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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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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작성일 : 16-07-07     조회 : 768     추천 : 0     분량 : 7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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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하고 완벽하다는 신들의 창조물 드래곤.

 각각의 속성마다 독특한 색깔과 성격을 지닌 이 지상 최강의 생물체 중 온몸이 눈부신 은빛으로 이루어진 이 일족의 한 드래곤의 자신의 레어에서 무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세이르아, 올해 나이 2500살로 아직은 젊은 편에 속하는 윔급의 실버 드래곤이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그 거대한 손가락보다 더 작은 물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조그마한 알 두 개였다.

 “슬슬 깨어날 때가 됐는데.”

 세이르아는 괜스레 알을 톡톡 - 아~주 사알짝 - 쳐보기도 하고 이곳저곳 쳐다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처음 알을 낳을 때 두 개씩이나 나오자 정말 놀랐었다. 드래곤 역사상 쌍·둥·이가 태어난 전례는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다른 드래곤들에게 알렸고, 하나 같이 ‘뭐 잘못 먹었어? 산후 조리를 잘해야 헛것이 안보이지 쯧쯧’ 이라는 소리들을 해대자 토라져 버렸다.

 그 후 그녀는 다른 드래곤들에게 연락을 일절 끊어 버리고 알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났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하루빨리 달링(?)과의 사랑의 증거물인 이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다시 며칠이 지났을까? 얼굴을 땅에다 딱 붙인 채 알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에 한 개의 알이 움찔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오오, 드디어… 드디어…….”

 너무나 감격에 겨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저 기쁘고 흥분되어서 열심히 알을 깨고 나오려는 자신의 아기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낼 뿐이었다.

 “자, 먼저 팔부터 쭉 펴서 알을 깨야지 아가야. 힘내렴. 넌 할 수 있어. 아가야, 힘내….”

 빠지직!

 “…….”

 그녀의 첫 아기는 온몸을 쫙 펴면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알을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면서 깨어났다.

 뭔가 생명의 신비스러움이나 다른 유부녀 드래곤들이 말하던 아기의 팔 하나 다리 하나가 나올 때마다 느꼈다는 기쁨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먼 탄생 장면에 그녀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그런 처량한 - 왜? -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아기는 얼굴을 푸르르 흔들더니 곧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기의 눈이 그녀의 눈과 딱 마주쳤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라는 말부터 가르쳐 주겠노라고 결심하고 있던 세이르아는 아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쁨에 무슨 말을 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날 세이르아는 너무 기뻐도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세이르아의 말을 빌리자면 천사가 내려와도 이렇게 귀엽지 않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우아하고, 아름답고, 순진하고, 순수한, 그녀의 아기는 그렇게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고 처음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꺄?”

 그녀는 너무나 귀여운 옥구슬 구르는 듯한 목소리에 그 아기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딸의 머리에 살짝 손을 얹고 언어를 깨우치는 마법을 걸어 주었다.

 순식간에 빛이 번쩍였고, 그녀의 딸은 잠시 고개를 푸르르 흔들었다가 세이르아를 다시 쳐다보았다.

 “안녕, 아가야. 내가 너의 엄마란다.”

 “엄마?”

 “응, 엄마. 널 낳은 엄마란다.”

 “엄마?”

 자꾸만 엄마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의 귀엽고 - 이하 생략 - …한 아기는 곧 엄마라는 단어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그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서 아장아장 걸어 그녀에게 가까이 가면서 말했다.

 “엄마! 헤헤헤, 엄마.”

 지금 그녀의 얼굴의 한 부분에 그 조그마한 얼굴을 문지르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그녀의 귀엽고 - 다시 이하 생략 - …한 아기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야 마땅하겠지만, 그녀는 더 큰 충격에 얼굴이 굳어졌다.

 “아‥아가야.”

 떨리는 목소리로 아기를 부르자 그 귀엽고 - 지겹지만, 또 이하 생략 - …한 아기는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내가 아‥아가야~야?”

 “아니, 넌 그냥 지금은 아가~야란다. 아직 이름이 없으니깐.”

 “이름? 아, 이름! 응~, 그 드래곤을 가리켜 부르는 일컬음. 음! 그런 뜻이구나.”

 그녀의 딸은 세이르아가 걸어 준 언어를 깨우치는 마법으로 머릿속에서 사전 검색(?)을 해 봤는지 곧 이름의 뜻을 깨우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름은 나중에 지을 거야. 그런데 그것보다 너 어떻게 걸은 거니?”

 “걸은 거니? 걸었다? 걷다? 응…, 걷다. 바닥에서 발을 번갈아 떼면서 나아가다. 아, 방금 내가 한 행동이 걷는 거구나.”

 그녀는 자신의 귀엽고 - 제발 이제 그만!! - …한 아기가 생각대로(?) 똑똑하다는 사실에 잠시 기쁨을 느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아기의 발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우리 아가의 요 귀엽고 쪼그마한 발로 땅을 딛고 이동하는 것을 걷는 거라고 하는 거야. 역시 내 딸이라서 너무 똑똑하구나. 아, 이 이야기 할 때가 아니지. 그런데…, 우리 아가는 어떻게 걸은 거니?”

 슬프지만 이제부터 확 생략하고, - 세이르아의 관점으로 - 그냥 귀여운 그녀의 아기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그냥?”

 “응, 그냥…!”

 그녀는 막상 해츨링이 태어나면 그때서야 알아서 하나하나 부딪쳐 가면서 아이를 키웠던 여타 드래곤들과는 달리, 부지런하게 해츨링 키우는 방법을 여러 드래곤에게 물어 보면서 철저하게 준비했던 준비된(?) 엄마 드래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익힌 그녀의 상식 중 해츨링이 태어나면 하루나 이틀 뒤에 걷기 시작한다는 논리가 처음부터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곧 쌍둥이 드래곤 역사상 전례가 없었기에 쌍둥이 드래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사소한(?) 일보다 지금 막 중요한 일이 새로 생긴 것이다.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알 하나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이 아기만큼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고 자신에게 생명 탄생의 신비롭고 가슴 벅찬 기쁨을 줄 거라고 믿으면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녀의 첫 아기는 엄마의 눈길을 따라가다가 지금 막 움찔거리고 있는 알을 쳐다보게 되었다.

 이번 아기는 세이르아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 은빛의 손 하나부터 불쑥 알을 깨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리저리 바동거리면서 손을 휘젓는 것이었다.

 그제야 다른 엄마 드래곤들이 말하는 생명 탄생의 기쁨을 맛볼 수가 있었던 세이르아였다.

 

 ***

 

 이 이야기는 나의 아들 테이루아가 내게 이야기 해 줬던 모험담을 글로써 남기게 된 것이다.

 드래곤 일족에게 있어서 기적과도 가까운 쌍둥이의 탄생은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다.

 만약 이런 기적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일은 영원히 전설로 남게 될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범상치 않게 태어난 이 남매는 여러 일을 겪었고, 또 그들이 겪은 모험은 여러 모험을 해 봤던 내게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와 내 사랑하는 아내의 사랑의 증거품인 두 아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귀여운 손녀를 선물해 주었다.

 역시 내 자식들이어서 그런지 손녀도 너무나 귀여웠고 또……(이하 약 100페이지 동안 아들·딸 자랑과 손녀 자랑) 그리하여(?) 난 내 아들과 딸의 이야기를 글로 남길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들이 이 책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테이 녀석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허허 웃고 끝내겠지만, 티아는 틀림없이 이 책을 불태워 버리려고 덤벼 댈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마법으로 봉인해서 몇천 년 후에 내 레어에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깐 아마 내가 죽고 나서 몇천 년 후에 이 레어에서 살려고 들어온 드래곤이나 드래곤의 레어를 노리는 인간 중 어느쪽이 먼저 이 책을 발견할지 모르지만 그건 모두 신의 뜻에 맡길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내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남기게 도와 준 내 아들 테이루아에게 감사를 표하고, 내 딸 티아루아에게 허락 없이 이런 글을 쓴 걸 사과하는 바이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내 아들과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테이와 티아, 이 아빠는 진심으로 너희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딸의 사랑의 증거품인 아직 이름을 받지 못한 나의 손녀는 이 할아버지가 앞으로 많이, 많이 사랑해 줄게.

 빨리 예쁜 이름을 지어 줘야 될 텐데, 우리 귀여운 손녀~~~!

 그리노력 3271년 오스타인 씀

 

 

 

 탄생, 그리고 만남(1)

 

 

 

 너무도 어둡고 답답하다는 감정….

 그것이 내가 정신이 들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 이곳에서 - 뭔지는 모르겠지만 - 빨리 나가야 된다는 조급함으로 바뀌었고 난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과 발을 최대한으로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내 노력을 하늘이 가상히 여기셨는지 조금씩 날 답답하게 만들었던 ‘그것’을 부수는 데 한몫 했다. 먼저 팔 하나가 밖이라고 생각되는 시원한 공간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고 생각하며 있는 힘껏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으꺄갸갸갸~~!”

 무언가 모를 힘이 날 감싸고 있던 ‘그것’에게 가해지는 걸 느낀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구르다가 무언가에 강하게 부딪치게 되었다.

 덕분에 날 감싸고 있던 ‘그것’이 완전하게 부서지면서 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그저 정신없이 헤롱 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런, 동생을 차면 어떡하니?”

 부드럽고 인자한 목소리가 들렸다.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도 들렸다.

 “그, 그랬니?”

 부드럽고 인자한 목소리가 조금 황당한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할 즈음, 난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내가 먼저 본 것은 엄청나게 큰 은빛 물체(?)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은빛 물체(?)를 쳐다보며 눈을 돌리자 끝에 달린 머리라고 생각되는 것이 날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옅은 황금색 눈이 방금 전 들린 인자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나타내듯 인자한 눈빛으로 날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굴까? 또 왜 저렇게 큰 거지?’

 “엄마, 근데 이 쪼그만한 애가 내 동생이야?”

 아까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곳에는 방금 전 그 큰 은색의 그분과 닮은 은색의 조그마한 생물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분에 비하면 작다는 거지, 그래도 내 눈에는 나보다 좀 크게 보이기도 했다.

 “그래, 우리 아가의 동생이란다. 너는 이제 누나가 된 거야. 그러니깐 동생이란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

 “네.”

 다시 그 인자한 목소리가 말을 했고, 방금 전 퉁명스러운 목소리의 말과 조합해서 생각해 볼 때 저 커다란 분이 엄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엄마’가 뭘까?

 “우꺄(엄마?)?”

 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괜히 저분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면 혼날 것 같아서 목소리가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내 입밖으로 새어나간 것은 전혀 엉뚱한, 말이라고 할 수도 없는 원초적인(?) 외침이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떻게 하면 내 뜻을 저분에게 전할까 라는 고민을 할 때, 그분이 커다란 무언가를 - 그게 손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 내 머리로 가져다 대었다.

 순간 그 큰 손으로 날 때리려는 줄 알고 흠칫 했지만 그 손이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자 갑자기 빛이 내 머리 속으로 들어 왔다.

 “에? 뭐지?”

 빛이 사라지고 난 뒤, ‘난 방금 전 빛이 뭐였을까’ 하는 뜻으로 혼잣말을 했다.

 ‘응?? 혼잣말? 어라 말이 나오네?’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저분들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엄마.”

 내 입에서 아주 똑똑하고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단어가 나오자 내 엄마는 감격에 겨운 눈으로 날 쳐다보셨다.

 “흐음. 얘가 내 동생이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주저앉아 있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보다는 약간 큰 내 ‘누나’임이 틀림없는 해츨링이 날 이리저리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네 동생이야. 너는 누나가 된 거란다. 쌍둥이 드래곤이 태어난 것은 지금까지 드래곤 역사상 너희들이 처음이란다. 그러니깐 누나는 동생을 잘 챙겨 주고 사랑해 주고, 동생은 누나 말 잘 듣고 그리고 동생이 남자니깐 나중에 크면 누나를 지켜 줘야 된다.”

 “네.”

 내 누나라는 해츨링이 대답하자 나도 따라 대답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는 바람에 약간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머쓱한 마음에 누나를 말똥말똥 쳐다보고만 있자 누나도 나를 쳐다보았다. 누나라…. 엄마와는 분위기가 틀렸다.

 저기 내 엄마라는 존재는 무언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누나라는 존재는 솔직히 말하면 신기하다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누나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자꾸만 나를 이리저리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던 중에 눈이 마주쳤고, 갑자기 내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따뜻하면서도 가슴이 벅찬 말로 표현 못 할 느낌.

 그러나 내 감정 같지가 않은 느낌.

 ‘이게 뭘까?’

 계속 누나의 눈을 쳐다보며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가 날아와서 내 옆구리를 가격했고, 난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 버렸다.

 “어머! 아가야, 동생을 왜 또 발로 차니?”

 엄마의 놀란 음성이 들려 왔고, 난 뒤이어서 맞았다는 생각이듦과 동시에 그제야 아프다는 기분을 느꼈지만 울고 싶다는 기분보다는 황당한 기분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발로 차는 거야라는…, 그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쟤가 기분 나쁘게 자꾸 째려보잖아!”

 “그, 그게 이유였니?”

 ‘겨우 그런 이유야? 내가 맞은 이유가?’

 난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고, 후에 이것이 분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화가 난 나는 나도 한 대 때려 줄 생각에 힘차게 일어섰다‥가 아니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낑낑대고 힘을 써도 도대체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 손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엎어지거나 그대로 주저 앉을뿐 도대체가 일어서지를 못하니 무슨 복수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분을 못 이겨 씩씩대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흐에엥, 엄마~~~~!”

 그리고 내 생애 첫 울음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며 울게 되었다.

 덕분에 엄마는 우는 나를 달래느라 누나를 야단치시는 걸 잊어버리게 되었다.

 엄마가 달래 줘서 겨우 울음을 그친 나였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내 누나라는 녀석을 째려봤다.

 하지만 내가 째려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무섭게 째려보는 바람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리한 것은 누나는 걸어서 날 발로 찰 수 있지만, 난 아직 걸음마는커녕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거참 태어나서 한 시간도 안돼서 걸어 다니다니….”

 엄마는 그런 누나를 여전히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엄마, 나 배고파.”

 누나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배고픔을 호소했다.

 ‘근데 배고파? 배고픈 게 뭐지?’

 엄마는 누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옆에서 무언가 꺼내, 누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누나는 엄마가 꺼내 놓은 걸 맛있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너는 배 안 고프니?”

 엄마는 내게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배고프냐는 말을 하셨고, 난 곧 배고픈 게 뭔지 다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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