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인해 발생한 먼지를 지켜보며 서있던 연우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게 수호자의 기운인가? 저번에 느꼈던 기운에 비해 확실히 강해진 건 맞지만 내가 감당못할정돈 아닌것 같은데... 그리고 저번에는 이만한 기운을 알아채지 못한 거지?'
연우는 미호에게 압박을 가하는 류크의 기운을 느끼며 고민에 빠져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연우의 고민을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고민을 해결해주는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해못할것도 아니지, 수호자들의 특성상 가진 기운을 숨기는 것에 뛰어난 편이니까 그래도 숨기는 것에 비해 네가 감당하지 못할만한 힘은 아니지 저번에 내가 너의몸을쓰고 힘과 기운의 컨트롤이 용이해지지 않았느냐? 현재의 네정도면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그리 많지는 않을게다]
제이슨의 말이 끝날 때쯤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예상처럼 소년은 멀쩡히 서있지 못했다.
자신을 류크라 소개했던 뱀파이어의 손에 들려 기절한 듯 보였다.
류크는 가만히 서서 가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짜의 모습이 흐려지며 이내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어느새 미호가 대신 자리 잡고 있었다.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지 뭐야? 헤헤 이제 그 꼬맹이는 안 괴롭힐게 대신 나랑 한번 싸워보지 않을래?"
연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우는 미호가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모습에 왜 저러나 싶었다.
그때 찾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찾았나?]
'안 불렀는데요?'
[어차피 궁금해 할 때마다 속으로 찾았으면서 그래서 부르기 전에 나왔다 이놈아]
'뭐 그렇다고 하죠.'
[말투가 그게 뭐야, 노인공경 몰라?에휴,아무튼 저 소녀뿐 만아니라 보통 한계를 넘었다고 하는 초월자들은 자기 힘을 쓸 일이 그리 많지 않아 주위에 초월자가 많으면 모를까 그런 경우가 흔하진 않지 그래서 싸울만한 상대가 보이면 평소에 억제하던 힘을 써보고 싶어 한단 말씀이다]
'무인들의 호승심 같은 거네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미호의 행동은 연우의 눈에는 귀여울 뿐 이었다.
당하는 입장에서야 식은땀이 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연우가 어떤 생각을 하던지 상관없이 류크와 미호의 대치상태는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야?"
계속 기운을 끌어올린 채 지켜보고 있던 미호가 말했다.
하지만 류크는 싸울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소녀여, 나는 전혀 싸울 마음이 없네."
류크가 싸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쳤지만 미호는 간단히 물러날 마음이 없었다.
라이제르 에게 당한 앙금도 남아있고 한번 싸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와중 연우의 머릿속에 또다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또 뭡니까?'
[응? 이번엔 내가 아니야]
쏘아대는 목소리에 변명하는 제이슨이었다.
'그럼 이목소린..?'
[자네 내이야기를 듣고 있나?]
다시 들어보니 그 목소리는 류크의 목소리였다.
[내 눈치가좀 있어서 그러네만 자네는 내정체를 알고 있는 듯 한데 부탁좀하지,이아이의 운명 때문에 지금 끼어들긴 했지만 저 소녀가 우리를 가만히 둘것 같지가 않아서 말인데 좀 말려주지 않겠나?]
미호와의 대치가 부담스러웠던지 연우에게 말려달라고 부탁하는 류크였다.
'하지만 내가 말한다고 순순히 그만둘 미호가 아닌데..흠 그래도 말은 꺼내봐야 겠지?'
[예, 일단 말은꺼내보도록 하죠, 말린다고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일단 연우는 류크에게 알겠다는 의사를 보내고 미호에게 말을했다.
"미호야, 저쪽은 싸울 생각이 없어보이는데,여기서 그만하는 게 어때?"
"연우의 부탁이라면, 여기서 그만할게"
미호는 주위의 지형에 영향을 끼칠 만큼 끌어올렸던 기운을 순식간에 잠재우며 자연스럽게 연우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던지 말렸던 연우나 대치했던 류크도 몇 초간 멍때릴 정도 였다.
그때 미호가 발산한 커다란 기운을 느끼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모두 마무리된 상태였다.
뒷북을 치기위해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을 보자 설명을 하기 귀찮았던 연우는 한숨을 쉬고 한 마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전 피곤해서 이만.."
바늘 가는데 실이 따라간다는 말을 실천하듯 미호도 연우를 따라 사라졌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류크를 향해 쏠렸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듯 류크도 한마디 말을 남기고 소년을 든채 모습을 감췄다.
"허허, 저도 이만"
순식간에 소동의 주인공들이 사라지고 휑한 공간을 보자 이게 뭔 상황인지 추축하며 하나둘씩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그 장소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잠깐, 우리는?"
아, 잠시 소년에게 당한 후 기억 속에서 잊혀버린 뱀파이어들도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제야 이번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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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폐관을 준비하는 라이제르 옆에서 비서 느낌이 물씬 나는 아름다운 외모의 뱀파이어가 조금 전의 소동을 라이제르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라이제르는 그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된듯 머릿속에 생생하게 이미지가 그려졌다.
라이제르의 입가에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데일이가 1차각성을 했나보군, 그렇다면 이정도 소동에 비하면 값진 보답을 받은 셈이군.'
하지만 곧 미소가 살짝 일그러졌다.
'이제 우리 데일이 히스테리 받아줄 아이들도 별로 없겠구만,에휴 전투중 잠깐 보여줬다는 철든 모습을 믿을 수밖에 없나?......생각해보니까 아들놈 깨어나자마자 나를 찾아올 텐데!?'
갑자기 천천히 준비를 하던 라이제르의 행동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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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고요하게 감겨져 있던 눈이 무엇인가에 쫓기듯 빠르게 부릅 떠졌다.
그와 동시에 부드럽게 귓속을 파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깨어나셨습니까. 도련님?"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