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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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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05]
작성일 : 17-01-30     조회 : 89     추천 : 0     분량 :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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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YYYY MM 2D 00:00:00, 위치 확인 불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뭐야··· 수치가 전부 엉망이잖아. 으윽.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대체. 질리. ···질리? ··· 아··· 참, 통신기가 아니지. 내가 지금 저장함에다 대고 뭐하는 거야··· 읏.

  질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하아··· 연구실 안이 먼지와 연기로 자욱해. 이봐요! 밖에 아무도 없어요!? ··· 아아, 머리가 멍하고 정신이 없어. 지금 일어날 힘조차 없어서 누운 채로 너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야. 아니, 정확히는 메시지 저장함에 녹음 중인거지. 그냥 너라고 생각할래. 후우···.

  언제 22%까지나 찬 거지? 분명히 10%도 안 됐던 것 같은데, 계속 켜져 있었나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어. 남은 공간을 보니 꽤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으··· 관측하던 기계들도 망가진 것 같고··· 저장함도 고장 난 것 같아. 알 수 없는 모양들이 나오고 있어. 위치도 안 나오고, 쓸모없는 고물 같으니. 아무런 신호도 잡지 못하고 있네. 다행이 데이터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이 수많은 원들은 뭐지?

  분명 문 밖에서 쳄벨이 소리치는 걸 듣고 나가보려던 참이었는데 ··· 그 후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주변이 엉망진창인 게 무슨, 무슨 사고가 났나봐. 너무 조용해. 일어나 아아···, 등이랑 어깨가 너무 뻐근하고 다리가 쑤시듯 아파. 꼬리도 뭐에 베였는지 쓰라려 미칠 것 같아. 구급부에선 오고 있는 건가? 다른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서 불안해.

 

  “던피트! ··· 마비노! ··· 로블!”

 

  내 목소리는 아직 멀쩡한가봐. 아, 아까부터 계속 떠들고 있었지. 누가 내 머리를 붙들고 흔드는 기분이야.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 강력한 충격파를 직통으로 맞은 것처럼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얼얼해.

 

  “던피트! 마비노! 로블!”

  “여, 여기···.”

  “거기 누구야?”

  “나야, 로블.”

  “로블! 무사한 거야? 던피트랑 마비노는?”

  “후아··· 던피트는 스캐너 두고 왔다면서 격납고에 갔고, 마비노는 너랑 교대한 다음 멀티 룸으로 갔잖아.”

  “그럼 수색 관측실 안에는 너랑 나밖에 없는 거야?”

  “그래. 윽··· 토할 것 같아. 넌 어때, 괜찮아?”

  “아까보다는 좀 덜 한 것 같기도 하고···. 꼬리가 쓰라린 것 빼면 견딜 만한데 온몸이 찌릿찌릿해. 어지럽고.”

  “일어날 수 있겠어?”

  “왜, 너 다쳤어?”

  “아니, 나도 너랑 비슷한 것 같아.”

  “일단 내가 그 쪽으로 갈게.”

  “다른 연구부는 무사할까? 간이 격리실 해체 도중에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너도 들었지? 쳄벨이 폰포플한테 소리 지르던 거.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게··· 조이, 넌 나보단 괜찮아 보이네. 나 좀 일으켜 줄래. 아니, 거기 말고 내 팔 좀, 잠깐만··· 우웩. 우우웁. 웩.”

  “로, 로블.”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우웁, 내 꼬리나 좀 우웩, 잡아 줘.”

  “으악, 잠깐만. 알았어.”

 

 ···

 

  질리, 지금 화학실 쪽으로 가는 중이야. 입구 근처에 간이 격리실이 있던 생물 연구실 쪽이 궁금하긴 한데 그 쪽은 연기 때문에 연구실 문도 안 보일 정도로 시야 확보가 전혀 안 돼. 그래서 우선 조금이라도 보이는 곳부터 먼저 가려고 해. 방금 전엔 영 좋지 못한 소리가 들어갔지? 미안해. 로블이 갑자기 내 발 밑에 토하는 바람에 일시정지 시켜놓을 겨를이 없었어. 이제는 나도 로블도 많이 괜찮아졌어.

 

  “뭐라는 거야. 네 발엔 묻지도 않았잖아. 내가 혼미한 와중에도 얼마나 너를 배려했는지 봐. 그나저나 너 그 저장함 제대로 작동은 하는 거야?”

  “메시지 녹음은 아마도···? 날짜와 시간이 엉망으로 나오는 걸 봐선 고장 난 것 같기도 한데···.”

  “너도 참 대단하다, 이런 와중에 질리한테 메시지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근데 이 원들은 왜 이렇게 한군데 모여서 깜빡거리는 거냐.”

  “글쎄. 무슨 단위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처음 보는 것들이라 고장인지 뭔지도 모르겠어. 일단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꼭 질리한테 보내는 게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기록용으로도 쓸 수 있으니까. 뭐, 필요한 경우엔 현장 상황 기록도 될 테고. 이렇게 연기가 자욱해가지고선 보안 카메라가 잡아낼 수 있는 것도 거의 없을 거야. 기껏해야 열 감지나 기본적인 화학 반응 정도겠지.”

  “들어간다. 크읍,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화학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어. 보이는 게 거의 없어서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데··· 화학 물질을 전부 보관하던 곳이라 아마도 사고와 함께 각종 물질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나 싶어. 연기도 여기서 시작된 것 같아. 충격으로 연기가 빠져나가서인지 화학실 내부는 바깥보단 좀 덜해.

 

  “이 빌어먹을 구급부 자식들아, 왜 이렇게 늦었어! 당장 날 데리고 나가.”

  “베네디?”

  “야 너 왜 거기 누워있어.”

  “···로블? 뭐야, 조이까지. 구급부 놈들은 안 오고 왜 너희가 온 거야.”

  “우리도 구급부는 구경도 못 했어. 잠깐만, 너 꼬리가 반이나 탔잖아. 일단 응급 처치부터···.”

  “시끄러워,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돼. 여기 있는 화학품들 또 언제 터질지 몰라. 뭐해? 빨리 나 좀 일으켜 줘!”

  “알겠어, 그만 재촉해. 조이, 베네디 어깨 쪽 잡고 내가 신호하면 들어 올려.”

  “알았어. 그런데 베네디, 다른 연구원들은?”

  “라헴은 멀티 룸에 있었고 바르몬과 누크, 에이사는 폭발 때 죽었어. 내가 다시 정신 잃기 전에 기어가서 확인까지 했으니까 애도는 나중에 하고 일단 자세한 건 나가서 얘기해 줄게. 당장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야.”

  “조이, 움직여.”

  “으악! 내 꼬리! 조심 좀 해 이것들아.”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중이야.”

  “너희들 수색 관측실에 있다가 온 거지? 생물 연구부랑 기술부엔 가 봤어? 우측 컨트롤엔 아무도 없든? 도대체 구급부는 뭐하는 거야. 이렇게 아수라장이 됐는데 왜 한 놈도 수습하러 오는 놈이 없어?! 빌어먹을 구급부들, 매일 같이 놀고먹는 주제에 이럴 땐 오지도 않고 말이야. 돌아가면 내가 아주 보고서에다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서 감사부에 넣어버릴 거야. 그 전에 나한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좀 처맞고.”

  “하나씩 하자, 베네디. 우리도 정신 차리자마자 바로 여기에 온 거야. 생물 연구실 쪽은 입구도 안 보일 지경으로 연기가 자욱해서 갈 엄두도 못 냈어.”

  “우측 컨트롤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베네디, 우선 급한 대로 저쪽 아래에 눕혀 줄 테니 잠시 안정 좀 취하고 있어. 조이랑 난 생물 연구실 쪽으로 다시 가볼게.”

  “알았어. 화학실 쪽 말고 컨트롤 뒤편으로 돌아가. 화학실에서 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나도 무슨 물질이 어떻게 뒤섞였는지 모르겠어.”

  “알았어. 금방 올게. 조이, 가자.”

 

  질리, 지금 로블과 나는 베네디를 컨트롤 판 아래쪽에 안전하게 눕힌 다음 생물 연구실 쪽으로 가고 있어. 로블이 앞장서가는 중이야. 거의 시계제로에 가까운 상태라 우측 컨트롤 판에서 생물 연구실까지 원래 거리가 어느 정도였는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 가도 가도 끝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아 불안해. 이 방향이 맞기는 한 건지.

  아직 엄청난 양의 연기로 뒤덮여 있기는 한데 다가갈수록 희미하게 문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도 같아. 연기가 꼭 기술부 쪽 너머로 빠지는 것처럼 아주 서서히 움직이고 있어. 자세히 보니 그냥 제 자리에서 돌고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공기의 흐름이 이상해.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어.

  베네디를 제외하고 화학실에 있던 연구원들이 전부 죽었다는 얘기 때문에 기술부는 다들 무사할지 걱정이 돼.

 

  “너 정말 혼자서도 잘 떠드는구나.”

  “그러니까 이건 질리한테 보내는 거지만 기록용이기도 하···”

  “―이 미친놈아! 전부 다 너 때문이야. 이렇게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도 나뭇잎 색깔은 다 보이겠다! 이게 안 보여?”

  “쳄벨 목소리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소리 나는 쪽으로 가봐.”

  “분명히 네가 만지기 전엔 정상으로 돌아왔었어. 애초에 변이가 생기게 한 것도 너지?!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검은색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하얗게 변했다고!”

  “쳄벨, 폰포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폰포플이 뭘 했다는 거야. 마지막으로 본 게 검은색이라니? 하얗게 변한 건 또 뭐고.”

  “이거 봐. 표본033이 어떻게 변했는지. 너희가 채집해 온 거니까 원래 모습은 너네가 더 잘 알겠지. 폰포플이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그냥 손에 살짝 스쳤을 뿐이라니까. 특이 성분이 있거나 무슨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전에는 아무 이상 없었다고. 내가 한 게 아니야.”

  “그게 살짝 스친 거냐? 내가 눈앞에서 똑똑히 봤는데 어디서 발뺌이야.”

  “뭐야, 이거 왜 이래?”

  “색소 이상인가? 다른 표본이나 나머지 033은? 그것도 똑같이 이렇게 변했어?”

  “아니, 그러니까 더 이상하다는 거지. 폰포플이 들고 있던 그 잎사귀만 그렇게 변했다고.”

  “난 아니라니까! 아무것도 안 했다는데 왜 자꾸 나한테 뭐라는 거야?!”

  “심증, 물증, 증인이 다 있는데 너 그렇게 계속 우길 거야?”

  “둘 다 그만해. 일단 다른 연구원들도 무사한지부터 확인한 다음 모여서 다시 정리해보자. 밖에 베네디도 두고 왔단 말이야. 조이! 잎사귀 그만 들여다보고 너도 얘네 좀 말려봐. 어? 잠깐만 우리 말고 또 누가 있어··· 제노아? 너 몰골이 완전 엉망··· 제어실은?”

  “시끄러워 이 자식들아! 대체 여기 죄다 모여서 무슨 헛소리들을 지껄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잎사귀가···”

  “조용히 하고 내 말부터 들어봐, 지금 잎사귀 따위나 붙들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제어실이 반 토막 났다고. 아예 사라지고 없단 말이야. 기술부엔 나밖에 없어. 모니터 쪽에 있던 르기니랑 벤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여태 뭐했어?! 다들 밖 좀 봐.”

  “왜. 뭔데 그래?”

  “창밖을 보든 기술부 쪽으로 와서 반 토막 난 건물 밖을 보든 뭐든 하라고 좀!”

  “무슨 소리야.”

  “제노아, 그런 표정 짓지 마. 무섭게 왜 그래.”

  “······.”

  “······.”

  “······.”

  “여기··· 베르콘힐 행성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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