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너가 저승가는 법이라..”
남자가 혜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혜선은 그런 모습에 답답하기 만하다.
“아니 저승사자가 저승 대려다 줘야 정상 아니에요? 예?”
“아니 기다려봐 나도 일 맡은 지 얼마 안됐단 말이야!”
“그럼 저는 어떡하라고요~!!!”
“....”
남자가 도장을 유심히 봐라보며 생각한다.
「도장으로도 못 보내는 망자라.. 아.. 미치겠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수상한 누군가 그 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남자가 인상을 쓰며 혜선과 다가오는 남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해피 또한 짖기 시작한다. 다가오던 수상한 남자가 혜선에게 말을 건다.
“저기 시끄러워서 왔는데, 학생~ 길 해메고 있는 거야?”
“네...?저요..?
악령이란 걸 직감한 혜선은 저승사자를 바라보며 “어떡해요” 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입을 연다.
“쟨 나 못 봐, 따라와”
저승사자가 갑자기 혜선은 손목을 끌고 공원 밖 쪽을 향해 나간다. 그 뒤로 해피가 꼬리를 흔들며 따라온다. 악령은 끌려가는 듯한 혜선은 보며
“뭐야.. 뭐에 끌려가는 거야..”
혜선은 공원을 나오자마자 저승사자의 손을 뿌리치며 노려보기 시작한다.
“이것 좀 놔 봐요! 아니 무슨 저승사자가 악령하나를 퇴치를 못해요? 완전 무능력하네~”
“도토리 같은 게 구해줘도 말이 많네?”
“도토리요? 이 얼굴에 도토리가 웬 말이래..어이가 없어서..”
“난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는 일을 하지 악령 퇴치하는 사람이 아니란다 도토리씨.”
“말을 잘못하신 것 같은데 사람이 아니고 저승사자씨!”
“....”
악령을 무찔러 주길 바랬던 혜선은 저승사자에게 실망하지만 자신의 손목을 끌고 가던 저승사자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혜선의 볼이 갑자기 빨개진다. 그런 모습을 본 저승사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가 못 혼내준게 그렇게 화가나? 얼굴이 완전 홍씨 됐는데?”
“내 완전 엄청 열 받네요! 그리고 저승사자인데 그..그 뭐냐 머리에 쓰는 게 없냐”
“삿갓 같은거? 그런 거 없어도 돼, 도장 하나면 다 되는걸”
“아 됐고! 밤에 저 위험하니깐 같이 있어줘요! 딱 보니 할 것도 없어 보이네”
혜선의 말에 저승사자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게 미쳤나..” 라는 표정을 비춘다. 혜선은 그런 저승사자의 표정에 팔짱을 낀다. 그러자 기겁을 하며 소리친다.
“미쳤어? 왜이래 끼 부리는 거냐? 떨어져~”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요. 저 저승사자..아니 저승오빠님 따라 다닐래요!”
“안 돼 다른 저승사자들이 보면 가만 안둘 거야”
“가만 안두면 뭐해요?”
“...그것도 그러네..하.. 아무튼 안 돼! 돌아가”
저승사자는 먼 산을 봐라보며 단호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혜선에겐 씨알도 안 먹힌다.
“왜 그래용~저승오빠님~ 내일 낮에 저랑 영화 보실래요~?”
“안 돼 학교 가야돼”
“네? 거짓말을 어떻게 그렇게 티나게 이야기를 해요?”
“진짜야 내일 수업 1교시야!”
“저승사자가 학교 다니는 다는 건 처음 듣네..”
저승사자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다. 혜선은 수첩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이야기한다.
“저거 혹시! 저승명부예요?”
“아니 영어단어 적힌 수첩인데?”
“...그게 무슨..소리..아 장난 좀 치지 마요!”
“아니 나 학생 맞다고요 도토리씨!”
“죽은 사람이 어떻게 학교를 다녀요!”
그러자 저승사자가 아무 말 없이 혜선을 바라보다 입을 연다.
“난.. 살아있는 저승사자야”
혜선은 저승사자의 말에 “갑자기 미친 척을 하지..” 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난 저승사자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저승사자야..어쩌다 보니..”
“그럼 지금 살아 계신 거예요?”
“아니 난 낮에만 사람이야”
“그런 말은 그러니깐.. 어.. 낮엔 사람이고 밤엔 저승사자다? 잠은 도대체 언제자고?”
“잠을 5년 동안 자본적이 없어서..”
저승사자의 갑작스러운 우울함을 본 혜선은 괜히 미안해지기 시작해져서 괜히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뭔지 모르겠고 나 저승오빠랑 다닐 거예요. 안 그러면 저 악령한테 먹잇감 밖에 안 되잖아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럼 이대로 두고 가실건가요?”
“계속 하던 대로 떠돌아다녀~”
“그게 숙녀한테 할 말이예요?”
저승사자는 관심 없다는 듯 뒤 돌더니 걸어가기 시작하고 혜선을 뒤따라가며 칭얼거린다.
“다른 저승사자들한테 우리 둘 이야기해도 돼요?”
“안 돼 하지마”
“그건 또 왜 안 되는데요~?”
“그러니깐.. 하.. 안돼면 안돼는 줄 알아!”
“그럼 악령들 보면 저승사자랑 친하다고 해도 돼요?”
“미치겠네.. 어떠한 망자든 악령이든 저승사자를 볼 수 없어서 안 믿을걸?”
“저는 왜 보여요?”
“내가 알면 이러고 있겠니?”
그렇게 실랑이를 하던 와중에 저승사자의 눈에 한 남자가 눈에 띤다. 그 남자는 쭈그려 앉아서 울고 있는데 저승사자가 혜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어이 도토리 저 남자한테 가서 왜 저러는지 물어봐”
“이제 아주 그냥 막 나를 악령에게 잡아먹히라고 대놓고 이야기를 하시네요?”
“악령 아니야 부탁 들어주면 오늘 같이 있어준다!”
“오케이~”
혜선이 그 말을 듣자마자 남자에게로 달려가 말을 건다.
“아저씨..?”
“으흑흑... 그쪽 죽은 사람인가요?”
“아..네 혹시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아무래도 제가 오늘 사고로 죽은 거 같네요..”
그러자 저승사자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남자의 목 뒤편에 도장을 찍는다. 그러자 남자는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그런 모습을 본 혜선은 충격을 먹었는지 멍하니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고만 있는다.
“고맙다 도토리! 이럴 땐 도움이 되구나 너?”
“저기..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혜선의 진지한 모습에 저승사자는 당황한 듯 가만히 눈만 깜박인다.
“아니 그렇게 막 도장 찍어도 돼요? 저랑 이야기 하고 있었잖아요!”
“아..미안 원래 저승사자들은 망자인걸 확인하면 바로 도장부터 찍는 게 습관이라.. 어차피 우릴 보지도 못하고..”
“낮엔 사람이라면서요?”
“응..”
“낮에도 이렇게 막 행동하세요?”
“.....”
혜선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저승사자는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 듯이 서 있다. 그리고 혜선의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저기 어차피 전 저승으로도 못 올라가고 할 것도 없는데 그쪽 도와드릴게요”
“뭘 어떻게..”
“망자 찾아서 도장 찍어 저승 보내는 게 그쪽일이죠?”
“그렇지 뭐..”
“그럼 제가 밤에만 아까처럼 망자 돕는 거 도와드릴게요!”
“아? 정..ㅁ”
“대신!”
“보내기전에 망자들 이야기는 듣고 보내드리죠?”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 굳이..”
“굳이요?”
“아..아니..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하하하”
저승사자가 억지웃음을 짓는데 입안에 금색 빛깔이 눈에 띤다.
“저기 저승오빠 입안에서 빛나는 거 뭐예요?”
“아 이거? 금니들이지~ 멋있냐?”
“아니..전혀요.. 금니는 왜 이렇게 많이 꼇어요?”
“이건 망자를 보낸 양만큼 금니가 생겨~ 노잣돈에서 조금 떼어내는 수수료 같은 느낌?”
“어떤 수수료를..”
“당연히 도장찍어준 수수료지”
혜선은 잘생긴 얼굴에 금니로 치장되어있는 저승사자 모습이 웃기기만 하다. 그리고 저승사자가 혜선에게 말을 하는데.
“근데 넌 노잣돈 없어?”
“전 아무것도 없는데요? 노잣돈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금!”
“금이요?”
“그래 금! 망자가 살아생전에 죄보다 덕이 높을 때 그 만큼의 금을 받게 되어있어”
“넌 그냥 평타구나? 이런 건 처음 보네..”
혜선의 머리에 아까 저승으로 보냈던 아저씨가 생각나 물어본다.
“그럼 저승오빠! 아까 보낸 아저씨도 수수료 받은 거예요?”
“당연하지 어금니가 조금 더 커진걸 보니 그런 거 같은데?”
“양아..치네..”
“뭐?”
“아니에요 하하... 공원이나 같이 걷죠? 오빠”
저승사자와 헤선은 그렇게 공원 쪽을 향해간다. 그 뒤로 해피가 졸졸졸 따라오고 있다. 이내 공원에 도착하고 둘은 벤치에 앉아 아침까지 수다나 떨기로 한다.
“저승오빠! 저승사자는 원래 다 이렇게 평범하게 다녀요?”
“그럼 뭘 바라는 건데?”
“그..막.. 있잖아요 검은 한복에..”
“유니폼이냐 그런 거 입고 다니게? 그런 거 없어”
“에이.. 시시해 멋이 없어..”
“그건 멋이 아니고 무서운 거야~”
어느덧 하늘은 푸른 빛깔을 띠기 시작하고 둘은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다.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조용히 기다리다 혜선이 깜짝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저기 저승오빠! 그러고 보니 저 밤새웠네요? 근데 하나도 안 피곤해요!”
“당연하지..넌 아마 안자도 될 거야..”
“그럼 다른 악령들은요?”
“걔네는 낮에 사라지잖아 그때 알아서 피로 회복하겠지~”
“왜 이렇게 관심이 없어요~”
“내가 굳이 악령들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
“그건 그렇고 오빠는 아침 되면 도대체 뭐가 바뀌나요?”
“일단 사람들 눈에 보이고 그리고..”
“그리고 뭐요”
혜선의 질문에 갑자기 웃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승사자의 금니가 점점 사라지고 흰색 치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와! 신기해!”
“별거 없어. 아침이다! 난 집 가서 가방이나 챙기러 가야겠다~ 저녁쯤에 다시 보자꾸나 도토리”
저승사자는 공원 밖을 나가며 혜선에게 손을 흔든다. 혜선도 손을 흔들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한 표정으로 입에 손을 모아 저승사자에게 묻는다.
“저기 저승오빠~ 이름을 못 물어 봤어요~! 가르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