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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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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작성일 : 16-07-07     조회 : 510     추천 : 0     분량 : 8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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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책에서만 보던 오크들의 인신매매라는 건가? 난 한숨을 푹 쉬고는 누나에게 당했던 한을 살기로 바꾸어서 내뿜었다.

 “이것들이…, 한 끼 식사도 안 될 놈들이!”

 내가 온 힘을 다해 말에 드래곤 피어를 담아서 내뱉자 놈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떨어트리고는 입을 쩍 벌렸다.

 아직 난 성룡이 아니기에 100% 힘을 담아도 게거품을 물고 기절까지 가게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겁에 질리게 만드는 효과는 충분했다. 난 검 대신 옆에 큼직한 나무 몽둥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늘 너희들 잘못 걸렸다고 생각해라. 정말 죽을 때까지 패주마, 으드득!”

 인간들 속담으로 치자면 딴 데서 뺨 맞고 엉뚱한 데서 화풀이 하는 격이랄까?

 어차피 식사 거리로 삼을 생각이었던 오크들은 그날 내게 단칼에 죽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나의 화풀이 상대가 되어 주었다.

 “크아아악~!”

 “꾸에에엑~~!”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오크들의 비명 소리가 조용한 숲 속을 뒤흔들었다.

 그날 내가 잡아간 오크들을 먹던 누나는 왜 이렇게 고기가 질기냐고 투덜대었지만 난 아무 대답도 해 줄 수 없었다.

 쩝, 먹을 음식이니 적당히 할 걸….

 

 

 

 누나에게 잡혀 살기(5)

 

 

 

 “엄마, 나 아빠 레어에 갔다 올게.”

 누나가 밖에 놀러 나간 사이에 난 엄마 앞에서 비장한 각오로 말을 꺼냈다.

 나의 비장한 각오를 모르는 엄마는 별 생각 없이 ‘누나랑 같이 놀러 가렴’ 이라고 말했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놀러 가는 게 아니야.”

 “그럼?”

 “남자가 되기 위해서 가는 거야!”

 내 딴에는 가슴속에 품고 있던 원대한 야망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했던 것인데, 그때 엄마의 엄청나게 복잡한 표정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 분노, 황당, 쓸쓸함 등이 섞여 있는 표정이었다.

 “나‥나…남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엄마는 더듬거리면서 간신히 내 뜻을 다시 물어 왔고, 난 비장한 각오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비장한 각오를 알아차린 엄마는 잠시 말이 없으시다가 곧 아빠 레어와 통하는 공간의 문을 열어 주셨다.

 난 엄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며 공간의 문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힐 때 엄마의 ‘테이가 벌써 어른이 되려고 하다니 엄마는 슬퍼’ 라는 울부짖음이 들린 것 같았지만 나의 의지를 확고했기에 엄마의 외침을 무시했다.

 ‘죄송해요, 엄마.’

 “오! 테이, 왔구나? 혼자 왔니?”

 아빠는 그 큰 입가에, 보는 드래곤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맞아 주셨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아빠는 정말 레드 드래곤 같지가 않았다.

 뭐 하루 이틀 드는 생각도 아니니 난 그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아빠를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아빠.”

 “왜 그러니? 내 귀여운 아들아.”

 “절 남자로 만들어 주세요!”

 서론, 본론 다 빼먹고 결론만 말한 나의 외침에 아빠는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가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테이야, 넌 아직 어리다.”

 “그래도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전 남·자·가 되어야 해요!”

 “그, 그래도 해츨링끼리는 아직 그 뭐시냐… 하여튼 그걸… 할 수가 없고……, 아, 너 폴리모프 할 수 있지. 그렇긴 하지만… 에 또 상대가 없으니깐…, 상대야 뭐 아빠가 인간들 나라에 가서 적당히 협박하면 인간 여자들 수십 명을 간단히 데려올 수 있지만……. 우! 너도 알잖아, 아빠는 그런 공갈 협박하는 드래곤들 싫어한다는 거…….”

 “아빠,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어? 무슨 소리라니? 너 남자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여자가 왜 필요한데요?”

 “어? 너 그럼 남자가 되겠다고 한 이유가 뭐냐?”

 “그건…….”

 난 그 자리에서 아빠에게 그동안 누나에게 당해 왔던 지난날의 울분을 토로했다.

 얼마 전 검술 대련을 빙자한 누나의 구타 이야기까지 나오자, 나도 모르게 분해서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내 긴 이야기를 다 듣자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결론은 누나에게 이기고 싶다…, 이거지?”

 “네, 그러므로 전 남자가 되어야 해요. 강한 남자가!”

 “에휴,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 이야기하지, 왜 아까는 ‘강한’ 이라는 단어는 빼먹고 이야기 한 거냐? 난 또 다른 의미로 남자가 되고 싶다고 한 줄 알아서 놀랐잖아.”

 “다른 의미가 뭔데요?”

 “허걱! 그, 그건… 어른이 되면 알게 돼.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아라. 알면 다친다.”

 “네.”

 ‘뭐 궁금하긴 하지만 알면 다친다는데 뭐 하러 알려고 하겠는가? 그냥 넘어가고 말지, 응! 하지만 정말 궁금하긴 하다. 왜 남자가 되는데 인간 여자가 필요한 거지?’

 “뭐 어찌 됐던 간에 누나에게 이길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되고 싶다 이거지?”

 “네!”

 “하긴 티아가 말괄량이에 힘이 세긴 세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 별 말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 체면에 여자한테 지고만 사는 건 자존심 상하겠지.”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제게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다고요.”

 “그 정도냐?”

 “그 정도인데요.”

 나의 말에 아빠는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하셨다.

 하긴 아빠 레어에 놀러 왔을 때도 가끔 누나와 싸움…, 아니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긴 했었지만 엄마의 외출 때마다 당했던 거에 비하면 드래곤 발의 피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아빠가 믿지 못하겠다는 게 당연하다.

 “알았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른들 말씀에 함부로 끼어드는 게 아니라고 배웠기 때문에 난 조용히 아빠의 말을 경청했다.

 “아들아, 강한 남자의 첫발은 부자의 호칭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네가 진정으로 강한 남자가 되고 싶다면 이제부터 아빠라는 호칭 대신 날 아버지라고 불러라, 알겠느냐?”

 “네, 아·버·지!”

 난 비장한 각오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줘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의 눈길은 잠시 결연한 의지로 빛나는‥가 싶더니…….

 “아들아!”

 “네, 아버지!”

 “두드러기 날 거 같다. 그냥 아빠라고 불러라.”

 “네, 아빠~”

 그렇게 강한 남자로서의 내 첫발을 첫날부터 수정을 거치는, 약간은 불안한 한 발을 내딛어야만 했다.

 다음날 나는 아버지의…, 아니 아빠의 레어 공터에 정좌해서 앉아 있었다. 내 옆에는 아빠가 만들어 주신 목검이 놓여 있었다.

 아빠의 드래곤 이빨을 가공해서 만든 목검이라 얇아 보이긴 해도 그 강도는 무시못할 수준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아빠의 명에 따라 정신 수양을 하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폴리모프한 아빠가 레어에서 걸어 나오셨다. 걸어 나오셨는데…! 뭐, 뭐야? 저 처음 보는 복장은…….

 아빠는 녹색 바탕에 갈색과 흑색이 절묘하게 섞인 바지와 상의를 입고, 머리에는 붉은 모자를 쓰고 계셨는데 더 눈에 띠는 것은 처음 보는 물건으로 눈을 가리신 채였다.

 양 눈을 가리고 있는 검은색의 물건과 이상한 옷, 그리고 붉은 모자까지 합세해서 아버지의 몸에서 왠지 모를 공포까지 느껴졌다.

 “아빠, 그 얼굴에 쓴 건 뭐예요?”

 “아, 이거? 이건 선글라스라는 거다.”

 “선글라스?”

 “그냥 그런 게 있단다. 그리고 아들아.”

 “네, 아빠.”

 “이제부터 널 훈련시킬 때는 난 너의 아빠가 아니다. 너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난 잠시 너의 아빠라는 직책을 벗어 던지고 너를 매섭게 단련시킬 것이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네!”

 새삼스레 각오 같은 건 할 필요도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누나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면서 살지도 모르니까…….

 “좋다. 그럼 훈련 동안은 날 코치라고 불러라. 알겠느냐!”

 “네! 아빠‥가 아니라, 코치님!”

 난 시키지도 않은 님자까지 붙이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날부터 힘든 수행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뭐하고 있냐?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아까 처음 기세는 어디 간 거야? 빨리빨리, 더 뛰어! 뛰란 말이야!”

 “899, 900, 901, 902”

 “어쭈, 점점 더 늦어지지? 어라, 목소리도 작아지네. 목소리 더 크게 안 해? 1000번 더 추가시킬까?”

 “903! 904! 905!”

 난 지금 온몸에 무거운 추를 달고 10미터의 거리를 왔다갔다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빠는 저 코치님 버전만 되면, 정말로 드래곤이 달라져서 매섭게 나를 훈련시켰다.

 요즘 내 하루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서 휘두르기 천 번하고 밥 먹고, 아빠가 시키는 스피드 및 근력 강화 훈련이란 걸하고 나서 점심 먹고, 반사 신경 강화 훈련을 하고 저녁 먹고, 대련을 한번 하면서 자세를 고쳐 주는, 정말로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은 스피드 및 근력 강화 운동 중 하나다.

 아빠는 어차피 지금 힘을 단련해도 누나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스피드를 더욱 단련시켜서 스피드로 힘을 제압하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래서 그 과제를 풀기 위한 훈련을 매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힘이라도 안 맞고 내가 먼저 치면 장땡이라는 아빠의 논리는 내게 크나 큰 감동을 안겨 주어서 이런 힘든 훈련도 불만 없이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강도는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이제 아빠는 코치 버전의 옷을 입는 걸 즐기는 듯한 인상까지 보이자 ‘이거 단순히 괴롭히기 좋아하는 거 아니야?’ 라는 불순한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자, 준비됐냐?”

 “네, 코치님!”

 “그럼 간다!”

 이번 훈련은 반사 신경 강화 훈련. ‘상대 - 누나- 의 공격을 스피드만으로 피하는 것은 무리다. 어디서 공격이 들어오는지 보고 빠르게 반응해서 피하는 방법을 몸에 습득해야 된다’ 는 취지하에 아빠가 고안한 훈련 방법으로 몇 개의 통나무들이 줄에 매인 채 여기저기서 날 노리고 날아왔다.

 “하앗!”

 두세 개의 통나무들을 피하고 뛰어넘었다.

 그러나 시계추의 원리에 의해 통나무들은 다시 날아왔고, 통나무마다 무게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조금씩 엇갈려서 날아들었기 때문에 통나무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는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됐다.

 긴장을 풀면…….

 “우왓!”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통나무 하나가 내 뒤통수를 갈겼고, 동시에 균형을 잃어버린 내게 다른 통나무들이 부딪쳐 왔다.

 이 훈련은 부가적인 요소로 맷집을 키우는 데도 크게 공헌을 했다.

 “이 느림보 녀석아! 그 꼴이 뭐냐? 벌써 한 달이 되어 가는데도 아직도 다 못 피한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코치님!”

 “다시 한 번 더 간다!”

 “예, 코치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빠는 저 코치 버전 옷만 입으면 180° 드래곤이 달라진다.

 그렇게 힘든 훈련이 계속 되던 날이 다시 한 달이 지나고, 아빠 레어에 온 지 두 달이 되어 갈 때…….

 “으헉!”

 난 옆구리에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내 앞에는 그 코치 버전 옷을 입은 아빠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면서 날 재촉했다.

 “어서 일어나라.”

 “으윽…….”

 그러나 쌓이고 쌓인 내 불만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고, 난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훈련의 강도는 더욱 더 세져만 갔다.

 “포기한 거냐?”

 “…….”

 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빠는 그 선글라스라는 것을 벗고서 날 쳐다보시는 거였다. 그 눈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나를 보던 아빠의 눈은 어느새 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았고, 내 시선도 자연스레 석양 쪽으로 향했다.

 잠시 아빠의 드래곤 모습처럼 붉게 물들여 잇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자, 아빠가 나직하게 말했다.

 “아름답지?”

 “…….”

 아빠는 내 대답을 기대 안 하셨는지 나의 무응답에 별 상관 안 하시고 계속 이야기를 하셨다.

 “저 붉은 태양은 내일 다시 아름다운 일출을 만들면서 뜰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름답게 석양을 만들면서 지겠지.”

 “…….”

 “오늘이 가고 내일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 거지만, 이대로 포기한 채 내일의 아침 해를 맞으면 넌 진정한 내일을 맞을 수 없는 것이다.”

 “코…, 아빠…….”

 “내일의 해는 내일 뜬다. 하지만 이대로 너를 찾아오는 어둠에 몸을 맡겼다가는 넌 그대로 어둠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거야.”

 “아빠.”

 아빠의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져 갔다.

 “넌 처음 이 아빠를 찾아와서 강해지고 싶다고 한 말은 잊은 거냐? 내일의 빛나는 태양과 같은 미래를 지금 포기하고 이제부터 찾아올 어둠에 너의 인생을 맡기고 싶은 거냐? 남자라면 일어서라, 테이야. 내일의 태양은 너의 손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아빠.”

 난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주책맞은 눈물을 쓱 닦고는 아픈 옆구리의 통증을 참으면서 일어나 목검을 고쳐 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빠는 웃으시면서 석양을 등지고 목검을 드셨다.

 “저 태양이 지고 찾아오는 어둠을 이제부터 나라고 생각해라. 날 쓰러트리는 것이 네가 내일의 태양을 찾는 일이다.”

 “네, 아빠!”

 “훈련 중에는 뭐라고 부르라고 했지?”

 아빠는 벗었던 선글라스를 다시 끼셨다. 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끼면서 힘차게 대답하고, 검을 고쳐 쥐고 달려들었다.

 “갑니다, 코치님!”

 “와라!”

 아빠의 검과 나의 검이 교차하면서 태양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정말 감동적인 하루였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더 가르칠 게 없다는 아빠의 말에 난 이만 하산‥이 아니라 엄마 레어에 돌아가기로 했다.

 공간의 문에 들어가려는 내게 아빠는 마지막으로 말씀하셨다.

 “내 귀여운 아들아. 이 아빠가 말했던 거, 꼭 기억해야 한다.”

 “네! 내일의 태양을 찾는 일은 제 손으로 할 게요.”

 “녀석…….”

 아빠는 미소 지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빠는 ‘이제 남자가 다 되었구나’ 라는 눈빛으로 날 부드럽게 쳐다보시고는 곧 표정을 바꾸어서 약간 안달이 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테이야…, 그 엄마한테 가거든… 언제 한번 오라고 해라.”

 “네!”

 그리고 난 복수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엄마 레어로 통하는 공간의 문에 발을 들여놓았다.

 스산한 바람이 누나와 나 사이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날리는 낙엽 하나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내 손에는 아빠가 만들어 주셨던 드래곤 이빨 목검이 꼭 쥐어져 있었고, 누나의 손에도 역시 훈련 때 아빠가 쓰셨던 드래곤 이빨 목검이 쥐어져 있었다.

 이왕 할 거라면 같은 조건에서 동등하게 싸워야 한다는 나의 정의감에 아빠가 쓰셨던 드래곤 이빨 목검을 누나에게 건네준 것이다.

 엄마는 석 달만에 돌아온 이 아들의 장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고… 계신 게 아니라, 아빠의 말을 전해 주자마자 쏜살같이 닫히지 않은 공간의 문으로 들어가셨다.

 물론 엄마라는 직책을 망각하고 계시지 않아서 밥은 알아서 챙겨 먹으라는 사랑에 넘치는 주의를 주시는 걸 잊지 않으셨다.

 뭐 그건 그거고, 난 조심스레 한 발을 떼었다. 그것이 신호였을까? 누나는 갑자기 내게 돌격해 들어왔다.

 “훗…, 보인다!”

 그렇다. 보였다! 내 눈에는 누나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누나의 목검이 허공을 가르는 것이 똑똑히 보였던 것이다. 지난 석 달간의 피나는 훈련은 결코 헛된 게 아니었다.

 “왼쪽? 아니, 정면이구나!”

 난 왼쪽으로 치듯 속임수를 쓰는 누나의 의도를 파악하고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서 정면에서 내리치는 목검을 피했다.

 내려친 검을 빠르게 오른쪽으로 휘두르는 놀라운 속도를 선보인 누나였지만, 난 이미 더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몸을 틀자마자 바로 정면으로 달려가면서 누나의 등을 목검으로 후려쳤던 것이다.

 누나는 약간 비틀거렸지만 곧 자세를 바로잡고는 다시 덤벼 들어왔다. 그러나 이미 스피드와 반사 신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몇 번 검을 부딪치고 생긴 누나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검을 쥔 누나의 손목을 강하게 내리쳤다.

 “꺄악!”

 힘이 세다고 해도 누나 역시 여자였는지 귀여운 비명을 지르면서 검을 놓쳐 버렸다.

 그 순간 나의 목검은 바로 누나의 목을 위협하고 있었다. 완벽, 퍼펙트, 그레이트한 나의 승리였다.

 “졌다!”

 누나의 짧은 패배를 시인하는 말에 나는 그동안의 암울했던 시절이 죄다 보상되어지는 기분에 기뻐했다.

 ‘아빠, 전 저의 내일을 드디어 제 손으로 쟁취했습니다. 이건 전부다 아빠의 덕입니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리저리 팔짝거렸다.

 기뻐하는 내 귀에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럼 2차전을 시작해 볼까?”

 ‘훗! 아무리 그래도 누나는 나한테 안 돼…, 라고 생각했는데…….’

 “누나, 2차전이라면서 왜 주위에 아이스 미사일을 만드는 거야?”

 누나는 이제 자신의 주특기 마법이 되다시피 한 특대 아이스 미사일을 만든 채 사악하게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2차전은 마법 싸움.”

 깜빡하고 있었다. 검술로 누나를 이겨 봤자 성룡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 누나에게 마법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으아아아악~!”

 엄마 레어의 공터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누나에게 얻어터지는 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빠 전 아직 내일의 태양을 제 손으로 얻지 못했어요.’

 아마도 누나가 내 누나인 한, 내게는 암울한 어둠만이 함께 할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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