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블레이드 이터: 氷
작가 : raptorecho
작품등록일 : 2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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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에 한이 서린 소녀.5.
작성일 : 17-01-05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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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백의 짐짓 두려운 듯 말을 이어갔다.

 “이 숲은 말이다. 풍나라 외곽 쪽에 걸쳐져 있긴 하다만, 외부 땅으로 치부되고 있어. 사람들 사이에선 칠흑 숲으로 불리 우고 있고, 그 이름답게 꽤나 어두운 숲이란 말이지. 다른 나무보다 높게 치솟은 데다 검은 빛깔을 내는 꺼림칙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저 숲은, 딱 들어가서 길을 잃기 십상이란 말이지. 물론 누군가가 길을 터놓긴 했다던데.. 소문일 뿐이고, 누가 저길 들어가고 싶겠느냐. 길을 잃다 결국 죽음에 이를 터인데 말이다. 그리고 저 숲에는 각종 위험한 짐승들이 도사린다는데 어찌 가겠느냔 말이다. 거기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진 온갖 소문들은 어떻고 말이다.. 거기다 아무리 제국의 군사라도 저 숲을 지나가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 만큼 사람들이 꺼리는 숲이란 말이다.”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은 사백은 말을 계속 이었다.

 “혹여나.. 혹여나 말이다. 제국의 군사가 이곳에 야영을 하고 다른 경로로 도망 갈 곳이 없으면 우린 저 숲으로 밖에 갈 수 없을게다. 젠장!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 어차피 이 곳에서 하룻밤은 보내야 하니 별 탈 없기를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겠구나.”

  말을 마친 사백은 말들을 마차로부터 풀어 쉬게 해주고 풀을 뜯게 하였다. 령은 사백이 떠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앉아 펼쳐진 지도 속에 표기 된 칠흑 숲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날이 어둑해져있었다. 중간에 물을 길은 탓에 령이는 할 일이 없었다. 사백 또한 특별히 지시하는 일도 없었고, 사백 자신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때 령이가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불을 안피우겠네..?”

 “그렇지. 아무래도 제국군이 지나갈지도 모르는데 위험할뿐더러, 오늘 저녁 식사도 간단히 육포로 때워야겠구나. 음식 냄새를 풍길 수도 없고 말이다. 내가 평소에 육포를 많이 만들어 놓아서 다행이구나. 너는 오늘 밤 짐칸에서 자거라.”

 “..사백 아저씨는?”

 “난 마부석에 누우면서 밤하늘의 별이나 볼 것이다. 방해할 생각 말거라.”

  사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람을 막아줄 짐칸의 자리를 령이에게 양보하였다. 그들은 이어서 육포를 나누어 먹었다. 장거리 여행에 있어 육포는 훌륭한 음식이었다. 저장도 용이하였으며 작은 부피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었다. 사백은 종종 육포를 대량으로 만들고 장거리 여행에 임하였다.

 

  어느덧, 령이는 짐칸에서 잠에 빠져들었고 사백 또한 별을 보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마부석에 있었지만, 모포 덕분에 추위를 타진 않았다.

 

 ...

 “?!”

  자정을 지나 새벽 즈음 됐을까, 사백은 어떤 인기척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다. 평상시 잠귀도 밝았던 터였다. 아직 령이는 그 소리를 못들은 채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마부석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건, 고된 일이었고 더더욱 어린 아이에겐 힘든 일이었다. 상당히 피곤했을 테다. 잠에서 깬 사백이 서둘러 마부석에서 내려와서는 인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슬그머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저 높은 언덕 너머로부터였다.

 

 “젠장..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아니어야 된다..”

 짐짓 예상가는 바가 있던 사백이었으나 그것이 빗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조심스레 언덕길을 올라간 사백은 마침내 소리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젠장..!” 조용히 소리를 지른 사백의 눈으로 무수히 많은 불길들이 보였다. 그것은 울 제국의 군사들이었다. 자신이 예상한대로 이 넓은 들판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다 그냥 지나가면 좋으련만 보아하니 자리를 잡고 야영을 할 셈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들판에 있는 것은 위함 하였다. 사백은 언덕에서 계속 울 제국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다소 부산스럽지만 야영지를 신속히 들판 위에 짓고 있었다. 역시 제국의 군사들다웠다. 사백은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들이 교차하며 마찰을 일으켰으나, 답은 도망가는 것뿐이었다. 어차피 이럴 걸 예상하고 대처법을 생각해 놓긴 하였다. 말들도 꽤나 쉬었고 다시 움직이면 될 터였다. 길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칠흑 숲으로 향하는 것이고, 다른 곳은 제국의 야영지 가까이로 몰래 이동하는 것인데 이는 너무 위험했다. 물론 칠흑 숲으로 가는 것도 너무나 위험하였다.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 사백은 짜증이 밀려왔다.

 

 “젠장! 어떡한담?! 뭐야?”

  짜증 섞인 불만을 토로한 사백의 눈으로 야영지에서 벗어나는 병사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야영지 근처를 배회하며 순찰할 셈이었다. 거기다 순찰하는 병사들 중 일부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큰일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젠장할!”

  사백은 언덕위에서 급히 마차로 달려갔다. 그는 서둘러 말들을 깨워 마차에다 결속시키었다. 몇 번이나 결속끈을 점검하고는, 짐칸으로 가 자고 있는 령이의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령! 령아! 일어나거라!”

 “으..응...?”

 “지금 제국의 병사들이 이 곳으로 오고 있다 빨리 도망가여야 한다! 일어나라 어서!”

 “,,!”

 령은 금세 머리를 흔들며 잠을 깨고는 마부석으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보았다. 령이도 사백이 들었던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이제 크게 웅성거렸다. 사백은 이제 마부석에 자리를 잡고 말의 고삐를 틀 찰나였다.

 

 “이봐! 거기 누구야?!”

 “거기 마부! 멈춰라!”

  사백이 도망갈 채비를 할 틈에 언덕 위에 당도한 2명의 병사가 사백 일당을 발견하였다. 장사백이 말의 고삐를 잡은 것을 보고는 크게 외치며, 언덕길을 급히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젠장.. 결국 들켰구나. 령아! 넌 짐칸에 숨어있어라. 내가 저들과 말을 해볼터이다. 운이 좋다면 살려주겠지..”

  장사백은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는,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부석 아래로 무언가를 꺼내들고는 품에다 숨겼다. 이제 곧 제국의 병사가 장사백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봐, 넌 누구지?!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하하.. 위대한 울 제국의 병사이시군요. 저는 장사치입니다.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상인조합 소속입니다. 여기 한번 확인해보시지요.”

  장사백은 품에서 상인조합의 명패를 꺼내다 병사들에게 보여주었다.

 “흠,, 상인조합 소속이군.. 근데 수상하군. 왜 하필 이런 곳에 있지? 것도 상당히 숨기 좋은 곳이고..”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단지 노숙을 위한 자리를 찾다가 이 곳에 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울 제국의 통행증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보십쇼.”

  명패에 이어 재차 품속에서 통행증까지 꺼내어 보여주었다. 분명히 통행증에는 울 제국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병사들도 어느 정도 그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그렇군..”

  다른 병사가 사백을 향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헌데! 난 말이야 네 녀석이 수상하단 말이지. 이 밤중에 노숙을 한다는 놈이 왜 말을 몰고 가려는 참이었지? 거기다 우리가 이 곳에 야영지를 짓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이란 말이지. 네 놈 풍 나라의 첩자가 아니더냐?!”

  그 말에 장사백은 기겁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단지, 울 제국의 군세가 무서워 자리를 피하려는 것뿐이지. 첩자가 아닙니다. 분명 통행증을 보셨지 않으셨습니까. 어디 풍나라 첩자가 그런 걸 가지고 다니겠습니까. 잘 생각해보십쇼.”

 

  장사백은 계속 병사들을 설득하였다. 지금은 풍 나라와 전쟁 중이었고, 하필 자신들의 야영지 근처로 도망가려는 마차가 보이니, 수상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어디 첩자가 짐마차를 끌고 다니겠습니까? 말 한필 끄는 것이 속도가 더 나올 지언데 어찌 마차를 끌겠습니까.”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단순히 첩자로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함이라면 도망가기 편하게 말 하나만 데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도 그렇군.. 일단 네 녀석의 마차를 수색하여야겠다!”

 “..!..”

  장사백은 짐칸에 령이가 있음을 알고, 다소 긴장하였다. 그들이 령이를 어떻게 볼지 알 수가 없었다. 병사들 중 한명은 장사백을 감시하고 나머지 한명이 마차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짐칸의 뒤로 가서 입구에 쳐진 천을 열어 재꼈다.

 

  “흠? 그저 짐들뿐이군. 수상하게 여길 물건들은 없어 보이는데.. 이거 정말 상인 녀석인가?”

  짐칸을 여러 차례 확인해본 병사는 수상한 점을 찾지 못하였고, 이내 다시 장사백에게 돌아갔다. 원래라면 짐칸에 령이가 있을 터인데, 령이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사백도 의아해 했지만, 아마 어딘가 숨었을 것이라 여기었다. 아니면 도망을 갔던지 말이다.

 

 “흠,, 근데 말이야. 이번 전쟁에서 작은 공적이라도 쌓아야 뭐라도 떨어질 텐데 말이지..”

 “그건 그렇지..”

  장사백을 두고 병사들끼리 쑥덕이기 시작하였다. 그 대화를 엿들은 장사백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마저 비밀스런 대화를 마치고 다시 장사백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 네 말대로 상인인 것도 알겠고.. 울 제국의 통행증이 있는 것도 알겠고.. 네 놈을 살려주는 게 맞긴 한데.. 저 위에 계신 분이 말하시길, 이번 전쟁을 통해 작은 공적을 쌓아도 그에 맞는 보상을 내려준다더군? 그렇지?”

 “음.. 그런 셈이지..”

  말을 이어가던 병사놈의 얼굴이 능구렁이 마냥 변해갔다.

 “네 놈을 죽이고 풍 나라의 첩자로 몰아세우면 어떻게 될까..? 어디 한번 대답해보실까?”

  장사백은 어렵게 입을 떼었다.

 “그럼, 병사 나리들께 보상이 떨어지겠지요..”

 “그래 맞아! 역시 장사치라 그런지 똑똑하군 그래? 그래서 말인데, 안타깝지만 죽어줘야겠어. 정말 미안하게 됐어.”

  말을 마친 병사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들기 시작하였다. 검이 꺼내지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거려지는 장사백이었다. 곧 장사백은 울 제국의 병사들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젠장.. 령이는 잘 도망갔을까? 걱정이 되는군..’

  곧 죽음이 임박한 그는 자신보단 령이를 걱정하였다.

 

  하지만, 마차의 밑으로 달빛에 반사된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령이의 눈이었다. 령이는 그곳을 도망치지 않고, 숨어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령이는, 갈등하였다. 곧 장사백이 죽을지도 몰랐고, 병사들이 그에게 첩자의 누명을 씌우며 증거로 마차를 가지고 갈 터인데, 자신도 발각될지 몰랐다. 좋은 방향으로 결과가 흘렀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였다. 울 제국의 병사들은 상당히 비열하고 저속한 족속들이었다. 이는 령이도 잘 알고 있는 터였고, 이내 령이는 뭔가 결심을 한 듯 마차 밑에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스럭..

 “뭐야?! 어라? 일행이 더 있었군 그래?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하셨군. 장사치 나리?”

 “이봐, 근데 저거 어린아이인데?”

  장사백은 병사들의 말에 마차로 향해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으로는 령이의 모습이 보였다. 도망쳤으리라 생각했던 바로 그 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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