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막내야, 너 배는 왜 그러니?”
“아, 이거 아까 내가 걸을 수 없어서 누나가 날 여기까지 끌고 와줬어.”
“그, 그러니…? 아‥안 아프니?”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 이렇게라도 안 했으면 난 여기 놀러오지도 못했는걸.”
“어쭈, 네 녀석도 벌써부터 누나 감싸고돌기냐. 후후후 엄마는 남매가 정말 사이가 좋아서 너무 기분이 좋구나.”
“나도 기분 좋아. 근데 역시 배는 조금 쓰라려.”
“후후후! 그래 금방 안 아프게 해 줄게.”
그러면서 엄마가 뭐라고 중얼거리시자 내 몸은 금방 빛에 휩싸였고, 빛이 사라지자 내 상처는 아주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와, 신기하다!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엄마.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너도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단다.”
“응.”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우리 모자는 그곳을 나섰고, 난 먼저 밥을 먹고 있던 누나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근데 말이지….
“아, 동생아. 먹을 거 여기 남겨 놨어. 내가 먹기 좋게 찢어 놨다.”
“어머나, 누나가 동생을 너무 잘 챙겨 주네. 이러다가 나중에 엄마가 할 일이 없어지겠다.”
“에헤헤”
“…….”
기분 좋은 모녀의 말과는 달리 내 기분은 최상급에서 갑자기 최하급으로 뚝 떨어졌다. 누나가 찢어 놓은 음식들….
제일 맛있는 부분은 온데간데없고 살코기(?)가 적은 부분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이게 당연한 거지…. 누나한테 뭔가를 바란 내 잘못이지 뭐겠어. 결심했어! 오늘 하루 내에 반드시 걸음마를 완벽하게 해내겠어!! 두고 보자, 누나. 언젠가는 복수를 해 줄 테니깐!!!’
난 복수를 다짐하며 되도록 안 들키게 누나를 째려보면서 배를 채웠다. - 째려보는 게 들키면 틀림없이 맞을 테니깐 - …에휴, 내 팔자야!
탄생, 그리고 만남(3)
오늘도 어김없이 날이 밝아 왔다. 난 어제 저녁 늦게까지 걸음마 연습을 해서인지 상당히 지쳐서 일어날 생각을 못했다.
잠결에 엄마가 사냥 갔다 온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문득 누나 생각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
순간 잠이 완전히 싹 달아났고 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내 옆에서 누나가 곤히 자고 있었다.
어제 늦게까지 - 내가 지쳐 잠들 때까지 - 엄마 보물 창고에서 놀아서 그런지 나보다 더 늦게까지 자고 있는 누나….
숨을 색색 쉴 때마다 누나의 등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후후후, 여기서 누나 품에 가서 다시 잠드는 귀여운 동생 어쩌고 하는 전개를 상상하시는 분들은 아마 없으리라 본다.
누나의 행적(?)을 이미 알고 있는 분이 대부분일 테니….
그렇다면 내가 할 행동은?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복·수!!
우선 어제 누나가 내게 했던 그대로 발로 뻥 차주고, 그리고 ‘심심해 놀자’ 라는 말을 해 주는 것이다.
크하하하하!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속이 다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험험, 이럴 때가 아니라 누나가 깨기 전에 빨리 작업(?)에 들어가야지. 먼저 깨우는 작업부터 해야겠지.’
톡톡….
“누나.”
난 최대한 작은 소리로 누나를 부르고, 아주 살짝 누나를 두어번 쳤다. 지금 깨어나면 재미없으니깐…. 누나는 반응이 없다.
신난다!! - 당연히 그렇게 살짝 쳤는데 깨어날 리가 없지 - 아, 그래도 모르니깐 이번에 한 번 더 조금 힘을 넣어서….
톡톡….
“누나야~~.”
반응 없음! 모든 준비 완료. 어제 힘들게 걸어 다니면서 단련시킨 발길질의 맛을 드디어 누나에게 먹여 줄 수 있는 순간이다.
흠흠! 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복수의 시작이다.
뻥!
“누나야, 나 심심해 놀자~~.”
아, 이 쾌감! 그래, 바로 이 맛이구나. 아마도 이 쾌감 때문에 누나는 나를 그렇게 괴롭혀 댄 걸 거야. -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난 무지하게 망가져 있었던 것 같다 - 누나는 두어 번 구르더니 부스스 일어나서 나를 쳐다보았다.
쩝, 그대로 안 일어나면 한 대 더 차 줄 수 있었는데….
“같이 놀자고?”
“응, 놀자. 누나야, 나도 이제 걸을 수 있다.”
그렇다. 오로지 누나에 대한 복수심 하나로 버텨 가면서 어제 죽도록 열심히 연습해서 걷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드래곤…, 아니 해츨링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감격에 젖어 있을 때 누나가 쓱 일어나더니 내게 걸어 왔다. 젠장, 그때 누나가 살기를 안 띠고 무표정으로 다가올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래 놀자, 동생아.”
“응, 뭐하면서 놀건데?”
“발차기 놀이.”
“에? 그게 무슨…. 우꺄갸갸갸!”
누나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이해도 하기 전에 강력한 발차기가 내게 날아왔고, 내가 찼을 때 누나가 두어 번 구른 거에 비해서 십여 번은 넘게 굴러서 벽에 부딪혔다.
그렇다, 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복수심에 불타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누나는 해츨링이라고 보기에는 힘이 너무 강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됐다. 누나가 정말로 크게 화가 났을 때는 무표정해진다는 걸 말이다.
결국 결론은 뭐냐고? 결론은 누나가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났다는 사실이고, - 겉만 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 난 이제 죽도록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제발 후자까지 맞아떨어지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희망 사항이었고, 화가 난 누나의 발길질은 사정없이 정말로 사정없이 내 온몸을 유린했다.
“흐에에엥, 누나 잘못했어! 누나, 아파!”
“시끄러워! 넌 오늘 죽었어!”
“흐엥, 누나아!! 엄마아!!”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셨을 때 나는 기절 상태였다.
나중에 엄마가 치료 마법과 회복 마법, 치유 마법을 걸어 주셔서 간신히 정신은 차렸지만, 역시나 그동안 누나는 살코기는 다 먹어 버리고 찌꺼기나 다름없는 음식만 남겨 놓았다.
그날 얻은 일생일대의 교훈 하나…!
누나한테는 절대 개기지 말자.
그것이 곧 내가 살아가는 데 신조가 되어 버릴 줄이야…? 그때 내가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자, 다 먹었으면 이제 갈 준비해야지.”
울분을 달래면서 맛없는 밥(?)으로 - 이 밥이 오크였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지만 - 허기를 채우자, 엄마는 평소대로 운디네로 - 이게 물의 하급 정령이란다 - 우리를 씻기면서 말씀하셨다.
“준비? 어디 가는데?”
실프의 부드러운 바람에 몸을 말리던 누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너희들의 이름을 지어야 되거든. 그래서 우리 실버 일족의 로드를 만나러 가는 거란다. 거기 가면 너희들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빠도 만날 수 있단다.”
“로드?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전부 다 처음 들어보는 말들에 누나랑 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모습에 엄마는 설명은 해 주시지 않고, 가보면 안다는 말만 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처음 들어보는 말을 하셨는데, 그러자 갑자기 엄마의 몸에서 눈부신 은빛이 퍼져 나가더니 엄마의 온몸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눈이 동그래진 누나와 내 앞에서 그 빛은 점점 작아졌고, 어느새 누나와 나의 몸보다 조금 큰 모습으로 빛이 작아지더니 갑자기 팍 하면서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긴 은발을 허리 아래까지 늘어트리고 몸에 살짝 붙는 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우리를 보면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흠칫…!
누나와 나의 반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이랬다.
그 크고 인자한 우리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첨보는 생물이 우리를 쳐다보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러자 그 생물이 - 실은 엄마 - 쓴 웃음을 지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이건 엄마가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거란다. 로드의 레어에 우리 실버 일족 대부분이 모이기 때문에 본래 모습으로는 갈 수 없거든. 어머, 얘들이 아직도 경계를 안 푸네. 자자, 엄마 눈을 봐요. 엄마 맞지?”
엄마의 말에 눈을 쳐다보니 과연 옅은 황금빛 눈이 인자하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맞구나, 누나도 같은 생각인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와아! 엄마, 신기하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리고 인간은 뭐야? 우리가 실버 일족이야? 근데 실버 일족은 뭐야?”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엄마는 계속 쓴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다 설명해 줄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깐 일단 가자꾸나.”
“네!”
우리가 합창하듯 귀엽게 -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 대답하자 엄마의 아까부터 뭔가를 참는 듯한 눈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눈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귀,귀,귀,귀….”
“…?”
“엄마, 왜 그래?”
말을 잇지 못하는 엄마의 행동에 우리 둘의 고개가 다시 갸우뚱해졌다. 실수였다.
“아~앙, 너무 귀여워!”
“우꺄갸갸갸갸갸!”
“엄마 숨 막혀!!”
아마도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무척이나 참으셨던 것 같다. - 왠지 어감이… - 우리 둘을 끌어안고, 마구 비비고, 키스 세례에, 그리고 또…, 그만 하자. 아무튼 그 대단한 누나조차도 엄마에게 안겨서 손도 못 써 보고, 당하고(?) 있는데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인간 피부는 무척이나 연약하다던데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한 인간 피부는 강철 피부라도 되는지 약간은 까칠한 비늘에 뒤덮인 울 남매를 쉴 새 없이 비벼 대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아무튼 그 상황에서도 다행인 점을 하나 꼽으라면 울 엄마가 본체 모습으로 우리를 끌어안고 이 짓거리를 안 해 준 점이라고나 할까?
만약 본체 모습으로 우리에게 이런 애정 표현을 보냈다면…. 아마도 ‘해츨링 엄마에게 안겨서 숨 막혀 죽다’ 혹은 ‘곤죽이 되어 죽다’ 정도로 드래곤 역사에 길이 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와앙~, 아파 엄마!!”
결국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 두 번째(?) 울며불며 떼쓰기 작전에 들어가서야 엄마는 미안한 표정으로 급히 우릴 놓아 주었다.
누나 눈은 진심으로 내게 감사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흠흠, 내 울기가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앞으로 자주 이용해 먹어야지….’
“미안해, 많이 아프니. 너희들이 너무 귀엽다 보니깐 엄마가 잠시 이성을 잃었구나 미안, 담부터는 살살 안을게.”
나중에라도 다시 안긴 안겠다는 소린데…. 뭐 부드럽게 안아 준다면야 나도 상관없지만 방금 전 같은 우악스런 포옹은 절대 사양이다.
“자, 늦었으니 얼른 가자.”
그러면서 엄마는 정말로 우리를 부드럽게 안아서 입으로 뭐라고 잠시 중얼거리셨다.
그러자 우리 앞에는 새하얀 터널이 나타났고, 엄마가 그곳으로 들어가시자 우리는 눈이 부셔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것 같아 눈을 뜨니 그 잠시 동안에 주위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엄마와 같은 레어의 모습이지만 좀 더 크고 웅장한 느낌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레어를 구경하고 있으려니 곧 우리 눈에 엄마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은색 드래곤이 보였다.
누나와 나는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엄마도 큰 편이긴 한데 엄마의 두 배나 넘게 큰 드래곤이라…, 그분의 눈이 딱 우리 크기였다.
아무튼 눈은 인자하게 우리를 내려다보셔도 그 크기에 질려서 나도 모르게 엄마 품에 더 파고들었는데 누나는 겁도 없이 눈싸움을 하자는 듯이 말똥말똥 더 쳐다보기만 했다.
‘누나는 겁이 없는 건가?’
“세이르아, 정말 쌍둥이였나?”
“네, 보시는 그대로 귀여운 쌍둥이 남매죠.”
큰 드래곤답게 목소리도 엄마보다 좀 더 크고 박력 있는 목소리, 그러나 인자함을 잃지 않는 듣기 편한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려 퍼졌다.
“어머나, 설마 했는데 웬일이래?”
“거참, 형제, 자매도 아주 가끔 생기는 관에 쌍둥이라니….”
“전 드래곤 역사를 통틀어 봐도 쌍둥이는 저 애들이 첨이겠죠?”
“아무튼 우리 실버 일족으로서는 이천 년 만에 것도 쌍둥이가 태어났으니 겹경사군요.”
“세이르아가 고생이 심하겠어요. 난 하나 키우는 데도 장난이 얼마나 심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는데….”
“엄마, 하나밖에 없는 딸 불효녀로 만들지 말아요!”
“사실이잖아, 태어난 지 십 년 만에 날 수 있게 되자마자 첫 가출을 시도한 건 드래곤 역사상 너뿐이잖아.”
“그건 가출이 아니라 날아다니다가 길을 잊어 먹은 거잖아!”
엄마 말에 주위가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 누나는 아직까지 그 큰 드래곤이랑 눈싸움 중…, 역시 독한 누나! - 한 십여 명 정도 되는 엄마랑 비슷하게 생긴 생물들이 - 아마 인간이라고 했었지? - 우리를 쳐다보며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폴리모프라는 것을 한 다른 실버 일족인가 보다. 머리색이 전부 다 은색인 걸 보니…. 어, 근데 빨간 머리를 한 드래곤도 있네. 튀어 보이려고 저랬나?’
그 드래곤의 의도가 정말 튀어 보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튀어 보이긴 정말 튀어 보였다. 근데, 그 드래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그 드래곤 옆에 있는 다른 두 분도 심상치 않았다.
저 모습 얼마 전에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바로 엄마가 우리를 껴안기 전에 보여 주었던 도저히 못 참겠다는….
허걱! 저분들도 엄마처럼 우릴 껴안으려고 차례(?)를 기다리시는 거란 말인가?
난 아까 전에 엄마가 퍼부어 주던 조금 과한 애정 표현을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누나? 누나는 눈치 채지 못하고 여전히…, 눈싸움 중이다.
“자자, 잠깐만 조용히 하세요.”
다시 큰 드래곤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고, 우리는 갑작스레 공중에 떠서 곧장, 그러나 우리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그 드래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그 와중에도 결코 눈을 떼지 않는 독한 우리 누나….
“반갑구나, 우리 실버 일족의 해츨링들아. 난 실버 일족의 로드 ‘샤드락’ 이란다.”
‘로드? 샤드락? 로드 샤드락이 이름인가? 되게 이상하네.’
그래도 난 예의 바른 엄마의 자식이기에 - 옆에서 여전히 눈을 안 떼는 철없는 누나는 열외 -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로드 샤드락 님. 저는 동생이고요, 옆에 있는 해츨링은 제 누나입니다.”
내 말이 떨어지자 밑에 어른들이 갑자기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고, 여전히 눈싸움을 하던 누나는 내게 황당하다는 눈길을 보냈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혹시 예의에 어긋난 짓을 한 거 아닌가?’
“큭큭큭, 세이르아의 아이답게 정말 예의가 바르구나.”
지금 생각하면 나도 웃음을 터트릴 황당한 인사였지만…, 태어난 지 만 이틀 된 해츨링에게는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 것이다.
로드 샤드락도 그걸 알았기에 화를 내기보다는 내 말의 틀린 점을 천천히 지적해 주었다.
“우리들의 아이야, 내 이름은 로드 샤드락이 아니고 그냥 샤드락이란다. 로드란 그 일족의 대표하는 존재를 지칭하는 말이란다. 그리고 누나부터 먼저 소개를 하고 너를 그 동생이라고 소개를 해야 말의 문맥이 맞단다. 방금 너의 소개는 마치 너의 이름은 동생이고, 네 누나의 이름은 누나라는 말 같이 들렸으니 우리가 이름을 지어 주기도 전에 멋대로 스스로 이름을 지은 것이나 다름없어, 우리 모두가 웃었던 것이란다. 하지만 너희들이 귀여워서 웃은 거니 용서해 주겠지.”
용서고 뭐고 어디 있겠는가? 내가 실수를 한 건데…. 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웅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바보.”
누나의 말이었다. 하여튼 누나는 내 조그마한 실수 하나도 그냥 넘기지를 않고 내 여린(?) 가슴을 빡빡 긁어 놓았다.
“자자, 아무튼 일단은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를 만나 봐야겠지? 저분들이 아까부터 빨리 너희들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시는구나.”
로드 샤드락은 그렇게 말씀은 하시면서 자신의 말이 농담이라는 표현으로 부드럽게 웃으시며 우리를 아까 그 위험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세 분에게로 내려보냈다.
난 본능적인 위협감에 몸을 움츠렸지만, 누나는 아까 그 눈빛을 못 봤기에 태평했다.
흑, 누나도 바보. 이제부터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면서 태평하다니…!
“반갑구나, 내가 너희들의 할머니란다. 내 이름은 레일리안이란다.”
“난 너희들의 할아버지, 크레스문이란다. 귀여운 내 손주들아.”
난 할머니라는 분에게, 그리고 누나는 할아버지라는 분에게 각각 안겼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뭐예요?”
“너희들의 엄마를 낳은 너희 엄마의 엄마, 아빠지. 그리고 너희들은 우리에게 손주가 되는 것이고.”
할머니의 간단명료하고 친절한 설명에 난 대충 이해가 간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헉, 누나! 귀엽게 굴지 말란 말이야!! 위험해!!’
뭐 나의 이런 마음속의 외침이 들릴 리가 없기 때문에 누나는 최대한 귀엽게 살포시 웃으면서 할아버지에게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