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박멸
집에 돌아와 다시 ‘모낭충 박멸’ 영상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니다. 시간이 아깝다. 당장 실험부터 해봐야지. 어떻게 하든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만 같다.
엄마가 잠들어 계신 것을 확인하고 살금살금 화장실로 들어와 빨간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담았다. 그리고 사과 식초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상큼하군.
대야에 담긴 물에 사과식초 한 줄기를 찌익 뿌려넣었다. 식초의 입자가 점점 물과 섞여 희석되는 것이 보인다. 이제 곧 내 피부도 저 투명한 액체들과 함께 깨끗이 희석되리라.
대야에 내 얼굴을 담가본다. 따갑다. 숨을 참고 천천히 얼굴을 불린다. 내 얼굴의 불결한 것들이 점점 불어나 물속으로 흡수될 것만 같아. 이제 나도, 이제 나도...
20초를 참았을까.
‘뭐야, 더... 더러워’
낮에 본 그녀의 외마디가 들린다. 안돼 10초만 더.
‘우아아아아앙’
초등학교 때 나와 짝이 돼 울던...
‘아 더러워! 여드름 옮으면 어쩌냐’
학창시절 쉬는 시간에 나를 멸시하던...
“어푸푸!!”
1분은 지난 것 같다. 거울 속 나는 어떠한가?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얼굴의 때를 밀어본다. 스멀스멀 잘 밀린다. 처음엔 하얗게, 그러나 한 번 더 압력을 가했을 땐 허옇게, 그리고 회색으로, 그리고 까맣게, 거뭇하게, 시꺼멓게!!!
“대박!!”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규모의 때들이 내 얼굴 위를 덮었다가 후두둑 아래로 떨어진다. 벌레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간 부위는 달걀 흰자처럼 뽀얘졌다. 유튜브 영상이 현실이 됐다.
“대박, 대박!!!!”
신나서 박박박박 손으로 얼굴을 문댔다. 떨어져 나간 벌레같은 것들도 저들끼리 꼬물꼬물 춤추는 것처럼 우글댄다. 너무 신났던 걸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절이란 걸 처음 해본 것 같다. 아찔했다.
기절하기 직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검은 괴물 같은 것을 보았다. 환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