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빨리 끝내줄게.”
가볍게 베어지는 소리, 소리가 들린 곳에서는 거대한 늑대가 죽어 있었다.
[필드 보스 : 검은 갈퀴 늑대를 잡았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x2
[레벨업 하였습니다.] x2
[검은 갈퀴 늑대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좋았어! 액세서리류 아이템 잘 안 나오는데!”
보상이 예상보다 좋았다. 거기다 드랍률이 낮은 액세서리류 아이템까지 나왔다.
오늘 꽤나 복 터진 상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하지만 그것에만 정신이 팔려선 안되기에 눅대가 떨어트린 부산물부터 챙겼다.
“흠..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이 뭐였더라? 인벤토리”
인벤토리에서는 아까 잡은 여우와 지금 막 넣은 늑대의 부산물이 보였다.
“일단 목걸이부터 확인해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목걸이의 옵션을 보자. 꽤나 괜찮은 것이 나왔다.
[검은 갈퀴 늑대 이빨 목걸이]
등급 : 레어 내구도 100/100 방어력 : 10
스노우 화이트 왕국의 수도 스노우의 근처 초원을 휘어잡던
늑대 부족 전사의 어금니로 만들어진 목걸이이다.
자신보다 강한 이를 상대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검은 갈퀴 늑대 일족에게 큰 반감을 보인다.
착용제한 : 특수스탯 : 투기를 보유 중인 자.
옵션 : 투기 + 20 힘 + 10 민첩 + 10
검은 갈퀴 늑대 부족을 만날 시 무조건 공격당함.
너무 맘에 든다. 딱 적절하게 올려주는 스탯들에서
“흠..일단 레벨도 6이니깐. 다른 늑대들도 잡을 땐가?”
다른 이라면 놀라서 까무러칠 상황 하지만 나에겐 투기스탯과 내 컨트롤을 믿었다.
“늑대들 학살하다가 곰 영역으로 몰래 들어가서 비밀루트 사용하지 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늑대의 영역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걷다보니 여기저기서 목덜미가 물어뜯어진 동물들의 사체가 보였다.
“아마 늑대의 영역이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되겠지.”
동물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상위 포식자가 근처에 존재한다는 증거.
그렇게 앞에 보이는 녀석들을 잡아가면서 가자 늑대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늑대들이 자주 보이는군.”
늑대들의 영역에 다가가다 보니 여러 동물들이 있었고 난 보이는 녀석들을 족족 잡자 레벨은 한 단계 더 올라가 있었다. 참으로 놀랄 상황 벌써 7렙이 돼 있었다.
“이야 하루도 안돼서 7렙 이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이 가능할 거 같았다.
어차피 이 지식은 내가 50렙 을 넘기면 거의 쓸모없어질 게 분명하지만 시작선은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다.
“후..이 속도면 오늘 안에 비밀루트 안으로 진입가능할 거 같네.”
베타 땐 이런 속도를 못 냈다. 정보가 없어 하나하나 조심히 행동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경험과 정보다 둘 다 존재했다. 그렇기에 자신감 넘치게 쭉쭉 나아갔다.
지금 다른 유저들과 난 속도가 너무 다르다. 기연이라고 하면 기연이라고 할법한 상황이 계속 나오기 때문 그렇지 않았다면 이정도 속도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난 아까 잡은 녀석의 정보를 보고 한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슬슬 늑대 부족장 녀석이 나와야 할 텐데 말이야.”
늑대 부족장, 아까 잡은 것이 전사였으니 지금 상황이라면 늑대 부족장 또한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녀석을 기다리면서 다른 늑대들을 한 마리씩 잡기 시작했다.
“흠..이래도 안 나오네? 그리고 이젠 조를 짜서 다니고.”
계속 둘 이상 조를 짜면서 다가왔다. 한 마리씩 있는 애들만 잡아서 그런가보다. 이젠 둘 이상끼리만 다녔다.
난 그래도 녀석들을 잡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고 둘이 다니는 녀석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 수가 악수였다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녀석들은 악랄했다. 한 녀석이 날 마킹하면 또 한 녀석은 다른 녀석들을 불렀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이 연출 되었다.
“큭 수가 너무 많잖아.”
검을 이용하여 늑대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고 투기를 이용해 최대한 싸웠다 하지만
그 수는 도저히 줄어들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난, 투기를 이용하여 최대한 버텨봤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갔다.
그럼에도 일단은 검을 휘두르긴 했지만, 아까보단 현저히 약한 공격이었다.
“하아..하아..아깐 그럭저럭 버틸 만 했지만 이젠 도저히 못 버티겠어.”
한숨을 쉬고 있는 상황에서도 녀석들은 계속 자신의 동료들을 불렀다.
“젠장..너무 무리했어..괜히 렙따만 당하겠군.”
아직도 남아있는 녀석들의 수는 아홉, 레벨업을 한다면 녀석들을 잡을 순 있었을 것 같았다.
내가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 또한 별로 남지 않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녀석들을 잡지도 못할 것이다 내 상황이 그만큼 안 좋았기에. 그리고 그렇게 내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나타났다.
“힘들어 보이는군. 인간.”
“누..누구세요?”
“네가 그건 알 필요 없다.”
“아! 여기 늑대들이 너무 많습니다. 도망치세요.”
“이따위 것들에게 내가 도망? 웃기지도 않는군.”
오만한 사내는 내 말에 대꾸하며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무기는 보이지 않을 속도로 늑대들의 머리를 배어나겠다.
그리고 마지막 늑대까지 다 잡자 오만한 사내는 다시 말을 걸어왔다.
“예상외로 담이 큰 인간이로군? 약한 주제에 늑대들한테 이렇게 덤비다니. 무모하군.”
“크윽..도와주신 건 감사하지만 절 왜 구해주신 거죠?”
“아? 당연히 널 내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서.”
그는 말을 마치며 후드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 속에는 리치가 존재했다.
“난 아직 여행자를 대상으로 실험하지 못했거든.”
그는 자신이 할 말을 마치고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주문을 다 외운 순간 난 육체의 제어권을 잃어버렸다.
[리치킹이 당신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합니다.]
[육체의 제어권을 잃습니다.]
“어? 어어?”
난 당황해서 소리 질렀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리치킹은 웃음을 지으며 날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곳에서 녀석은 나에게 이상한 주문을 걸어봤지만.
그래도 시스템이 유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냥 분리할 때부터 보호해줄 것이지 에잉.”
“뭘 그리 쫑알거리나? 죽고 싶어?”
녀석은 성격파탄자였다. 좀 심각할 정도로.
“자 마지막 실험을 해봐야겠어. 다른 건 다 안됐지만 이건 되겠지.”
그런 말을 하며 내 팔을 그었다. 원래라면 내 피는 떨어져선 안 되는데
상태 이상 출혈이 걸리면서 내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난 영혼상태로 있었고 육체의 고통을 지금 느끼진 못했다.
“이 실험에는 영혼이 들어가 있어야 하니.”
또 중얼대며 주문을 외자 난 다시 몸의 제어권을 가지며 영혼상태에서 해방됐다.
그리고 내 피는 마법진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자 그럼 계약할 녀석을 찾았다. 계약자 소환 : 마신 디아블로.”
마법진이 요란하게 진동하더니 다른 재료들과 내 피가 한곳에 결합해 이내 모습을 차렸다.
그곳엔 한 사내가 있었고 리치킹은 사내와 친한 듯이 손을 저으며 인사했다.
“여어 안녕 오랜만이다. 디아블로.”
“흠..또 왜 부른 거지? 이미 네 녀석이 원하는 건 다 해줬다만.”
“아. 실험 하나 해보려고. 인간 여행자에게 여러 가질 해봤는데 거의 안 통하더라고.”
“그래서 나와 계약 시켜 강제로 언데드로 만들어 봐야겠다.”
“그렇지 정확히 맞췄어.”
미쳤다 갑자기 날 강제적으로 언데드로 만든단다. 어이가 없다. 내 의지는 아무 상관없다는 건가?
“뭐 안 될 거야 없지 아무리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지만 같은 신의 권한으로 조금은 허점을 뚫을 수 있겠지, 흐음..그래! 해주마. 그럼 시작하면 되는 건가?”
“어 지금하든 말든 상관없어. 아니 최대한 빨리하면 나야 좋지.”
“그래 그럼 지금 당장 해주지.”
디아블로는 말을 마치고 다시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그 순간. 알림창이 하나 나왔다.
“자아 계약을 받아들여라 여행자여.”
[마신 디아블로가 당신과 계약 하려 합니다.]
[마신과 계약 시 마족 혹은 언데드가 되며 인간종족 특성이 전부 사라집니다.]
[마신과 계약 시 히든 직업 마신의 기사로 전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이라면 계약을 할 것이다. 안그랫다간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테니 하지만 난 뭔가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빨리 계약서에 사인해. 네가 내 개가 된다면 녀석은 그냥 놔준다니까? 진짜야’
‘그니깐 개가 깝치질 말았어야지 주인을 물려고 하면 쓰나? 역시 개는 맞아야 되는 거야 애들아 패라.’
이젠 다른 이에게 휘둘리기 싫었다. 내 의지대로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녀석들을 놀라게 해주었다.
“계약 따위 할까보냐.”
[마신과의 계약을 거부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사신이 진행됩니다.]
내 말에 마신은 황당한 모습을 보였고 이내 화를 냈고 리치킹은 엄청나게 웃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마음속으로 욕하고 갱신된 퀘스트 창을 봤다. 내용은 날 놀라게 만들어 주었다.
<사신.>
당신은 마신의 계약을 거절했습니다.
그것에 마신은 진노했고 당신을 죽이려 듭니다.
인간의 몸으로 마신의 기운을 버티십시오.
마신의 기운은 매우 강력합니다. 그것을 버텨내는 것엔 엄청난 고통이 발생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시련을 견뎌낼 경우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죽은 자의 힘을 부릴 수 있게 됩니다.
[계약 거부 후 24시간 생존.]
퀘스트 보상 : 히든 직업 사신으로 전직
그리고 퀘스트 창을 확인한 순간.
“감히..인간주제..나와의 계약을 무시해? 버러지 같은 놈이!”
마신은 진노하며 기운을 내뿜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버텨내려고 노력했다.
그 행동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말도 안되는 고통이. 기절할 것 같았지만 기절하면 다 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마신의 힘에 저항하고, 버티고 있을 때. 로드의 제작사 ㈜로드는 비상상황에 빠져있었다.
“팀장님 지금 H-4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뭐? 벌써? 잠만..H-4면 클래스 명 사신?”
“네! 어떻게 할까요?”
“지금 당장 퀘스트의 주인 사는 위치 파악해. 그리고 그 유저 어떻게든 보호해.”
“네! 직원들 지금 당장 파견하겠습니다.”
‘하필 제일 위험한 퀘스트가 지금 나오다니.’
로드의 히든 클래스는 능력이 막강한 대신 전직조건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했다.
그리고 그중엔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퀘스트가 존재했고
지금 제작자들이 예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내가 이리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단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고통레벨 설정 : 레벨 2에서 레벨 5로]
고통 레벨이 5 이상이 되면 고통은 내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버티고 있었다.
‘빌어먹을 시스템, 퀘스트엔 그런 것도 설명 안 해줬으면서..으윽’
하지만 정신이 멍해짐에도 버티고 싶었다. 지긴 죽어도 싫었다.
‘버틸 거야. 버틸 거라고. 다신 휘둘리기 싫어..’
나의 이런 의지는 말도 안되는 정신력을 만들어냈고, 그 말도 안되는 정신력에
마신과 리치킹은 놀랐다. 그 상황에서 난 혼잣말을 하며 버티고 있었다.
“절대..절대 다시는 휘둘리지 않을 거야. 휘둘리지 않을 거라고!”
버티고 또 버텼다. 점점 의식을 잃어 감에도 정신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12시간째에 몇 개로 합쳐졌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모든 일반 스탯이 매우 증가합니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특수스탯 : 정신력이 생성됩니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투기 스탯이 매우 증가합니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칭호 : 인내하는 자를 얻습니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정신력 스탯이 매우 증가합니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스킬 : 인내를 획득합니다.]
[지속적인 강대한 힘에 버팀으로 인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X10
[축하합니다. 인내 스킬이 마스터 단계에 올랐습니다.]
“으윽..뭐가 뭔지를 모르겠군.”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음에도 미친 듯이 알림창이 갱신되어갔다.
버틴 지 24시간이 되어갔을 때. 알림창이 끝났다.
[히든 퀘스트 : 사신을 클리어 했습니다.]
[영혼에 죽은 자의 힘이 각인됩니다.]
[히든 직업 : 사신으로 전직합니다.]
[현재 증가한 일반스탯 : 600개]
[현재 증가한 특수스탯 : 1,000개]
[생성된 스킬 : 인내(M), 저주의 수확, 사신의 군대, 권속 임명, 영혼술(M).]
[생성된 칭호 : 인내하는 자, 사령의 주인, 최후의 사신.]
........
“말도 안 돼 인간이..인간이 어떻게 이걸 버틴다는 것이냐?”
“으음..녀석에게 언데드의 힘만 주어준 꼴이군.”
“말도 안되..설마 녀석에게 영혼의 힘이 각인된 건가?”
“어..언데드가 아님에도 죽은 자의 힘이 각인됐군. 이거 곤란해지겠는데?”
“설마..사신이 다시 신좌에 등극하는 건가?”
“그건 뭐 나중에 가서 볼일이고.”
“으윽..이제 다시 마계로 돌아갈 시간이군.”
“뭐 녀석을 내 제자로 임명해 볼까?”
“네 녀석이 이런 짓을 했는데 받아들일 거 같나?”
둘은 그렇게 말다툼을 하며 한편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미 퀘스트 성공창을보고 난 쓰러졌다.
그리고 내가 쓰러짐과 동시에.
[유저의 안전을 위하여 강제 로그아웃합니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곳은 집이 아닌 병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