위 표시를 하며 현이 내린 결론은 바로 이거였다.

 

 "그럼 차원이동이네."

 

 눈을 뜨니 다른곳으로 이동되어 있었던데다가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된것도 아닌듯 하였다. 몸이 멀쩡한 이유와 모습이 살짝 바뀐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혼자서 계속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판타지 소설이 도움이 될줄이야.."

 

 침대에 누워 허탈한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리던 그녀는 품속을 뒤져 보았다. 죽기전에 소지하고 있던 무기들은 한일파와 싸우다가 다 써버린 탓에 그녀는 혈혈단신으로 이 세계에 떨어진것을 깨닫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성오빠...'

 

 그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왔다. 자신이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았던가? 하지만 자신을 두고 먼저 떠나간 그를 생각할때마다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갑자기 우울해지는 기분에 현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밖에는 하녀들과 하인들이 각자 도맡은 일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낯선 눈빛으로 바라보던 현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막상 발걸음을 옮기려 하니 이곳의 구조가 어떻게 되있는지 모르는데다가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 잡혔던 그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섰다.

 

 '어떡하지..?'

 

 방에만 있자니 하성오빠의 생각에 기분만 더 우울해질것이고 나가자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자리에 우뚝 선 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택은 꽤나 아니 상당히 넓었다. 벽에는 각종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그림들이 걸려져있었고 우아한 조각상이 여러개 놓여있었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큰 성에서만 볼듯한 세련된 아치형 계단이 있었다. 책과 컴퓨터에서만 보았던 풍경들을 실제로 보게 된 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한가득 피었고 일을 하던 하녀들과 하인들은 그 모습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택을 둘러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현의 모습은 감히 여신이라 표현할수 있을만큼 아름다웠고 그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듯 하였다. 그러나 하녀들과 하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손을 분주히 놀려야 되었다. 왜냐하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치형의 계단을 올라가던 현의 앞에 자신들의 또하나의 주인인 에릭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어?"

 

 "..정리는 다 된건가."

 

 현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에릭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그는 아까보다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택 인테리어가 정말 고급스러운데요?"

 

 깔끔하기도 하고. 라고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린 그녀의 모습은 꼬집어 주고 싶을만큼 귀여웠으나 에릭은 그저 무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 볼뿐 이었다. 그때 에릭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지?"

 

 "아...?"

 

 그가 정곡을 찌르며 묻자 현은 그제서야 생각났다는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허리까지 닿는 붉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베베 꼬며 딴청을 부리며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글쎄요..?"

 

 머리가 좋은 현이었지만 가끔가다 이렇게 핀트가 어긋 날때가 있었다. 한 문제를 집중해서 생각하다보니 중요한 결론이자 포인트를 놓쳐버릴때가 진한파에서도 꽤나 있었다. 그런 중요한 생각을 미처 못했던 현이 고개를 숙이며 축 쳐진 모습으로 공손히 두손을 모으며 서있자 에릭은 그녀 모르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래서 여자가 별로였다. 자립심이 약한데다가 언제나 남자를 의지하려고만 하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할줄 아는것이라곤 수다를 떠는것과 자신을 치장하는것, 그뿐이었다. 에릭이 점점 식어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을때 갑자기 현이 고개를 들어 그의 두손을 붙잡으며 외쳤다.

 

 "저..저를 당신의 시종이자 호위기사로 받아주세요!!"

 

 "...?!"

 

 그녀가 절박한 눈빛으로 그의 손을 부여 잡으며 말하자 에릭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이내 웃음이 그의 입을 비집고 나왔다.

 

 "큭.."

 

 "아니, 왜 웃는거에요..내 요구가 그렇게 우스웠나?"

 

 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며 물었으나 그는 계속 피식 웃을 뿐이었다. 현은 계속해서 웃는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듯이 현이 할줄 아는것이라곤 싸움과 어둠속에서 몸을 지키는것.

 

 요리도 청소도 바느질도 할줄 몰랐던 그녀로썬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J 기업에서 업무처리같은 것은 시간이 날때마다 한진을 도와서 했던적이 있었기에 조금은 도와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에릭의 생각은 달랐다. 딱 보기에도 가녀려 보이는 여자가 자신의 호위기사를 한다니. 시종까진 이해를 하겠으나 대륙의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그의 호위기사라니. 절로 어이가 없어짐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다시 그녀를 내려다 봤을때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진지한 사람을 앞에 두고 계속 웃을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는 표정을 갈무리하곤 그녀에게 말하였다.

 

 "나는 강하다."

 

 ".....!"

 

 "이 대륙에서 나를 이길 자는 몇 안된다. 그러므로 호위기사는 필요없다."

 

 정말로 그는 강했기 때문에 어느 누가 함부러 나서서 그의 호위기사가 되기를 자청한적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그 이유 때문에 호위기사를 둔 적이 12살때 빼곤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 현은 인상을 찡그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당신, 어둠속에 몸을 숨긴 자객들을 대적할수 있나요?그것도 여러명이라면요."

 

 "......."

 

 "아니, 뭐..방같이 공간이 좁은 곳에서 자객들이 나타나면 충분히 대적할수는 있겠지만 범위가 넓은 산속이나 숲, 혹은 사람이 많거나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는요?그래도 할수 있나요?"

 

 "......!"

 

 현이 도전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에릭의 표정이 살짝 깨지는 것을 보았다. 그에 그녀는 당당한 음성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할수 있어요. 당신을 노리는 자객들이 몇명이던간에 헤치울수 있을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어요. 어때요, 그래도 나같은 인재가 탐나지 않나요?"

 

 그녀가 자신있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자 에릭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대륙에서 그를 노릴만한 간 큰 인간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여느 여자들과는 다른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저절로 끌리는것을 느꼈다.

 

 그러나 말은 번지르르 하게 할수 있다. 무턱대고 그녀의 말을 믿기엔 그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할뿐더러 실력이 어느정도이기에 저정도로 자신만만한건지 알수 없었다.

 

 한편 겉으론 자신만만하게 말한 현의 등뒤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풍기고 있는 위압감과 살기는 자신의 예상을 벗어났었으나 애써 허리를 꼿꼿이 펴서 흔들림 없는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로썬 이 상황이 도박인거나 마찬가지였다. 도 아니면 모. 이판사판. 될대로 되라 였다.

 

 현이 말을 좀 부풀린 것도 있긴 하였지만 살기 위해선 뻔뻔해져야 한다는 상식이 그녀의 머리속에 틀어박혔기 때문에 그녀는 그의 팔을 슬며시 놓았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그때 말 없이 생각하고 있던 에릭이 입을 열었다.

 

 "일단..시종으로 받겠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현의 말투는 지극히 사무적으로 변하였으나 그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듯하였다. 그는 그녀에게 따라오라고 말한뒤 자신의 업무실로 향하였다. 그의 업무실에 도착한 현은 새로운 환경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을때 에릭이 말하였다.

 

 "글은 쓸줄 아는가?"

 

 "네, 전에 상사를 도와서 업무를 처리한 적이 몇번 있습니다."

 

 현의 말에 그는 마음에 든다는듯이 입꼬리를 올렸으나 현은 책상에 놓인 서류들을 보고 돌처럼 굳어버렸다. 꼬부랑 글씨로 씌여진 글귀들은 자신이 처음 본 글자였기에 이미 당당하게 글을 쓸줄 안다고 한 그녀는 속으로 절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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