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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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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차원이동인건가요 (4)
작성일 : 16-12-21     조회 : 56     추천 : 0     분량 : 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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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 차원이동인건가요> (4)

 

 속으로 답이없던 자신의 행동에 현이 울쌍을 짓고 있었을때 에릭이 그녀에게 서류 한장을 내밀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서류는 건내받은 현에게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종이속의 글자가 갑자기 꾸물렁 거리더니 이내 순식간에 한글로 바뀌었다!

 

 '이..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에 당황한 그녀는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아무로 살펴보아도 평범한 종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이상한 현의 돌발 행동에 에릭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지금 뭐하는거지?"

 

 "아..아니, 그게...아닙니다."

 

 현이 당황하여 말을 더듬거리며 서류를 그에게 돌려주자 그는 살짝 인상을 찌뿌리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자신 또한 현이 내민 서류를 자세히 보았으나 그저 평범한 서류이자 종이일 뿐이었다.

 

 '이 여자는 도데체..'

 

 그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일단 오늘은 피곤할테니 방으로 들어가서 쉬어라. 내일은 저택의 구조와 영지의 지리를 익히도록 하고 일은 그 다음날 부터 시작해라."

 

 "네..알겠습니다. 그럼."

 

 그의 말에 그녀는 예의바르게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한뒤 업무실을 빠져 나오려던 순간 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아, 잠깐."

 

 "....?"

 

 그가 자신을 부르자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던 현은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곤 서류가 가득 쌓인 책상으로 다가가 거기에 놓여진 작은 종을 울렸다. 그러자 잠시후, 업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들어오라 명하자 문을 노크한 한 사람이 조심스레 방안에 들어섰다.

 

 "에샨, 그녀는 이틀후 부터 내 시종으로써 일하게 될것이다. 그러니 내일 네가 이 저택의 구조를 알려주어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을 배정해주고 옷을 빌려주어라."

 

 "네, 도련님."

 

 다갈색 머리의 총명해 보이는 하녀가 그의 말에 허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대답을 하자 그가 책상에 가득 놓인 여러장의 서류중에 한장을 들어 그것을 읽으며 에샨이라는 여자에게 말하였다.

 

 "이만 물러가도록."

 

 그러자 에샨은 다시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한뒤 말없이 서있는 현에게 나가자는 무언의 눈짓을 보냈다. 눈치가 빠른 현은 곧바로 그 의미를 알아채고 그녀를 따라서 업무실을 나왔다.

 

 업무실에서 나온 현은 에샨을 따라서 복도를 걸었다. 현이 넓은 복도의 벽에 걸린 그림들과 조각상들을 감탄하며 바라보자 에샨은 미소를 짓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아까 대단하던데? 도련님의 살기에 맞서다니..아주 멋졌어."

 

 "네..?"

 

 "거기다가 호위기사가 되겠다니..아까 그 모습에 반한 하인들이 여럿이었어."

 

 물론 그중에 하녀들도 있었지만. 라고 장난스럽게 중얼거리는 에샨을 보며 현은 어색하게 웃을뿐이었다. 확실히 아까 그의 몸에서 풍기던 위압감과 살기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살아야 겠다는 원초적인 본능 때문일까? 뻔뻔한 얼굴과 언변으로 밀고 나가니 어떻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반한 '하녀'들까지 있다니..그 말에 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때 에샨이 그녀의 투명한 녹안을 들어 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이름이 뭐야? 어디서 온거고?"

 

 "아..제 이름은.."

 

 에샨의 물음에 현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또한 자신의 이름을 물었을 때에 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이스타샤'라고 하였다. 이름을 말하려니 멍해지는 정신 가운데 단호한 한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아까 그건 뭐였지?'

 

 현이 자리에 우뚝 서서 굳은 얼굴로 생각에 빠진듯 하자 에샨이 그녀를 불렀다.

 

 "저기?"

 

 "네?아.."

 

 그러자 정신을 차린 현이 눈을 깜박이며 그녀를 바라보자 에샨이 베시시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아, 부담스러우면 나중에 천천히 알려줘도 되."

 

 "아니, 그게 아니라..잠깐 뭐가 생각 나서 그랬어요,"

 

 현이 다시 어색하게 웃으며 에샨에게 말하자 에샨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래? 그럼 나 먼저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에샨'. 이 저택의 시녀장이야. 아직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먼저 반말 써서 미안해. 전부터 새로 들어온 신참들의 부담을 풀어주려고 친근하게 반말을 쓰기 시작했었는데 버릇이 되서.."

 

 "아, 아니에요. 제 이름은...'류(Ryu)'예요.."

 

 "에? '류(Ryu)'? 이름이 참 특이하네."

 

 그녀의 말에 현은 하하 웃을 뿐이었다. '류(Ryu)'는 알다시피 그녀가 진한파에 있었을적에 불렸던 조직명이었다. 진한파에선 조직명을 부여받는 순간 임무중이 아니더라도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잠시 어두운 표정으로 회상을 하던 현을 에샨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류..괜찮은거야? 아까부터 표정이 어두운데.."

 

 "아, 괜찮아요. 잠시 옛 생각이 나서.."

 

 그녀의 말에도 에샨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통성명을 마쳤을때 둘은 방 문 앞에 도착했다. 에샨이 앞치마에 달린 주머니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더니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문을 땄다.

 

 그러자 문은 거슬리지 않는 소리를 내며 열렸고 에샨은 방안 곳곳에 놓인 등불에 불을 붙여 환하게 하였다. 불을 다 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현에게 말하였다.

 

 "자, 이곳이 이제 네 방이야. 아무래도 도련님의 직속 시종이라서 도련님 방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배치했어."

 

 "아, 네."

 

 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에샨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넌 참 대단하단 말이야."

 

 "네?"

 

 그녀의 말에 현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 묻자 에샨은 살짝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현에게 말했다.

 

 "우리 도련님이 워낙 까다로워서..전에 직속 시종을 맡았던 하인들 모두 다 한달을 못 넘겼거든.."

 

 에샨의 말에 현은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그때 현은 어디선가 종이 울리는듯한 환청을 들었고 그것은 마치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암묵적인 암시인듯 하였다.

 

 자신의 말이 그렇게나 충격적이었을까. 자리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린 현을 보며 에샨은 그녀가 마치 아주 정교하게 다듬어진 여신의 조각상 같다고 생각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그럼 잘자.'라고 인사를 한뒤 방에서 나갔다.

 

 그러나 현에겐 에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아무도 듣지 못할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죽기까지야 하겠어.."

 

 

 * *

 

 한편 현과 에샨이 업무실에서 나가자 휴식용 소파에 앉아서 한숨을 돌리던 에릭이 서너개의 서류를 훑으며 누군가를 불렀다.

 

 "...센."

 

 "..부르셨습니까."

 

 그가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조용히 누군가의 이름은 읇조리자 놀랍게도 탁 트인 테라스에서 온 몸을 검은 색으로 도배한 사내가 나타났다. 아무 기척없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체 어둠속에서 나타난 사내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스타샤. 라는 여자에 대해서 조사해와라."

 

 "..알겠습니다."

 

 센이라 불린 남자가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뒤 다시 모습을 감추려고 하자 에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 그에게 말하였다.

 

 "..요즘 메이베른 왕국이 조용하더군."

 

 아스탈리아 왕국의 적대국인 메이베른 왕국은 틈만 나면 도발을 하기 일쑤였는데 이맘때면 또 다시 터져야될 시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발은 커녕 사소한 시비조차 걸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그가 센에게 물었다.

 

 "..수상한 움직임은 없나?"

 

 "..아직까지는 조용합니다."

 

 센의 조용한 대답에 에릭은 들고있던 서류를 앞에 놓인 탁자에 내려놓고 날카롭게 빛나는 두 눈으로 벽에 걸린 대륙의 지도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고요한 물은 깊은 법이지만 조약돌을 던지면 일렁이는게 변함없는 순리지. 나름 머리를 쓰는듯 하지만 쥐새끼마냥 숨어서 그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애써 굴리려는게 참 우습군."

 

 "......."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자신의 주군은 언제나 냉철했다. 그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문제가 있다면 날카롭게 그 요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반면에 존경스러운 이기도 하였다.

 

 센은 어둠 가운데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자신의 주군의 붉은 눈을 응시하며 생각하였다. 그때 에릭이 탁자에 놓여져 있는 서류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내 무자비하게 그것을 찢었다. 그리곤 붉은 눈으로 이미 제 명을 다해 바닥에 흩어진 종이 쪼가리들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하였다.

 

 "..하지만 겁 없는 쥐새끼들은 탁한 웅덩이에만 있는게 아니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건가..큭."

 

 "...셀리아 백작가(家)에서 혼담을 보냈었다고 들었습니다."

 

 센이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그에게 묻자 에릭은 가소롭다는듯이 탁자에 놓인 고급스러운 질감의 편지 봉투를 감정없이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내가 응할거라고 생각하는가."

 

 에릭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센은 살짝 미소를 지은 얼굴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였다.

 

 "그럴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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