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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눈물
작가 : KITANI
작품등록일 : 20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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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0 화 - 자장가(咨慞歌 : 탄식과 두려움이 담긴 노래)
작성일 : 16-12-25     조회 : 539     추천 : 0     분량 :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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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이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기억속의 목소리들을 ‘자장가’ 삼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자장가’ 다.

 

 

 [더 흘려라. 더 눈물을 흘려.]

 

 [더.. 더 만들어내라.. 나라를 이끌.. 나를 위한 터키석을!]

 

 

 욕망에 가득찬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더러움에 찌든 목소리에는 탄식과 두려움을 품은 누군가의 외침도 섞여 있었다.

 

 [차라리.. 차라리 나에게 죽음을..!]

 

 [이건 아닙니다! 제발.. 제발 다른 생각을 하십시오!]

 

 [저는.. 우리들은 당신들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어리석긴. 당신들이 그렇게 애원하고 또 애원할수록 오히려 그 더러움은 더 기뻐하며 오염되어 가는데 당신들은 왜 그렇게 미련하게 구는 걸까? 그런 미련함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걸 왜 모르냐고.

 

 “아아.. 죽고 싶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그 지겨운 과거 덕분에 더욱더 죽고 싶어 졌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지고 싶어. 당신들의 기억이 나를 괴롭혀서 정말이지 지긋지긋해졌거든. 그런데 말이야, 문제가 생겼어. 어떻게 해야 당신들에게서 자유로워 질까? 목에 박혀있는 이 귀찮은걸 떼어내면 죽을수 있을까? 아니면 손목을 칼로 그어볼까.

 

 “꺄아아악! 루님!”

 

 “의원을.. 어서 의원을 모셔와라!”

 

 “세상에 또 목에 박혀있는 터키석을..!?”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것들이네. 나 좀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안되? 나 정말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래.

 

 “또 목에 있는 터키석을 뽑았다고? 그래봤자 또 돋아나는걸 뭐하러 계속 뜯는 거지? 그렇게 죽고 싶은 건가?”

 

 

 아름다운 보석, 승리를 약속받은 행운의 보석, 일명 ‘신의 보석중 하나.’ 터키석. 허나 나에게는 지긋지긋한 돌덩이자 지긋지긋한 ‘운명’이라는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 이딴 돌덩이 때문에 이렇게 사는 거라면 차라리..

 

 “차라리 나에게 영원한 자유(죽음)를..”

 

 

 이런 삶을 살아봤자 아무 의미 없는 이런 나에게 자유를.. 죽음을 내려줄 이는 어디 없는 것인가?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제 눈물도 안나옵니다.. 차라리 저에게 죽음을..!]

 

 [제발.. 제발..!]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지긋지긋한 이 자장가(咨慞歌)를 끊어줄 이는 어디 없는 것인가-

 어머, 귀찮은 시녀들의 목소리네?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또 내 흉을 보는걸까?

 

 “요즘 살인마 ‘까마귀’ 때문에 민심이 흉흉하다며?”

 

 “고위 관리직 나으리들도 벌써 2명이나 살해 당했데!”

 

 

 수다만 떨줄 아는 시녀들도 쓸모가 있었어.. 아아, 있었구나. 찾았구나. 나에게 영원한 자유(죽음)을 안겨줄 이가.. 드디어..! 얼마만이던가. 이리 기쁨을 느껴본적이.. 얼마만이던가. 희망이라는 어리석은 감정을 품게 된 것이.. 아아, 신이시여. 저는 당신에게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소원을 들어주셔서..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자장가를 듣지 않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영(影).. 영..”

 

 “네, 루님.”

 

 

 항상 내 곁에 머무는 어리석은 그림자야. 너에게 명령을 하나 내릴지니.. 더 이상 쓸모없는 자장가를 부르는 이 더러운 ‘운명‘이라는 녀석의 입을 틀어막을 영리한 까마귀에 대해 알아오거라.

 

 “이제 자장가는 듣기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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