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첫사랑
얼굴을 박박 씻고,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단숨에 해치우고 제자리로 돌아와 국어 교과서를 폈다. 역시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다. 언론도 엄마도 학교 교수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고 했기에 그들 말을 믿고 그저 열심히 남들이 외우는 것과 남들이 외우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을 전부 외운다.
한숨 돌릴 겸 정수기에 물을 뜨러 가는데 한 여자와 부딪쳤다. 예쁘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바람직한 키 차이다. 뽀얀 피부, 조그만 얼굴, 긴 생머리, 동그랗고 강아지같은 눈망울. 작고 균형잡힌 코, 체리같은 입술. 가까이 오자 코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프리지아 향...
강아지같은 눈망울이 왠지 겁을 먹은 듯하다. 긴장을 풀어주려 살며시 웃어주었다.
- 뭐야, 더... 더러워.
그렇지만 체리같은 입술에서 나온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몸이 굳어버렸다. 부끄러워 노랗게 익은 턱 아래의 고름들이 투둑, 투둑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