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모험
매일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밤 9시. 더 노력할 수도 있지만 내일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둔다. 원래 동네 공원을 30분 가량 돌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데 지금은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뭐야, 더... 더러워’ 낮에 도서관에서 만났던 그녀가 건넨 첫 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더럽다니. 그런 취급이야 많이 받아왔던 터라 쉽게 넘길 수도 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다니.
며칠 전 동네 핸드폰 대리점에서 특가 행사를 할 때 장만한 저가형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구글링을 시작한다.
검색어는 ‘모낭염 박멸’
이제 그러려니 하고 살기엔 내 명이 너무 단축될 것 같다. 나야 지금 바로 죽어버려도 미련 없지만 우리 엄마가, 나만 바라보는 우리 어머니가 혼자 남기엔 이 세상이 너무 팍팍하지 않은가. 나 스스로 조금은 바뀌어야겠다.
‘모낭충 완벽 박멸 방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이 눈에 띤다. 재생하니 여드름이 많은 지성 피부인 외국인들이 낄낄거리며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고 있다. 맞은편에 있던 한 남자가 바르고 있는 물체를 빼앗아 들며 무어라 말한다.
- 비네갈, 비네가~
비네가? 무슨 말인지 원. 다시 영상을 주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비네가를 바른 남자의 얼굴에서 까맣고 작은 벌레같은 것들이 꿈틀거리고, 그 남자의 여드름 심했던 얼굴은 곧 뽀얀 삶은 달걀처럼 변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정말일까. 정말 비네가를 바르면 나도 저렇게 뽀얘지는 건가. 대체 비네가가 뭐야? 댓글을 확인해봤다.
‘ㄴ>아 저거 식초잖아. 어떻게 한 거지? 진짜 식초 바르면 화상 입을 텐데...’
‘ㄴ>영상 조작이야. 식초로는 저렇게 될 수가 없는데’
2년을 공부한 공무원 영어 단어집에는 없던 단어. vinegar. 식초였다. 나는 아침, 점심에 이어 또다시 편의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4천 원짜리 사과 식초 한 병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