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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개정판]
작가 : 펌킨몬
작품등록일 :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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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1002OS [19]
작성일 : 17-02-14     조회 : 528     추천 : 0     분량 : 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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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YYYY MM 23D 00:00:00, 위치 확인 불가◀

  *수신자 : 질리 타르스트두 위브

  *발신자 : 조이 모트마조르 진

 

  오늘이 고철 폐기장 수색 마지막 날이야. 제노아가 같이 가기로 했어. 최대한 빨리 쌍방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직접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보겠다고 했거든. 그 대신 폰포플은 우리 중 다양한 언어에 가장 능통하기 때문에 기지에 남아 단파 라디오에 집중하기로 했지. 단파 라디오의 소리는 그 이후로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언제 또 무슨 소리가 들려올지 모르니까.

  베네디는 양방향 순환형 에너지와 연결 파장의 흔적 발견 이후로 틈틈이 잎사귀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 티르헬 경감이 그쪽도 한 번씩 기웃 거리는데 잎사귀엔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어. 단순히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숨기고 있는 무언가와 관련이 있는 건지. 아무튼 순환형 에너지를 역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사고를 당한 상황을 반대로 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토대로 연구 중이야. 연결 파장과 이어진 다른 쪽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가장 관건인 것 같아. 여기로 온 게 그저 우연은 아닐 거란 생각으로 메네 행성 그 자체와 잎사귀의 접점을 찾고 있어.

  슬슬 고철 폐기장으로 출발할 시간이네. 오늘은 내가 운전하기로 했거든. 도착해서 수색이 지루할 때쯤이면 저장함을 켜놓고 좀 떠들어야겠어.

 

 ···

 

  질리, 고철 폐기장에 온지 벌써 42-1.1이 지났어. 오늘 안에 나머지 부분도 다 둘러볼 수 있을지 걱정이야. 계속 허탕만 치고 있거든. 제노아가 말하길 어제 가져온 것 보다 딱히 괜찮은 게 없대. 그래도 일단은 여분의 부품이 많은 게 좋으니까 보이는 족족 가방에 주워 담고는 있어.

 

  [-아----크------이-----스------···--트--아----크------이-----스------···--트-]

 

  멀리서 봐도 클레인 경위 가방이 제일 무거워 보이네. 경위는··· 수색에 아주 의욕적인데 지금까지도 의심스러울 만한 모습은 보이지 않아. 말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매번 이것저것 물어보는 티르헬 경감과는 달리 흥미를 끄는 일이 있어도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관찰하기만 하는 것 같아.

 

  [-아우---커----디-이-----스트-시---···--트--아우---커--로---이-----스----너-···-피트-]

 

  “잠깐만 다들 하던 일 멈춰 봐요!”

  “제노아, 왜 그래?”

  “무슨 일이시죠?”

  “아까부터 무슨 소리 안 들려?”

  “아직 작동되는 기계 같은데서 나는 소리 아니야?”

 

  [-아운--커--로-디-이-----스트-시-너-···-피트-]

 

  “아니야. 잠시만···.”

 

  [-아운--커--로-디-이-----스트-시-너-···-피트-]

 

  “이거 봐. 또 다른 단파 라디오야. 먼저 찾은 것 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건데. 이건···, 단파 라디오가 아니라 대행성용도 가능한 수신기잖아?”

  “어디 언어지? 자세히 들어봤어? 어제 들었던 거랑 같은 언어인가?”

  “글세···. 어제랑 비슷하게 잡음이 섞여 있어서 또렷이 들리질 않아.”

  “폰포플이 같이 왔더라면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응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겁니까?”

  “여기선 불가능해요. 기지에 돌아간다 해도 발신지를 정확히 모르는 이상 어렵고요.”

  “도대체 어디서 보내는 말일까요.”

  “쉿, 또 들려요.”

 

  [-아운--커--로-디-이-----스트-시-너-···-피트--아운--커--로-디-이-----스트-시-너-···-피트-]

 

  “아까랑 똑같은 말 아니야?”

  “조이, 너 아까부터 죽 질리한테 메시지 녹음 중이었지?”

  “응.”

  “돌아가면 폰포플에게 들려줘보자. 그 때 까지 소리가 계속 날지 안 날지는 모르니까. 일단은 챙겨두고 기지에 가서 더 분석해 봐야겠어.”

  “최소한 음성을 분석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니면 어느 행성 언어인지 만이라도···.”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도구가 있어야만 해. 물론 이런 환경에선 도구는커녕 기적적으로 ‘시날 웜’이라도 찾는다면 또 모를까.”

  “잠깐만, 또 들리는 것 같아.”

 

  [-아운--커--로-디-이-----스트-시-너-···-피트--아운--커--로-디-이-----스트-시-너-···-피트-]

 

  “같은 문장이 맞습니다.”

  “어디서 보내는 건진 몰라도 이런 음침한 장소에서 자꾸 똑같은 말만 반복적으로 들려오니 괜히 기분이 이상해.”

  “잡음이 멈췄어.”

 

  ‘탁, 탁.’

 

  “그렇게 친다고 다시 나오겠냐.”

  “기지에서도 들었을까? 폰포플이 제대로 만질 줄 아는 거면 좋겠는데.”

  “기본적인 건 알려줬으니 알아서 잘 하고 있을 거야.”

  “이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건가?”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할까, 그럼?”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시날 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게 뭡니까?”

  “기생충이요.”

  “예? 기생충이요?”

  “번역 기생충이에요. 지금은 대부분 마누스 공용어를 쓰는데다 좋은 도구들이 많으니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공용어가 없던 시절에는 행성 간 만남에서 서로 알아듣지 못 할 말만 떠들어댔죠. 시날 웜이 은하계 역사에 처음 등장한 건 이제 막 행성 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했을 즈음이었어요.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다 보니 행성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자연스레 기술력이 더 발전한 쪽에서 그렇지 못한 곳을 침략하고 지배하는 구도가 형성됐어요. 그래서 결국은 제 1차 전지 범선 대전까지 이어진 거죠. 침략 전쟁이 얽히고설켜 마누스 항성계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시점에선가 가스루닌 행성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모든 전쟁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큼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거 다 항성계사 시간에 배우지 않나요?”

  “저흰 연방 행성만 네 개예요. 페림6나 블라8 같은 위성들까지 더하면··· 시페린 역사 시간에 뭘 배울지 상상해 보세요.”

  “그럴 만도 하네요.”

  “아무튼 대부분의 행성들이 통신 암호 체계가 뚫려 주요 거점을 잃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어요. 그 수많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영문도 모르고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채 말이에요. 그렇게 전세는 완전히 가스루닌 행성 쪽으로 기우는가 싶었죠. 그런데 다른 행성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으며 하나 둘 연합을 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전쟁은 수많은 행성 지도자들이 모여 회담 끝에 마무리 됐어요. 전쟁이 끝난 뒤 각 행성들은 초토화된 정치, 경제 상황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여기서 가스루닌 행성이 또 한 번 이름을 날리기 시작해요. 특정 상품 하나로 순식간에 경제 위기를 극복한 거예요.”

  “시날 웜이군요.”

  “네, 전쟁의 형국이 갑자기 가스루닌 행성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시날 그 잭하이’라는 어느 파일럿이 모든 행성의 언어를 읽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대 내에 퍼져나가면서 부터였어요. 군의 수뇌부들은 시날을 당장 통신사령부로 데려갔고 그는 순식간에 모든 행성의 암호 체계를 독파하기 시작했죠. 사실 암호라곤 해도 그저 자기들 언어로 주고받은 것뿐이라 애초부터 보안성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어요. 어차피 서로 못 알아들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전투기에 오르다 발을 헛디뎌 떨어진 어이없는 사고로 시날은 죽고 말았어요. 군에선 그의 존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극비리에 해부 작업을 했죠. 전쟁은 계속되는 상황이었고 그를 대신할 자가 없다면 평생 다른 행성엔 가보지도 않은 그가 어떤 이유에서 모든 언어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리고 그 날 부검의는 시날의 청력 기관과 시신경 사이를 잇고 있는 정체불명의 기생충을 하나 발견했어요. 가스루닌 행성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만 자라는 과일 안에 기생하는 벌레인데 이름조차 없을 정도로 보잘 것 없는 기생충이었죠. 그런데 그게 청력, 시각 기관과 만나자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거예요. 과일을 먹은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외계 행성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능력을 쓸 일이 전혀 없어 그런 사실 조차 알지 못했죠.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전세가 기운 상태였어요. 전략상에선 가스루닌 행성이 우위를 선점했을지 모르지만 끝없는 물량공세에서는 그들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거죠. 동맹을 찾기에도 이미 늦었을 때였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전쟁 후 모든 행성을 덮친 경제 위기를 시날 웜을 팔아 빠르게 극복했어요. 전쟁이 끝나자마자 어느 발 빠른 기업에서 과일 밭을 전부 사들여 죽은 파일럿 시날의 이름을 따다 시날 웜이라 이름 짓고 기생충을 독점 판매하기 시작한 거죠. 문제는 가스루닌 정부도 기업도 시날 웜이 무한정 자라날 것이라 착각했다는 거예요. 한 행성의 특정 지역에서 특정 과일만 먹고 자라는 기생충의 숫자가 항성계 전체에 보급될 정도로 충분할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시날 웜의 효과도 영구적인 게 아니었고요. 물론 그 지역의 조건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해 과일 재배와 시날 웜 번식을 시도해봤다고는 하는데 전부 실패했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그 사이 벌레가 아닌 다른 번역-해독 수단도 점차 개발이 되고 있었죠. 결국 과일 밭이 메마른 가스루닌 행성은 시날 웜을 더 이상 수출할 수 없었고 번역 기생충 사업은 그대로 몰락의 길을 걸은 거죠.”

  “그럼 이제 구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구할 수는 있어요. 암시장에서.”

  “아마 사만 무사디나르 쯤 되면 집안에 시날 웜을 키우고 있지 않을까요? 튜세린 사장 말이에요. 설마 모양 빠지는 거 싫어하는 튜세리안들이 문자 분석기 같은 걸 일일이 들고 다니겠어요? 눈알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나니 해독 렌즈도 쓸 리 없겠죠. 조이, 아무래도 여기서 더 이상 소리는 안 날 것 같아. 경위님도 어서 작업 마무리 짓고 기지로 돌아가 보는 게 좋겠어요.”

  “그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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