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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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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12]
작성일 : 17-02-07     조회 : 478     추천 : 0     분량 : 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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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YYYY MM 12D 00:00:00, 위치 확인 불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질리, 우린 거대 기체가 있는 곳에 있어. 제노아와 베네디는 기체 가동 방법을 연구 중이고 쳄벨과 폰포플은 뼈를 분석 중이야. 옷으로 추정되는 다 헤진 천을 아래에 깔고 관절을 맞추어 한 개체씩 늘어놨는데 그 광경이 마치 생물 연구부가 아니라 범죄 현장 감식반 인 것 같아. 로블은 거대 기기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분석 스캐너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모래 속을 들쑤시며 기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어. 나는 안쪽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야. 운이 좋았지. 모래밭은 질색이거든.

  뭘 찾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 1, 2피노 쯤 더 머물다 갈지도 모르겠어. 혹시 몰라서 다들 자기 분량의 음식도 챙겨왔어.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매번 왔다 갔다 하기도 번거로우니까. 기지가 비어있기에 걱정이 되긴 하지만 누가 와도 거기서 뭘 훔쳐갈 건 없을 거야. 음식도 애초에 행성 분석기지 탐사용으로 특수 제작된 거라 몇몇 행성인들 외엔 먹는 방법도 모를 테니 괜찮겠지.

  이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로-벨조가 수색 첫날 가져온 매트리스와 시트 두 개가 생각났어. 처음엔 쓸모 있어 보였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우리 몸집엔 안 맞았거든. 밖에 있는 뼈 주인들에게 맞는 크기겠지, 아마도? 주워 온 시트들이 여기 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한 걸로 봐선 이것과 유사한 기체에서 떨어져 나오지 않았나 싶어. 그렇다면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 비슷한 기계가 또 있다는 얘기겠지. 하지만 근처엔 더 이상 거대 기기의 실루엣 같은 게 보이지 않으니 로-벨조가 수색한 반대쪽 편에서 굴러왔을 수도 있을 거야.

  물건은 딱히 쓸 만한 건 없고 대부분 제노아가 뜯어갈 법하게 생긴 것들뿐이야. 알 수 없는 문자가 빼곡히 적힌 작은 종이 책을 하나 찾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저장함에 나오는 모양들이랑 똑같은 게 종종 보였어. 그러고 보니 기체 안에 적힌 문자 중에서도 똑같은 형상을 봤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같은 게 연달아 있는 건 없었는데…. 해독 렌즈나 문자 분석기가 없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저장함이 이 기체가 제작된 곳과 같은 행성의 문자를 자동 표시하는 것 같아. 혹시 기체에서 어떤 시그널이 흘러나오는 건 아닌지 로블에게 가서 물어봐야겠어.

 

 …

 

  분석 스캐너에서는 아무 신호도 감지하지 못했대. 하지만 이 기체를 만든 행성이든 또 다른 비슷한 기체가 존재하든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난 여태껏 저장함이 고장 났다고만 생각했는데 고장 난 게 아니었던 거야. 문제는 저장함의 수신 반경이 너무 넓기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신호를 받아 표시한다는 거지.

  운이 나쁠 경우 발신지가 이 행성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 대기와 시간, 천체 변화가 없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려. 메네 행성이 만약 상상 이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면 저장함이 신호를 받아오는 곳은… 마누스 항성계는 물론 근접한 항성계에서도 훨씬 벗어난 미지의 이공간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가능한 것이긴 할까? 애초에 그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 가본 적도 없는 걸. 수신 반경이 넓다 해도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지금으로선 메네 행성 어딘가에서 신호를 받는다는 설이 가장 그럴듯하지. 이 문자도 메네 행성인들이 사용했을 거라 추측하고 있어. 형이상학적으로 짜 맞춘 것 같이 생긴 괴상한 풍경으로 짐작컨대 여길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겠지. 어딘가에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 같아. 그런 확신이 들어. 이따 모일 때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 봐야겠어.

  난 지금 또 다른 유리창 구역에 들어왔어. 보조 조종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어. 뭔가를 올려놓는 받침대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긴 한데 뭘 올려놓기 위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확실히 기체가 오래된 방식이다 보니 지금 우리 기준으로 추측하기엔 한계가 있어. 고대 기기 전문가나 시간의 유적 발굴단 같은 사람들이 와야 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이 생겼거든. 그래,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건 유물 수준이야. 그것도 아주 아주 오래된 초기 지적 생명체의 유물 같은 느낌이라고.

  휴…, 제한된 상황에선 자꾸만 벽에 부딪혀 답을 찾을 수가 없으니 답답해. 새삼 베르콘힐 행성에 있을 때가 그리워. 지금 생각하니 바에마 위성관제소에 다녀오는 간격이 3피노 반으로 준 것 조차 대단한 사치였어. 그러고보니 라쉴은 제노아에게 답장을 보냈을까? 모르겠어, 어쩌면 제노아도 나처럼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주절주절 떠드는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알기론 제노아는 자기 방에 메시지 저장함을 두고 다녔어. 사고가 났을 때도 아마 방에 놓여 있었을 거야. 여기서 저장함을 가진 건 나 하나뿐인 것 같아.

  매번 의문이 늘어나는데다 지금도 텅 빈 합금 공간에 멍하니 앉아있어. 그래도 엉망으로 뒤엉켜있는 생각들이 이렇게 너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해. 적어도 문자에 대한 일부 정보는 얻었잖아? 저장함이 기체가 만들어진 행성과 같은 문자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고 말이야. 부디 다른 쪽에선 나보다는 많은 정보를 얻었길 바라.

  이렇게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까 한 없이 펼쳐진 모래밭이 장관이긴 하다. 네가 모래 행성으로 놀러가자고 그렇게 수도 없이 졸라댔는데 결국 안 갔지. 그 대신 간 곳이 나몬플라 파크였는데 거기도 엉망이었어. 차라리 네 말대로 할 걸 그랬나봐. 모래 행성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빛을 많이 받으면 금빛으로 빛날 것만 같이 생겼어. 그 금속은 쓸모도 없는 주제에 외관은 참 예쁘단 말이야. 네가 사진으로 보여줬을 땐 심드렁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왜 그렇게 졸랐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무사히 운데르로 돌아가면 모래 행성에 꼭 가자. 거기 외에도 네가 항상…

 

  -위이이잉—————————————-

 

  으악! 귀 아파.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대체.

 

 …

 

  굉장해, 질리! 잠깐이었지만 제노아가 기체에 시동을 걸었어! 방금 전의 소리는 엔진이 작동하며 내는 소리였어. 밖에 나가 기체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돌아가는 프로펠러를 봤는데 마치 내가 시간의 유적 발굴단이 된 것 같았어. 탈 것의 시초가 제작된 때로 돌아간 거지. 엔진 한 쪽은 완전히 망가져 고치기 힘들 것 같지만 한 쪽은 쓸 수 있을 거래. 내가 안을 조사하는 동안 계속 그걸 고치고 있었나봐. 잘하면 기지까지 기체를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안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밖에서 도울 일이 없나 찾아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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