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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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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16]
작성일 : 17-02-11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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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YYYY MM 18D 00:00:00, 위치 확인 불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고는 상상도 못 했어.”

  “자, 여기요. 이거면 충분하실 거예요.”

  “이건 뭐죠?”

  “탐사용으로 특수 제작된 식량입니다.”

  “제노아, 아무래도 식량 배분을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한동안은 걱정 없긴 하지만.”

  “저흰 이렇게 정제된 음식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시페리안은 근처에 물이나 식물만 있어도 충분하니 그런 곳만 찾는다면 식량 부담은 크게 없으실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 어느 정도는 나눠 놓기로 하죠.”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시게 된 건지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좀 들려주십쇼.”

  “클레인 경위, 자넨 우선 체력 회복을 위해 먹고 있게. 난 오기 전에 좀 먹었으니 내가 얘기하지.”

  “네…, 알겠습니다.”

  “페림6의 연구소 폭발 사고 때문에 스테이크롬360이 시신을 수습해 오다 소행성과 충돌했다는 건 다들 알거요. 우린 사고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페레이스로부터 직통 연락을 받았소.”

  “시페레이스가 누구죠?”

  “시페레이스는 락사므 관저요. 시페라아제를 중심으로 각 시페라알마다 동시에 명령이 전달됐소. 제 3시페린 경찰 본부와 지구대말이오. 부서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전부 출동하라는 명령이었지. 남의 행성에도 워낙 관심이 많은 분들이시니 잘 알거요. 우리에게 빛의 소멸 전에 장례를 치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신 수습이 시각을 다투는 일이었기에 모든 경찰차가 총동원 되어 사고 현장으로 날아갔소. 자세한 지시 사항은 출동 중에 전달 받으며 말이오. 클레인 경위와 나는 수사 관리과라 외근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그 때까지만 해도 사고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깊이 깨닫지 못했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수만 구의 시신이 제 3시페린 행성 근처를 괴기스러울 정도로 떠다니고 있었소. 가까운 거리에 스테이크롬360이 충격 여파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 보였지. 시신들도 느리게 회전하며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소. 제 3시페리안들이 가장 많았지만 제 1, 제 4쪽까지 전부 뒤섞인 상태라 찾는 족족 신분 확인 후 곳곳에 분포한 임시 수거선을 호출해 행성별로 나누어 전달해야만 했소. 표준 중앙 방송에는 아마 멀리서 잡은 광경만 나왔을 거요. 소심하기 짝이 없는 놈들 같으니. 하지만 시페린 방송에는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 그대로 도보된 것도 많았지. 기자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었으니 말이오. 시페린 연방 내 방송국이란 방송국은 다 튀어 나온 것 같았지. 특히나 사고 중심부는 시신 수가 상당히 많아 경찰차로 그 사이를 헤치고 나가야 할 지경이었소. 경찰차 내부의 모니터에선 게르흐, 셍엘, 멀과 핀, 엘 존 총장 등 각 지도자들이 정신 사납게 등장하고, 통신기에서는 시신 수습 구역 지시가 끊임없이 변경되어 전달되고 있었소. 무슨 사고 대책 본부인가 뭔가 하는 것도 곧 구성될 예정이니 일단은 눈에 보이는 시신들부터 가능한 빨리 수습하라는 얘기였지. 클레인 경위와 나는 스테이크롬360에서 조금 벗어난 구역으로 갔소. 제 1시페리안 한 명과 제 3시페리안 세 명을 각각 가까운 수거선에 넘기고 다시 수습을 하기 위해 이동했소. 대여섯 정도 뒤엉킨 시체들을 발견하고 신분 확인을 위해 우선 따로 떼어놓는 작업을 했지. 그런데 그 사이에 있는 칼츠니즈 한 명을 발견했소. 알다시피 칼츠 행성인들은 몸집이 작아 멀리선 알아보기 힘들지. 이미 죽은 상태였소. 아, 이 얘기는 여기서 나간 후에도 반드시 비밀로 해주시오. 페림6는 군사 위성이오. 그리고 그게 칼츠 옆에 붙어있지만 우리 것이란 것도 당연히 알고들 있겠지. 물론 죽은 칼츠니즈가 스테이크롬360에 같이 타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디선가 흘러 들어왔다가 사고 현장에 뒤섞인 건지는 알 수 없소. 하지만 페림6에서 실려 온 시페리안들 사이에 칼츠니즈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보안에 큰 논란이 될 만한 일이오. 처음부터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죽은 칼츠니즈가 존재하지도 않은 것이어야만 하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이미 그 칼츠 행성인을 발견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쪽엔 없소. 확실하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사고가 날 때 여기에 같이 왔기 때문이오.”

  “잠깐만요, 그런 말씀은 없으시지 않았습니까?!”

  “이제 이야기하려하지 않소. 한데 뭉쳐있던 시체들은 전부 제 3시페린 출신이었소. 하지만 수거선을 부르기 전에 앞서 말했듯 칼츠니즈의 존재를 숨겨야 했소.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여기 타행성인이 섞여 있네!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소? 그저 정부에 넘겨주기 전 확실히 하고자 한 거지. 설레발쳐서 좋을 게 뭐 있겠소. 그래서 칼츠니즈 시체를 수거해 뒷좌석에 일단 넣었소. 그리고 떼어 놓은 시페리안들의 시신을 수거하려는 순간 갑자기 사고를 당한 거요. 튕겨 나가는 것 더니 갑자기 다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더군. 한참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여기였소.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에 쓰러져 있었지. 경찰차도 이미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 타버리고 형체도 안 남아있었소. 아무리 뒤져봐도 구조 신호를 보낼만한 걸 찾을 수 없었소. 1, 2피노야 견딜만했지. 그 뒤엔 계속 돌아다니며 물과 식물이 있는 곳에서 겨우 허기를 달래며 쉬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소. 조이 당신이 나와 클레인 경위를 발견한 그 돌바닥까지도 한참을 걸어왔단 말이오.”

  “경감님, 저랑 만나셨을 땐 분명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경찰차가 다 타버렸다니요?”

  “이런, 내가 그렇게 말했던가? 허기와 피로에 경황이 없어 착각했나보오. 하지만 이미 없는 것을 봤다 한들 뭐 의미가 있겠소.”

  “사고 직전에 무슨 행동을 했다거나 특이한 걸 보진 못하셨나요? 예를 들면 검은색 또는 흰색 잎사귀라든가….”

  “당신들은 다들 똑같은 질문만 하는군. 도대체 그 잎사귀란 게 뭔데 이렇게들 난리요? 그런 건 보지도 못했으니 더 이상 묻지 마시오. 내 생각엔 분명 뒷좌석에다 실어 놨던 그 음흉한 칼츠니즈 놈이 무슨 짓인가 한 게 틀림없소. 밖에서 조종하던 또 다른 놈이 있거나, 아님 자살 테러 뭐 그런 거겠지. 특이한 걸 물었소? 그 죽은 칼츠니즈가 제일 수상하오. 그러나 경찰차와 함께 죄다 타버렸으니 이젠 알 수 없겠지. 당신들은 뭣 좀 알아낸 게 있소? 운데리안 연구원들이라면서.”

  “이상해…. 우린 줄곧 잎사귀가 사고의 원인이라 여겼는데 비슷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페린 경관님들은 그런 건 보지도 못했다고 하니….”

  “베네디, 어쩌면 잎사귀가 촉매제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수색조들이 전부 돌아오면 잎사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조-폰조에서 더 엄청난 사건을 가져온 바람에 잠시 미뤄뒀어. 다들 이리와 봐. 경관님들도 오시죠.”

 

 …

 

  질리, 앞부분의 대화는 실수로 녹음된 게 아니야. 아무래도 티르헬 경감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 처음 만났을 때 은근슬쩍 말을 돌리는 모습이라든가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 같은 것들이 꼭 이야기에서 무언가 빠진 것 같단 말이야.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 수도 있겠지만 계속 주시할 필요는 있어 보여. 시페린 경찰들이 정확히 어느 쪽에서 걸어 왔는지는 몰라도 평균 걸음걸이와 시간을 계산하면 수색 범위를 대략적으로 좁힐 수는 있을 거야. 수색 나갈 때 마다 의심되는 구역을 좀 둘러봐야겠어.

  티르헬 경감은 발신기에 관심이 아주 많아. 오로지 빨리 메네 행성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어 보여. 로-벨조가 오늘 메타리움에서 만들어진 단방향 통신기 하나를 찾았거든. 제노아가 지금 있는 발신기 보다 영역을 더 확장할 수 있게 손보는 중인데 아까부터 그 옆을 계속 기웃거리고 있어. 지금 있는 기계들의 발신 방향과 영역이 얼마나 되느냐, 가장 가까운 행성이 어딘지 아느냐, 어떤 기계가 발신기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하냐는 물음 등등 오로지 구조 요청 수단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아. 어지간히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가 보지.

  반면 릭스 클레인 경위는 그 외의 것에도 흥미를 가지고 자기가 도울 일이 없겠냐며 이것저것 질문을 했어. 자신은 과학적 소양이 부족하니 가능하다면 수색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얘기도 했지. 어쩌면 운데리안 연구원 두 명과 시페린 경관 한 명으로 이루어진 다시 보기 힘든 조합의 수색조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어. 로-벨조가 정체불명의 기기를 발견했는데 지난 번 같은 기체는 아니고, 자세히는 몰라도 아무튼 그걸 기지까지 가져올 일손이 좀 더 필요한 가봐. 티르헬 경감은 그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를 관찰하고 결론을 낸다는 게 좀 섣부르고 편집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넓은 그림에서 아주 사소한 걸 찾아내는 게 내가 하는 일이잖아. 화려하게 기계를 만지거나 복잡한 화학식을 계산하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넓게 보는 관찰력은 내가 그들 보다 뛰어다나고 자부할 수 있어. 틀린 그림 찾기 같은 거지.

  아! 잎사귀 말인데, 아직 작은 단서이긴 해도 베네디가 흰색으로 변한 잎사귀에서 양방향 순환형 에너지의 흔적을 발견했어. 티르헬 경감이 말했던 서로 반대되는 힘을 느꼈다고 한 것과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아? 정상 상태의 표본 033에서는 그런 에너지를 발견하지 못했대.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변색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어. 애초에 왜 변색이 시작됐는지를 모르니 그 부분이 가장 미지수이긴 한데 어쨌든 특정한 상황에서 특수한 형태로 반응한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여. 그리고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연결 파장의 흔적도 있다고 했어. 무엇과 연결되어있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이 잎사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거야.

  갑자기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혼란스러워. 생각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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