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물토벌은 게임이 아니다> (7)
그때 그는 서신을 다 쓴것인지 쥐고 있던 깃펜을 내려놓고 종이를 정갈하게 접으며 르안에게 건내주었다.
"부탁하지."
"진짜 이럴때만 부탁이지.."
르안이 투덜거리며 주머니속에 편지를 넣자 에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현 또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하였다.
"그럼 늦은 시간까지 피곤하셨을테니 편히 쉬십시요."
현이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서 나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현은 그를 향해 다시 고개를 꾸벅하며 그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의 방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방안에 들어가서 머리를 풀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하아.."
침대에 누우니 긴장이 풀린 탓일까, 급격하게 피곤함이 몰려왔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일어났다. 아침에는 몽쉐르 왕국의 왕세자에게 고백을 받고 황성으로 돌아와서 황제와 후작과 함께 리베르에 대해 상의를 했었다. 그 다음으로 르안에게 사과를 하러 마탑으로 갔지만 주변 마을의 마물을 퇴치하고 왔다. 그리고 여기에도 리베르와 관련이 있다는것을 깨닫고 방금 에릭에게 이번 마물토벌에 참가해야 한다고 설득을 하였다. 결과는 좋았지만 밀려오는 피곤함에 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까 진짜 소설속으로 들어온것 같네."
어이가 없어 피식하고 웃으며 돌아 누웠다. 마물토벌이 언제일진 아직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빠른시일 안에 가게 될것을 예상하고 현은 무겁게 감겨오는 눈을 거부하지 않고 암흑속으로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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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말하는거지만 저는 그 재능 덕택에 지금 살아있는걸로 알아라."
"에에-이프, 갑자기 왜 그래애~"
익숙한 붉은 머리와 익숙한 금발 머리가 눈앞에 흐릿하게 보였다. 붉은 머리의 여자는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한심한 한편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하였고 금발의 남자는 품안에 아기를 안은채 그녀에게 애교를 부렸다.
"..우리 이프가 또 뭐 때문에 화난걸까나~"
"이 바보야, 너 때문이잖아, 너!!"
금발 머리의 남자가 여전히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자 팔짱을 낀체 돌아서 있던 붉은 머리칼의 여자가 고개를 훽 돌리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한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글쎄..그래도 난 후회 안해. 이 능력 덕분에 이프랑 만나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까지 낳은것이잖아?"
"...하여간 말은 드럽게 잘해요,"
"칭찬 고마워."
"칭찬 아니거든, 이 멍청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건데?"
붉은 머리칼의 여자가 벽에 등을 기대며 그를 바라보며 묻자 남자는 다시금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글쎄~"
"..이 철없는 남편아, 오늘 와이프 손에서 죽도록 얻어맞아야 제대로 대답하려나?"
여자가 무시무시한 기색으로 소매를 걷어부치며 말하자 남자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미안해, 미안해." 라고 하다가 이내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는 아기와 눈을 맞추며 말하였다.
"나 원래 계획없이 바람이 가는데로 사는거 알잖아."
그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붉은 머리칼의 여자와 되도록이면 눈을 맞추려 하지 않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하지만 이 아이만큼은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을거야."
품 안에 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아기는 기분이 좋은지 까르르 웃었다. 그 웃음에 금발 머리의 남자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고 붉은 머리의 여자는 어쩔수 없는지 훗 하고 웃었다.
"..못 말린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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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밝다. 큰 창문 사이로 비춰오는 아침 햇빛에 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무슨 꿈을 꾼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가슴 한켠에 퍼져오는 따스함에 늘상 꾸었던 악몽은 아니었다는것을 깨닫고 침대에서 벗어났다.
"...늦었다."
하지만 이내 탁자에 놓인 시계를 보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현재 시각은 7시 30분. 그녀가 대부분 일어나는 시각은 6시다. 하지만 굳어 있는것도 잠시 늦잠을 잤다는것을 깨닫고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고 탁자에 올려둔 얇은 안경을 쓰고 방에서 나왔다.
"하아하아.."
평소보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뛰는것도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목적지에 도달하고 자신도 모르게 문을 거칠게 '벌컥!!'하고 열고 말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별일이군."
그는 차를 마시며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늦은 현에 그는 살짝 놀란것인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현은 그런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실수로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처리해야할 업무가 태산이란것을 잊고 그만.."
"아니, 괜찮다. 아무래도 긴장이 풀려 피곤이 몰린것인것 같군."
그는 그런 현을 드물에 동그랗게 뜬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읽고 있던 서류로 눈을 돌리며 말하였다. 그런 그의 말에 현은 평소와 똑같이 무뚝뚝한 모습으로 서류를 읽고 있는 그를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갑자기 어딘가 모르게 조금 부드러워지신것 같은데?'
"뭐하는거지?"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뚫고 들려오는 예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현은 정신을 차리고 생각하였다.
'...착각이었던것 같군.'
얕게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평소와 같이 수북히 쌓여있는 서류들을 정리하였다. 몇일을 쉬고 자리를 비워서 그런지 책상에 쌓인 서류량이 평소보다 열배는 많아보였다. 어마무시한 양에 현은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자신의 키만큼 쌓여있는 서류들에게 팔을 가져갔다.
"..마물토벌은 일주일 뒤다."
"날짜가 잡혔군요."
집중을 하며 서류를 읽던 그가 입을 열자 현은 정리하던 서류들을 하나로 모아 균일해지도록 책상에 탁탁 치며 말하였다. 일주일 뒤라..
아직 시간이 좀 남은 편이다. 남은 일주일동안 더욱 부지런해져서 특훈을 해야겠다고 현은 다짐했다. 하나로 일정하게 정리하여 모은 서류 한뭉치를 들고 그의 책상에 내려놓으며 입을 떼었다.
"스피니아 가(家)에서 관리하고 있는 웬델슨 지방의 식수 해결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을 아직 세우지 못하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상소가 꽤 많이 올라왔구요, 도라스 지방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가뭄에 식량들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또한 이번달 저택의 연무장 관리비로 약 1560 골드가 청구되었고 기사 훈련비로 약 2000 골드가 들어왔습니다."
"웬델슨 지방과 도라스 지방에는 이번 마물 토벌 후에 직접 내려가서 보는것이 낫겠군."
"그럼 그에 맞춰서 일정을 조정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기사 연습생이 10명 들어왔습니다. 여기 그 명단들입니다."
현이 정리해놓은 10장의 문서들을 그에게 건내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들을 넘겨 보았다.
"그렇군, 평민 7명에 귀족 3명이군. 부단장이 직접 시험을 쳐서 통과시킨 실습생들인가?"
"네, 하리슨 부단장님께서 기초 자세와 체력, 그리고 대련 솜씨들을 테스트해서 뽑은 사람들입니다."
그가 묻자 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스피니아 가(家)는 제국에서 제일가는 무가로 제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사단을 가질수 있는 가문이다. 황실 기사단에 입문할수 있는 루트중의 하나인데 스피니아 가(家)에서 2년에서 5년간 교육을 받고 황실 기사단에 입단을 하는것이다. 이 코스가 엘리트 코스라고도 할수있는 이유는 힘들기로 악명높은 입단 테스트와 훈련 강도 때문이었다. 그 때문인지 스피니아 가(家)에 들어오는 기사들은 다른 방법으로 황실 기사단에 들어온 기사들과는 월등히 실력 차이가 났다.
사람에 따라서 스피니아 가(家)의 기사단에 남을것인지 황실 기사단으로 넘어갈것인지 명확하게 갈리지만 후자의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는 현이 건낸 신입생 프로필 문서들을 옆으로 치우고 책상에 놓인 또 하나의 서류를 집어들며 말하였다.
"..보아하니 구로브 지방은 마물 출몰 뿐만이 아니라 우기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듯 하군."
"네, 이번 피해 인명들만 해도 족히 100명은 될듯 싶습니다. 이 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그는 서류를 들고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입을 떼었다.
"구로브 지방은 대체로 지반이 낮은 편이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웨이험 산맥 근처에 폭포가 있지."
"댐을 만드시겠다는 말이십니까?"
"하나의 해결책으로 생각해보는것이 좋을것 같군."
그는 책상에 놓인 지도와 서류를 번갈아 보며 대답하였다. 그 말에 현은 그가 들고 있는 서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한번 방문 일정을 잡아볼까요? 어차피 구로브 지방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편이라 그것이 더 좋을것 같습니다."
"그렇겠군."
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내려 놓았다. 하지만 그때 현은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는듯이 살짝 미간을 찌뿌리며 말하였다.
"하지만 요새 마물 출몰 탓에 구로브 지방으로 올라가는 마차가 없을텐데 어떡하죠?"
그녀의 걱정이 담긴 음색에 그는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하였다.
"괜찮다."
"하지만..."
말을 흐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탁자에 놓인 시계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이제 곧 오겠군."
"예? 뭐가.."
하지만 현은 이번에도 말을 끝마칠수 없었다. 방문 밖으로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문이 아까 자신과는 비교 할수 없을 정도로 요란하게 열렸기 때문이었다.
'벌컥!!!!'
"혀어어언~에리이이익!! 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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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개강을 해서 못 돌아왔었답니다ㅠㅠ적어도 토,일에는 올릴수 있도록 할게요!!
내일 뵈요~ㅇ(TAT)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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