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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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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 -1002OS- [03]
작성일 : 17-01-28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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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마누스16121 M줄 12피노 42-0.8, 베르콘힐 행성 분석기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스테이크롬360의 사고 소식은 벌써 다들 잊은 것 같아. 어제는 그렇게나 떠들썩했는데 말이야. 나 또한 그래. 어차피 여기까진 조금도 영향이 미치지 않는 먼 행성의 일이고 우리 중 누구도 시페린 행성 출신은 없으니 완전히 남의 사정인 거지. 물론 쳄벨의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우리도 당장 눈앞에 벌어진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모든 연구원들이 1피노 내내 간이 격리실을 만드느라 바빴어. 생물 연구부에서 갑자기 표본033의 잎사귀에 검은 반점이 나타났다며 비상사태를 통보했거든. 일단 정상상태의 033과 변이한 표본 033을 따로 모아 격리실을 만들었는데 어째서 표본에서 변이가 일어난 건지 모르겠어. 누군가 처리를 잘못했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반응이 뒤늦게 나타난 거겠지. 부디 뭔가 잘못된 게 아니면 좋겠는데.

  베르콘힐 행성의 대기 상태도 양호하고 다른 실험체들에도 별 문제가 없어서 관련 부서마다 문제점을 찾는 중이야. 기술부에서는 기록 영상을 돌려 이상한 점이 없나 알아보고 있고 생물 연구부는 혹시 다른 식물에는 변이 조짐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어. 내가 있는 수색 관측부에서는 계속해서 대기와 온도 등 각종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 중인데 아직까지 별 다른 이상은 없어 보여. 변화가 감지된다면 즉시 경고음이 울릴 테니 지금은 그런대로 여유로운 상황이야. 화학부에서 42-1.7부터 변이한 033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 중인데 별 일 아니기를 바라.

 

 …

 

  42-0.1이 지났는데 여전히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어. 채집본은 전부 화학부로 넘어가서 난 그저 모니터만 가끔씩 쳐다보고 있을 뿐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아. 평소엔 밖에 나가 42-1.0이 넘도록 땅만 보고 다니는 일도 있는데 정작 이런 상황에선 바쁘지 않다니 아이러니하지.

  난 지금 마누스1 전에 우리가 갔던 헤로스 유적지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다시 보고 있는 중이야. 붉은색과 푸른색의 위성이 마누스 항성의 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었지. 마침 나란히 정렬된 시기라서 장관이었던 게 기억나. 너는 위성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었고 나는 두 위성이 만들어낸 빛에 물든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었지. 그 순간만큼은 위성학이나 유적지의 역사 시간에 배웠던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단 걸 느꼈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거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어. 너와 나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이 영원하길 소망하면서 지금 당장 끝나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처음으로 무한과 혼돈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 이론적으론 불가능하지만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는 그게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어. 마치 티끌하나 없는 무중력 공간에 갇혀 하릴없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이상한 기분이었어.

  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위성 빛에 젖어 헤로스 유적지를 밟고 서 있던 절정의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 이런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고 영상으로도 느낄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말이야. 아무리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다 해도 감정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 놓을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려면 아직도 멀었나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그런 일들이 가능해질까. 어쩌면 그 전에 마누스 항성이 수명을 다 할지도 몰라.

  한 생명체의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느낌 그 자체를 똑같이 구현해 내는 건 불가능한 걸까?

 

  “조이, 혼자 그만 떠들고 모니터해.”

  “알았어.”

 

 …

 

  42-2.5부터 교대로 쉬고 있는 중이야. 지금은 내 차례라 멀티 룸에 앉아 있어. 마누스 표준 중앙 방송에선 계속해서 시페린 행성인들의 사고에 대한 보도가 끊임없이 나와. 베르콘힐 행성까지 닿는 전파가 몇 없어서 볼 수 있는 채널이 한정적이야. 다들 딱히 논의한 적은 없지만 마누스 항성계 표준 중앙 방송을 기본 채널로 해놓자고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 같아. 나도 포함해서 말이지. 어쨌든 항성계 표준 중앙 방송이잖아.

  인근 행성은 물론 민간 선박까지 동원되어 시신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나봐. 많은 시신이 벌써 타행성 궤도를 향해 흘러가고 있대. 시페린 장례도 장례지만 잘못하다간 행성 간 정치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어. 행성경계선 문제는 항상 시끄러운 주제니까. 그래서 마누스 항성 연합이 있는 거겠지. 엘 존 총장이 계속해서 화면에 나오고 있네. 이런 식으로 행성 간 사건이 크게 터지면 항성계 전체가 난리인 것 같아. 물론 여기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지만 말이야.

  쳄벨이 네 번째 식사를 하다말고 일어나 불안하게 방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사망자들이 대부분 군인 또는 연구원이라 신원 확인이 시체 수거와 함께 바로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쳄벨은 혹시나 친구의 이름이 사망자 명단에 있을까 싶어 틈이 날 때마다 멀티 룸에 와 방송을 보고 있어.

  이런 상황임에도 쳄벨이 제노아보다는 침착한 것 같아. 제노아는 메시지 주고받는 걸로 그 난리를 피웠잖아? 쳄벨의 심리 상태가 훨씬 엉망일 텐데. 2피노 후면 바에마 위성 관제소에서 메시지를 받아올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때까지도 라쉴에게서 메시지가 오지 않은데다 업데이트된 위성 페림6 사망자 명단에 쳄벨의 친구마저 있다면 기지 안은 분노와 절망으로 혼란스러울지도 몰라. 아직 033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도 끝내지 못했는데 말이야. 모든 건 2피노 반쯤 후에 관제소에서 돌아올 타밀라에게 달렸어.

  그런데 말이야, 질리. 분명 비극적인 사고고 엄청난 사건임이 틀림없는데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나와는 더 상관없는 느낌이 들어. 당연히 나랑은 관계가 없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느낌이란 말이지. 처음엔 충격적이었는데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 물론 아주 잊을 순 없겠지. 슬픔이 물러가더라도 안타까움은 끝없이 이어질 거야.

 

  “조이, 너 1피노 내내 질리에게 보낼 메시지 녹음하고 있는 거야?”

  “베네디, 교대 벌써 끝났어?”

  “우린 한 명 더 많으니까. 대신 일도 더럽게 많지. 이건 불공평해. 우린 무슨 일이 있거나 말거나 항상 작업량이 많다고. 적어도 연구원 둘은 더 붙여 줬어야지!”

  “하하…, 그래서 뭐라도 좀 나왔어?”

  “화학부에선 아직까진 건진 게 없어. 여태껏 했던 실험을 전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다보니 할 일이 너무 많아. 생물 연구부 쪽에선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긴 하던데, 걔네야 뭐 항상 쓸데없이 분주하니까… 쳄벨! 정신없게 왜 이리 돌아다녀. 좀 앉아서 봐!”

  “42-0.2후에 교대라고. 라직트의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계속 확인해야 해.”

  “2피노 후에 타밀라가 바에마 위성 관제소에 갔다 오면서 명단을 가져 올 거야. 그 때 확인해도 늦지 않잖아. 살아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미 죽었어도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시페린 행성과 베르콘힐 행성은 완전 반대편이라고.”

  “넌 시페린 행성인들에게 빛의 소멸과 장례식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몰라!”

  “네가 무슨 시페린 행성인이라도 되냐? 정신 차려, 넌 운데리안이야, 이 자식아!”

  “쳄벨, 베네디. 잠깐만. 지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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