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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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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09]
작성일 : 17-02-04     조회 : 163     추천 : 0     분량 : 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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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이곳의 지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어. 산등성이나 해안 같은 건 우리가 있는 쪽에선 전혀 보이지 않았지. 마치 지면에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갖다 붙인 것처럼 모래밭도 있고, 암석도 있고, 작은 언덕이랑 좁은 숲도 있고,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빙산 조각 같아 보이는 것도 있고… 한 마디로 이상했어. 기지로부터 꽤 멀어졌을 때는 기지의 모습도 이상해 보였지. 주변의 다른 것들처럼 거기 없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았어. 풍경에 녹아들지 않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 말이야.

  지형뿐만이 아니라 물체도 중구난방이었어. 그래도 덕분에 부서진 우주선 시트가 있는 쪽, 줄기가 굵고 잎이 커다란 나무가 있는 쪽, 얇은 철근 더미가 얽혀있는 쪽 같은 식으로 방향을 잡기엔 편했어. 사막이나 초원으로 이루어진 행성이었다면 방향성을 찾기 힘들었을 거야. 지표로 쓸 수 있는 건커녕 하늘에 뭐가 있는 것도 아니니 오히려 가는 길마다 일일이 표시를 해가며 갔어야 했겠지. 물론 여기서도 더 먼 곳까지 나간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와 폰포플이 처음 향한 곳은 커다란 목재 두 개가 이어져 나뒹굴고 있는 쪽이었어. 바싹 마른 밝은 색의 목재가 울퉁불퉁한 돌바닥 사이에 끼어있었지. 하지만 어째서 그런 형태로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목적이 있어서 만든 게 아닌 것 같았거든.

  내가 기지로부터의 거리를 알려주면 폰포플이 잠시 멈춰 지도에 표시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식이었어. 우리 쪽은 기계는커녕 제대로 된 물건도 별로 없어 보였지. 하지만 아직 수색해야 할 범위는 한참이나 남았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둘러보기로 했어. 적어도 베르콘힐 행성보다는 다채로운 풍경이라 지루하진 않았거든. 거긴 죄다 똑같은 식물뿐이라 개중 다른 걸 찾는 작업이라도 하는 날엔 정말 눈이 빠질 지경이었어.

  아무튼 천천히 걸어가며 처음엔 이것저것 보이는 것마다 다 뒤적였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겉만 봐도 쓰레기 같은 건 그냥 지나치게 되더라. 태어나 처음 보는 이상한 물건도 있었고, 줘도 안 쓸 물건과 굉장히 신기한 물건도 있었지. 어떤 물체는 지면에 반쯤 박혀있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다 오래되어 보이는데다가 왜 만들었는지, 용도가 뭔지 알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했어. 게다가 우리 기지처럼 거의 부서지거나 망가졌고 말이야.

  처음엔 분명 이전에 살았던 행성인들의 멸망한 문명의 흔적이겠거니 했어. 그런데 점점 보다 보니 전부 연대도 다른 것 같고, 심지어 제작된 행성도 가지각색이었어. 물론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많았지. 눈에 익은 물건 중에는 서로 완전히 반대편에 위치한 행성들에서 제조된 것도 있었고, 특정 행성에서만 쓰던 것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혹시 여기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어디선가 이 행성으로 날아든 것이거나 아니면 누가 버리고 간 것은 아닐까 싶었지.

  어떤 기계는 두 개가 완벽하게 합성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 해도 분명 접합부 같은 게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꼭 한 공간에 두 물체가 동시에 나타난 것처럼 이상하더라고. 이미 다 녹슬어서 부서지기 직전이었는데 원래 그런 상태였는지, 아니면 여기에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버려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어. 톱니바퀴와 버튼이 아주 많이 붙어있고 뭘 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지도 모를 물건인 데다 우리가 쓰는 기계랑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지.

  그런데 그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주변의 물체들이 전부 다르게 보였어. 출발하면서 봤던 돌바닥의 사이의 목재도 그렇고. 어쩌면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처럼 불현듯 그 자리에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아니면 연대도 제작지도 전부 다른 물건들이 어떻게 한곳에 모여 있는 걸까? 하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는 한 지금은 그저 내 상상에 불과할 뿐이야. 누군가 여길 불법 쓰레기 투기장으로 쓰고 있는지도 모르지. 오히려 그게 더 설득력 있어 보여. 너도 여기 와서 이 난잡한 광경을 봤더라면 분명 나랑 똑같이 생각할 거야.

  그렇게 별 소득 없이 한참을 걷다가 폰포플이 잠시 쉬고 싶다기에 그러라 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동안 재밌는 걸 발견했어. 인화성 반투명판을 이용한 촬영이 성행하던 시대에 만들었을 법한 다 낡아 빠진 사진들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꽤나 흥미로웠어.

  고지능을 가진 고대 동물부터 진화 초기 단계의 동물까지 그들이 어떻게 같은 기술을 사용하던 동시에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느 행성인으로 추정되는 신기하게 생긴 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도 있었고, 기묘한 차량과 기계도 있었어. 기기 결함이 있었는지 하얗게만 찍힌 것도 있고, 알 수 없는 구조의 무슨 형태 같은 것도 봤는데 그게 좀 신기하더라고. 아! 공존 문제는 복원 복제를 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다지 쓸모는 없지만 왠지 갖고 싶어서 가져왔어. 지금 생각해보니 난 이걸 언젠가 다시 꺼내볼 거란 생각으로 가져온 걸까? 하지만 여기선 뭘 관측할 것도 없는데 수색 말고 내가 할 게 뭐가 있겠어. 구조대가 우릴 발견해서 운데르로 돌아가면 너에게도 꼭 보여줄게. 너도 신기할 거야. 이런 건 박물관에서도 본 적 없는 거거든. 원한다면 갖고 싶은 사진은 가져도 좋아. 내가 얘기한 것 말고도 재밌는 사진들이 많이 있으니까.

  내가 사진에 빠져있는 사이 충분히 쉰 폰포플이 다시 출발하자고 해서 돌바닥과 흙바닥이 번갈아 펼쳐진 길을 한참 걸어갔어. 더 이상 관심을 끌 만한 게 없어 지루하던 차에 42-0.8이 지난 걸 확인하고 급히 반환 포인트 지점과 걸어온 거리를 기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지. 여태까지 본 돌바닥과는 조금 다른 곳을 발견했는데 바위 틈 사이사이에 이끼가 있는 거야.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궁금해서 왔던 길을 잠시 되돌아보는 동안 폰포플이 얕은 물웅덩이를 발견했다며 나를 불렀어. 그걸 보자마자 나는 화학실의 참상이 떠올랐지. 폰포플의 표정도 어쩐지 침울해 보였어. 우리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바르몬, 누크, 에이사를 여기로 데려와야 해.’

  호수 무덤까진 아니라도 못 무덤 정도로는 손색이 없을 같았어. 옛날엔 운데리안이 호수가 없는 지역에서 사망할 경우 가끔씩 못 무덤으로 대체한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어. 장례를 안 치른다고 다시 태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주고 싶었거든. 나중에 구조대가 와서 데려간다 해도 그게 언제일지도 모르고 그동안 석조판 위에 마냥 눕혀 놓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영문 모를 사고 때문에 죽은 것도 억울할 텐데…, 이거 봐. 내가 정작 본인들은 죽은 것도 모를 텐데 주변 사람들이 더 감성적이라고 했었지? 내가 그 주변인이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 혼자만 복잡한 생각이 들진 않았을 거야. 사고 이후 걔네들을 석조판 위에 눕혀 놓고부터 그 옆을 지나갈 때마다 나란히 누운 세 석화체가 다들 신경 쓰였겠지. 원래대로라면 가족끼리나 볼 법한 석화 과정을 수습부터 완전 석화까지 다 지켜봤으니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석조판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식하고 있었을 거야. 구조대가 오지 않거나 혹시 모를 추가 사고가 발생했을 시엔 우리 중 누군가도 석조판행이 될 게 뻔했으니까.

  기지로 돌아오는 길은 바위와 흙이 대부분이었고 폰포플이 발견한 못 같은 건 더 이상 없었어. 바위 사이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것 외엔… 아니, 급하게 돌아오느라 자란건지 붙어있는 건지도 기억이 안 나. 어쨌든 발길을 멈출법한 거나 가져올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서 생각보다 일찍 돌아와 제노아와 베네디에게 우리가 발견한 못에 대해 이야기 했지. 둘은 화학부 연구원들에 대한 못 무덤 장례 제안에 찬성했어.

  42-0.2쯤 지난 후에야 로블과 쳄벨이 돌아왔고 가져온 몇 가지 물건들을 내려놓는 동안 못에 대해 설명하며 의견을 물었어. 사실 물을 것도 없이 만장일치였지. 만약 로-벨조가 호수를 찾았다면 망설임 없이 거기로 갔겠지만 그 팀은 다른 걸 찾아왔어. 다 낡아빠진 매트 하나랑 아직은 멀쩡해 보이는 항공기 시트 두 개. 기체는 없고 시트만 덩그러니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더래. 더럽긴 한데 모래를 좀 턴 다음 어디 굴러다니는 비닐이나 천 같은 걸 덧대면 베네디도 조금은 편히 쉴 수 있겠지. 우리도 그렇고. 삐그덕 대는 연구실 의자나 딱딱한 돌 더미 위에 앉는 것보단 그 정도면 쉬는데 큰 불편함은 없을 거야.

  일단 오늘은 휴식을 취한 다음 자고 일어나 바르몬과 누크, 에이사를 데리고 아까 본 못으로 데리고 갈 거야. 그 셋 중 하나가 내가 될 수도 있었단 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해. 새삼스럽게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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