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귀궁사
작가 : 참마도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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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화
작성일 : 16-07-14     조회 : 417     추천 : 0     분량 : 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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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조용한데요?”

 “당연히 그렇겠지. 너 같으면 먼저 나와 표적이 되어주겠느냐?”

 쭉 뻗은 계곡을 보며 마유조가 말하자 양소은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계곡을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아무런 기색이 없는 곳이었다.

 “훗, 어쩌면 양 소저의 말대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지. 하나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어. 어차피 우리가 이곳에 오는 것을 아는 이상 함정을 파는 것이 최선이지.”

 혁리는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고, 마유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에 이견은 없었다.

 일행은 지금 당평산 양무곡에 도착한 상태였다. 이제 약속한 보름까지는 하루가 남은 상태.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하루 일찍 도착했다.

 혹시 모를 상황이란 적의 매복이었다. 홍루에서 오구의 입을 통해 이곳을 알아낸 순간 장소를 들은 것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를 입막음하고 온 것도 아니기에 틀림없이 자신들이 이곳에 도착한다는 것을 풍마단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에 대비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장소가 들통난 것을 알고 안 올 수도 있지요. 괜히 벌통을 건드린 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양소은의 목소리였다. 벌통이라는 것은 결국 설산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무림문파를 상대하는 귀찮음을 피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희박했다. 그 정도로 어수룩한 놈들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그 가능성보다는 말머리꾼을 바꾸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그 가능성도 있지만 저 마적단과 말머리꾼들의 유대관계는 생각 이상일 경우가 많소이다. 웃기는 일이지만 말머리꾼이 살해당하면 마적단이 와서 복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 더러운 인생을 살아가는 놈들이지만 마적단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셈이지.”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나 보죠?”

 “있다 뿐인가? 생각 외로 많이 일어나네. 그러니 내 이리 긴장한 것이지.”

 혁리의 말에 양소은은 잠시 생각을 거듭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저었다.

 그리곤 왼손에 안은 월홍을 돌려 세우고는 눈밭에 같이 누우며 말했다.

 “그럼 뭐 일단 저들의 반응을 봐야 한다는 거군요. 하면 이렇게 있을 동안 쉬면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혹 저들에 대해 아시나요?”

 그녀가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묻자 혁리는 살포시 웃었다. 확실히 너무 긴장하는 것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귀가 밝은 단야가 알려줄 테니 내 일단 아는 바를 이야기해 주지. 우선 그 풍마단이란 단체의 규모는 상당하단다. 근 이백이 넘는 자들이라 하더군.”

 이백이란 말에 양소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그 정도로 많은 자들이 마적일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물론 이건 추측으로 알려진 것이니 진짜 세력은 알 수가 없단다. 하지만 사실일 것이야. 풍마단의 수뇌부들은 그저 떠돌이 무사가 아니라 엄연한 강호인들. 조직을 운영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

 “음? 풍마단이 무림인들이 주축이 된 것은 몰랐는데? 어떤 자들인지 알 수 있나?”

 마유조가 의외라는 듯 입을 열자 혁리는 옅게 웃었다. 하긴 그들의 정체를 안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니 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원래는 감숙성에서 움직이던 놈들이었네. 모두 네 명으로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지. 못된 짓으로 의형제를 맺었다고는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네 명 다 독랄한 자들이야. 감숙성의 동지들이 주의하라고 서신을 보내왔는데 하는 짓을 보니 아주 가관인 놈들이었어.”

 혁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인접한 관청에서 주의할 자들을 뽑아 보내주는 것은 오랜 묵계였다. 아무리 썩은 세상이라고는 하나 말단끼리는 통하는 법이다.

 “어디 보자……. 그래, 여기 있군. 원래는 사사혈랑(邪四血狼)이라 부르는 놈들이라네. 첫째가 천벽, 서이구, 하기, 차추만가라 불리는 놈들인데, 화산파에서도 애먹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라 하더군.”

 “그 말은 화산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뜻이로군.”

 “그렇지. 또한 대문파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 생각이란 것 자체가 없는 놈들이야.”

 “흐음…….”

 마유조는 미간을 찡그렸다. 확실히 그런 상태의 놈들이라면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진짜 피곤한 놈들일지도 몰랐던 것이다.

 문파의 이름으로 한수 접고 들어가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놈들은 말보다 바로 치는 것이 상수였던 것이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정도의 성향을 가진 놈들이라면 꽤나 독하게 나올 것도 같은데 말이야.”

 마유조가 말을 건넨 것은 단야였다. 단야는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말 없이 주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단야의 오감은 이상하리만치 높아서 기척을 누구보다도 빨리 느꼈다.

 물론 무공이 높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단야가 느끼는 기척은 살기로 알아내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무언가 있으면 바로 느끼는 것이다. 사냥꾼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오감 하나만큼은 정말 기가 막히게 대단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독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이곳엔 많은 자들이 숨어 있소.”

 “뭣!”

 단야의 목소리에 혁리는 짧은 비명을 질렀고, 양소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무릎을 꿇었다. 매복이 있다는데 편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혁리는 눈을 살짝 감으며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력을 휘돌리며 주위의 환경을 다시금 돌아보았다. 하나 그 어디에서도 사람이 있는 듯한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눈을 떠 옆에 있는 마유조를 바라보았지만 마유조 역시 살짝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었다. 그 역시 느끼지 못한 것이다.

 “좌우 계곡 양끝에 숨어 있소. 이곳만이 아니라 출구 쪽에도 있는데 다 합치면 육칠십 명 정도 될 듯하오.”

 “육칠십 명?”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단야는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출구 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숨어 있는 자들 이외에 또 새로운 자들이 오고 있소.”

 쭈욱 뻗은 단야의 팔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그러자 진짜로 저기 반대편 곡구에서 누군가 말을 타고 오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십여 명의 사람과 짐을 실은 말과 마차,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면 바보였다. 혁리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빌어먹을, 하필 이럴 때에 상인들이라니…….”

 중원과 서장을 오가는 상인들, 그들의 일행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

 

 “망할 놈들이 하필이면 여기를 지나가?”

 차추만가는 입술을 씰룩이며 토하듯 말을 내뱉었다. 힘들게 잘 숨었더니 엉뚱한 먹잇감이 걸려들었던 것이다.

 오십여 명 남짓한 수하들을 모두 매복시킨 채 오늘로 이틀째였다.

 피곤한 것을 무릅쓰고 기다린 결과 정찰을 나간 놈들로부터 드디어 먹잇감이 들어섰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조금 후 상황을 보다 바로 공격할 찰나에 괜한 것들이 참견한 셈이었다. 차추만가는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도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길, 매복이고 뭐가 다 틀려먹은 것 같구만. 야! 가서 애들 보고 저 멍청한 새끼들 목이나 치라 그래! 더 이상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아, 예, 단주님.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차추만가의 소리에 부관 도고는 재빨리 입을 연 후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는 출구 쪽에 있는 수하들에게 신호를 보내려 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것, 저놈들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형님, 그게 무슨 말이오? 이용하다니?”

 뒤쪽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하기의 목소리에 차추만가는 의뭉스런 표정을 만들었다. 저들을 이용한다는 소리 자체를 이해 못했다.

 “저 단야란 놈의 일행, 그중에는 설산파 놈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소위 정파를 지향하는 놈들 말이야.”

 “홍사검 마유조와 설산의 골칫덩어리 양소은이 같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셋째 형님이 말이오.”

 하기는 그 말에 씨익 웃으며 차추만가를 바라보았다. 하나 차추만가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듯했고 하기는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멍한 표정 짓기는. 어디 정파의 위선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보자는 것뿐이다. 곡의 중앙으로 갈 때까지 놔두도록. 그리고는 잡고 나올 때까지 하나하나 목을 치자고.”

 “오호라, 그런 방법이 있겠군요. 역시 형님은 최고입니다. 우핫핫핫!”

 매복 중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차추만가는 커다랗게 웃었다. 그리곤 도고를 향해 눈인사를 하자 도고는 알았다는 듯 쪼르르 움직였다.

 “좋아, 어디 나오지 않고 배기는지 한번 보자. 흠, 그러고 보니 계집들이 꽤 많은데, 이거? 큭큭.”

 점점 다가오는 상인들의 행렬을 보며 차추만가의 입가에는 사이한 미소가 점점 더 짙어져 갔다.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 딱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아니, 일어났어도 벌써 일어나야 정상이었다.

 상단으로 보이는 인물들은 벌써 곡의 중앙에 다다랐다.

 단야 일행이 숨어 있는 숲 속과는 약 사십여 장. 워낙이 좁은 곡이라 금방 중앙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한데 호위무사들도 없는 자들인가? 어떻게 저렇게 평안히 올 수 있지?”

 뚱한 표정의 양소은이 입을 열었다. 중앙쯤 오니 상단의 면면이 보이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황당한 경우였다.

 마차 한 대에 달구지 세 대. 마차야 사람이 타는 것이니 그렇다 치지만 달구지는 물건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물품을 호위하는 사람치고는 그 수가 너무 적다.

 약 이십여 명 정도의 사람이 보였는데 그중 여섯은 여인, 그것도 젊고 호리한 여인들이었다.

 마차에 타고 있는 여인의 신분이 조금 있는 듯 마차 주변에서 말을 탄 채 움직이고 있었다.

 더욱이 경험도 별로 없는지 눈 속에서 이동 속도는 거의 거북이와도 같은 형국인지라 보기만 해도 답답한 광경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 사내들의 무공은 일류 급도 되기 힘들 듯하구나.”

 혁리는 살짝 혀를 찼다. 이건 무신경도 도를 넘어선 것으로 그냥 당하자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달구지의 수로 볼 때 적어도 기백 냥 이상의 물건이 실려 있을 터였다.

 그런데 호위하는 무인들의 수준은 삼류를 겨우 벗어난 정도고 숫자는 열다섯도 안 된다니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저들이 만든 함정일 수도 있겠군. 아닐 수도 있지만.”

 “…….”

 문득 들려오는 마유조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과연 그 말대로 이자들이 함정의 시작일 수도 있었다.

 저들을 구한답시고 나간 순간 공격이 시작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진짜 상단일 수도 있겠지. 이곳 역시 중원으로 가는 길목 중의 하나. 상단들이 빈번하게 털리는 곳일세.”

 “진짜 상단이란 말인가?”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일세. 그러니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하지 말자고. 그냥 아무 일 없이 이리로 오면 좋겠는데…….”

 “음.”

 혁리의 말에 마유조는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지라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만의 하나 함정이라면 그 대가는 실로 무시무시할 테니 말이다.

 아무리 이쪽에 고수들이 있다고는 하나 숫자의 우위는 무시할 수 없다. 차륜전으로 나온다면 그땐 필패였다.

 “그럼 결정되었군요. 이봐요, 단야. 저기까지 화살이 닿죠? 그냥 한 대 쏴요. 위험하다는 것은 알려야 해요.”

 뜬금없이 들려오는 양소은의 목소리에 단야는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단야의 얼굴엔 어떠한 표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뭐에요, 그 표정은?”

 단야의 눈빛을 본 양소은은 뚱한 얼굴을 만들었다. 적의는 아니지만 ‘왜?’라는 눈빛이 역력히 나타났던 것이다.

 “무공을 하는 자가 약한 자를 돕는 것은 상식이에요. 그럼 당신은 저자들이 죽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겠다고?”

 “지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이냐? 그러다 저들이 함정이라면 그땐 어찌할 것인데?”

 “그땐 그냥 싸우면 되는 거죠, 뭐. 어차피 이렇게 시간이 흘러봐야 아무것도 안 되잖아요.”

 딴에는 일리있는 소리다. 탁상공론 펼쳐 봐야 공론에서 끝난다. 결과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먼저 손을 쓰자는 것이 그녀의 생각, 하나 그 이후의 일도 정하는 것이 순서다.

 “낭자의 말도 확실히 일리는 있소만 만일 단 형이 화살을 쏘면 그건 공격 행위라 받아들이지 않겠소? 자칫하면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 버릴 수도 있는데?”

 혁리의 말이 끝나자 양소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렇다면 화살을 날리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후우.”

 이래도 이상하고 저래도 이상한 상황이라 생각되었는지 그녀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단야를 야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요, 혹시 효시(嚆矢) 같은 것이 있나요? 그런 것이라면 저들도 눈치채지 않을까요?”

 군대 간에 서로 소리를 알려주며 상황을 전달하는 효시. 확실히 그런 것이 있다면 조금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단야는 군인이 아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반 화살과 철시 딱 두 종류만 가지고 있었고, 또 있다 해도 쓸 상황은 아니었다.

 효시라는 것은 서로 간에 약정한 것. 약정이 없는 효시는 혼란만 줄 뿐이다. 아마 저 상인들은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우왕좌왕할 것이 뻔했다.

 “제길! 그럼 이렇게 그냥 두고 보고만 있자고요? 혹시나 저들이 진짜 상단이라면 난 평생 죄책감에 잠을 못 잘 거예요! 사형은 안 그래요?”

 양소은이 소리쳤다. 상당히 격앙되어 있어 그 소리에 있는 곳이 들키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협의라는 것 때문인 듯했다. 혁리와 마유조 역시 그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 단야뿐이었다.

 “왠지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군요. 그런가요?”

 그 눈빛을 보고 읽었는지 그녀가 단야에게 말했다.

 하나 단야는 아무런 말 없이 상단만 주시할 뿐이었는데, 그 눈빛 속의 숨은 뜻을 그녀는 읽었다.

 다른 사람을 동정하는 눈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남을 보는 눈. 지금 단야의 눈길이 그런 감정이다. 그녀로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무공이 패악하긴 해도 성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객잔에서의 일도 있고 이곳으로 오면서 내내 같이 지내보니 의외로 착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녀만의 착각인 듯했다. 그간 착한 것은 가식이었고 이것이 본모습이었다. 한순간 한기가 들 정도로 차가운 이 모습이.

 멱살이라도 틀어쥐며 사람답게 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단야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혁리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최악이다. 진짜 상단이었어.”

 “…….”

 혁리의 목소리에 돌아본 양소은은 두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상단의 주위는 검은 옷을 입은 자들로 휩싸여 있었다. 매복해 있던 풍마단이 습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냥 공격하는 척이 아니다. 허공에 핏물이 징그럽게 튀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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