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무한 레벨업 in 무림
작가 : 곤붕
작품등록일 : 201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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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 1. 회귀(回歸)의 장
작성일 : 17-04-29     조회 : 788     추천 : 0     분량 : 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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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序)

 

 

 

 “썩……을.”

 입술 사이로 죽은 바람이 새어나온다.

 배때기에서도 찬바람이 숭숭.

 떨어지는 빗물도 마찬가지다. 핏물이 새는지 빗물이 새는지.

 손으로 막아보지만, 그게 어디 막히는가.

 내장이 흘러나오는 것만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이대로…… 죽는……구만. 참 개 같은 인생이었어…….”

 극통에 흐려진 눈.

 겨우 저 멀리 퇴각하는 무림맹(武林盟)의 버러지들을 알아볼 정도다.

 주변에는 그들의 도주를 위해 희생된 머저리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고.

 대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

 크크큿.

 하급무사의 죽음은 소의(小義)고 고수들의 도주는 대의(大義)라던가? 좆까라 그래, 씨발.

 “쿨럭.”

 비틀린 웃음과 함께 격렬한 기침이 쏟아져나온다.

 타액에 섞여나온 내장부스러기.

 ‘살다 보니 내 장기를 맨눈으로 확인하는 날이 다 오는군.’

 콰과과과광!

 커다란 폭음과 함께 아군 수백 명이 천마(天魔)의 일수에 피모래로 화했다.

 찌릿찌릿한 살기. 비릿한 혈향.

 천마가 빗물과 핏물이 섞인 웅덩이를 헤치며 천천히 다가왔다.

 두려워야 마땅하건만, 왠지 허탈하다.

 ‘이게 죽기 직전 객기인가?’

 어차피 죽을 건데 천마한테 뒈지든 동네 좆밥한테 뒈지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천마 저 새끼도 금작(金勺, 금수저)이겠지?’

 묻고 싶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는 않는다.

 혓바닥 놀릴 힘이라도 있으면 기기라도 했을 테지. 입 따위 놀릴 힘은 없다.

 불현듯 돌아가신 부친 말씀이 기억났다.

 너무 오래되어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유언.

 

 [노력하거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요행을 바라지마라. 설사 요행을 바라더라도 노력해라. 요행도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 더 많이 찾아올 터이니.]

 

 ‘틀렸습니다, 아버지. 노력도 배신합니다. 요행도 많이 가진 자들에게 더 많이 돌아오더군요.’

 내가 산 증인이고, 아버지는 죽은 증인이다.

 아버지 또한 평생 노력하셨지만, 병풍무인으로 돌아가셨으니.

 저자에서 구할 수 있는 삼재기공(三才氣功)을 30년 넘게 닦았다.

 내공을 쥐어짜 봐도 한 10년 내공밖에 안 된다. 그나마도 이제는 하단전이 부서져 모을 수조차 없다.

 헛웃음이 난다.

 ‘토작에게 노력이란 헛수고와 같더이다.’

 토작(土勺, 흙수저).

 뼈를 깎고 몸이 부서져라 노력했건만…….

 결말이 이거다.

 하-.

 뭐, 지극히 흙수저답다고 해야겠지.

 문득 고수가 되고자 애썼던 지난 세월이 뇌리를 긁으며 스쳐 갔다.

 후기지수들 가랑이 사이를 무릎이 다 까지도록 긴 기억, 화산파 대제자의 첩이 된 마누라, 영약사기꾼에게 당해 빚쟁이가 된 일, 내 좁쌀만 한 내공을 갈취한 연인…….

 셀 수도 없이 많은 굴욕들.

 ‘노력……노력하다 보면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다 부질없는 착각이었어. 고수는 개뿔.’

 어느새 천마가 코앞에 이르렀다.

 보통 고수 대 고수가 이런 상황까지 오면 이런 말을 한다지?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는가?

 

 하지만…….

 퍼걱!

 ‘제기랄.’

 그따위 건 없었다.

 하류무사에겐 사치다. 유언을 남기는 일조차도.

 천마의 지풍(指風)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

 “씨이이이이이이발! 노……오오오오……력!”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소리치며 쓰러졌다.

 천마의 발과 눈높이가 같아졌고, 의식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 무렵이었다.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환영 같은 것이 떠오른 것은.

 회광반조(回光返照)인가?

 

 [임무를 수행하고 노력하는 만큼 경지가 오르는 세상, 무림 온라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금 접속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달칵.

 

 [접속지역 확인중……]

 [접속오류! 접속지역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이 임의적으로 지역정보를 파악해서 인터페이스를 갱신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가 없으셔서 자동으로 갱신을 실행합니다. 3, 2, 1, 갱신]

 

 삐빅.

 

 [플레이어의 기억을 기반으로 신규 맵 구성중……]

 [10%, 20%, 30%……100%]

 [완료.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 ● ●

 

 무림맹 잔여전단(殘餘戰團) 제 7조 조장 단유성(段流星).

 천마력(天魔曆) 기원년에 폭우 속에서 죽다.

 

 

 ......................................................................................

 

 

 1. 회귀(回歸)의 장

 

 

 

 [시스템 리셋 및 맵구성 완료.]

 [로딩중…….]

 [10%, 20%, 30%……]

 

 “으음……. 뭐지?”

 엎드려 있는 탓인가? 고개를 들려 해도 목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겨우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상한 환영을 확인할 정도.

 눈앞에서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기묘한 문자.

 그와 함께 이전에 겪었던 삶이 주마등처럼 쭉 지나갔다. 마치 돌돌 말린 수묵화 수만 장이 조금씩 펼쳐지는 것만 같달까?

 처절했던 밑바닥 인생이 어지럽게 시야를 뱅뱅 휘감는다.

 스쳐 지나가는 그림 같은 인생사.

 수없이 안 좋은 기억 사이 간간이 양념처럼 처지는 좋은 기억들.

 그렇지만 끔찍했던 기억이 더럽게 더 많았다. 지랄맞게도.

 ‘저승이라 이건가?’

 꼴 보기 싫었지만, 참아야지.

 어차피 죽었는데, 다시 펴볼 일 없는 전생의 일 아닌가?

 

 [40%, 50%……]

 

 장면은 최근 기억에서부터 역순으로 흘러갔다.

 그러던 과거 어느 시점.

 급격하게 장면전환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기어이 멈추는 영상.

 “큭!”

 느낌이 이상했다.

 저승이면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몇 시진 동안 몽둥이찜질을 당한 양 온몸이 욱신거렸다.

 퍽!

 때마침 뒤통수에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

 염라대왕인가?

 밑바닥 인생이었지만, 저승에 오자마자 두들겨 맞을 만큼 나쁘게 산 건 아닌데?

 “단유성! 이놈아! 해가 중천인데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느냐?”

 아주 익숙한 목소리.

 어? 뭐지? 내가 아는 사람이 염라대왕인가?

 얼굴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끙…….”

 아파서인지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일어나려고 용을 쓰다 보니 딱딱한 방바닥에 누워 있음을 깨달았을 뿐이다.

 분명 죽을 때는 흙바닥이었는데? 저승 바닥이 그나마 낫군.

 나는 뒷골을 쓰다듬으면서도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그래, 어차피 죽었는데 좀 더 누워있자. 때리면 뭐 한 대 더 맞…….

 퍽!

 “악!”

 뒷골에 전해지는 또 한 번의 강한 충격.

 망치에 맞은 양 골이 띵하다. 그 때문인지 눈앞에 아른거리던 환영이 지지직- 기괴한 잡음을 내며 흔들린다. 아니, 환영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이놈이! 그래도 냉큼 일어나지 못할까?”

 뭐지? 아직 살아있는 건가?

 아파도 너무 아프다. 생시가 아니라면 느낄 수 없을 만큼.

 게다가 저 목소리, 역시나 익숙하다. 기억 속에 숨어 있다가 툭 튀어나온 것처럼 아주, 아주아주 익숙했다.

 나는 양손을 바닥에 받쳐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먼저 궁벽한 방벽이 보인다. 역시 낯익다.

 뒤이어 코를 찌르는 꿉꿉한 곰팡내. 이번에도 아련히 떠오르는 냄새다. 비록 좋지는 않았지만.

 ‘옛날 내 방……?’

 죽으면 예전 환경에서 깨어나는 건가?

 뭔가 혼란을 느끼며 몸을 마저 일으켰다.

 그러자 죽기 직전에 떠올렸던 바로 그분의 얼굴이 보였다.

 “아, 아버지!?”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이 커졌다.

 “이눔이! 아비가 아들놈을 깨우러 왔는데 눈알을 희번덕여? 다 컸다 이거냐?”

 쩍!

 이번엔 아버지의 주먹이 뒤통수에 그대로 내리꽂혔다.

 “크-.”

 뒷머리를 부여잡고 방바닥을 굴렀다. 내공도 안 실린 거 같은데 무지하게 아프네.

 극통에 흐릿했던 정신이 점점 회복되며 주변환경이 다시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옷.

 죽을 때 입었던 옷이 아니다. 그럼에도 익숙했다.

 ‘이거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옷인데.’

 거미줄이 처진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

 맑았다.

 ‘분명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손발이 전부 작아져 있었다. 시선의 높이도 죽기 전에 비해 확연히 낮아져 있었고…….

 곰팡이가 슨 천장과 벽면하며 다 헤져서 삐걱이는 문하며…….

 무엇보다 나를 바라보는 꼬장꼬장한 얼굴의 저 중년인.

 아버지가 틀림없었다.

 “이제 정신이 드느냐?”

 30년 전 돌아가실 무렵의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어리벙벙하게 대답했다.

 “……아버지. 저승에서도 참으로 어렵게 사십니다그려? 주름이 자글자글……!?”

 “이놈이!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렸구나!”

 번쩍!

 뒤통수에 다시 한 번 번갯불이 번뜩였다.

 “크악!”

 진짜로 죽는 게 아닐까 할 만큼 아파서 온 방구석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에잉.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이 이렇게 변변치가 못해서야 원. 그래, 이눔아. 내가 네놈 때문에 죽어서도 궁벽하게 살겠구나. 쯧쯧쯧.”

 아버지가 혀를 차며 방문을 나섰다.

 “문 옆에 천봉무관(天峯武館) 관비있으니 빼먹지 말고 들고 가도록 하거라. 늦었지만 아침 챙겨 먹고.”

 천봉무관?

 역시나 추억 속에 고이 접혀 있던 이름.

 ‘뭐지, 대체?’

 저승에 천봉무관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다 이상했다.

 주위풍경,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떠나시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까지.

 “네가 고수 고수 노래를 불러서 무공을 배우게 해주는 거다. 그러니 열심히 하거라. 이 아비처럼 되지 않게.”

 이 아비처럼 되지 않게.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

 아버지는 참으로 저 말을 자주 쓰셨었지…….

 당시에는 그토록 듣기 싫었는데…….

 그때는 몰랐던 부정의 결정체였다. 걱정되어 하시는 말씀이시다.

 나는 내 자식이 나 같이 될까 봐 아예 애도 낳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방문 쪽으로 다가갔다.

 아버지는 일을 나가셨는지 벌써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말씀대로 방문 옆에 엽전 한 꾸러미와 복숭아 한 알이 놓여 있었다. 예전 그대로.

 그때 그 시절, 아버지는 항상 못난 아들을 위해 저곳에 무관비를 놔두시곤 하셨다.

 그리고 방금 말씀으로 미루어보면 저건 최초의 무관비인, 등록비였다.

 그게 정확히 30년 전이었다.

 “…….”

 머릿속이 더욱 엉클어진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다.

 오히려 이 이후에 벌어질 일들, 이미 지나간 미래의 일들이 꿈 같이 여겨졌다.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밖에.

 이 모든 일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쪽이건 이쪽이건 그 어느 쪽이건 꿈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생한 꿈이라면 이미 꿈이 아니다.

 끼이익.

 부서질 듯 껄떡이는 문. 아니, 실제로 잘못 밀면 부서진다.

 나는 그걸 부서지지 않게 미는 법을 알고 있었다. 방금처럼 말이다. 과거에 수도 없이 해봤었으므로.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네…….”

 천마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의 어두컴컴한 하늘은 온데간데없었다.

 열린 문을 통해 밝디밝은 햇살이 이마를 찌푸리게 할 정도로 피부를 자극한다.

 나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좁디좁은 마당.

 다 말라 비틀어진 복숭아 나무 한 그루, 알도 잘 못 낳는 노계 한 마리, 지난 여름 태풍에 부서진 우측 담벼락.

 뇌리 깊숙이 숨어있던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것만 같다.

 아니, 더 정확하다. 기억이란 왜곡되기 마련인데 이건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오히려 저 풍경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진짜다.”

 눈꼬리가 파들파들 떨려왔다.

 뭔가 기묘한 감이 나를 휘감은 까닭이었다.

 원래 이런 상황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가장 강해야 하는데…….

 아니었다.

 이상한데 이상하지 않았다. 뭔지 모를 당연하다는 감각.

 마당과 방 구석구석마다 내 흔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

 “돌아왔어…….”

 뭔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본능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맞아. 너 돌아왔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잘 살아봐.

 그것도 30년 전으로.

 깨달음의 순간, 사라졌던 환영이 다시금 눈앞에 나타났다.

 

 [……100%!]

 [로딩 완료.]

 [캐릭터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시스템과 인터페이스가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돌아온 건 돌아왔다 치고…….

 “이건 대체 뭐야?”

 기묘한 문자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낱말들.

 로딩 완료? 캐릭터 생성? 시스템? 인터페이스?

 회귀했다는 것만으로도 희한한 일이건만…….

 ‘아, 혹시 저 기묘한 문자들이 나를 이 과거로 데리고 온 건가?’

 확실치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후-.”

 절로 나오는 한숨.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버지를 다시 뵈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어차피 토작이다.

 다시 돌아온다고 신분이 바뀌는가. 아니었다. 여전히 돈도 없었고, 신분도 한미했다.

 무얼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있기는 했다. 앞으로 찾아올 중대한 인생의 고비를 피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다.

 어차피 과거로 돌아왔다 하더라도 나는 나다.

 노력을 한다 해도 단유성은 단유성일뿐.

 재능도, 금전도, 배경도 없는……오직 성실 한 가지만 가진 밑바닥 흙수저다.

 그토록 발버둥쳤음에도 결국은 끔찍하게 죽임을 당한 단유성. 아마 이번 생도 이 강호의 밑바닥에 머물러있다가 그 꼴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은 그런 단유성 말이다.

 까득!

 다시 돌아왔음에도 힘이 없음이 너무 분했다. 절로 이빨이 갈린다.

 “젠장…….”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서는 다른 생각이 든다.

 뭐, 어때? 다시 노력해보자. 이번에는 미래도 좀 알고 있고 많이 유리하잖아?

 피식.

 헛웃음이 난다.

 뭐가 달라졌는데? 자조적인 되물음.

 그럼에도 나는 벌써 아버지가 남겨두고 간 무관비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래,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이번 생은 제대로 한번 살아본다. 다시 한 번 꿈을 꾸자.

 고수가 되자.

 “제기랄……고수. 그 썩을 놈의 고수.”

 욕설과는 달리 가슴 한구석이 뭔지 모르게 뻐근해져 온다.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후-. 죽을 만큼 열심히 해도 안 됐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살아야 하나?”

 입술 틈새로 바람이 샌다.

 단유성아, 단유성아, 그토록 당하고도 강호로 나가고 싶으냐?

 아직 늦지 않았다. 무관만……천봉무관만 등록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어.

 하지만 내 손은 이미 엽전 꾸러미에 닿아 있었다.

 그 순간 기묘한 글자가 나풀거리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임무]

 한 시진(2시간) 내에 천봉무관에 입관등록하시오.

 성공시 보상 : 힘 1 상승

 실패시 불이익 : 임무 삭제 및 삼주야(3일) 간 행동력 0

 

 “이건 또 뭐야?”

 뭐지? 하며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글자들은 흐릿하게 사그라졌다.

 착각이었나?

 나는 고개를 한 차례 휘젓고는 엽전 꾸러미를 들고 집을 나섰다.

 와삭.

 참으로 오랜만에 먹는 복숭아 맛이 끝내주게 일품이었다.

 뭐랄까? 굳이 표현하자면,

 “꿈맛이네.”

 새로운 꿈을 꾸기에 충분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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