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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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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작성일 : 16-07-07     조회 : 480     추천 : 0     분량 : 8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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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할 누나의 행동은 완전히 브레스 뿜으려는 드래곤 앞에서 춤추는 꼴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에고, 귀여운 것!!”

 “우꺅갸갸갸!”

 누나의 볼을 마구 비비고 꽉 껴안고, 키스 세례를 퍼붓는 할아버지의 팔을 벗어나려는 누나의 헛된 몸짓, 그나마 다행인 건 나를 안고 있는 할머니는 날 그저 조심스레 껴안으며 살짝 볼을 비볐을 뿐이라는 것이다.

 나를 할머니에게 내려 준 로드 샤드락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구, 이 영감이 주책이야. 손녀 죽일 생각이유. 애가 숨막혀 죽겠어요. 어여, 내려놔요.”

 아마 나였다면 단번에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할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났겠지만, 누나는 절대 울지 않고 단지 자력으로 빠져나가려고 애썼다.

 만약 할머니가 안 말렸더라면 누나는 아마 기절해 버렸을 것이다. 아깝다!

 “미안, 미안 많이 아팠니? 우리 손녀가 너무 귀엽다 보니 이 할애비가 실수해 버렸구나.”

 겨우 할아버지의 마수(?)에서 벗어난 누나는 과연 내 누나였다. 그 상황에서도 한방 먹이는 걸 잊지 않았다.

 “잉~, 할아버지 싫어. 히잉~!”

 웬만한 상급 마법인 헬 파이어보다 훨씬 더 화끈하고 충격적인 그 발언은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할아버지의 손을 발로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역시 누나는 무서워. 그 짧은 시간에 할아버지의 약점을 간파하고 그것을 쥐고 흔들다니…….

 “안녕, 얘들아. 내가 너희들의 아빠란다. 난 레드 일족으로 이름은 오스타인이란다.”

 좀 전의 튀어 보이는 붉은 머리가 싱긋이 웃으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아빠?”

 “그래그래, 아빠란다.”

 “레드 일족?”

 누나가 갸우뚱하자 아빠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드래곤들은 색깔에 따라 일족을 구분하거든. 너희 같은 은색은 실버 일족이고, 아빠는 붉은색이라서 레드 일족이라고 부르는 거란다.”

 “그럼 일족마다 다 틀린 거예요?”

 “아니, 겉모습은 다들 비슷해. 색깔만 틀릴 뿐이지.”

 “응, 그렇구나.”

 “근데….”

 아빠의 말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를 보면서 아빠는 무언가 조바심 난 태도를 보였다.

 “왜 그러세요?”

 “아빠한테는 인사 안 하니?”

 아빠는 무척이나 서운하다는 얼굴로 말하셨다.

 ‘웅, 그러고 보니 깜빡했네. 좀 미안하군.’

 “안녕하세요. 아~빠.”

 우리도 모르게 아빠를 무시한 거 같아서 조금 미안한 마음에 누나와 나는 우리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가장 귀여운 얼굴로 웃으며 인사했다. …실수였던 것이다.

 “에구, 귀여운 내 새끼들!”

 “우꺄갸갸갸갸갸!”

 “우악아아아!”

 아빠의 힘은 무척 세다. 그것밖에는 기억 안 난다. 미처 울고 떼쓰기 작전에 돌입하기도 전에 난 기절하고 말았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아빠가 엄마에게 무지막지하게 혼나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달링이 카이저 드래곤이라는 걸 꼭 그렇게 자랑해야겠어요?”

 “미, 미안해 허니…. 나도 모르게…….”

 “아니, 어느 정도 힘으로 껴안았기에 애들이 기절을 해요! 기절을?”

 “좀 봐 줘, 허니.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건데….”

 “아무리 귀여워도 그렇지. 달링은 그 귀여운 아이들을 죽일 작정이에요?”

 “내가 설마 정말 그런 마음으로 껴안았겠어? 아, 일어났구나.”

 아빠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막 일어난 우리들에게 눈길을 돌리면서 환하게 웃으셨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의 대화 중 달링이라는 단어와 허니라는 단어에 왜 온몸에 소름이 확 돋는 것일까?

 그때는 아직 어려서 잘 몰랐지만 후에 그 말뜻을 알게 되었을 때 할말은 딱 한마디뿐이었다.

 ‘아직 청춘이시구나!’

 아무튼 아빠가 정신을 차린 우리에게 미소를 띠면서 걸어오시는데…, 어라? 누나가 내 뒤로 얼른 숨더니 부들부들 떠는 것이었다.

 그 누나가 떤·다·고? 나의 정신적 충격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누나의 행동은 아빠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던 것 같다.

 “저, 저기 내 귀여운 딸아.”

 “…….”

 “화, 화났니?”

 “…….”

 “에구구, 이 아빠가 잘못했어. 그러니 화 풀어라, 응?”

 “화난 게 아니라 겁먹었나 봐요.”

 어느새 다가온 엄마가 방금 언제 싸웠냐는 듯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빠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아빠 얼굴은 더욱 새파래졌다.

 “미안, 정말 미안!!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러니깐 에 또, 그래. 겁먹지 말아. 그렇게 하고 있으면 아빠는 슬퍼진단 말이야.”

 어느새 충격에서 벗어난 나는 아빠의 필사적인 절규를 뒤로 하고, 누나를 돌아보았다. …이런, 누나는 어느새 눈에 눈물까지 그렁거리면서 내 뒤에 꼭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거 진짜 내 누나 맞아?

 “정말 안 그럴 거야? 훌쩍.”

 보는 드래곤으로 하여금 가슴 미어지게 만드는 불쌍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치는 누나의 모습에 아빠는 정말 가슴이 미어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표정으로 누나를 살포시 안고 토닥거렸다.

 “에구구, 예쁜 내 딸내미. 아빠가 미안했어요. 다시는 우리 딸 아프지 않게 할게. 그러니깐 겁먹지 말아요.”

 “응.”

 난 다시 한 번 경악하면서 저기 약해 보이는 누나가 정녕 내 친누나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아빠는 내게 등을 돌리고 있어서 못 봤지만 나는 보았다.

 아빠에게 안겨서 눈을 빛내는 누나를….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르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눈의 의미를….

 ‘이것으로 아빠 약점도 잡았다.’

 그 눈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걸 눈치 챈 나를 보면서…….

 ‘일러 버리면 너 죽어’ 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울 누나 맞군! 아무튼 그렇게 아빠와 할아버지의 약점을 손에 쥔 누나가 그 후 아빠와 할아버지를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다는 건… 말로 설명 안 해도 다들 눈치 채셨으리라 믿는다.

 한편 그런 우리들의 따스한(?) 가족 사랑에는 관심 없다는 듯 드래곤들은 큰소리로 이름들을 말하면서 논쟁 중이었다.

 우리가 약 두 시간 정도 기절해 있었다는 말을 할머니께 듣게 되었고, 저기 이름 짓는 드래곤들과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아빠도 두 시간 동안 그러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하면 새삼스레 신기하게 느껴진다.

 드래곤은 이 세상 그 어떤 종족보다 게으른 종족이다. 그런 종족이 무려(?) 두 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열렬하게 이름 짓는 일로 시끌벅적했다니…!

 뭐, 엄마가 쌍둥이를 낳았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다가 실제로 우리 쌍둥이 남매를 보게 되신 분들이 마치 우리 둘에게 최고로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그렇게 뜨겁게 논쟁을 벌였다는 건 후에 알게 됐지만….

 그리고 그 논쟁이 끝날 때쯤 - 그동안 우리 남매는 끊임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에게 안겨 가며 재롱을 떨어야 했다 - 마침내 이름이 결정되었다.

 우리는 다시 로드 샤드락의 앞에 날아올라 가서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아까 흐지부지 됐던 누나와 샤드락 님의 눈싸움 2차전이 시작되었다.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 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티아루아, 테이루아, 티아 누나랑 나 테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누나도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샤드락 님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드셨던 것인지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시면서 우리를 다시 엄마에게로 보내 주셨다. …누나 이제 웬만하면 그 눈 좀 돌리지.

 엄마에게 안긴 내게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가 다가오셨고, 다른 분들은 일 끝났다며 각자 우리에게 축복의 말 한마디와 쓰다듬기 한 번을 해 주시고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가족만 남게 되었다.

 “얘들아, 언제든지 이 할아버지 레어로 놀러 오너라. 이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랑 맛있는 것도 많이 줄게.”

 “이 아빠 레어에 놀러 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꼭 와야 된다!”

 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시면서 돌아가셨고, 엄마는 오랜만에 할머니 레어로 가서 하룻밤 자고 집에 가자고 하셨다.

 엄마에게는 오랜만인지 모르지만 할머니 레어는 우리에게는 처음인 장소였다.

 아직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우리들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기분이 좋아지신 할머니는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주겠다면서 우리 앞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봤던 새하얀 공간의 문을 여셨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로드 샤드락 님에게 인사를 하고 그 공간의 문으로 들어섰다.

 그때 누나가 내게 소곤거렸던 말….

 “할머니 레어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까?”

 이 누나 목적이 그거 였구나…. 뭐 나도 솔직히 말하자면 아예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니깐…….

 

 

 

 누나에게 잡혀 살기(1)

 

 

 

 티아루아와 테이루아,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남매 간이 쓰기에는 약간은 위험한(?) 이름이지만 귀여운 애칭 티아와 테이.

 팔불출 엄마 세이르아, 그리고 엄마 못지않은 팔불출 아빠 오스타인, 다정하신 할머니 레일리안, 그리고 우리를 특히 누나를 위해서라면 드래곤 하트라도 다 빼 주실 것 같은 할아버지 크레스문.

 아는 것 많고 친절한 로드 샤드락 님의 가르침.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하게 무럭무럭 커 가야 정상이었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내 누나 티아 때문이다! 덕분에 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됐던 것이다.

 “테이야, 테이야!”

 책 읽으러 간다던 누나가 즐거운 듯이 내게 뛰어왔다. 지금 난 심심해서 레어 바닥을 뒹굴 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5년이긴 하지만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걷는 거, 먹는 거, 자는 것밖에 모르는 해츨링인지라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레어의 공터 앞 한 바퀴 산책하고 들어와서 먹고, 그리고 바닥을 구르다가 잠드는 게 누나와 나의 하루 일과였다.

 결국 심심하다 못해 폭발해 버리려는 누나에게 엄마는 책이라도 읽으라면서 언어를 깨닫게 해 주는 마법을 걸어 주셨다. 처음에는 좋았다.

 이런저런 용사소설이나 어린이 명작 동화 같은 것을 읽곤 했다.

 특히 인간 세계에서 일어난다는 범죄라는 것을 해결하는 『드래곤 탐정 기저니일』과 여신 흉내를 내면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 주는 유희 놀이를 했다가 한 인간 남자에게 코가 꿰인 『오, 나의 드래곤님!』 그리고 어렸을 때 엄마와 떨어지고 실수로 빙하 속에 갇혔다가 인간의 집에서 더부살이하게 되면서 온갖 핍박을 받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커가면서 친구들과 만나는 한 해츨링의 처절한 일대기 『아기 해츨링 두리』는 나의 애장서가 됐고, 읽고 또 읽었던 감동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도 잊어버릴 정도로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그 많은 책 중에서 재미있는 소설은 모두 다 읽어 버려서 남은 것이라곤 인간들의 역사나 아직은 뜻을 알아도 실행을 하지 못할 마법서, 이건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모를 철학책들, 그 외 기타 등등만 남아서 책 읽는데도 흥미를 잃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솔직히 막 뛰어놀고 싶은 갓 태어난 해츨링들이 책을 붙잡아 봤자 며칠이나 가겠는가? 그나마 누나랑 나는 3년간은 책에 빠져 지냈으니 심심하다고 칭얼대는 우리의 불만에 잠시나마 벗어났던 엄마는 행운아…, 아니 행운용이었다.

 

 

 뻥~! 데굴데굴, 쿵!!

 잠시 추억에 빠져 있던 내 사고는 허리에 전해지는 강렬한 고통과 바닥을 구르는 유쾌하지 않은 느낌, 마지막으로 머리에 라이트닝이라도 맞은 듯한 짜릿한 충격에 현실로 빠르게 복귀했다.

 “우씨 왜 때려!”

 “누나가 부르는데 누가 딴전 피우래? 그리고 이게 어디서 말대꾸야? 더 맞아 볼래?”

 도리도리~.

 “잘못했어, 누나. 힝, 때리지 마.”

 지금은 엄마가 없다. 엄마는 요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빠 레어로 외박(?)을 나가신다.

 그때는 어려서 아직 그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나서는 ‘청춘이시구나, 두 분은!’ 이라는 말을 누나가 했고 내가 전적으로 동의를 하곤 했다.

 그건 그거고, 난 누나가 나를 구타하면서까지 흥분했던 일이 뭔지 궁금해졌다. 누나의 옆에는 엄마가 붙여 준 실프가 책을 들고 있었다.

 드래곤의 손은 인간들이 만든 책을 넘겨서 보기에는 너무나 불편했기 때문에 엄마가 우리에게 하나씩 붙여 주었던 바람의 정령이었다.

 원래는 아직 마나 순환이 안 된 우리가 부릴 수 없는 정령이었지만 엄마가 가지고 있던 정령들 중에서 말 잘 듣는 실프 둘을 누나와 내게 붙여 주신 것이다.

 그 중 누나의 실프는 그 책이 뭘까 하는 내 궁금한 표정을 눈치채고는 내 눈앞에 책을 가져와서 제목을 보여주었다.

 역시 눈치 하나는 끝내 주는 정령이었다. 그 책의 제목은 『레슬링 교본』이었다.

 “레슬링? 이게 뭔데?”

 누나는 내가 책에 흥미를 보이자 아까 날 때릴 때의 분노는 사그라들었는지 방실방실 웃으면서 말했다.

 “인간 세상의 스포츠라는 건데 읽어 보니 재미있을 거 같더라고, 우리 이거 하면서 놀자”

 누나의 제의에 심심해서 레어 바닥을 뒹굴고 있던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난 그때 거절했어야 했다. 젠장 내가 책을 보고 규칙을 익히겠다고 하자 누나가 시간이 아까우니깐 직접 하면서 가르쳐 주겠다고 말할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난 누나의 음모도 알지 못한 채 바닥에 누나가 그려 놓은 둥그런 원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누나의 말에 자세를 앞으로 숙이고 누나를 쳐다보았다.

 해츨링 몸으로는 약간 힘든 자세였다. 그래도 꼬리 덕분에 중심을 잡는 데는 아무 이상 없었다.

 그리고 누나 말로는 이대로 엉겨 붙어서(?) 상대편의 양어깨를 땅에 닿게 하면 이기는 거란다. 거, 간단해서 좋군.

 “자, 그럼 시작한다. 태클!”

 “커~억!”

 나중에 내가 그 책을 보고 안 사실인데, 레슬링에서 태클은 상대방의 양다리를 안아서 넘어트리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잠시 여기서 해츨링의 아니 드래곤의 몸의 상태를 살펴보자. 인간의 다리 종아리에 해당되는 부분은 드래곤의 다리가 배에 거의 붙어 있는 관계로 가랑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니 있긴 있지만 지상과 배의 거리가 머리 들이밀면서 다리 잡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손은 또 어떤가? 그 짧고 뭉툭한 손으로 어떻게 다리를 잡을 수가 있겠는가?

 결론은 누나가 내게 건 것을 태클이 아닌 박치기였다! 아직 뿔이 다 자라지 않고 뭉툭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배에 구멍이 뚫릴 뻔한 상황을 피한 나는 대신 복부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쳤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누나 왈~!

 “음, 생각보다 이 기술은 잘 안되네…. 그럼 이 팔 잡아서 넘기는 기술을 해볼까? 이 팔로는 무리고, 꼬리를 사용하면 되겠지.”

 “누나, 나 그만할…, 읍, 읍.”

 누나는 내가 그만할 거라고 말하기도 전에 꼬리로 목이 아닌 내 기다란 입을 꽉 쥐고서 그대로 던져 버렸다.

 그 후 레슬링 교본에 적힌 규칙들을 철저히 무시한, 레슬링을 빙자한 누나의 구타에 난 기절했고 다음날 엄마가 와서 걸어 준 치료 마법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티아야, 다음부터는 살살하면서 놀아야 된다.”

 “네, 엄마.”

 엄마의 다리를 붙잡고…, 아니 붙잡지는 못하고 엄마의 그 널찍한 다리에 온몸을 붙인 채 우는 나를 달래면서 엄마는 누나에게 주의를 주었고, 누나는 정말로 믿음이 안 가는 말 한마디로 이 사태를 넘어갔다.

 엄마는 기절한 나를 보고는 당연히 놀라서 어떻게 된 건지를 누나에게 물어 보았고, 누나는 레슬링 교본을 보여 주면서 심심해서 이거하고 놀았다고 말해서 엄마는 한숨만 쉬고 그냥 넘어간 것이었다.

 나? 그렇다고 나도 그냥 예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갔겠는가?

 “엄마 아니야! 엉엉, 누나는 논다면서 날 완전히 패….”

 팼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다음 엄마 외출 때 너 정말 죽고 싶냐?’는 누나의 무언의 협박을…….

 그래서 그냥 울면서 엄마 다리에 얼굴을 비비는 것으로 내 서러운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엄마의 외박 날.

 “테이야, 테이야!”

 저번 레슬링 사건과 똑같은 패턴으로 누나는 한 권의 책을 가지고 - 물론 실프가 옆에서 들고 - 내게 왔다.

 난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경보음을 들으면서 슬슬 한 발짝 뒤로 물러났지만 외박하시는 날에는 우리가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입구에 마법을 걸어 두시는 엄마 덕분에 내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리고 도망치다가 잡히면 한 대 맞을 거 열 대 맞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나는 다 체념하고 실프가 보여주는 책의 제목을 보았다. 『권투 일주일만 하면 타이슨만큼 한다.』

 “권투?”

 “응, 이번에는 더 간단해. 그냥 주먹으로 서로 치고 박고해서 쓰러진 자가 열셀 때까지 못 일어나면 지는 거야.”

 “주먹으로?”

 역시나 해츨링에게는 무리한 일이었다. 이 짧은 팔로 주먹을 날린다고 해 봤자 얼마나 가겠는가?

 이 주먹으로 해츨링끼리 주먹을 날리려면 온몸으로 날려야 되니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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