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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_separation
작가 : piodoung
작품등록일 : 201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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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_separation / ep.02
작성일 : 17-04-26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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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2. ‘극현’의 옛날 이야기.

 

 내 이름은 극현이다. 영천 극 씨에 현명할 현. 현명한 사람이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흔하지 않은 성 덕분에 흔하지 않은 이름이 되었고 흔하지 않은 편의 삶을 살아왔다.

 

 회색 숲같은 서울의 어떤 공간에 있어도 어울릴 평범한 이목구비를 가졌지만 어릴 적부터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얼굴은 늘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의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 했지만 나아지긴 커녕 여드름, 모낭염으로 발전돼 얽히고설킨 피부조직은 더욱 견고해질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익명투표로 짝꿍을 정하는 날에는 내 이름은 한 번도 호명된 적이 없었고 선생님은 별 수 없다며 나를 혼자 앉혔다. 간혹 짝이 되더라도 내 짝꿍은 대성통곡하기 일쑤였다. 그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함부로 말도 못 걸었다.

 

 중고등학교 때 분단을 나누어 앉을 때도 나를 기준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앉은 아이들은 꼭 쉬는 시간마다 “아. 여드름 옮으면 어떡하냐.”라는 말을 해댔었다.

 

 대학 때는 그냥 혼자 다녔다. 처음이었다. 먼저 와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 건. 즐거웠다. 혼자라서 정말 편했다.

 

 그리고 지금은 도서관에 나와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잠을 자고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편의점 알바에게 비웃음을 사고 그럭저럭 시간을 떼우는 삶을 살고 눈앞에 나를 보고 있는데.

 

 ‘네 얼굴 극혐 ㅋㅋㅋㅋㅋㅋ’

 

 내 얼굴을 비추고 있는 거울 위에는 매직펜으로 쓰인 낙서가 있다.

 

 ‘ㄴ 네 얼굴은 더 극혐’

 ‘ㄴ 네 얼굴은 핵극혐. 극혐 뜻은 알고 쓰냐’

 ‘ㄴ 극도로 혐오스럽다고 XX야.’

 

 극혐. 신조어다. ‘극도로 혐오스러움’의 줄임말. 공무원 국어 과목에는 나오지도 않는 말인데 공무원 국어 과목에서 외우는 사자성어보다 더 높은 빈도로 쓰이는 말이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남녀노소의 입에 극혐이란 말이 오르내린다.

 

 극혐, 마치 내 이름과 같은 말.

 극혐, 마치 내 또 다른 이름과 같은 단어.

 

 그래. 난 극도로 혐오스러운 극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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