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블레이드 이터: 氷
작가 : raptorecho
작품등록일 : 2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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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에 한이 서린 소녀. 4.
작성일 : 17-01-04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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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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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는 자신의 식기를 씻고 정리한 뒤 장사백이 있는 마차에 합류하였다. 령이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 장사백은 말을 끌었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는 숲속의 빈 공터를 떠나기 시작하였다. 그 뒤로 화톳불을 핀 흔적만이 검게 그을린 채 남아있었다.

 

 “오늘도 날씨는 맑구나. 그래, 자유도시를 모른다고? 내가 설명해주지. 잘 듣거라.”

  령은 앞의 풍경들을 보며 장사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사치 생활로 전국을 떠돌던 장사백의 경험담과 정보들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일 뿐인 자신에게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자유도시란 말이다. 이 대륙의 중심부와 남부를 잇는 지역들 중에 한 곳에 위치한 도시로, 아주 중요한 전략적 거점과 같단다. 중앙과 남부의 길목 즉, 무역로 중 하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지. 대게 중앙과 남부를 이동하는 사람들은 이 자유도시를 대부분 들리곤 하지. 중앙과 남부사이에는 동방인의 나라도 없거니와, 사람의 영역도 없기 때문이야. 즉 중앙과 남부의 장거리 이동로 중에 중간에서 쉴 도시가 없단 말이지. 근데 이 자유도시가 생기며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야. 조금 알아먹겠느냐?”

  령이는 말없이 끄덕였다. 령이의 반응에 사백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자유도시가 생김으로 사람들이 쉴 도시가 생기고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한단 말이지. 거기다 무역로 위에 있으니 여러 상인들도 오간단 말이야. 당연히 나도 그렇고. 그러니 자유도시에는 시장이 아주 크게 형성되어 있단다. 온갖 여러 가지 물건들을 취급하고 말이야. 보통 시장에서 볼 수 없는 물건들이지. 오히려 그런 특이점 때문에 자유도시로 오는 사람들도 있단다. 진귀한 물건들을 구하거나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야. 뭐, 울 제국이나 풍 나라 등에도 규모가 큰 시장이 있긴 하지만 그 자유도시의 시장도 만만치 않단 말이지. 내가 상인조합의 명패를 가지고 있다 하였지? 그 자유도시는 상인조합의 조합장들 중 한명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만든 도시란다. 꽤나 큰 자산을 굴리고 있는 조합장이지. 아마, 그 조합장 이름이 아만달 이던가? 그럴 것이야. 꽤나 유명한 사람이야. 도시의 주인인 셈이지. 보통 이런 도시가 생기면 이를 차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나서기 마련인데 그러질 않고 있지. 어느 국가든 간에 자유도시로 가는 거리가 상당했고, 거기까지 군사력을 보내고 관리할 필요가 있냐는 거지. 거기다 자유도시의 주인인 아만달이 각 국으로 주기적으로 큰 상납을 치루고 있기 때문에 그냥 나두고 상납이나 받는 게 이득이었고 말이지. 오히려, 어느 나라에 속한 도시가 아니었기에 그 만큼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 그리고 상인조합의 조합장이 운영하는 도시였으니 건들고 싶지도 않고 말이야. 엣 헴.. 이거 말을 오래했더니 목이 타는구나, 나무잔에다 물 좀 길러다오. 목이 타는구나.”

 

  령이는 사백의 말을 끝까지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령이는 어서 더 듣고 싶은 마음에 얼른 물을 떠다 사백에게 건네주었다.

 

 “흠흠, 행동이 재빨라서 마음에 드는구나. 그럼 보자 어디까지 얘기 했더라?”

 “.. 조합장이 운영하는 도시까지 말했어.”

 “그래 맞아! 잘 듣고 있구나? 가는 길이 무료하여 하는 말이지만 잘 들어주니 기분은 좋구나. 보자 계속 말을 이어가볼까. 상인조합은 말이다 그 영향력이 꽤나 막강한 편이야. 이 동방 국가들의 경제에 관여할 수 있는데다 돈의 흐름을 알고 움직이는 자들이란 말이지. 조합 내 상인들의 수도 어마어마하고 그만큼 조합이 보유한 자산도 상상할 수 정도야. 누군가는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라는데.. 그건 좀 과하지 않겠어? 어쨌든 그 막강한 돈으로 권력을 쥐락펴락 하기도 한다더군. 돈이 곧 권력이자 권력이 곧 돈이 아니겠느냐. 나 역시 돈이 최고라 생각한다만.. 어쨌든 우리가 갈 곳이 그 자유도시란 말이지. 도시의 이름이 있긴 한데 그 이름을 안 쓴지 오래 된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도시라 부르고 있지. 아만달 조합장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꽤나 무서운 사람이라던데.. 어차피 만날 일도 없으니 상관은 없겠구나. 내가 그곳에 가기 위함은 설명을 했었고.. 그곳에서 볼 일이 있다면, 물건 몇 점을 살 생각이야. 그리고 더 남부로 내려가서 그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몇 배로 팔아먹어야지. 하하! 이윤이 남는 장사를 하는 게 장사치의 기본 미덕이란 말이다. 잘 알아두거라! 진귀한 물품을 사서 남쪽의 부잣집에 팔면 꽤나 값을 치러 받을 수 있을게다.”

  이어서 장사백은 말을 계속 하였고, 령은 그의 옆에서 계속 집중하며 듣고 있었다. 계속 바뀌는 풍경 속에 마차는 별 탈 없이 지루한 여행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령이 사백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나 언제 팔 거야? 그리고 누구에게 팔 거야?”

 “흠,, 너 말이냐? 하긴 넌 지금 노예로 있는 것이지.”

  사백은 잠깐 대답에 뜸을 들이며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아직 생각 중이다! 때가 되면 팔 것이니 걱정 말거라. 흠흠! 나도 노예는 몇 번 다뤄봤느니라! 너 같이 예쁘고 귀여운 아이는 남쪽의 부잣집에서 비싼 값에 팔릴 것이니라. 아마도 하인으로 쓰이겠지만, 혼시 아느냐 부잣집 딸들에게 붙여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딸의 수발을 들게 되겠지. 그 정도면 거지꼴을 하며 사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꼬박 꼬박 따듯한 밥도 나올 것이고, 따듯한 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겠지. 그 정도면 거지보단 더 나은 삶이 아니겠느냐? 넌 정말 운이 좋은 게야. 노예상들 중에는 악덕한 놈들도 있어서 이상한 놈들에게 노예를 팔기도 한 단 말이지.. 하지만 난 그런 놈들이 아니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넌 날 만난 걸 행운으로 여겨야 할 것이야! 흥!”

 

  이미 령이 말고도 몇 번 노예 거래를 해본 전력이 있어 보이는 사백이었다. 다행히 악덕 노예상은 아니었던 지라 령이로서는 다행일 수도 있었다. 노예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부잣집의 하인으로 들어가면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대게는 힘든 노역을 하거나 이상한 목적에 동원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동방 대륙에서 노예 제도는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인데다 애초에 울 제국과 풍 나라는 노예제도가 없었다. 저 아래 땅에 있는 남부의 일부에서만 노예제도가 성행하였고 그마저도 시대가 흐르며 없어지는 추세였지만 여전히 노예들을 부리는 이들은 남아 있었다. 어찌 보면 불법행위였지만 노예제도가 있었던 남부에서는 개의치 않은 채 그냥 넘어가곤 하였다. 하지만, 울 제국이나 풍 나라에서 노예를 들이고 있으면 즉각 그 집안의 재산은 나라로 귀속되고 가문을 멸해버릴 정도로 큰 죄로 여기고 있었다. 하인이나 노예나 무슨 차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하인은 사람 취급을 하지만 노예는 그런 것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예는 기본 인권조차 없이 개. 돼지 마냥 가축과 동등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큰 죄로 여겨지고 있긴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울 제국이나 풍나라에서도 노예를 하인으로 둔갑시켜 데리고 있기도 하였다. 이럴 경우에는 마땅히 처벌할 법적 효력이 없었다. 어찌 보면 어느 곳이나 노예가 있긴 매한가지인 듯하였다.

 

  령이는 누구에게 팔릴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걱정이었지만, 이내 무거운 마음을 접기로 하였다. 어찌 됐든 살면 되는 것이고 만약 불순한 의도로 팔린다면 기회를 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항상 머릿속에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를 할지 계획을 짜고 있었다. 물론 수가 틀리면 사백에게서도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었다. 사백의 짐마차를 이용하여 도시나 마을에 갔을 시에 행동해야 했다. 령이가 나이도 어리고 사람들을 많이 대해보거나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적어도 장사백은 나쁜 사람 같진 않았다. 순전히 어린 아이의 직관적인 순수함에서 나오는 감이었다.

 

  그러다 다시 조용해진 사백의 짐마차는 들판을 지나고 언덕을 지나고 있었다. 풍경은 계속 바뀌었고 어느덧 하늘 위로 노을이 지기 시작하였다. 아침부터 계속 내달리고 있었다. 점심은 마차에서 사백이 만든 말린 육포로 간단히 해결하였고 중간에 말들을 쉬게 해주기도 하며 령은 사백의 지시로 새로이 물을 길러 오기도 하였다. 힘든 건 여전했지만 할 만 하였다. 이제 장사백은 다시 노숙할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 마차가 위치 한 곳이 넓은 들판 인지라 마땅히 노숙할 곳을 찾기란 힘들어보였다. 어젯밤처럼 숲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사방이 뻥 뚫린 들판 위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위험해 보였다. 현재 울 제국의 군사가 어디까지 뒤따라왔을지 모를뿐더러 자는 사이에 병사들이 들이닥칠 수도 있었다. 물론 명패와 통행증을 보여주면 되긴 했지만 어차피 확률은 반반이었다. 나쁜 마음을 먹은 병사들이면 그냥 자신을 죽일 테니 말이다. 장사백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젠장, 날은 저물어 가는데 마땅히 자리 잡을 곳이 없구나. 난감하군. 난감해..”

  령은 장사백의 고민에 자신도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들판뿐이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둘러보곤 작은 입을 떼며 말했다.

 “저기 저 언덕을 넘어서면 되지 않을까?..”

 “뭐라?”

  령이가 가르 킨 저 꽤나 먼 거리에 있는 언덕을 본 장사백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일단 저 곳으로 가보자꾸나.”

  령이에게 한 소리 할 줄 알았던 사백은 어쩐지 순순히 령의 말을 따랐다. 사백이 말을 돌려 언덕으로 향했고 언덕 위에 다다르자 그 아래로는 꽤나 분지와 비슷한 지형을 보였다. 언덕 아래에 자리를 잡으면 주변으로 높게 솟은 언덕이 자신들의 위치를 엄폐해 줄 것이다. 이내 밤을 보낼 곳을 찾아낸 사백은 안도의 숨의 내쉬었다.

 

 “생각보다 네 녀석이 영리하구나. 어찌 알았느냐?”

 “그냥..”

 “하하! 그게 네가 영리해서인지, 순전히 감인 것인지 모르나 어찌됐든 우린 운이 좋구나. 아까 우리가 가던 길이 알려진 이동로란 말이지. 그리고 그곳으로 울 제국의 군사가 움직일 것이고.. 높은 언덕 쪽으로는 병사를 이끌지 않을 터이니 괜찮은 장소란 말이지.. 불을 피워도 보이지 반대쪽에선 보이지 않을 거고. 근데 문제는 울 제국이 저 넓은 들판에 야영지를 짓는 다면 골치가 아프겠지만, 그땐 눈치보고 도망가야겠구나. 그렇다고 말을 쉬지도 못하게 하고 밤길을 내달릴 수도 없고 말이지. 보자.. 지도가 마차 안에 있을 것인데..”

  장사백의 말에 재빨리 몸을 날려 짐칸에서 지도를 찾는 령이었다.

 “응.. 여기..”

 “녀석, 재빠르구나. 보자.. 그래 우리의 위치가 풍 나라의 이쯤일 터인데.. 밤새 달려도 들판이 계속 이어지겠구나. 그렇다고 이쪽 숲으로 향하는 건 위험하고..”

 “뭐가 위험해?”

 “이 숲 말이냐? 우리가 언덕으로 온 방향으로 계속 가면 나오는 숲이긴 한데.. 이 숲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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