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생각처럼 드라마틱 하지 않다> (11)
그의 방에서 점심을 먹고 한시가 되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현은 시녀들과 함께 치장을 시작하였다. 치장을 시작하기 전, 현은 시녀들에게 말하였다.
"아까 말했다시피 최대한 빠르고, 간단하게, 눈에 띄지 않게 꾸밀거에요. 물론 예의 영애들과 부인들과는 다르게 간소하게 꾸밀거에요."
"하..하지만..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그리하시면 류님께선 연회장에서 여성들의 놀림거리가 될것이..."
시녀장 시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자 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시아,"
"예?"
"제 얼굴이 안 꾸며도 놀림거리가 될것 같나요?"
"....."
확실히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서있는 그녀의 외모는 가히 여신과도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보통 여인들의 질투를 살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찬양을 해야할판의 미모였다.
"..아닙니다."
"그렇죠?"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현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에겐 저만의 꾸미는 방식이 있어요. 걱정마요, 튀진 않지만 무시 받을 스타일링은 아니니. 그러니 지금부턴 제가 하는 지시에 따라서 치장을 해주세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시아와 그녀의 뒤에 따라 서있는 4명의 시녀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하자 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말하였다.
"드레스는 준비 되어 있고 마사지는 최대 한시간으로 간단하게. 그리고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은 넉넉히 두시간으로 잡을게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떨어지는 현의 말에 모여있던 다섯명의 시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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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 화장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이렇게 기품있는 연출을 낼수 있었군요."
모든 치장은 현의 지시 아래에 이루어졌다. 목욕을 하며 마사지를 받고 재빨리 머리를 말린후 화장을 하였다. 현은 과한 색조 화장은 원치 않았기에 은은하게 펄이 빛나는 투명 메이크업을 하였다. 그리고 옆머리를 내린 의도적으로 살짝 부스스한 클래시컬한 땋은 머리를 연출하였고 에릭이 준비해준 드레스를 입고 장신구들을 착용하였다.
그렇게 꾸미고 나니 가히 미의 여신이라 칭송할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히려 수수한 화장이 본판을 살려주니깐요."
현이 시녀들이 내준 차를 홀짝이며 말하자 시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시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치장 전문 시녀로 일하면서 이렇게 단시간만에 치장을 끝낸것은 처음입니다."
실제로 예상시간을 3시간으로 잡고 하였지만 넉넉하게 5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시아의 말에는 기쁨이 섞여있었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현 또한 나쁘진 않은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소파에 앉아 있었을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에스코트 하시러 오셨나 보군요."
"그러네요."
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서있던 시녀들 또한 고개를 숙였다. 현은 또각또각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그녀와 똑같은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제복으로 차려입은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이거 세트였나요?"
"..그렇다."
그가 나지막히 대답을 하자 그녀는 그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말하였다.
"확실히, 제복으로 차려 입으시니 더 인물이 사시는군요."
"그거 고맙군."
"칭찬인데,"
"똑같이 감상평을 해주길 원하나?"
"그것도 나쁘진 않구요."
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가 말하였다.
"그대도, 맨날 바지만 입다가 꾸민 모습을 보니 아름답군."
"..칭찬 같은데 뭔가 칭찬 같이 않게 느껴지는것은 그냥 제 착각이겠죠?"
"분명히 칭찬 맞다."
그가 손을 올려 그녀의 옆 머리칼을 살짝 정돈해주며 말하자 갑작스러운 그의 손길에 현은 얼굴을 붉혔다.
"그..그건 말로 해주시면 제가 그냥 정리 할수도 있는데요,"
"그런가. 그래도 말로 하여 알려주는것보다 본 사람이 그냥 해주는게 더 빠를것 같아서 그냥 해줬다."
그가 담담하게 그녀의 얼굴에서 손을 떼며 말하자 현은 고개를 돌렸다. 선수인건지 아님 진짜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해주는건지..
고개를 돌려 그 모르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있었을때 그가 손을 내밀었다.
"?뭐에요?"
"아무래도 예절 교습을 다시 받아야 될듯 싶군."
그가 내민 손을 그녀에게 뻗으며 말하자 현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하였다.
"아뇨, 그건 사양하겠어요."
둘은 손을 맞잡고 복도를 걸어 귀빈궁의 밖으로 향하였다. 왕성은 워낙 넓은 탓에 본궁으로 가려면 왕성 마차를 타고 가야 했는데 마침 마차가 귀빈궁 앞에 준비되어 있었다. 현과 에릭은 준비된 마차를 타고 본궁의 파티장으로 향하였다.
그렇게 마차를 타고 본궁으로 가고 있을때에 둘 사이엔 침묵만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릭이 입을 열었다.
"..제복을 좋아하나?"
"좋아하죠."
현이 마차 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그러나 그때 현이 말을 이었다.
"물론 좋아하지만 맨날 입으면 아무래도 질리겠죠? 제복이 불편하기도 하고..여자들에겐 남자들의 제복 판타지가 있지만 판타지인만큼 가끔 입어줘야 진정한 환상이지요."
그녀가 창밖에서 눈을 떼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자 그가 말하였다.
"..남자들도 있다."
"뭐가요?"
"여자의 드레스 판타지."
"오- 진짜요?"
"하지만 역시 그대 말대로 가끔씩만 입는것이 좋을것 같군."
그가 보기 드물게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하자 현 또한 그를 따라 웃었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에릭님도 그런 판타지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현이 의외라는듯이 말하자 그가 말했다.
"물론 르안은 불특정한 모든 여자들에게 그런 환상이 있겠지만 나는 특정 여자한테 뿐이다."
"예? 에릭님 좋아하는 여자분이 있으세요?"
놀라운 그의 말에 현은 큰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그가 말하였다.
"글쎄..그건 잘 모르겠군."
"그런가요..만약 있으시다면 에샨씨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네요. 안 그래도 저택의 일도 일이지만 청혼서가 무지막자하게 날아오는거 같던데.."
현은 지난번 저택에서 점심을 먹으러 주방에 들렀을때 에샨이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를 붙잡고 산더미 같이 쌓인 청혼서의 처리에 대해서 자신에게 하소연을 하던것을 회상하며 말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회상을 깨며 그가 말하였다.
"아무래도 나중에 사랑하는 여자가 나타나면 그리 될지도 모르겠군."
"그렇군요. 그 여자분이 빠른 시일 안에 나타나면 정말 좋겠네요."
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동상이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남선녀를 태운 마차는 점점 왕성과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