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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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천재가 아니구나
작성일 : 17-02-07     조회 : 480     추천 : 0     분량 : 1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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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느 때와 같이 훈련을 받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독바로는 잠시 병영(兵營)을 둘러보다 이상한 기척을 감지하였다.

 

 샥.

 

 독바로는 여의신류를 펼치며 기척을 향해 달려갔다.

 

 9성에 이른 여의신류는 이형환위(以形換位)의 기예를 보여주었다.

 

 독바로가 둘로 나뉘어 한 명은 제자리에 흐릿한 잔상을 남기고 한 명은 빛살처럼 앞으로 뻗어나갔다.

 

 검은 인영은 도망치려다 엄청난 빠르기로 쫓아오는 독바로를 보고는 도망치기 힘들 것이라 예상하고 몸을 돌려 공격하였다.

 

 팡.

 

 권과 각법이 충돌하였다.

 

 독바로는 제법 묵직한 충격에 놀랐다.

 

 검은 복면인은 침착하게 자세를 낮추고 독바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독바로는 복면인을 보며 말했다.

 

 "첩자인가본데, 첩자치고는 무공이 상당히 강하네?"

 

 복면의 무공은 절정에 달하였다.

 

 첩자인 주제에 무려 절정의 고수이라면 상당히 높은 신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독바로가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

 "할 말 없나보네? 나랑 같이 좀 가야겠는데?"

 

 건들거리던 독바로는 여의신류와 제천태견각으로 복면인을 제압해나갔다.

 

 처음에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했다.

 

 퍽.

 

 독바로가 제천태견각의 도건록민(跳乾鹿敏)의 수법으로 상대를 내리 밟으려했다.

 

 복면인은 양 팔을 교차해 독바로의 발을 막았다.

 

 하지만 힘의 차이에 의해 무릎이 굽혀졌지만 주저앉지는 않았다.

 

 독바로는 이채를 띄며 태극 1장에서 8장의 수법, 위매태둔(蝟埋兌遁), 찰이후양(攃離猴陽), 읍진세웅(揖震世熊), 손묘거요(巽猫去寥), 호주리감(狐走悧坎), 한강호간(僩鋼虎艮)으로 공격했다.

 

 밟고 돌려 차고 때리고 밀고 걸어서 넘어트리려 했지만 상대는 침착하게 방어해 나갔다.

 

 목숨을 끊는 거라면 금세 끝났을 테지만 독바로는 생포를 하려 했기 때문에 전력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그런데 1합이 끝나고 2합... 3합... 계속 될수록 복면인은 독바로의 공격을 알기라도 한 듯 쉽게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합이 넘어갔을 때 독바로의 눈은 크게 떠졌다.

 

 완벽한 제천태견각이 아니지만 복면인이 흉내를 낸 것이다.

 

 무공은 구결과 내공 운용방법, 그리고 초식을 정확히 모르면 따라 하기 어려웠다.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똑같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복면인은 독바로와 몇 초 부딪히지 않았지만 제천태견각을 어설프게나마나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제천태견각은 발원지가 동이의 무공이 모태가 되기 때문에 낯선 동작이 많은데다 고관절의 회전이 많아 따라 하기 더더욱 따라하기 쉽지 않은 무공이었다.

 

 독바로는 흥미로웠다 그래서 두고 보자는 마음에서 힘을 더욱 빼고 초식으로만 복면인을 몰아붙였다.

 

 복면인은 점점 깔끔하고 정확하게 제천태견각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50합이 지났을 때 독바로의 모든 초식과 마치 똑같이 하였다.

 

 무공의 요결과 의, 형을 모르는 채 상대와 격투 중에 익혀버리다니 이것은 믿을 수 없는 기사(奇事)였다.

 

 독바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상대가 다치더라도 내공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그 때 어디선가 화살과 암기가 날아들었다.

 

 복면인의 동료인 듯싶었다.

 

 펑.펑.

 

 여기저기서 연막탄이 터졌다.

 

 독바로는 기감을 끌어올려 복면인을 쫓아가 강하게 공격하였다.

 

 팡.

 

 독바로의 발끝이 상대의 등에 닿았지만 복면인은 그 힘을 이용해 더욱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이런... 놓쳐버리고 말았네? 근데 머지? 보는 것만으로 무공을 훔치는 게 가능 한 건가? 내공운용은 못 하긴 했지만 확실히 초식은 똑같이 따라 하긴 했는데... 어이가 없네."

 

 독바로는 놓쳐버린 복면인에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팔뚝을 쓰다듬었다.

 

 독바로의 팔에는 소름이 돋았다.

 

 제 아무리 초식만을 따라 한다고 해도 그것은 놀라운 재능이었다.

 

 더군다나 처음 본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으려 했었다.

 

 한번 상대한 무인의 초식을 모조리 따라하고 간파하게 된다는 것은 상대의 수를 읽어낼 수 있는 지각력(知覺力)과 눈썰미가 있다는 것이다.

 

 "아, 역시 나는 비재였어..."

 

 독바로는 자신이 재능이 없는 비재였다며 한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랑군 대원들이 들었으면 피를 토할 말이었다.

 

 *********

 

 일 년 후, 신순이 장군이 상소를 올려 강력하게 출병을 하여야 한다고 황제에게 건의하였다.

 

 북경의 고관대작들은 과거 북방군의 원정 실패를 들먹이며 몇 차례 상소를 취하했지만 신순이 장군이 황궁까지 손수 찾아가 황제를 뵙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신순이 장군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이번 기회에 정예군과 수뇌부들을 잃은 여진군을 쳐야한다고 하면서 이번에 실패하게 되면 관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자신의 목을 치라고까지 했다.

 

  이에 황제는 승낙을 하였고 북방군은 정비를 시작해 북진을 시작하였다.

 

 유랑군은 북방을 돌며 하나씩 하나씩 점령해나갔다.

 

 어느새 유랑군은 적들에게 공포가 되어버렸다.

 

 늑대같이 생긴 귀랑마갑을 쓴 말을 몰고 황금빛 기운을 뿜으며 전장에 나타나면 여진군은 등을 돌리기 바빴다.

 

 일발필사혈견휴(一發必死穴見休).

 

 유랑군은 피를 보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고 한 번 출병해서 전장에 나타나면 반드시 죽음이 뒤따랐다.

 

 이러한 연유는 자신을 든든히 지원해주는 신순이 장군,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심복인 혁련관,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막파걸과 과양일, 발톱과 엄니가 되어주는 얼간이들과 한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주는 유랑군이 있기 때문이었다.

 

 양(量), 자원의 풍족함.

 칭(稱), 전력의 강함.

 인(人), 한 마음의 사람.

 세(勢), 군사들의 사기.

 

 모두 유랑군에게 있었다.

 

 "이빨 보이지마라."

 

 천여 명의 유랑군은 독바로의 뒤에서 진열을 갖추고 대기 중이었다.

 

 유랑군의 눈빛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전쟁터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 유랑군의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뒤에서 잡담하거나 말 위에서 조는 병사들도 있었다.

 

 그런 유랑군에게 독바로는 긴장감을 가지라고 병사들에게 한 마디 한 것이다.

 

 “오늘 사상자가 생기면 한 달 동안 내가 사랑을 줄 거야”

 

 그제서야 병사들은 말고삐를 사뭇 다시 쥐며 군기가 잡혔다.

 

 사랑.

 

 내리사랑이었다.

 

 독바로는 딱 10명만 사랑해주면 됐다.

 

 그럼 그 10명은 100명에게 또 그 100명은 1000명의 수하들을 굴렸다.

 

 묵빛 갑주를 걸친 독바로는 이곳에서 20리 떨어진 태나라의 부족 50곳이 서로 뭉쳐 같이 살고 있는 카흐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얼마 전 독바로는 전령으로부터 명령을 하달 받았다.

 

 유랑군은 카흐타를 단독으로 정벌하라는 명을 받았다.

 

 최소한 3만 이상의 병력이 있는 곳을 유랑군 단독으로 정벌하라니.

 

 어이가 없어 무례를 무릅쓰고 전령에게서 칙서를 뺏어서 보았다.

 

 황제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이유가 더욱 황당하였다.

 

 신순이 장군이 작전을 수행 중이니 그를 돕기 위해 카흐타로 유격전을 벌여라는 것이었다.

 

 전쟁터에서는 현장에 나와 있는 사령관들의 의중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이것은 북경에서 가만히 앉아 보고를 받는 황제와 대신들이 보내는 전략이었다.

 

 마땅히 따르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황제의 직인이 직힌터라 또 가벼히 여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갑장손 장군이 이를 알고 막아보려 했으나 다른 고위급 대신들에게 밀려 막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작전을 수행하는 척하고 돌아오라는 전서를 서둘러 날렸다.

 

 패전의 책임을 물어 벌을 준다면 자신이 손써서 막아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신순이 장군은 다른 곳에서 북방 정벌 중이라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독바로는 항상 평대원들과 동등한 음식과 위치에서 10명의 중대장과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며 중대장들에게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쩝쩝쩝. 애들 보고 무기 손질 똑바로 하라고 하고, 배에 힘 꽉 주라고 해. 그리고 준비 하라는 거 다 준비 해놨어?"

 "네.. 준비는 거의 마쳤지만... 정말 공격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럼? 해야지. 어명(御命)이라잖아 어명."

 

 막파걸이 걱정이 많은 얼굴로 독바로에게 되물었다.

 

 독바로는 식사를 모두 마치고 중대장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퇴하면 위에서 지랄할 거고... 그것보다 문제는 애들 기가 죽는다는 거야. 나라와 백성을 위해 죤나 열심히 싸우고 있었는데 우리보고 위험한 저곳을 단독으로 치라고? 애들도 다 알잖아. 우리 버림받는 건가? 이대로 여기저기 막 구르면서 죽는 건가? 그런 생각한다고. 아무리 정예병이라고 해도 그렇게 애들 기가 죽어서 사기가 떨어지면 그냥 사람들이 많이 모인거지, 군대, 군인이 아니야. 그럼 안 돼. 내가 생각하는 대장이란 말이야. 밑에 애들 기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독바로는 가슴을 탕탕 치더니 자신 있게 말했다.

 

 "나만 믿어. 살려줄게.“

 

 입에 묻은 밥풀만 떼고 말했더라면 한층 설득력이 있어보였을 것이었다.

 

 -----------------------------------------------

 

 앞에는 3만 대군이 해변이 모래알처럼 수북하게 서 있었다.

 

 전방을 주시하던 독바로는 옆으로 손을 내밀었다.

 

 "창."

 

 그러자 옆에 있던 금오공이 어른의 팔뚝 같은 두께와 5미터 남짓한 크기의 거대한 창, 아니 이건 기둥을 가지고 왔다.

 

 창의 3분의 2지점에는 움켜쥐기 좋으라는 듯 홈이 살짝살짝 파여 있었고 독바로는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맞춰 잡아 갔다.

 

 "스ㅡㅡㅡㅡ스ㅡㅡㅡㅡㅡ으ㅡㅡㅡㅡㅡ으ㅡㅡㅡㅡㅡㅡㅡㅡ읍"

 

 가늘고 길고 깊게 끊이지 않으며 공기를 들이켜 마시기 시작했다.

 

 흡사 주변의 있는 공기가 모자라진 듯 했고 고도에 오르면서 공기가 희박해 졌을 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독바로의 가슴은 크게 부풀어 올랐고 목에는 핏대가 섰다.

 

 눈을 호랑이 같이 부릅뜨고 붉어진 얼굴로 서 있던 독바로는 왼발을 슬며시 앞으로 뻗었다.

 

 가볍게 쓸면서 뻗은 듯한 왼쪽 다리가 지면에 닿자

 

 쿵.

 

 하고 소리를 내었다.

 

 여의신류, 북두칠보의 제 1보 천추(天樞)를 운용하며 왼쪽 발의 엄지발가락이 지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독바로의 몸이 뒤로 누이면서 활처럼 꺾어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움직임을 두 번째 오른쪽 발이 연결해 나갔다.

 

 북두칠보의 제 5보 옥형(玉衡)이었다.

 

 용천혈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지면을 때렸다.

 

 쾅.

 

 그러자 지기(地氣)가 다시 되돌아오며 단전이 뿌듯해질 정도로 가득 메웠다.

 

 기운은 자신의 힘을 어디론가 표출하려 하였지만 독바로는 기운을 놓아주지 않았다.

 

 속도에 속도를 붙여 더욱 가속도가 붙은 신형은 앞으로 쭈욱 뻗어 나갔고 독바로의 머리는 앞으로 살짝 숙여졌다.

 

 멈춰진 장면으로 보면 가볍게 인사하는 듯한 행동.

 

 콰앙.

 

 마지막 왼발이 북두칠보의 제 7보 요광(搖光)을 사용하며 다시 지면에 닿자 이번엔 왼발은 지면을 움켜지지 않고 강하게 때렸다.

 

 용천혈에선 거력의 힘이 뿜어져 나왔고 이는 대지와 부딪히자 강한 반발력을 가져왔다.

 

 땅이 그를 쏘아내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허리가 뒤틀리고 어깨가 순간적으로 팽창했다.

 

 창 아니 기둥을 잡은 손은 핏줄이 솟아오르고 꽉 잡은 손가락 끝과 손등은 새하얗게 핏기가 가셨다.

 

 단전에 있던 거대한 기운을 창에다 담았다.

 

 "흐아아아아아악"

 

 거센 괴성을 지르며 고개가 거의 가슴 높이까지 숙여질 때 쯤. 손을 놓았다.

 

 슈우우우우우욱

 

 콰

 

 콰콰쾅 쾅!!!

 

 마치 벼락이 쏘아져나가듯 강하고 빠르게 뻗어나갔고 가로막는 모든 것은 꿰뚫어졌다.

 

  어떤 병사의 어깨는 그릇 크기만큼 뜯겨져 나갔고 어떤 병사는 몸통의 반이 날아버렸다.

 

 말도 예외는 없었고 다행히 맞지는 않았지만 창이 지나가는 근처의 있던 사람과 말들은 강한 풍압에 의해 널브러졌다.

 

 그리고는 창의 목적지는 적장의 심장을 향해 뻗어져나갔다.

 

 "장구운!!!!!"

 

 지휘관 주변을 호위하던 장수들이 깜짝 놀라 칼을 꺼내며 앞을 막아갔다.

 

 채앵!

 

 하지만 그들의 칼은 창의 힘과 궤적을 약간 틀게 했을 뿐 나아가는 것을 막진 못했다.

 

 푹.

 

 독바로가 3리 밖에서 던진 창은 지휘관의 심장을 터트리고 몸통에 박혀서야 움직임을 멈추었다.

 

 창두가 한 뼘만큼만 가슴에 박혀 들어갔지만 사람에게 죽음을 내리는 데에는 충분했다.

 

 아마 마지막에 장수들이 막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관통해서 뒤로 빠져나갔으리라.

 

 눈 깜빡이는 순간 모든 상황은 변해버렸다.

 

 창두만 박힌 터라 장군의 신체는 넘어지지 않았다.

 

 창이 지지대가 된 것이다.

 

 “........”

 

 “........”

 

 양쪽 진영에서 침묵만이 흘렀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

 

 하지만 잠시 후 하나둘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한쪽은 공포의 비명을. 한쪽 용기의 함성을.

 

 전장에는 거대한 공포가 마른 풀잎에 불이 번지듯 빠르게 번져나갔다.

 

 "으아아 우, 우린 다 죽을 거야!"

 "우아아!!! 전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때였다. 독바로는 어느새 몸을 바로 세우고 나지막이 이야기 하였다.

 

 속삭이듯이 하지만 내공을 쓰며 말했기 때문에 모든 병사들은 똑똑히 들려왔다.

 

 "전군."

 

 손을 스윽 들고 검지와 중지를 앞으로 가리키며

 

 "돌격. 적군을 멸하라."

 "우아아아!!!! 돌격!!!!"

 

 독각투를 뒤집어쓴 묵빛 유랑군은 전쟁터에서 날뛰었다.

 

  마치 양 떼를 유린하는 늑대들이 노는 모습이었다.

 

 한 명의 병사가 묵빛 늑대부대 병사와 전투를 벌일 때 검을 막으면 병사의 옆에서 불쑥 창이 나타면서 찔러온다.

 

 실력이 있는 병사는 피하는데 까지는 하겠지만 그 다음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죽는다.

 

 사람의 팔과 다리가 3,4개도 아니고 막을 방도가 없었다.

 

 실상 여러 개 더 있었더라도 결국 그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연환범열진(連環犯裂鎭)을 사용하는 유랑군은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시간차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묵빛 늑대부대 병사는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면 서로가 서로에게 목숨을 의지하면서 다져왔기 때문에 보통의 제식과 훈련만 다른 받은 부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 세상엔 일 더하기 일이 이가 아니라 3, 4일 때가 있었다. 바로 유랑대가 그랬다.

 

 그들은 1더하기1은 10이었다.

 

 그렇게 1000명이 모이고 독바로가 지휘를 하자 몇 만 대군이라도 막지를 못하고 뚫려버렸다.

 

 여진군은 전세가 기울었음을 직감했다 여기저기 무기를 놓고 도망치는 병사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묵빛 병사들은 어느새 부턴가 붉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을 베면서 튄 피가 갑옷을 적셨기 때문이다.

 

 콰앙.

 

 다시 한 번 독바로의 창강이 터져나가며 수십 명의 병사들이 피곤죽이 되었다.

 

 "죽... 죽기 싫어~~"

 "틀렸어!"

 

 이를 지켜보던 여진군은 겁에 질려 뿔뿔이 흩어졌다.

 

 유랑군은 그저 쫓아가며 무기를 휘두르기만 하면 되었다.

 

 잠시 후 유랑군은 마치 시체의 바둑판 위에 서 있는 듯 했다.

 

 붉은 돌이 시체의 바둑판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독바로는 독각투를 벗었다.

 

 얼굴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았지만 굳어버린 피는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직 손에 마르지 않던 피만 더 묻어버렸다.

 

 그리고 조장들에게 짧게 말했다.

 

 "보고."

 

 1조장부터 10조장 까지 보고를 올렸다. 전사자 92명.

 경상자 326명, 중상자 24명.

 

 대부분의 전사자와 중상자는 무공이 약한 신입들이었다.

 

 조정은 한 장의 전서를 받고 발칵 뒤집어졌다.

 

 아무리 오합지졸의 여진군이었다고는 하지만 3만의 대군을 상대로 천여 명의 군사가 대승을 이뤄버린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 전공이었다.

 

 어떠한 전략 없이 힘으로 3만의 병력을 베어버렸고 잔여 병사들을 추적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뤄졌다.

 

 갑장손은 그러한 전령의 말에 허허 웃을 뿐이었다.

 

 그날 밤 유랑군은 전투 후 갖는 술자리가 열렸다.

 

 막파걸은 독바로가 좋아하는 작계와 술을 가지고 나타나 독바로에 주었다.

 

 "자, 니가 그토록 노래 부르던 작계다."

 "오오! 역시 부대장 밖에 없어."

 

 주광이 아 하면서 말했다.

 

 "나도 한 입 주쇼. 내가 오늘 벤 적장의 숫자가 셋이요."

 "자."

 

 그러자 얼간이들은 앞 다투어 어미 새에게 먹이를 구하듯 말했다.

 

 "나도 주시오. 나는 수백의 시주들을 열반에 들게 했소."

 "자."

 "나는.."

 "나는.."

 "자,자,자,"

 

 가만히 있던 혁련관이 말했다.

 

 "나는 뭐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자."

 

 항상 삐딱선을 타는 전대가 말했다.

 

 "한 것도 없다는데 왜 주고 그러쇼."

 "그래서 주는 거야. 니들도 설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두개씩 줬을 텐데."

 "젠장."

 "막 천인장, 우리는 왜 안 주시오? 대장 입은 주댕이고 우리 입은 아가리란 말이오?"

 

 막파걸이 답했다.

 

 "아가리 닫고 있어. 병사들이 곧 가져다 줄 거다."

 

 얼간이들의 아가리에 들어갈 음식이 도착하자 소란스러움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독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술 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

 

 그러자 한 순간 밝았던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모든 유랑군의 병사들이 술이 가득 찬 술잔을 하늘 높이 쭉 뻗었다.

 

 “전우들이 떠났다.”

 

 그 말에 몇몇 여린 병사들은 눈물을 보였고 이미 닳을대로 닳은 고참들은 무표정하게 하늘을 보았다.

 

 “그들을 애도한다. 건배”

 “건배”

 “건배”

 

 말도 안 되는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흥겹지 않았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어깨에 손을 올리고 농담을 하며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던 전우를 다시는 보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럴 줄 알고 있었음에도 슬펐다.

 

 전쟁에 나서면 적들도 죽고, 아군도 죽는다.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그럼에도 나서며 살기위해,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랑군은 오늘도 죽은 전우들을 위해 술을 뿌리고 마시며 그들을 애도하기 위한 춤을 추었다.

 

 *******

 

 엥흐토야는 늘 어려서부터 여자아이 이름 같다는 이유로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었다.

 

 부모님께서는 늘 항상 빛나라는 뜻이 좋아 붙여주셨지만.

 

 엥흐토야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을 때마다 자신은 알가민.

 

 태양신 혹은 태양신의 후예이자 위대한 전사이라고 생각하고 남들보다 열심히 무술과 체력을 길렀다.

 

 엥흐토야는 이러한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마침내 군수의 직급을 수여받게 되었다.

 

 카흐타에서 엥흐토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3만의 병사가 따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는 휘하 목곤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엥흐토야 군수, 적들이 저희 카흐타 앞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뭐? 얼마나?"

 

 최근 대군을 일으켜 종 나라로 출진한 여진군은 엄청난 병력 손실과 함께 연이은 패전으로 하여금 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 불안감은 엥흐토야도 마찬가지였다.

 

 "천 기입니다."

 "응? 천? 천이라고?"

 "예. 천의 기병이긴 하지만 저들의 늑대모양의 말을 타고 있는 것을 봐서는 저번 전투에서 마치 악마같이 날뛰었다는 유랑군인거 같습니다."

 "허. 이놈들이 오만방자함이 도를 지나쳤구나."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3만 대 천이 아닌가.

 

 엥흐토야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거듭된 패전 소식에 사기가 떨어진 여진군의 기세를 올림과 동시에 단순히 골칫덩이 부대에서 공포의 부대로 변모한 유랑군을 전멸시켜 공을 세우는 것.

 

 어쩌면 자리가 비어있는 도통의 직위까지 손에 넣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몸이 달아오르면서 입에 침이 고였다.

 

 욕심이 많아서 인지 탈모가 심한 그는 비어있는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수하에 명을 내렸다.

 

 "전 병력에게 출진 명을 내려라!"

 "예!"

 

 다음 날, 엥흐토야는 군을 이끌고 평원에 군대를 세워 두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유랑군을 바라보았다.

 

 "흐흐흐, 저놈들이 미쳤구나.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덤빌려고?"

 

 엥흐토야는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손바닥을 비비면서 출진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적의 부대에서 한 명이 조금 앞으로 나왔다.

 

 엥흐토야는 제법 먼 거리라 잘 보이지 않아 저게 뭐하는 건가 싶었다.

 

 앞으로 나온 한 명이 먼가 커다란 작살 모양을 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잠시 후 그것을 쥐고 한 발자국 더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엥흐토야는 그 모습을 보고 무시하기로 했다.

 

 "전군..."

 

 지휘봉을 들어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흐아아악!"

 

 괴성이 들렸다.

 

 작살이 날아오며 병사들을 꿰뚫어버리기 시작했다.

 

 엥흐토야는 죽음의 향기를 맡는 순간 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콰직.

 

 여진군은 자신들의 군수를 보았다.

 

 커다란 작살에 꽂혀 세워져있는 모습.

 

 엥흐토야가 맡았던 그 칙칙하고 진한 향기를 여진 병사들이 맡기 시작했다.

 

 그때.

 

 "돌격하라!!"

 "우아!!!!!"

 

 악마의 부대라 칭하는 유랑부대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에게 달려들었다.

 

 가로 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분쇄해버렸다.

 

 그 모습에 몸이 얼어있던 병사들은 맞서 싸우려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가 서로 엉켰다.

 

 최고 지휘자인 엥흐토야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신속한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중간 간부들이 물러서지 말고 싸우라고 했지만 전황은 극도로 불리해졌다.

 

 싸우라고 지휘하는 순간 간부들의 머리는 금발 날아 가버렸다.

 

 그렇게 여진군은 갈가리 찢어져버렸다.

 

 북방의 새로운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살아있는 전설.

 

 *******

 

 유랑군의 전쟁에서의 위용은 계속 되었다.

 

 어디에서 몇 천을 쓸어 버렸더라 어디에서 몇 만을 격파하였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종 나라에 날아 들어왔다.

 

 백성들은 신순이 장군님과 함께 자신들을 수호해줄 새로운 수호신이 나타났음에 기뻐하였다.

 

 시장 통에서는 유랑군의 위명이 날로 높아졌고, 음유시인들은 신순이 장군과 독바로를 흉내 내며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아이들은 골목싸움을 하면서 서로 신성수랑 독바로가 되겠다고 하고 상대편 아이들인 여진군을 휩쓸고 다녔다.

 

 독바로는 계속되는 전투, 전투, 전투를 하였다.

 

 넓은 초원이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다.

 

 적들은 이제 자신들을 향해 숫자만 믿고 덤비지 않았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거나 아예 꽁꽁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

 

 늑대 같은 말 위에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올라타 있는 유랑군이 전장에 나타나는 순간 적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공포에 질려 벌벌 떨기 바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냥 기뻐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걱정과 불안에 떠는 인물들이 있었다.

 

 투울루이는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나 고작 5년 만에 부족민들을 통합하여 태 나라를 세웠다.

 

 물론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데 에는 주찌와 트사까따이, 그리고 종 나라의 밀약(密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투울루이는 강맹해 보이고 위엄 넘치던 눈빛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수십 년간 자신과 같이 전장을 누비던 모든 장수들이 불귀의 혼이 되어버렸다.

 

 준비하고 또 철저하게 준비하여 나선 침략이 대실패로 끝나버렸다.

 

 수습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이번에는 신순이 장군과 몇 년 새 엄청나게 달라진 유랑군이 태 나라를 유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울루이는 자신의 모자람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물론 북방의 모든 부족들이 굴복 받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한참동안 어둠속에서 고뇌에 빠져 있던 투울루이는 붓을 무겁게 들어 천천히 종나라로 보낼 비밀 서신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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