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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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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貴人)들과의 만남 (1)
작성일 : 16-12-21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3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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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인(貴人)들과의 만남> (1)

 

 보이는것을 못본체 하기란 쉽지 않다. 현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둘째날 이후로 더욱 더 선명하게 들리고 보이는 정령들에 그녀는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정령들은 현이 지나갈때마다 그녀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그것은 업무 시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는것이 정령이요, 밥을 먹을때도 보이는것이 정령이고, 또 일을 할때도 보이는것은 정령, 눈만 뜨면 사방에 보이는것이 정령이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요즘엔 눈만 마주치면 저희들끼리 수근거리더니 자기가 물어보면 귀신을 보듯이 냅다 도망을 치는것이었다.

 

 '아니,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한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놓고 귀신-혹은 괴물- 취급을 받으니 이것 또한 억울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어릴적에 빼곤 꾼적이 없던 기묘한 꿈을 최근에 다시 꾸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재의 자신의 붉은 머리칼보다 더 강렬한 머리칼의 소유자인 여성이 자신을 향해 팔을 벌리고 오라는듯이 손짓을 하는 그런 꿈. 그러나 꿈에선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용을 써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멀어지면서 그녀의 주위에 다른 기묘한 존재들이 그녀를, 자신들을 기억해달라고 외치는것이었다. 그렇게 용을 쓰다가 꿈에서 깨곤 하였다.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또렷해지는 꿈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날때마다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몇일전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업무실로 나와서 에릭의 앞으로 올라온 서류들을 정리하고 일정들을 보고한뒤 그를 따라 산처럼 쌓인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얼마전 그는 그녀의 업무처리 능력이 보통 귀족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그의 앞으로 올라오는 몇몇 가벼운 서류들은 그녀가 처리하도록 하였다.

 

 그날 또한 여느때와 같이 정령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것을 바라보다가 일을 하던 도중에 정령들의 수다 내용을 살짝 듣게 되었다.

 

 '...저 인간 아이가..?'

 

 '응응, 그렇다니깐?!'

 

 '그분의...?'

 

 '응응!!'

 

 '조용히 좀 해!잘못하면 저 인간 아이가 듣겠어!!'

 

 '이크, 조용조용.'

 

 '쉿쉿.'

 

 이건 또 뭔 소린지. 현은 그 내용이 자신의 꿈과 연관 되있다는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나중에 정령들에게 물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에 집중을 하였다. 그럴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다시 정령들의 대화 내용 때문에 그녀는 종이 위에 찍고있던 도장을 삐끗 하고 말았다.

 

 그녀의 사색이 된 표정을 우연히 보게 된 에릭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나?"

 

 "아,아닙니다. 제가 저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고 일을 하다가 그만 도장을 잘못 찍어서 그런겁니다...잘못 인장을 찍은 서류는 다시 복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에릭이 언사에 대해 꽤나 관대한 편이라는것을 알게된 후로 말을 높이되 전과는 달리 스스럼 없이 말할수 있게 되었다. 보기 드물게 업무 도중에 당황한 그녀의 모습에 에릭은 이상하다는듯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서류를 향해 눈을 돌리며 말하였다.

 

 "몸이 피곤하다면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된다. 원래 나 혼자 하던 일이었으니 하루정도는 괜찮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에릭에게 대답을 하고 도장을 잘못 찍은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다시 장난스럽게 말하는 정령들의 말을 듣게되었다.

 

 '저기 저 여자한테 장난을 치자고?'

 

 '재밌겠다!!'

 

 '가자가자'

 

 정령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가리킨 여자는 다름이 아닌 에샨이었다. 정령들은 말이 떨어지자 마자 행동을 개시하였고 그것을 본 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현이 갑자기 나가려고 하다가 돌처럼 굳자 에릭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현은 결연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책상에 내려놓고 에릭에게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지 않은것 같군요. 딱 30분만 아파서 쉬겠습니다."

 

 "......?"

 

 물음이 담긴 에릭의 얼굴을 못 본체 하고 현은 업무실의 테라스로 나갔다.

 

 "후우..."

 

 숨을 내쉬고 뒤로 물러선 다음 달리면서 지면을 향해 뛰어 내렸다. 본의 아니게 그 황당한 광경을 보게 된 에릭은 안전하게 착지한 후 다시 전력질주를 하는 현을 잠시 멍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웃음이 그의 입을 비집고 나왔다.

 

 "큭..."

 

 정말 그녀는 알다가도 모를 여자였다. 업무실은 저택의 3층에 위치해있었고 왠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는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여자였다. 그녀는 익숙하게 착지를 하여 저멀리 에샨이 있는곳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귀족 영애들과는 달리 양파처럼 새롭고-가끔은 황당한-모습을 마구 보여주니 그는 하루하루가 유쾌했다.

 

 웃음을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보다 그리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몇일전부턴 점점 편하게 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12살 이후로 굳어있던 안면근육이 그녀로 인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무례하게 군적은 이번을 포함해서 딱 두번이었지만 왠지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그녀를 본 순간 믿고 싶었다. 어떠한 의미로 그녀를 믿고 싶다는건지 자신 또한 현재로써도 의문이지만 그는 자신의 몸에 맞추어 제작된 편안한 업무실의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군.."

 

 그녀로 인해 얼마나 더 자신이 변하게 될지 의문인 그는 아무도 모르게 기대감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 *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난간에서 뛰어내릴 시도는 커녕 생각조차 못할터인데 이미 일반인의 경지를 뛰어넘은(?) 현은 자신이 이상하다는것을 못 느낀체 그대로 달려서 에샨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이 도착했을때 상황은 이미 종료되어있었다.

 

 "꺄아아악!!!"

 

 정령들이 아무도 모르게 재빠르게 파놓은 구덩이에 빠진 에샨은 누가 뿌린것인지 모를 물을 흠뻑 뒤집어 쓴체 멘붕 상태에 빠져있었다.

 

 "에샨씨!!"

 

 현이 놀란 눈을 크게 뜨고 구덩이에 빠진체 주저앉아있는 에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류우우..."

 

 에샨이 눈물이 그렁그렁 맻힌 눈으로 현을 올려다보자 현은 내민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서 자리에서 일으켰다. 그리곤 엉망이 된 그녀의 옷을 손으로 털어주며 말하였다.

 

 "죄송해요, 제가 빨리 왔어야 됬는데.."

 

 "응?아..아니야. 그냥 내가 재수가 없었던거지.."

 

 에샨이 애써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으나 현은 그런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일단 저한테 기대세요. 방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에?아,아니야!괜찮아!!심하게 다친것도 아니고 말야."

 

 에샨이 친절한 그녀의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말하였으나 현은 엉망이 된 그녀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표정을 굳혔다. 그리곤 몸을 숙여 그녀의 긴 치맛자락을 살짝 걷어 왼쪽 발목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아..아!!!"

 

 "이런..심하게 부었군요. 넘어지면서 발목을 삐었나봐요."

 

 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에샨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은 갑자기 붉어진 그녀의 얼굴에 몸을 일으켜 손을 그녀의 이마에 갖다대며 여전히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하였다.

 

 "차가운 물 때문에 열이라도 오른건가요?감기나 몸살이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아..아니야!!괘..괜찮아!!"

 

 에샨이 격하게 붉어진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하였으나 현은 그 말을 들은체도 하지 않고 "..빨리 응급 처치를 해야겠군요."라고 중얼거리더니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왓!!!"

 

 "조금만 참으세요. 저도 시간이 얼마 없는터라 빨리 가려면 이 방법이 제일 적절한것 같아서요. 꽉 붙잡으세요!"

 

 그렇게 말하고 현은 에샨을 일명 공주님 안기로 안은체 그녀의 방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에샨은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반할것같은 그녀의 젠틀한 어투와 매너있는 행동에 속으로 의미없는 한숨을 쉬며 생각하였다.

 

 '...진짜 류가 남자였다면 한눈에 반했을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님 아쉬워해야하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은체 도수가 있는 안경을 쓴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진짜 사기야. 사기..어떻게 사람 얼굴이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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