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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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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14]
작성일 : 17-02-09     조회 : 473     추천 : 0     분량 : 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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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체 해체 조는 마감 식사 전에 작업을 끝내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여 앉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어. 난 그 사이 베네디와 폰포플을 잠시 지켜봤지. 여전히 모래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뭔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어. 내 눈엔 그저 잡동사니 같았지만 이미 한 쪽에 모아놓은 물건들이 상당했지. 둘은 뼈 앞에 서서 얘기를 나누더니 쳄벨에게 더 조사할 게 있냐고 물었고 없으면 연료 재료로 써도 되겠냐고 물었어. 쳄벨은 우리가 여기에 탐사하러 온 것도 아니니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

  난 제노아가 작업하는 내내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던 연료 탱크를 쳐다봤어. 그리고 모래 밭 위에 누워있는 바퀴 두 개와 발을 잃은 기체 뒷부분, 버려진 엔진 한 쪽, 이제 곧 제노아와 함께 개조에 들어갈 기체 앞부분과 엔진을 차례대로 바라봤지. 해체 작업에 너무 심취해있었던 탓인지 우리가 사고를 당해 메네 행성에…, 심지어 그 메네란 이름도 우리가 임시적으로 지은 이름에 불과하지. 하여간 사고로 인해 원치 않게 여기 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단 걸 깨달았어. 대체 우린 여기에서 뭘 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싶더라고.

  모든 행동들이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메네 행성의 환경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었던 거야.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지만 변화 없는 대기가 이젠 매우 당연한 것 마냥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아. 이런 시간들을 얼마나 많이 보내야 운데르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소한 베르콘힐 행성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더라도 좋겠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저장함이 25%였어. 이런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다보면 마음 속 저 구석에서 불안감이 다시 조금씩 기어 나와. 모든 게 탐사에 앞선 시뮬레이션 상황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지. 하지만 발끝과 꼬리를 스치는 모래의 감촉이 너무도 생생해서 금방 현실로 돌아왔어.

  아까는 새로운 탈 것의 등장에 흥분해 놓고 이렇게 작은 걱정의 씨앗에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과 고뇌의 가지가 뻗어 나와. 오로지 메시지를 녹음하는 지금과 나중에 이 저장함을 너에게 줄 생각만으로 한없이 좌절에 빠지는 걸 막고 있어.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게 다 네 덕분이야.

  우린 꼭 여기서 탈출할 거야. 어떤 식으로든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반드시 탈출에 성공해 이곳에서의 모든 일이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고 말할 거야. 방송국에서 한 동안 귀찮을 정도로 인터뷰 요청을 할 테고, 난 미래의 언젠가 이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돈을 벌겠지. ‘우발적 행성 간 사고에서 살아남는 법’같은 제목으로 말이야. ‘행성 표류기’도 괜찮을 것 같고….

  마감 식사가 끝난 뒤 베네디와 폰포플이 모은 재료로 연료 합성에 들어갈 때 즈음부터 기체 해체반은 제노아를 필두로 기체 개조반으로 바뀌었어. 쉬지도 않고 제노아가 시키는 대로 재조립에 온 정신을 몰두했지. 처음에 고른 공구가 개조시에도 각자의 담당 파트로까지 이어졌어. 제노아가 모든 걸 지시하며 쓰지 않는 합금에서 이음새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절단기로 잘랐어. 내가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쳄벨이 그걸 망치로 박고 로블이 인두로 마감했지. 나중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어.

  조종 콘솔 아래의 작은 바퀴를 꼭지점으로 이등변 삼각형을 그려 아래쪽 두 모서리에 각각 떼어낸 바퀴를 달았어. 거기까진 그럭저럭 할만 했는데 잘라낸 기체 뒤에 엔진과 연료통을 다는 일은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 그저 제노아가 시키는 대로만 했지.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못할 것 같았어. 우리는 큰 작업들을 주로 도왔고 나머지 정밀한 작업은 사실 제노아가 혼자서 다 마무리 지었지. 코앞에서 지켜봐도 기계의 작동 원리에 대해선 도무지 알 수 가 없었어. 심지어 외계 물건이기 까지 했으니까.

  막바지 작업이 한창일 때 베네디가 폰포플과 함께 연료통에 제조한 연료를 집어넣었어. 딱히 할 일이 없던 나는 밖에서 거의 완성된 새로운 형태의 차량을 훑어봤어. 원래 기체와는 완전히 다른 해괴한 모양이었지만 계속 보다 보니 작은 구형 우주선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어. 물론 그건 바퀴는 안 달려 있지만 말이야. 제노아는 시간의 유적 발굴단에 들어갔더라도 분명 잘해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 기체 개조에 내가 일부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어. 그런 재미로 기계를 만지는 구나 싶더라고.

  새롭게 탄생한 차량은 놀랍게도 단 번에 시동이 걸렸어. 하지만 모두 기뻐하던 것도 잠시였지. 바퀴 구동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난 거야. 그런 여러 가지 불편함 때문에 여러 항성계에서 바퀴를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됐는데 기체를 만든 사람들은 아마 그럴 기술이 없었나봐. 우리는 모래밭 위에 있었고 가동이 너무나 더뎠어. 게다가 내가 전에도 말했듯 연료가 타며 유해물질을 배출하기 시작했지.

  유해물질은 어쩔 수 없었지만 모래 때문에 곤란해 하던 차 베네디가 가방에서 자랑스럽게 뭔가를 꺼냈어. 지난 번 시찰 때 모의 상황을 상상하며 꼼꼼히 연구했는지 수직 반응 범위가 긴 분자 구조 변형탄을 미리 제조해 놨던 거야. 베네디의 말에 의하면 혹시나 기체를 옮기게 될 경우에 대비해 몇 개 만들어 본거라고 했어. 하지만 모래에다 쓰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했지. 단지 기체 자체를 가볍게 바꿔 끌고 오거나 하는 식으로만 예상했던 거야. 제노아가 갑자기 기체를 다 뜯어내 삼륜 차량을 만들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우리는 짐을 챙겨 새 차량에 탄 다음 분자 구조 변형탄을 기지까지 가는 길 앞에 번갈아 던졌어. 그렇게 일시적으로 단단해진 모래 위를 지나 기지에 돌아올 수 있었지. 하지만 화학실에 남아있던 물질이 한정되어있는 만큼 다음번에 또 다시 모래 위에서 비슷한 기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 때는 이런 식으로 가져오기 힘들 거라는 말도 덧붙였어. 우리의 새 교통수단은 수색반경의 대부분이 모래밭인 로-벨조에게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와 폰포플이 사용하기로 결정 났어. 아무래도 자기들이 찾은 거다 보니 쳄벨이 볼멘소리를 하긴 했지만 반대편 수색 때는 로-벨조에서 쓰기로 하고 일단락 됐지.

  제노아가 내일 수색전까지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기기들을 완성시키면 훨씬 더 넓은 반경을 빠르게 돌아볼 수 있을 거야. 메네 행성 너머로의 발신에 필요한 물건도 찾을 수 있을 테고. 폰포플이 우선 운전 방법을 배우고 있어. 나는 너무 지쳐서 좀 자고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알아보려고 해. 짧은반경 안에서 지그재그로 수색하다보면 135도 쯤에서 일직선 귀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 아무튼 내일이 되면 알 수 있겠지. 난 이제 그만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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