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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현실
작가 : 걸리
작품등록일 : 2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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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04     조회 : 450     추천 : 0     분량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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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겐, '특별한 능력'이 하나있다.

 

  수간이동, 결빙, 투시, 염력 같이 이름을 붙여보자면 '상상을 현실로 바구는 능력' 정도가 되겠다.

  상상을 현실로 바꾼다는 것. 모두가 원하고 꿈꾸는 일이겠지만, 사실 별로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그 이유는 차차 말하고. 먼저 내가 이 능력과 처음 마주하였을 때의 이야기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시간이니 어두운 밤이었다. 거리엔 불 빛들이 즐비했고, 나느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하루종일 공부하느라 지칠 때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 갈 때도 어두웠는 데, 집갈 때도 어둡네.'라는 생각을 하며 초록불로 바뀐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를 반쯤 건넜을 때, '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차와 부딪쳤다. 나는 그대로 몸이 붕떴다가 아래로 추락했다. 몸의 아픔을 느낄새도 없이 정신은 아득해졌다. 감기는 눈사이로 흐릿하게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신발들이 보였을 뿐이다.

 

  교통사고가 난 뒤 일어난 것은 3일뒤였다. 눈을 뜨니 깨어난 날보고 놀라서인지 기뻐서인지 우는 엄마가 있었고, 그 후에 연락 받고 온 의사, 아빠,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음주운전이었고, 나는 사고가 나고 지나가던 사람의 신고로 응급실로 옮겨졌고, 연락을 받고 회사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온 아빠의 수술동으로 수술을 받았고, 머리가 찢어졌고, 팔이 부러졌고, 피가 모잘라 수혈까지 받았다고 한다. 수술을 하는 동안 엄마도 병원에 도착해서 아빠와 함께 수술실 앞에서 수술이 잘 되기를 기도했고, 수술후에 다음 날 내가 연락없이 학교에 오지 않아 걱정하던 친구들이 선생님께 사정을 물어봐서 병원에 찾아왔었다고 한다. 내가 의식을 잃은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쭉 듣고 있다가 아직 회복이 덜 된 몸이 피곤해져서 깜빡 잠에 들었다.

 

  그렇게 친구들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아빠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하고 tv를 보기도 하고 맛 없는 병원밥을 꾸역꾸역 먹으며 2주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여느때 처럼 엄마와 tv를 보다 6시쯤 잠에 들었다.

 

  일찍 잠에든 탓인지 일어났을 때는 새벽 3시쯤이었다. 보조침대에 엄마가 곤히 잠들어 있었고, 어두운 병실 안에는 달빛이 은은했다. 잠이 덜깨 멍하니 창문 밖의 달을 쳐다보다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병원 안에서만 있었고, 밖에 잘 나가지 못했다. 옥상에 올라가 볼까 하는데 곤히 자는 엄마를 깨우기는 미안했다. 그래서 혼자 나섰다.

 

  병실문을 열고 나오니 복도는 고요했다. 소화전이나 비상구 표시에서 나오는 약간의 불빛만이 복도를 걸어가게 도움을 주었다. 오직 약간의 기계소리만 웅웅거리는 공간에서 내 발자국 소리는 마치 천둥 같아 내 귓가를 때렸다. 왠지 내 발자국 소리에 누군가 깰까봐 마음이 졸였다. 다행히 아무도 깨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무사히 옥상에 도착했다.

 

  옥상 문을 열자 들어오는 신선한 새벽공기에 숨통이 트였다. 옥상 가운ㄷ 있는 벤치에 가 앉았다. 봄의 새벽이라 선선했고 기분 좋은 공기였다. 새벽 내음조차 좋았다.

 

  하늘을 바라보니 오직 달 하나만이 하늘에 놓여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이 괜시리 나를 위로 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아무에게도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교통사고가 나던 그날이 이따금 떠올라 무서웠었다. 혼자 있을때, 밤에는 더 그랬다. 그날이 떠올라 무서운 마음을 달이 다 이해한다는 듯이 웃고 있는 기분이었다. 둥근 달가운데 따스히 웃는 얼굴이 형상이 보이는 듯했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렇게 감성에 취한 새벽이었다.

 

  달을 계속해서 바라보다보니 문득 어릴적 여행을 갔던 시골의 밤하늘이 떠올랐다. 그 때는 시골 하늘이라 달 뿐만 아니라 별도 가득했다. 도시에서만 있다가 처음 본 별가득한 하늘은 어린 마음에도 탄성을 지를만큼 아름다웠다. 요즘은 학업에 치이느라 가족여행도 잘 가지 못하고 심지어는 늦은 밤에 집에 가는 길에도 하늘을 쳐다볼 생각조차 없었다. 뜻 밖의 휴식시간이 내가 주위를 더 잘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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