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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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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18]
작성일 : 17-02-14     조회 : 500     추천 : 0     분량 : 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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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YYYY MM 21D 00:00:00, 위치 확인 불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질리, 사고 이후로 가장 흥분되는 소식이야. 수색을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제노아가 다급하게 모두를 불러 모았어. 제노아의 표정을 보는 순간 알았지. 구조 요청과 관련된 통신에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지만 무너진 제어실의 일부를 개축해서 만든 작업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도무지 예상 할 수가 없었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제노아를 따라 급히 작업장으로 갔지.

  제노아는 증폭 회로를 손 본 단파 라디오를 중앙에 놓았고 우린 그 주변에 둘러 모였어. 단파 라디오에 수상한 소리가 잡혔는데 처음엔 행성 내부에서 오는 신호인가 했대. 그런데 간단하게나마 발신지 추적을 해보니 그게 어디든 외부 방향이라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듣고선 하나같이 라디오와 제노아의 손동작을 번갈아 보며 소리에 집중했어. 순식간에 라디오에서 나는 잡음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지.

  어리둥절히 서로를 쳐다보며 의문과 긴장 속에서 시간이 흘렀어. 그리곤 마침내 단파 라디오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제노아는 음량을 최대 출력으로 높여 모두가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도록 했지. 일정한 간격도 아니었고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소리도 아니었지만 라디오에선 계속 비슷한 말이 흘러 나왔어. 어디서 흘러 들어온 건지 모를 소리는 몇 번을 더 반복하더니 다시 거센 잡음이 일었고 이내 그 잡음마저 사라졌어.

  우린 처음 라디오 주변에 자리를 잡았던 그대로 멈춰서 있었어. 정적이 흘렀고 더 이상 잡음이 들리지 않고 부터는 희망과 공포의 대화가 오갔지. 그 동안 통신에 대해 그렇게 애를 써왔으니까 공포감이란 말이 뜬금없고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메네 행성 밖의 어딘가로 부터 수신한 정체불명의 음성이 어디를 기점으로 하며 누구인지도 알 수 없으니 오히려 불안감이 커진 거지.

  잡음도 섞여있는데다가 선명한 소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히 따라 하긴 힘든데,

  ‘카뇨-이--미-저--옴···. 카뉴-일--미-저--온···.’

  ···대략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아. 처음 들어보는 언어였어. 게다가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지. 추측도 못할 만큼. 어쩐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음성이었어. 꼭 이트라인 행성의 플퍼플 늪지대에 사는 백조가 죽기 직전에 내는 소리처럼. 그것과 비슷했단 건 아니고 그런 기분을 들게 했다 이거지.

  개조를 거듭하고 있는 발신기의 신호가 드디어 어딘가 닿은 걸까? 물론 우리의 전자기적 외침 중 어떤 것과도 전혀 상관없고 단지 우연히 스쳤을 뿐일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겠지. 발신기의 전파가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퍼져 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긍정적으로 봐서 단파 라디오에서 들린 소리가 우리가 구조를 요청한 것에 대한 답신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설레면서도 두근거려.

  알 수 없는 소리에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누구든 상관없이 신호를 받은 거라면 좋겠어. 베가틱이든 레가든, 우주 해적이든 악질 범죄자든 뭐든 간에 말이야. 우리 쪽에도 일단은 무기를 소지한 경찰이 있으니까. 그들에 대한 의심은 잠시 미뤄두고라도 갑자기 시페린 경찰들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니까. 만약 경찰들이 제압을 못하고 우리가 다함께 끌려가는 일이 있다 해도 어쨌든 여기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 뒷일은 그 후에 생각하면 돼.

  그런데 혹시나 우주 기술이 전혀 발전하지 않은 행성에서 운 좋게 얻어 걸린 거라면··· 그것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겠지. 무엇하나 뚜렷한 답을 가진 게 없어. 끊임없는 추측, 추측, 추측. 그 뿐이야. 하여간 어떤 방식으로든 여기를 나갈 수만 있다면 운데르의 집이라도 팔겠어. 창고까지 말이야. 돌아가 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단파 라디오에서 들려온 음성을 듣고 나니 무리를 해서라도 고철 폐기장을 샅샅이 뒤져야겠다는 의욕이 샘솟았어. 제노아는 처음 적어준 목록에서 중점적으로 찾아야 것을 몇 개 더 표시해줬고 우리 조는 당장 고철 폐기장으로 향했어. 출발 시간이 늦어진 만큼 처음 정해둔 시간보다 좀 더 초과해서 수색하는 것에도 모두 동의했지. 발신 상태가 어떻건 수신만큼은 확실히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으니까 다들 한동안 메네 행성에 익숙해져있던 상황에서 정신이 번쩍 든 거야.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국 메네 행성으로 부터의 탈출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확실했으니까.

  그래서였는지 오늘은 어제보다 수확이 있었어. 다른 종류의 단반향 통신기 두 개와 아직 전기력이 반 정도 남아있는 중형 충전지 하나, 뭔지 알 수 없었지만 돌아와 보여주자마자 제노아가 반사적으로 환호를 했던 기계 덩어리 같은 것을 구했어. 그 밖에도 선과 숫자로만 이루어진 지도 몇 개와 왠지 검은 별 957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냄새 고약한 연료통 하나, 베네디가 좋아할 만한 액체류가 담긴 병 몇 개도 찾았어. 그 외 제노아가 적어준 잡다한 부품들과 간단한 공구 몇 개도 가져 왔지.

  로-벨-티조는 타행성인들의 시체 몇 구를 찾았대. 그 주변에서 다 말라빠진 식물 몇 개, 텅 빈 병, 고철 파편 등도 발견했는데 물론 다 가져오진 앉았어. 아니, 가져오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베네디가 지난번에 뼈와 각종 재료들을 모아 차량을 위한 연료로 바꾸던 게 생각나서 일단은 기지로 옮겨 오려고 했대. 그런데 만지는 순간 여기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있었던 건지 몰라도 죄다 바스라져 버렸대. 그들도 거기까지 걸어서 이동한 것인지 주변엔 탈 것이라 할 게 하나도 없고 시체만, 그것도 출신 행성도 전부 달라 보이는 자들이 듬성듬성 널브러져 있었다 하더라고. 이젠 모래아 사이로 흔적도 없이 스며들어버렸겠지.

  참, 로-벨-티조가 가져왔던 검은 상자의 정체는 행성 간으로도 사용한 가능한 소형 수화물 박스였어. 발신지를 입력하고 우주 밖으로 띄워 보내면 스스로 신호를 감지해 각종 에너지를 타고 흘러가며 도착하는 무인 운송 시스템에서 쓰는 거 말이야. 운데르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으니까 발견했을 때 바로 알아보지 못했나봐. 시페린 연방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티르헬 경감은 잘 모르는 눈치더라고.

  겉면에 1002OS? 20SOOI? IOO20S? 2os001? 아무튼 숫자와 글자가 뒤섞여 음각으로 찍혀있는데 일련 번호 같은 건가. 혹은 검은 별 957처럼 그냥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메네 행성의 물건이 아니라면 근처에 있는 행성 어딘가 에서도 무인 운송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그러니 그런 문자가 박스 겉에 새겨져 있겠지. 거대 기체 내부에서 봤던 글자와 같은 종류의 조합 같은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숫자인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지금은 그런 문화적 탐구보단 검은 상자의 용도가 중요해. 상자를 어떻게 개조할 수는 없고 목적지를 정하거나 최대한 가까운 행성으로 보내든가 해서 메네 행성 밖으로 띄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 지금 남아있는 화학 물질로는 몇 씰 정도 올려 보내는 게 고작이라 무엇보다 저 새카만 하늘을 뚫고 무중력 공간으로 나아가게 할 에너지원을 찾는 게 급선무야. 방법만 찾는다면 구조 신호를 요청할 수단이 늘어나는 거지. 조금씩 행성 외부와 연결 되어 가는 것 같아. 정말 머지않아 메네 행성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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