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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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가볍고 허술한 대장
작성일 : 17-02-07     조회 : 520     추천 : 0     분량 : 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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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울루이는 병력을 이끌고 은천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가 타고 있는 말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같이 타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눈망울이 크고 제법 강직하고 선이 굵직하게 생긴 10살 정도의 아이는 투울루이를 많이 닮아있었다.

 

 투울루이는 아들에게 전쟁을 알려주려 이 곳에 데려왔다.

 

 그는 자신의 아이도 위대한 가한이 되길 원했다.

 

 과거 칭키츠칸보다 더.

 

 자신은 비록 신순이라는 영웅에 의해 빛바래졌지만 자신의 아들만큼은 천하를 호령하는 남아가 되리라 믿었다.

 

 투울루이의 1군은 곧 은천을 눈앞에 두었다.

 

 투울루이는 말에서 내려 성벽을 보며 아들 투우까이에게 말했다.

 

 "보아라. 적들은 8만의 병력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사기, 식량이다. 저깟 성벽이나 무장상태가 아니지."

 

 손가락으로 성벽 위를 가리켰다.

 

 초원의 남자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일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

 

 투울루이가 가리킨 성벽 위에는 신순이 장군이 흰 수염을 날리며 지휘봉을 쥐고 있었다.

 

 "저 사람이 이 아비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사람이다. 신순이 장군."

 

 투울루이는 몸을 돌려 여진군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한! 우리 여진군은 지지 않을 것이다."

 

 투울루이는 무릎을 꿇고 앉아 투우까이의 눈높이를 맞춘 다음 가르치기 시작했다.

 

 "전쟁은 꼭 이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무슨 차이에요?"

 "전쟁을 하다보면 이기지 못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훌륭한 지휘관은 아군의 병력을 지지 않게 할 수 있다. 독수리 같은 시야, 곰 같은 심장, 사자 같은 용맹을 가진 장수는 지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전열을 가다듬고 여진군은 투울루이의 명에 의해 신순이 장군이 지키고 있는 은천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

 

 이곳은 산서성 안문관이었다.

 

 북경의 10만의 병력이 지원 와서 합공을 하였더라면 쉬이 이겨낼 수 있을 텐데 중앙군은 꼼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북군의 사령관을 맡은 갑장손은 극강한 무공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선두에 나서며 적들을 물리쳤다.

 

 때때로 적의 허를 찌르는 심묘한 계략으로 적들을 몰아넣고 차츰 승리를 거둬들였다.

 

 전전승승, 계속된 승리를 이어나갔다.

 

 그 때 전령이 도착했다.

 

 "천북군은 현재 일수일퇴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은천은 사수 중입니다."

 "인북군은 어떻게 되었느냐?"

 "인북군은 2만의 병력을 상실하고..."

 

 갑장손은 결국 적의 대군에 유랑군과 감숙성이 넘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만 끌라고 지시하였지만 10만의 병력을 4만으로 막기에는 너무 무리였다.

 

 이미 두 개의 관문이 함락된 뒤였지 않았던가 하지만 뒤이어지는 전령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적군 10만의 병력을 물리쳤다는 보고입니다."

 "물리쳐!!!?"

 "예, 적장 트사까따이의 목을 참수하고, 꾸요크를 생포하였다고 합니다."

 "크하하하하. 파걸이 자네, 대단하구만."

 

 갑장손은 기쁘면서도 후임인 막파걸이 4만의 병력으로 10만의 병력을 자신보다 먼저 토벌했다는 소식에 경쟁심이 생겼다.

 

 갑장손은 휘하 장수에게 명령했다.

 

 그는 소식 하나로 아군의 기세를 끌어올릴 줄 아는 장수였다.

 

 "아군에게 전달해라. 감숙성의 인북군 4만의 병력이 여진군 10만을 물리쳤다. 우리 지북군도 내일 총 공격을 퍼부어 적들을 전.멸.시킨다.“

 

 ********

 

 투울루이는 어이없는 소식에 들고 있던 대접을 바닥으로 던졌다.

 

  대접은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버렸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핏줄이 솟았다.

 

 보고를 올린 주찌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가한 고정하소서."

 "고정? 도통. 이게 지금 고정할 수 있는 상황이요?"

 "신..신도 당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트사까따이가 전사하다니...“

 

 가장 취약한 곳이 감숙성이라 할 수 있었다.

 

 북방의 중앙군은 북경을 지키느라 꼼작도 않고 있었고 신순이가 산서성으로 8만의 병력을 보내지 않았던가.

 

 투울루이는 믿기지 않는 보고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한숨을 내쉬며 의견을 물었다.

 

 "후우... 이제 어쩐단 말이오."

 "신순이 장군은 철벽같이 지키는데다 3군도 지금 전황이 어렵다고 합니다.... 말씀드리기 죄송하오나..."

 

 산서성마저 전투에서 밀리고 있었다.

 

 투울루이는 주찌의 말이 예상되었는지 눈을 꾹 감았다.

 

 "퇴각...해야 합니다. 감숙성에서 출발한 적군이 우군의 후방을 합공을 하게 된다면 저희 병사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뿐더러 가한께서 위험..."

 "내가! 위험한 것은 상관없다!"

 

 주찌의 말을 듣던 투울루이는 다시금 흥분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후욱후욱.“

 

 잠시 화를 억누르느라 호흡을 돌린 투울루이는 조금 안정되자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죽어간 우리 부족민들과 트사까따이는 어쩐단 말인가! 아!"

 

 투울루이는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며 탄식했다.

 

 태 나라의 백성들을 위해 이번 전쟁에 많은 것을 걸었다.

 

 백성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고 나이 어린 백성부터 늙은 백성까지 징집했다.

 

 하지만 얻은 것이라곤 패전.

 

 너무 허망했다.

 

 투울루이는 처음으로 지는 전쟁을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1군은 후퇴하였다.

 

 30만의 거병을 일으킨 태나라는 16만의 병력을 손실한 채 후퇴 할 수밖에 없었다.

 

 **********

 

 가욕관 인근에 남아 사수중인 무쌍대는 죽음을 직감했다.

 

 육청회는 크게 웃었다.

 

 "크크크, 언제 우리가 사람답게 산 녀석들이었냐. 이렇게 나라를 위해서 죽을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그러자 와락 인상을 쓰며 부산이 욕을 했다.

 

 "그거야 당신 생각이고, 나는 씨발 죽고 싶지 않다고!!!"

 

 뒤이어 한 쪽 귀가 짤려 나가 더욱 험해진 얼굴의 주광이 말을 받았다.

 

 "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곧 천하제일극이 될 수도 있었는데"

 

 천인은 활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검을 쥐고 있었는데 경련이 일어났는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혁련관과 주소삼은 검을 지팡이 삼아 상체를 세우고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는데 그들은 부대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누구보다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소삼의 왼 팔은 어디 간대 없었다.

 

 무쌍대원들은 며칠간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용을 썼더니 입안이 까끌까끌하고 메말랐다.

 

 딱 한 입만 밥을 먹었으면 싶었다.

 

 딱 일 각만 눈을 붙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지겹도록 다시 밀려오는 병사들을 보며 눈빛이 침중해지면서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

 

 말의 숨이 끊어지도록 보채서 달려온 독바로는 천명의 여진군 병사들이 황금빛 안개 속에 엎드려 있는 거북이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말에서 뛰어 내려 자음신법을 극성으로 펼쳤다.

 

 여의신류 9성에 도달한 독바로는 엄청난 속도로 뛰어가 거북이와 여진군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내공을 불어 넣어 창강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 들이쳤다.

 

 ”사!멸!만!해!(沙滅滿海)“

 

 죽음의 기운이 파도처럼 일며 달려드는 여진군의 몸을 한줌의 혈수로 만들어버렸다.

 

 얼마나 거칠게 창대를 잡고 휘둘렀는지 창두가 창준에 닿을 만큼 휘어져버렸다.

 

 독바로는 마치 성난 늑대가 양들 사이를 누비듯 병사들 사이를 누볐다.

 

 독바로의 두 눈은 여진군을 바라 보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다른 것을 그리고 있었다.

 

 바닥에 누운 무쌍대원들.

 

 자신이 남으라 했기에 단 한마디 불평도 없이 남은 그들이 눈앞에 잔상을 그렸다.

 

 화가 났다.

 

 남아있으라고, 남은 그들에게.

 

 남았으면, 살아있지 못한 그들에게.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에게.

 

 성난 호랑이가 양 떼들을 잔혹하게 유린하였다.

 

 곧이어 인북군과 유랑대 들이닥쳐 꾸요크와의 일전을 벌였다.

 

 300의 병사에게 묶여 쩔쩔매던 그들은 2만의 병력이 덮쳐오자 단번에 사기가 꺾여버렸다.

 

 특히나 선두에 서서 광기어린 무용을 보이는 독바로와 유랑군은 그들에게 공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었다.

 

 그렇게 감숙성 전쟁은 마무리 되었다.

 

 독바로는 피범벅이 된 손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무쌍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갑주에는 적들의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최대한 밝게 웃으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독바로는 널브러져있는 무쌍대원들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조금 늦었지?"

 

 전대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리고 허풍이 가득담긴 주광도 한마디 했다.

 

 "뭐 대충 시간 맞춰왔네."

 "우리가 거의 다 이겨놨는데 숟가락만 얹으시오?"

 

 독바로는 혁련관과 눈이 마주쳤다.

 

 혁련관과 독바로는 서로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끄덕. 끄덕.

 

 와줘서 고맙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느껴졌다.

 

 독바로는 가욕관에서 병력들을 점검하였다.

 

 4만의 병력 중 2만이 죽었고, 유랑군은 320명이 죽었다.

 

 반면 적들은 10만 격침(擊沈)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대승리를 거두었지만 유랑군의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았다.

 

 독바로는 아는 의술을 최대한 펼쳐서 병사들을 살폈다.

 

 그리고 죽은 녀석들을 수습해 묻어주고 술을 뿌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동길홍이 찾아왔다.

 

 독바로는 울고 있었다.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동길홍을 보자 더욱 서럽게 울었다.

 

 "싸... 싸부... 끄윽끄윽."

 

 동길홍은 그런 독바로를 말없이 안아 주고 등을 토닥이며 다독여주었다.

 

 토닥토닥.

 

 "제가.. 제가 사지로 들어가라고 했는데... 저는 출진했는데... 빨리 갈려고 하다가... 주소삼 팔이... 제가 거기에 남아 있으라고 해서..."

 

 울먹이면서 횡설수설 말을 잘 이어나가지 못 했다.

 

 독바로는 그동안 아무런 티를 내지 않으려 참 노력했다.

 

 특히 3일 동안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 부담감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자신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사실에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꽉 물고 참아냈던 것이다.

 

 "흐허어허어. 제가 죽으라고 했어요. 제가 죽는다고 했는데도 한명도 군소리 없이 남는다고 해가지고. 흐어허헝"

 "괜찮다. 괜찮아. 너는 최선을 다 했어"

 

 그 때였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혁련관과 소삼주, 육청회, 얼간이들 까지 술을 들고 독바로를 찾아온 것이다.

 

 "하하하. 대장 쎈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울보였구만."

 "그러게 난 또 철의 심장을 가진 줄 알았네."

 "쟤 원래 울보였어. 나랑 같이 천노병에서 전투를 한 뒤에도 막 울었는데..."

 "휴.. 대장이 동정에 울보라니.."

 

 야청주, 주광, 혁련관, 전대는 눈물을 훔치고 있는 독바로를 향해 놀리기 시작했다.

 

 독바로는 싸부에게 안겨 엉엉 운 사실이 들켜서 쪽팔렸다.

 

 "내가 팔이 하나 밖에 안 남아서 그런데 술 좀 따라주시오. 중대장."

 

 주소삼이 남아있는 팔로 잔을 들었다.

 

 그 후로 그 곳은 사람이 아닌 술이 떡이 된 개들만이 개판을 벌이고 있었다.

 

 *******

 

 북방군은 여진군의 대침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었다.

 

 특히나 유랑군의 큰 전공과 더불어 갑장손 장군까지 깜짝 놀랄만한 전공을 세우게 되었다.

 

 신순이 장군의 파격적인 임명은 대 성공을 이룬 것이었다.

 

 전공행상은 빠르게 행해졌다.

 

 우선 신순이 장군은 이번 전쟁의 전공으로 대광북군통제사(大匡北軍統制使)이라는 명예직을 하사받았다.

 

 다음으로 갑장손 장군은 대리사(大理寺) 정 3품 경(卿)의 관직을 수여받았다.

 

 대리사는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을 재검토하는 기관이었다.

 

 경의 관직은 대리사의 수장관직이었고 상당히 고위관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유랑군 전체 인원들은 포상금과 봉급이 올랐다.

 

 태나라의 대침략이 끝나고 전공행상이 도착하기 전 막파걸은 독바로를 따로 불렀다.

 

 "이번에 유랑군 군대장직을 너에게 물려줄려고 한다."

 "네? 왜요? 군대장님께서 하세요."

 "아니다. 애꾸눈이 뭘. 이번 전쟁을 통해 너의 통솔력과 무력을 유랑군 모두가 체감했다. 그리고 대부분 유랑군 대원들이 아무 조건 없이 무공을 전수해준 너를 따르지 않느냐. 또 너는 화경의 고수다. 우리부대의 특수성으로 보나 인망으로 보나 니가 맡는 게 낳을 거 같구나.

 “아니에요. 부족한 점이 얼마나 많은데요”

 

 독바로답지 않게 많이 겸손했다.

 

 하지만 막파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독바로를 치켜세워주며 왜 독바로가 유랑군을 이끌어야하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너는 장수의 9가지 중에 9가지를 모두 가진 훌륭한 장수이다. 나는 장수의 덕목 중에 보장의 덕만 가졌을 뿐이다."

 "장수의 아홉 가지요?“

 ”인장(仁將)으로 덥거나 춥거나 부하들과 고생을 함께 하고, 의장(義將)으로서 장수의 직책을 다하고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지. 예장(銳將)으로서 높은 지위에 있어도 뽐내지 않고, 지장(智將)으로 기이한 전략을 마음대로 쓰고 위험한 고비에서 능히 승리를 얻을 줄 안다. 신장(信將)으로 신상필벌이 확실하고 신분을 고려치 않으며 공평하게 대하며, 보장(堡將)으로 투지가 넘치고 군마와 창을 잘 쓰고 능히 국경을 지켜낸다. 기장(騎將)으로서 진격 한때는 언제 앞장서며 후퇴할 때는 언제나 뒤를 맡고, 맹장(猛將)으로 어떠한 강적을 만나도 기세가 꺾이지 않으며 상대가 강할수록 투지가 불타오른다. 마지막으로 대장(大將)으로써 너그러운 데다가 강직함을 잃지 않고 용감하면서도 그때그때 책략을 잘 쓸 줄 알지 않느냐.“

 ”에이~ 부담스러워요“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독바로는 뒤로 내뺐다.

 

 하지만 막파걸의 표정은 아주 진중했다.

 

 막파걸의 표정을 보고 이내 따라서 정색한 독바로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갑장손 장군과 함께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점이었지. 신순이 장군님의 그림자가 너에게서 보이더구나. 니가 만약 군대장직을 수여 받지 않겠다고 하면 나는 이대로 전역 할 참이다."

 "........“

 ”마침 애꾸눈이니 의병전역(依病轉役)할 구실도 있으니 잘 됐지. 그래도 좋으냐?

 “...정말 꼭 그래야 돼요?”

 “그래.”

 “......알겠어요”

 

 막파걸의 진지한 설득과 협박에 독바로는 한 참후에야 마지못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막파걸은 신순이 장군에게 보고서를 올려 독바로와 자신의 직급을 바꾸고 싶노라 건의를 올렸고 수락이 떨어졌다.

 

 막파걸은 천인장의 계급을 유지한 채로 무쌍대를 맡게 되었고 독바로는 천인장을 수여받게 되었다.

 

 전령이 도착해 전과 같이 독바로에게 어명을 내렸다.

 

 "북방군 백인장 독바로는 들으라."

 "신 독바로 어명을 받듭니다."

 "이번 북방정벌의 공을... 하여 이에 독바로를 천인장(千人將)에 봉하노라."

 "황은이 망극합니다."

 

 독바로는 무릎을 꿇은 채 천인장을 증명하는 패를 수여받았다.

 

 혁련관은 그런 독바로를 보고 주먹을 꽉 지었다.

 

 열심히 쫓아가려 노력했지만 독바로는 점점 멀어져갔다.

 

 기쁘면서도 내심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축하해줘야 하건만 사람의 참 본성이란 게 참 얄궂었다.

 

 ********

 

 독바로는 유랑군을 물려받고, 유랑군이라는 이름만 놔두고 모든 편제를 바꾸었다.

 

 한 개 중대당 100명씩, 총 10개의 부대를 만들었고 기존 병과에 상관없이 모든 병사들을 섞었다.

 그리고 독바로가 준 10개의 비급에 상성에 맞게 부대에 편입했고, 부군대장을 막파걸에게 맡겼다.

 

 그리고 작전 중 부르기 힘들다고 별호까지 새로 정해버렸다.

 

 싸울 전(戰)와 함께 자신의 특징에 맞는 별호를 만들었다.

 

 전장의 비서, 부군대장 전비(戰秘) 막파걸

 전장의 농부, 1조장 전농(戰農) 육청회

 전장의 어부, 2조장 전어(戰漁) 과양일

 전장의 요리사, 3조장 전주(戰厨) 편맥육

 전장의 기술자, 4조장 전기(戰技) 혁련관

 전장의 포두, 5조장 전포(戰捕) 소삼주

 전장의 건축가, 6조장 전건(戰建) 희경

 전장의 노예, 7조장 전노(戰奴) 앙중

 전장의 살인마, 8조장 전살(戰殺) 국동

 전장의 목수, 9조장 전목(戰木) 국건

 전장의 회계사, 10조장 전계(戰計) 관균성

 

 그로부터 한 달 후, 유랑군은 결원이 생긴 인원을 보충 받았다.

 

 새로 모인 신입 병사들과 유랑대원들이 모여 다 같이 술자리를 가졌다.

 

 신입환영회였다.

 

 연무장에는 황금색 휘장을 오른쪽 가슴에 달고 있는 유랑군이 술과 고기를 뜯으며 흥겹게 노래도 부르고 여기저기 싸움도 하고, 도박을 하며 떠들썩했다.

 독바로는 한 쪽에서 모닥불을 쬐며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신입 공오금은 독바로를 보았다.

 

 '저 분이 그 유명한 독바로 장군이다.'

 

 그가 생각했던 유랑군과 독바로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이미 독바로는 북방군과 군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고 백성들 또한 독바로의 대한 소문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성수랑(新星守狼).

 

 사모아(꼴통)에서 무려 신순이 장군을 뒤이어 종 나라를 지켜줄 새로운 신성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지어준 별호였다.

 

 지켜줄 늑대.

 

 그런 독바로의 위명에 공오금은 독바로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유심히 보았다.

 

 같은 남자가 봐도 설렐 정도로 미남에 상당히 젊어보였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장군대접을 받으며 으스댈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겸손해 보이지도 않았고 위엄이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예의도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 채 주위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어떠한 가식도 보이지 않았고 수하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고, 그런 수하들은 독바로를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편안한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움.

 

 그것이 공오금이 본 독바로의 모습이었다.

 

 다음 날, 술 냄새를 과하게 풍기며 모인 유랑군은 어제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군기가 날이 서있었으며 눈에는 강한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강한 부대임이 틀림없었다.

 

 신입들은 이러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 때, 독바로가 앞으로 나와 이야기 했다.

 

 "환영한다. 여기는 유랑대라고 한다. 우리의 놀이터는 전장이지."

 

 독바로는 유랑군의 맨 앞으로 나와 있는 조장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1조부터 10조까지 있으니까 자신이 원하는 곳에 서면 돼."

 

 독바로는 신입 병사들이 당황스러워 할 이야기를 꺼냈다.

 

 가벼운 말투, 장난스러운 분위기, 무책임 해보이는 언행.

 

 독바로의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던 그들은 한 순간에 깨어지고 있었다.

 

 "우리 부대는 강한 놈이 대장이 된다. 나랑 얘랑 각 조장이 젤 강해. 일단 조장이 하고 싶으면 조장들하고 비무를 해서 이기면 돼. 아. 생사결이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지. 쉽진 않을 거야, 이래봬도 너희 앞에 있는 조장들은 전문가야. 전문가라 함은 한 곳에서 5년 이상 매일 같이 같은 일을 하면서 숙달된 요령과 축적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야. 우린 전쟁을 하고 전투를 하는 사람들이니깐 전쟁전문가들이지."

 

 신입병사들은 어리둥절했다.

 

 군대에서 계급을 생사결로 딴다니 듣도 보도 못한 소리였다.

 

 하지만 독바로는 신입들의 생각따윈 안중에도 없었기에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조장들을 이기고 나면 유랑대의 대주를 할 수 있는 도전권이 생겨. 뭐 내가 대주긴 하지만 무력으로 치면 나 다음으로 우리 부대에서 제일 강한 건 애꾸눈이지만 전비야. 전비를 이기면 그냥 줄게. 나도 대장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거든. 그냥 명예직이랄까? 하지만 전비에게 도전할 땐 신중하게 생각하고 해야 해. 전비가 제일 못하는 게 힘 조절이야. 전비가 젤 잘하는 것은 죽음을 주는 것이지. 전비가 힘 조절을 잘 못 했을 경우 난 하극상에 의한 처벌이라고 보고서를 올릴 거야. 그럼 니들은 그냥 개죽음이지. 그리고 전비를 이기면 두말 않고 내가 대장 자리를 주지. 왜냐면 강한 사람이 대장이 되면 우리의 생존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야."

 

 신입들은 씨익 웃고 있는 막파걸과 눈을 마주치자 시선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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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민국한(with. 부용화, 흑야화, 낭중화, 몽인화, … 2/12 445 0
36 천재가 천재라고 한 천재. 2/11 494 0
35 부끄러움이 옮다. 2/11 630 0
34 호구의 탄생 2/10 518 0
33 광서삼흉, 소심남매, 무림깡패 2/10 533 0
32 강해질 것입니다.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2/9 559 0
31 한 명을 향한 천 명의 목숨 2/9 873 0
30 마지막 시험, 천마지관 2/8 905 0
29 아, 나는 천재가 아니구나 2/7 480 0
28 역대급 가볍고 허술한 대장 2/7 521 0
27 죽음의 결사대 2/7 501 0
26 면접, 백유유의 어릴 적 2/6 462 0
25 역시 될 놈은 떨어져도 된다. 2/6 650 0
24 그 와중에도 청춘은 뜨겁다. 2/6 547 0
23 독고력을 원하는 두 남자. 2/5 505 0
22 동정의 화경 고수 2/4 501 0
21 일당천(一當千)의 늑대들을 키우다 2/4 656 0
20 외전 동길홍의 과거 2/4 473 0
19 독바로, 그러게 나서지 말걸 후회하다 2/3 53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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