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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샤
작가 : 한송이장미
작품등록일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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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歸還) (2)
작성일 : 16-12-21     조회 : 651     추천 : 0     분량 : 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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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歸還)> (2)

 

 '..이름이 이스 라는건가.'

 

 '바보야, 그건 애칭이라고.'

 

 현은 눈앞에 영화처럼 펼쳐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금발의 남자는 붉은 머리의 아기를 안으며 검을 머리칼의 남자에게 소개 시켜주고 있었다.

 

 '이름은 이스타샤. 사랑스러운 아이 란 뜻이지.'

 

 금발의 남자가 자랑스럽운 웃음을 지으며 아기를 안아들자 그의 앞에 서있던 검은 머리칼의 남자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다시 굳은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건 그렇고, 그대는 지금 위험한 상황이지 않나..내가 도와주는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것을 알터인데..그 아기까지 안고 어떻게 도망가려고..'

 

 '글쎄,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 그나저나 너도 얼마전에 아들을 낳았다며? 어딨어?'

 

 '...7년전이다, 7년전. 머리가 나쁘군.'

 

 금발 머리칼의 남자가 검은 머리칼의 남자의 걱정을 얼버무리고 능청스레 묻자 앞에 서있던 그는 어이없다는듯이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러자 금발 머리칼의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웃으며 말하였다.

 

 '와-벌써 그 정도나 되었나. 하긴, 지금 우리가 애 낳고 이렇게 있다는것 부터가 시간이 꽤나 흘렀다는 사실이지.'

 

 얼굴은 꽤나 흐릿했지만 머리 색깔 만큼은 또렷했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이 흐려지더니 이내 정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것을 느꼈다.

 

 '..사랑..스러운 아이..라..'

 

 지금 현재 기억상으로는 방금 단 한번밖에 들은적 없던 목소리인듯 하였지만 그리움과 슬픔이 동반되어 밀려오는것이 알수없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류.."

 

 '아, 이 목소린..'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현은 안도가 되는것을 느끼고 미소를 지었다.

 

 "..류..!!"

 

 "아..에릭..님.."

 

 눈앞에 갑작스레 펼쳐진 눈부신 불빛에 현은 간신히 눈을 뜨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아, 나 기절했었구나..

 

 현은 자신이 기절하기 전의 상황들을 기억해내고 인상을 찌뿌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양옆에 있는 에릭과 레이른 왕세자가 무리하며 일어나려는 그녀를 말렸다.

 

 "류, 아직은 일어나면 안된다."

 

 "류, 아직 일어나시면 안됩니다."

 

 둘이 동시에 그녀를 만류하자 현이 침대의 메트리스를 짚고 똑바로 앉으며 말하였다.

 

 "괜찮아요, 그나저나..상처가 사라졌네요?"

 

 현이 화살에 스쳤던 자신의 팔을 둘러보며 묻자 에릭이 말하였다.

 

 "아까 어떤분들이 오셔서 고처주고 가셨다."

 

 "어떤분들이요?"

 

 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레이른 왕세자가 말하였다.

 

 "이세상 존재들이 아닌것처럼 아름다운 분들이셨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치료해주시고 사라지시더군요."

 

 "아아..누군지 좀 알것 같네요."

 

 현이 얕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정령왕님들이 다녀가셨나보군. 현은 기절해있는 동안에 잠깐 느꼈던 따스하고 청량한 기운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레이른 왕세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왕세자 전하, 제가 얼마동안 기절해있었죠?"

 

 "..한 40분 가량 정신을 잃고 계셨습니다."

 

 레이른 왕세자가 대답하자 현은 헝크러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암살자 조직단의 이름을 알아냈어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제가 알아낸건 왕녀 전하를 노렸던 암살 조직 이름이 '리베르'란것과 보기 드물게 조직원들이 충성심이 강하다는것이었어요."

 

 "'리베르'라.."

 

 레이른 왕세자가 조직단 이름을 읇조리자 현이 그에게 물었다.

 

 "왕세자님, 혹시 아시는것이 있나요?"

 

 "수수께끼 집단이란것 밖에 아는게 없습니다."

 

 레이른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자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에릭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리베르'라면 들은바 있다."

 

 에릭이 말하자 현과 레이른은 그를 바라보았다.

 

 "리베르란 조직 자체에 대해선 방금 왕세자 전하께서 말씀하신대로 베일에 싸인 터라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왕족들과 공작 이상의 귀족들만 암살을 한다고 들었다."

 

 "그게 다에요?"

 

 "그렇다. 뒷세계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물의 암살 집단이라 하더군."

 

 "신생집단 이라는것이군요."

 

 레이른 왕세자가 얼굴을 굳히고 말하자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 또한 표정을 굳히고 그가 알려준 정보와 자신이 알려준 정보를 종합해보았다.

 

 조직의 이름은 리베르. 뒷세계에선 갑작스럽게 급상승한 조직이며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신생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조직원들은 임무를 실패할시 모두 자살을 할 정도로 충성심이 강했다.

 

 "배후에 강하게 믿을만한 무언가가 있다는것이네요."

 

 현이 에릭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그점이 수상하게 느껴져 조사를 해보았지만 나오는것은 없었다."

 

 "역시, 증거인멸을 한것이겠네요. 거물일수록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하거든요."

 

 현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고 레이른이 말하였다.

 

 "아까 스피니아 경에겐 말씀드린 사실이지만 리베르란 조직은 저희 왕족들을 순서대로 암살시도를 하였습니다. 처음 타겟은 저희 아바마마 그리고 어마마마셨고 그 다음이 저, 그리고 누님 이렇게 순서대로 암살시도를 당했답니다."

 

 "..사상자가 없었어서 다행이네요."

 

 현이 말하자 레이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마마마 곁에는 항상 아바마마가 계셨고 저는 검을 다룰줄 아니 제압이 가능했었습니다. 그리고 누님 곁에는 당신이 있어서 무사했구요."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현이 안도를 하며 말하자 레이른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였다.

 

 "왕궁의 경비를 전보다 더 높여야 겠습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암살미수 이후로 궁의 경비를 높였었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나 봅니다."

 

 "..일단 제국으로 돌아가서 필요한 조사를 더 해야겠습니다."

 

 가만히 있던 에릭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희도 얼굴을 보였으니 표적이 됐을수도 있겠네요. 왕녀님의 탄신 파티는 어제부로 끝났으니 제국으로 돌아가도 별 문제는 되지 않겠네요."

 

 원래 일정은 10일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 탓에 단축을 하였다. 그 말에 레이른 왕세자의 표정은 시무룩해졌고 그에 에릭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희비가 갈리는 둘의 표정 변화를 본 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에게 물었다.

 

 "..뭐에요, 두분 표정이 왜 그러시는거죠?"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사람이 얼버무리자 현은 두사람을 다시 번갈아 쳐다보며 말하였다.

 

 "..뭔가 숨기는게 있는것 같은데.."

 

 "하하. 류님, 착각도 심하십니다."

 

 "..그런거 없다."

 

 두사람이 게속해서 애써 부정하자 현은 그 모습을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추궁을 하는것을 포기하고 침대에 놓인 배게에 등을 기대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지만 이번만 특별히 넘어가주지. 이번은 특별히 넓은 마음으로 모르는척 넘어가고 레이른에게 말했다.

 

 "혹시 뭐 먹을거 없나요?"

 

 "아, 시녀들에게 죽을 내오라 하겠습니다."

 

 레이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현이 당황하여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아..아뇨, 괜찮아요. 그냥 입이 심심해서 혹시 병실 안에 뭐 먹을것이 있나 해서 물어본건데 세자 전하를 시킬수야 없죠."

 

 "괜찮습니다, 그냥 문 앞에 대기해있는 시녀들에게 말하기만 하면 돼는겁니다."

 

 레이른이 빙긋 웃으며 말하자 현은 더는 그를 붙잡지 못하고 여전히 어색하게 웃으며 "..그럼 부탁할게요." 라고 말하며 몰려오는 황송함에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무안함에 붉어진 얼굴로 에릭을 바라보며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였다.

 

 "..세자 저하를 시키다니, 저만큼 간 큰 여자도 없을거에요.."

 

 "이제 알았나."

 

 그가 훗 하고 웃으며 확인사살을 하자 현은 눈을 흘기며 말하였다.

 

 "진짜, 이럴땐 빈말로라도 아니다 라고 말해주는게 매너라구요."

 

 "그렇군."

 

 "..퍽이나 그렇겠군요."

 

 현이 코방귀를 뀌며 고개를 홱 돌리자 그는 한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하였다.

 

 "..미안하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과에 당황한 현은 눈을 깜박였다. 얼음장같이 차갑고 고고한 사람이 그저 삐쳤다고 -그것도 장난으로- 저리 간단하게 사과를 하다니. 그에 무안해진 현은 볼을 긁적이며 말하였다.

 

 "..아니, 그게 사과를 하실 정도는 아니구요..그냥 장난이에요."

 

 "그런가. 그래도 나는 그대가 몇번이라도 나에게 화 나거나 삐치면 지금처럼 사과를 할거다."

 

 그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자 현은 자신의 얼굴에 열이 오르는것을 느꼈다.

 

 '아니..저분이 요즘 왜 저러시지? 뭐 이상한 것이라도 드셨나..갑자기 낯뜨거운(?) 소리를 자주 하시는게..'

 

 그에 현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그에게 물었다.

 

 "에릭님,"

 

 "...?"

 

 "요즘 전보다 책을 자주 읽으시던데..혹시 요즘 로맨스 소설 읽으세요?"

 

 그러자 그의 얼굴이 굳었다. 이게 아닌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행동과 말들이 전보다 더 과감(?)해진것은 몽쉐르 왕국에 오기 전부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차를 타고 아스탈리아 제국의 황성으로 가는 길부터, 그때부터 내내 마차안에서나 숙소 안에서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있었다.

 

 "..아닌가요?"

 

 "아니다."

 

 즉각 나오는 대답에 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 짚은것이었군. 애초에 그가 문학책, 고어책, 혹은 전략집이면 몰라도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바로 그때 레이른 왕세자가 죽을 들고 돌아왔다. 그에 현은 쓸데없는 망상을 접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레이른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 감사해요."

 

 "별거 아닙니다. 어서 드시죠."

 

 자신의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이 놓여지자 현은 안 그래도 출출했던 배가 더 고파지는것을 느끼며 스푼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현이 미소 띈 얼굴로 한 숟갈을 떠서 호호 불고 입에 넣자 그 맛에 감탄을 하였다.

 

 "맛이 괜찮습니까?"

 

 "엄청 맛있어요!!"

 

 레이른 왕세자가 조심스레 그녀에게 묻자 현은 활짝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에 레이른 왕세자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현은 다시 고개를 박고 죽을 먹느라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잠시동안 그녀 모르게 두 남자의 기싸움이 벌여졌었지만 두사람을 번갈아보며 미소 짓는 그녀의 행동에 두사람은 묵언으로 잠시 휴전선언을 하며 간만에 맘껏 웃고 떠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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