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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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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10]
작성일 : 17-02-05     조회 : 139     추천 : 0     분량 : 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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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YYY MM 9D 00:00:00, 위치 확인 불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이상한 시간 단위에 아직 적응이 안 돼. 내 생체 시계는 42-3.0에 맞춰져 있으니까 자꾸 피노라고 생각하게 되거든. 아무래도 2D가 1피노라 생각하는 게 더 편하겠어. 정확히는 1.875D이긴 하지만 0.125D씩 비는 건 그러라지 뭐. 모르겠다. 어차피 우리 모두 제노아의 시계 덕분에 42-3.0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 데다 천체의 변화가 없으니 사실상 날의 길이에 대한 의미가 없는걸.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주변 환경만큼이나 이곳의 시간과 공간이 무엇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건지도 아직 알아낸 게 없어. 행성이 어떤 식으로든 돌고 있다는 흔적도 찾지 못했고, 머리 위에 보이는 것도 없고, 빛 또한 어디서 오는 건지 여전히 알 수가 없어. 부산스럽게 살아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건 우리뿐인 것 같아. 그냥 다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 그래서 우린 여길 그냥 ‘메네 행성’이라 부르기로 했어. 운데르 사어 중에 ‘확인되지 않은 불가사의’를 뜻하는 ‘미에네’란 말이 있대. 거기서 따왔어. 폰포플의 생각이었지. 폰포플은 고어나 사어에 관심이 많으니까 말이야.

  사어에 관심 가져본 적 있어? 난 마누스 공용어 외에 단지 사용 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필수적인 시페린어와 자유 선택 언어 두 가지를 더 배워야 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데. 쟨 언제 사어까지 공부한 걸까. 하여튼 신기해. 어릴 땐 수많은 번역 도구들이 많음에도 왜 굳이 공부를 해야 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지. 물론 미묘한 언어 차이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란 것도 잘 알아. 시날 웜은 그런 간극도 없다고 들었는데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게 아쉽다.

  그나저나 자유 선택 언어라는 이름을 달고서 실은 암묵적 필수로 두 가지 언어를 더 공부해야한다는 게 너무 역설적이란 생각 안 들어? 하지만 대부분은 자유 선택의 둘 중 하난 마치 정해진 것처럼 튜세리아스어를 배우지. 물론 나같이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말이야.

  난 그 행성의 어디가… 아, 물론 객관적으로 봐도 매력적이긴 하지. 온 은하계를 다 뒤져도 그런 행성과 행성인들은 없을 거야. 오죽하면 ‘튜세리아스에 착륙해보지 못한 자, 유흥에 대해 단 한마디도 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겠어. 단 한 마디도! 라잖아. 그러니 하나같이 뭐에 홀린 것 마냥 열광하는 거겠지. 단지 나한테는 그런 게 안 맞는다는 얘기야. 너도 튜세리아스어를 배웠었지? 하긴 넌 남들처럼 가쉽지나 낱낱이 뜯어보겠다는 시시한 이유가 아니라 네 직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행성이니까. 나머지 하나는 나랑 같이 배웠던 칼츠어였고….

  하지만 그런 걸 열심히 배워봤자 이런 상황에선 조금도 도움이 안 돼. 네가 《미지의 은하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나 《성단 여행에서 낙오된 자를 위한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는 지침서》같은 책을 추천해줄 때 조금이라도 눈여겨 봤어야 했어. 지금 생각하니까 마치 내가 이런 꼴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미심쩍은 제목뿐이잖아? 지침서 뒷장에는 사고 시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 같은 게 나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럼 제노아에게도 도움이 됐을 텐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여기서 구조되지 못한다면… 과연 이 메시지를 너에게 전달할 방법은 있을까. 난 그저 어서 운데르로 돌아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의 엄청난 일을 겪었다며 이 저장함을 네 손에 쥐어주고 싶어. 이 안에 모든 일이 다 담겨 있으니까. 오랜 시간 녹음된 내 메시지를 듣고서 정말 고생 많았구나 하는 네 위로를 들으며 라 언덕에 누워 쉬고 싶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애초에 베르콘힐 행성처럼 외딴 곳의 파견 연구팀에 지원하는 게 아니었어. 대체 문명의 흔적은커녕 동물조차 없는 행성을 왜 연구하려 든 거야? 우린 좀 더 먼 우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을 방문해야하는 거 아냐? 이런 프로젝트에나 돈을 갖다 부을 만큼 운데르 정부는 돈이 남아도는 거냐고. 물론… 지원한 건 나지만. 처음부터 그런 데다 연구 기지를 세우지 않았더라면 바르몬, 누크, 에이사도 죽지 않았을 텐데….

  …1피노 간 수색을 비롯해 모든 일을 잠시 중단했어. 다함께 어제 발견했던 못에 다녀왔거든. 베네디가 짧게 추도사를 하는 동안 제노아가 우리 중 제일 몸집이 작았던 누크의 석화체를 혼자 안아 들었어. 나와 폰포플은 바르몬, 로블과 쳄벨이 에이사를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못에 내려놓았지. 원래는 가라앉는 광경을 보는 동안 추도사를 했어야 하지만 못이 그리 깊지 않은데다 어차피 식 자체가 급조된 거라 단출하게 끝냈어.

  그런데 그 잠깐의 의식 사이 이상하게도 전에 느낀 오묘한 기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다시 무감각한 상태로 돌아왔어. 그저 수면 위에 하릴없이 뜬 세 장의 나뭇잎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동시에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잎사귀의 모습도 다시 떠올랐지. 우린 서로 말없이 물에 겨우 잠긴 석화체 셋을 한참 동안 바라봤어. 그리 길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도 고요해서 슬프다기보다는 평화롭단 생각이 들 지경이었지. 분명 죽은 자들을 발밑에 두고 보고 있음에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모든 현실이 멀게만 느껴졌어.

  장례식에 대한 여운 때문인지 기지에 다시 돌아와서도 별 대화 없이 각자 자기 할 일에만 몰두했지. 베네디는 폰포플과 함께 사고 당시 정황을 바탕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잎사귀 분석에 들어갔어. 여태까지의 연구 결과로 보아 화학적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는데, 대신 일부 반경의 불특정 이동이란 가설에 초점을 맞추어 물리적 반응을 재실험 중이야. 베르콘힐 행성에서도 하긴 했지만 그때는 분자 구조, 대기 에너지 이상 같은 것에 국한되어 있었거든. 모든 게 정상으로 나왔던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아주 작은 단서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그동안 로블과 쳄벨은 어제 제노아가 만든 조명 겸 구조 유도물을 기지 주변에 세우는 작업을 했어. 기지 근처에 초기 형식의 가로등 세 개가 지반 채로 놓여있더라고. 밑에 있던 지반과는 구조 자체가 달라서 그것도 누가 일부러 놓고 간 것 마냥 이상했어. 거기다 수색 관측실에 있던 단거리 수신기를 역방향으로 바꿔 최대한 증폭시킨 다음 가로등에 달아놨어. 메네 행성을 둘러싼 어슴푸레한 빛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혹시나 해서 조명도 고쳐뒀지. 캐비닛 안에 뒹굴고 있던 소형 자가 발전기를 연결해서 가동시켰어. 아무래도 소형이다 보니 한 번에 세 개는 무리라 42-1.0마다 번갈아가며 하나씩 켜기로 했어.

  그리고 나는 오래되어서 쓰지 않는 장비함을 가져다 제노아의 작업을 도왔어. 대부분 옆에서 지켜보다가 이것저것 건네주거나 고정해 잡고 있는 것 정도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못의 잔상을 잊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어. 제노아는 장비를 뜯어 간단한 분석 스캐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걸 이용하면 아마 가까이 있는 물체나 대기 상태 같은 걸 알 수 있을 거야. 어쩌면 통신 장비를 만들기 위한 기기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모르지.

  내일은 부디 소득이 있었으면 좋겠어. 저 캄캄한 하늘 너머로 닿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불투명 돔, 은하계의 끝, 미지의 시공간, 대기 이상, 아니면 없는 줄 알았던 사후 세계… 질리, 여긴 대체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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