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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쁜 날,
작가 : LEaf
작품등록일 : 2017.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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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쁜 날, 4화:) 호접란 꽃이 예쁜 날
작성일 : 17-06-10     조회 : 334     추천 : 2     분량 : 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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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2시쯤, 설화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우연히 만난 서현과 함께 걷고 있었다.

 “선배는 정말로 스토커인 건가요?”

 “그야… 일단은 우연으로 만난거고, 그리고 너는 여자친구이기도 하고 애인이고…”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짜 스토커라고 생각하고 신고했을거에요”

 “그럴려나”

 서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보다 날씨 조금 흐린것같은데 괜찮으려나? 우산 안 가져왔는데”

 “딱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은데요?”

 투둑.

 “얼굴에 빗방울 떨어진 것 같은데…?”

 “에이 설마요…”

 투둑.투둑.

 “어라… 진짜네요”

 투둑.투둑.투두드드드드드드드…

 비가 거세게 쏟아졌다. 비가 내리기 전부터 바람은 불어 왔었지만, 바람도 비가오니 더 세게 불어왔다.

 설화가 서현의 손목 옷소매를 잡고 뛰었다.

 “선배! 일단 바로 근처에 저희집있으니까 일단 가요”

 “어...응”

 서현은 설화에게 끌려가며 대답했다.

 바로 뒤 설화와 서현은 설화의 집에 도착했다. 투두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비는 전혀 약해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바람소리만 커져갔다.

 “선배 많이 젖으셨네요 갈아입을 옷은 없으니까 수건이라도 드릴게요”

 “잠깐.. 수건을 입으라는 거야?”

 “아니요 머리 젖었으니까 말리라고요… 옷이없다고 수건을 입힌다니요”

 “그런거였구나 고마워”

 설화가 서현에게 수건을 건네고 계단위를 올라가며 말했다.

 “저는 잠깐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거실에서 기다리시고 계세요”

 “응....”

 서현은 받은 수건으로 머리를 조심스럽게 말리고 다 쓴 수건을 어깨에 걸었다.

 그리고 쇼파에 앉으려고 한 순간, TV아래의 선반위에 놓여진 액자들이 눈에 띄었다.

 ‘설화 옛날 사진이라도 있으려나?”

 서현은 선반위에 먼지가 타서 잘 보이지 않는 액자를 손목 소매로 먼지를 닦아낸 후 보았다.

 “...뭐야 이거?”

 서현은 액자를 내려놓고 다른 액자들을 보았다.

 “이것도… 저것도…왜지?”

 서현이 내려놓은 액자에는 설화의 모습이 없었다. 그 다음으로 내려놓은 사진에도 그다음에도… 설화의 모습은 없었다. 여행을 간 사진에도 가족사진에도 설화의 모습은 머리카락 한가닥조차 찍히지 않았다.

 ‘그냥 사진을 안찍은 것 뿐이려나?’

 하고 서현은 생각하며 다른 액자들도 살펴보았다.

 “선배! 주스랑 과자 드실래요?”

 설화가 냉장고를 열고 주스를 꺼내며 서현에게 말했다.

 “응 고마워”

 “그럼… 잠시만요”

 설화가 쟁반위에 주스와 과자들을 올려놓았다. 서현이 성큼성큼 다가가 쟁반을 들었다.

 “내가 들고 갈게”

 “고..고마워요. 이쪽이에요.”

 서현이 설화를 따라가기 전 뒤를 돌아보았다. 설화의 집은 어지럽혀져 있지는 않았지만 청소를 자주한다고 보기엔 너무 먼지가 많았다. 서현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서 와요”

 “어… 미안”

 서현은 고개를 흔들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제쳐두고 설화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펄럭… 얇은 책장이 넘겨졌다.

 한편, 박현서는 전날 받았던 고백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하루종일 고민하며, 서점에서 책을 읽고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읽는 것 보다는 그저 책장을 넘기는것을 반복하는 것 뿐이겠지만.

 ‘어차피 다시 사귀게 되어봤자 그 때를 반복하는 것 뿐이야’

 그떄… 4년전, 그러니까 박현서와 나희연이 중학교 1학년이었던 때, 두 사람이 연인이었을 그 때.

 “아.. 안녕”

 “그...래 안녕”

 박현서와 나희연이 같이 하교를 하던 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색한 인사가 오갔다. 그런 둘을 비웃듯이 거리에 피어난 꽃들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그... 있잖아 잠깐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 말해도 괜찮을까?”

 “어… 응”

 박현서가 멈춰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전부터 너를 좋아해왔어”

 “...”

 “나랑 사귀어 줄래?”

 “음…. 왜?”

 나희연이 돌아서서 다시 걸으며 묻자 박현서도 시선을 돌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니까”

 “그것뿐이야?”

 물론 박현서가 나희연에게 하려는 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현서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뭐 괜찮으려나?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나희연이 말했다. 이 날 후로는 박현서와 나희연은 사귀게 되었지만 이 날 처럼 긴 대화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2주정도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박현서가 나희연 혼자뿐인 교실에 들어서며 말했다.

 “우리… 그만 사귀자”

 박현서가 놀란듯이 말했다. 그런 와중에 박현서의 머릿속에서는 ‘장난인가?’라는 안일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어…… 왜?”

 “솔직히 우리 사귀고 나서는 예전보다 대화도 더 못하게 된것같고 너도 나도 서로에게 망설이기만 하니까…... 너가 싫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전처럼 친구로만 지내자. 그게 더 좋을것같아. 미안해”

 “......”

 “...”

 “...그래 집 잘 돌아가고 주말 잘 보내, 다음주에 학교에서 보자”

 그렇게 그의 사랑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 망설였기때문에.

 그 후로도 박현서는 나희연과는 잘 지내기는 했지만, 그녀를 볼때마다 느껴지는 불편함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박현서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하는 소설속 주인공을 보고 책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과거이지만 아무것도 아니기때문에 아픈 과거가 지금의 박현서를 만들었다. 말수가 적고 책만 읽고있고 다른 사람에 대해 별관심이 없는 그런 중학생을.

 펄럭… 박현서가 책을 읽다말고 덮었다. 결말부분이 1장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박현서는 그냥 책을 덮고 밖으로 나갔다. 비 내리는 하늘만이 박현서의 마음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투둑...투둑…

 “비가 점점 더 거세지네요”

 “그러게…”

 “......”

 설화가 무언가 망설이며 옷자락을 매만졌다.

 “그보다 오늘 핀 꽃은 이름이 뭐야? ...되게 예쁜데…”

 “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피는 꽃들을 확인하고 찾아보고 적어두던 설화가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꽃을 인식하지 못했다. 설화의 삶속에 꽃보다 더 신경쓰이는 무엇인가가 들어와 그것에만 신경을 쓰게 되고 다른 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 아마 호접란인 것 같아요”

 설화가 책상위에 놓여진 손거울로 얼굴을 비춰 보고 말했다.

 “호접란이라… 당신을 사랑합니다”

 “네?”

 “행복이 날아온다, 애정의 표시 꽃말도 되게 예쁘다”

 서현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호접란의 꽃말을 말했다.

 “아 꽃말이였나요”

 잠시동안 둘뿐인 방안을 빗소리만이 가득채웠다. 설화는 그 빗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어 세계에 자신과 서현 둘 뿐만이 남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에서는 할것도 없는데 밖으로 나갈까요?”

 “아직 비 안 그쳤는데?”

 “우산이 있잖아요”

 “그래도 바람이 쌔서 비 다 들칠것같은데?”

 “가끔씩은 비 맞으며 걷는것도 기분 좋아요”

 “감기에 걸릴거야”

 “비 안 맞으면 괜찮아요, 그리고 이 집안에선 할게 없잖아요 모처럼 만났는데, 자 가요”

 설화가 바닥에 앉아있던 서현의 팔목 소매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서현은 무언가 알게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화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서점 한번 가봐요”

 “서점?”

 “이렇게 비오는 날에 책읽으면 좋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쪽이야”

 서현이 손가락으로 우측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서점과 그 서점에서 나오는 박현서가 있었다.

 “오늘도 서점 왔나보네”

 “동아리에 박현서였나요?”

 “책도 끝까지 안 읽으면서 서점이나 도서관은 많이 간단 말이지”

 “끝까지 안 읽는다고요?”

 “소설같은 거 볼때만 그러는데, 집중해서 잘 보다가도 마지막에 결말 장면에서만 책을 덮어”

 “소설은 결말 장면이 제일 중요하고 재밌는데 왜 그런걸까요?”

 “그러게 말이지.”

 서점안에 들어서자 젖은 우산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설화가 우산을 문 앞 우산 꽂이에 꽂아두고 작게 기침을 했다.

 “선배는 주로 어떤 책 많이 읽어요?”

 “음… 그냥 소설을 가장 많이 읽는데, 라노벨이나 만화책도 조금씩 읽어. 너는 어때?”

 “저도 만화책말고는 선배랑 비슷하게 읽는 것 같아요 아 선배 이 책 보셨어요?”

 “아니 못 봤어 어떤 책인데?”

 “병때문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여자주인공이랑 그런 여주인공과 항상 붙어다니며 마음을 열기시작하는 남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조금 슬프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한데 되게 재밌어요.”

 “제목은 범죄스릴러 같은 제목인데 그건 아니구나”

 서현이 잠시동안 책을 빠르게 훑어보고 겉표지를 보며 말했다.

 “한번 사볼까?’

 “아 그책 제 책상서랍에 있으니까 내일 학교에서 빌려드릴게요.”

 “그래 그럼 내일 동아리 시간에 빌려줘.”

 “네”

 “고마워”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비가 그치고 먹구름들 사이로 밝은 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여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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