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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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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생각처럼 드라마틱하지 않다 (3)
작성일 : 16-12-21     조회 : 163     추천 : 0     분량 : 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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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는 생각처럼 드라마틱하지 않다> (3)

 

 시간은 흘러가는 냇가의 물흐름 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 에릭과 현이 몽쉐르 왕국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그러니깐 황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황제폐하와 황태자 전하께 인사를 드리고 그곳에 있는 마법진으로 통해서 간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두손 가득 짐을 든 현은 힘들다는 기색 하나없이 너무나도 태연하다는 얼굴로 에릭에게 묻자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금같이 마법사들이 귀한 시점에선 마법진은 황족들과 몇몇 고위 귀족들밖에 이용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현은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마법진의 가치가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혹은 재략가들의 전용기쯤으로 대략 이해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차에 짐을 싣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현은 마차의 짐 싣는 칸에 가서 짐을 실었다. 귀족이 가져가는 짐이라고 치기엔 양이 꽤 적었으나 에릭은 쓸데없는 곳에 사치를 부리는 성격이 아니기에 자신들의 주인님의 그러한 점을 찰떡같이 아는 하녀들과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격을 원만하게 아는 현은 간단명료하게, 딱 필요한 것들만 싸서 에릭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러이러한 물품들과 옷가지들만 짐으로 쌌다고 보고하니 에릭은 그날도 바쁘게 서류에 서명을 하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러한 그를 보며 현은 생각하였다.

 

 '..최소한 잘했다 라거나 수고했다 라고는 해줄수 있지..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차곡차곡 모아둔 서류를 책상에 탁탁 치며 가지런하게 정리하다가 몸을 경직시키고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와..미쳤나봐, 나 지금 서운하다고 생각하는거야..?"

 

 안돼, 안돼. 정신 차리란 말이야, 류 현.

 

 고개를 도리질 하며 방금 든 생각을 애써 떨쳐버리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날은 그녀답지 않게 그 앞에서 마냥 어색하게 굴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짐을 마차에 다 싣고 몸까지 귀족 마차 특유의 고급스러운 의자에 편안히 앉히고 그가 모르게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에휴..류..정신 차리자..'

 

 "류우우-!!!!!"

 

 마차가 떠나기 일보직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차의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현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보니 에샨과 레아가 보였다.

 

 "에샨씨..?레아씨..?"

 

 "어떻게 말도 안하고 그냥 갈수가 있어!!최소 이주일은 있다와야 하는거잖아!!"

 

 "맞아맞아, 어떻게 그냥 가려고 할수가 있어?!"

 

 아, 내가 말을 안 해줬던가. 분개하는 두 여인들 틈에 어색하다는듯이 볼을 긁적이며 현은 입을 열었다.

 

 "..간다고 일주일 전에 말했는데..."

 

 ".....장난하나.."

 

 ".....죽을려고.."

 

 누가 가족 아니랄까봐 살기를 내뿜으며 동시에 말을 내뱉는것도 똑같았다.

 

 그러나 그때 뚜벅뚜벅 익숙한 구두굽 소리가 들려오자 불같이 분개하던 그녀들은 몸을 돌려 마차를 등지고 서서 언제 화를 냈냐는듯이 정확히 90도 각도로 자신들의 도련님께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소름이 돋을듯한 고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 부디 아무 위험없이 무탈하게 잘 다녀오시기를 기원합니다."

 

 "......"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대답을 마친 에릭은 마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 모습 본 현은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그녀들에게 말하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조심히 다녀와야해.."

 

 "무사히 다녀와.."

 

 화난 기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울먹 거리며 말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얼굴에 전에 없었던 다정한 미소를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꼭, 도련님과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랴-앗!!!"

 

 "히히힝~"

 

 말을 끝마치자마자 마부가 채찍으로 말을 내리쳤고 그에 마차의 바퀴가 굴러가면서 여행의 시초를 알렸다.

 

 어느세 자신의 집이 되어버린 스피니아 가(家)에 잠시동안의 안녕을 고하며 그녀는 머리를 편안히 마차의 벽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때 어이없다는듯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마차 안을 메웠다.

 

 "누가 보면 죽으러 가는줄 알겠군."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게 이곳 사람들의 좋은 점이죠. 라는 뒷말을 꾹 삼키고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숨을 내뱉었다.한동안 마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현은 팔짱을 끼고 마차의 벽에 머리를 기댄채 눈을 감고 있었고 에릭은 책을 펼쳐서 읽고 있었다.

 

 두사람 다 원채 말이 없는 성격이라 마차 안은 이야기 소리로 가득 채워질 거라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현은 살며시 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에릭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언제부터 이리 냉철해진걸까. 한 귀족가(家)의 후계자로써 얼마만치 무거운 짐들을 이고 세상을 살아가는것일까.

 

 에릭 스피니아 라는 사람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었다. 이것이 괜한 관심일까. 하지만 궁금하면 물어보는것이 정석. 현은 조심스레 입을 열어 자신의 앞에 품위를 잃지 않고 앉아있는 그에게 물었다.

 

 "에릭님은..."

 

 "....?"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없어지신 건가요?"

 

 여전히 두눈을 가볍게 감은체 물은 현은 에릭 또한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하였다.

 

 "처음부터 이랬다."

 

 "설마..아, 하긴.."

 

 현은 쿡쿡 웃으며 납득이 간다는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그녀의 반응에 에릭은 읽고있던 책을 덮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의미지?"

 

 "글쎄요..어린아이는 항상 어렸을때 밝다는 편견이 사람들은 늘 가지고 있다는게 좀 웃겨서요."

 

 "......"

 

 "뭐, 후천적으로 어떠한 이유 때문에 말이 없어지는 아이들도 있고 선천적으로 원래 말이 없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항상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니 참 인간이란 생물은 어리석고 간교하구나..라는 의미?"

 

 후훗-웃으며 말하는 현의 모습은 이 세상 어떤 남자라도 다 홀릴수 있을 만큼의 매혹적인 모습이었으나 에릭은 표정을 굳히고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

 

 "설마요, 그럼 제가 유령이게요?"

 

 감았던 눈을 뜨고 입가에 호선을 그린 그녀가 말하였다.

 

 "글쎄요..지금으로썬 저도 저에 대해서 뭔가를 확실하게 말해드릴수는 없네요. 저도 다 까먹고 있는 상태라서요."

 

 "까먹어?"

 

 "다만, 이 점 하나는 말해드릴수 있어요. 저는 이 세계 사람은 맞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요."

 

 고급 마차라지만 마차의 특성상 어쩔수 없는 흔들림에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현은 목이 뻐근해지는것을 느끼고 기댔던 머리를 떼고 목 주변은 손으로 주물렀다. 알수없는 그녀의 말에 에릭은 살짝 미간을 찌뿌렸으나 이내 덮었던 책을 다시 피며 책에 집중하는듯 하였다. 그러나 에릭은 그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너는..."

 

 "......"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하겠지만 나 역시 너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다."

 

 "피차일반이네요..저도 에릭님이랑 똑같거든요.."

 

 현은 피곤한지 눈을 깜박이며 잠겨가서 흐릿해지는 목소리로 천천히 눈을 감으며 대답하였다.

 

 "...저도..에릭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또한 저란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지에..대해서 많이 궁금하거든요.."

 

 그 말을 끝으로 마차 안에는 아무런 말소리도 이어지지 않았다. 잠에 빠진걸까. 가만히 감은 눈에 살짝 떨구어진 고개를 보며 에릭은 들고 있던 책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그녀가 잠에서 깨지 않게 천천히 마차의 넓찍한 의자에 눞히고 머리맡에는 푹신한 쿠션을 베개 대신으로 놓아주었다.

 

 그리고 마차 안에 본래 내장되어 있는 이불을 꺼내어서 살며시 덮어주었다. 무엇 때문인지 새끼 고양이 마냥 잔뜩 경계를 하며 움츠려 자는 그녀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이내 쿠션위에 아무렇게나 흩뜨러진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쥐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너란 사람은..정말 알수없군..."

 

 듣지 못하는 그녀에게 그가 속삭인 말은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날려 소리없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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