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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_separation
작가 : piodoung
작품등록일 : 201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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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_separation / ep.01
작성일 : 17-04-26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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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1. ‘극현’의 이야기

 

 아침 7시 30분. 나는 정진도서관 3층의 가장 쾌적한 공간, 2열람실의 칸막이 책상에 짐을 풀어놓는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우유와 빵으로 해결한다. 퍽퍽한 빵과 부드러운 흰 우유, 한국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데에 전혀 쓸모없을 것 같은 영어단어들이 입 속에서 한 데 뒤섞이고는 식도를 통해 빠르게 위(胃)로 이동한다. 꾸역꾸역 다 넘기고 나서 기지개를 켜면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된다.

 

 “rampant, infest... 횡행하다. 횡행하다... 횡행? 뭐지?”

 평소 외운 기억도 없는 영어단어가 갑자기 떠오른다. 어? 공부 시작 2년 만에 득도한 건가? 자습서를 펼쳐 영어 지문을 봤다. 해석이 술술 잘된다. 이러다가 100점까지 가겠는데? 영어 100점만 맞아도 올해 필기시험은 거뜬히 통과할 텐데... 어? 왜 이러지? 1분에 두 문제가 풀려 뭐야 이거?

 

 “으하하하하하.......”

 - 학생! 학생!”

 “앗. 네?”

 - 조용히 해요. 지금 학생들 다 찬 거 안 보여?”

 “죄... 죄송합니다”

 

 꿈. 나는 항상 잠꼬대와 함께 꿔야만 하는 희망 고문. 깨고 나면 악몽같은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그냥, 개꿈.

 

 침을 닦고 시계를 보니 벌써 정오가 됐다. 잠을 좀 잤더니 출출하다. 편의점에 다시 가야겠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하나씩 집어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 어서 오세요... 풉

 “계산해주세요.”

 - 아, 공부 힘드시죠? 이거 유통기한 임박해서 제가 먹으려고 빼놓은 건데 드세요.

 “네? 아 고... 고맙습니다.”

 

 편의점 알바가 비타민 드링크를 하나 건네줬다. 그런데 왜 자꾸 실실 쪼개는지. 그러고보니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다. 혹시... 나한테 반한건가? 라는 생각도 잠시.

 

 “이게 뭐야?”

 

 손을 씻으려 화장실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니 ‘ㅅㅂ 이걸 어떻게 외워!’라는 글씨가 책상에 눌려 한층 새빨개진 여드름 자국과 피부 트러블 위에 선명히 도드라져 있었다. 하얗게 말라붙은 침은 펜과 여드름 자국을 더욱 부각시켰다.

 

 “아,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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