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 수민인데요..방금 선배가 데려간 강아지가 혼자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인석은 수민의 카톡에 당황하고 어떻게 둘러댈지 고민 중이다.
「아..어쩌지.. 괜히 도토리한테 맡긴 내 잘못이지..」
인석은 최대한 둘러대기로 하고 카톡을 보낸다.
[무슨 소리야? 강아지 지금 내가 데리고 있는데?]
[아 정말요? 비슷한 강아지인가 봐요!]
[그래 열공해~]
[아 선배 시험 때문에 물어 볼꺼있는데...]
[그래 뭔데?]
[이번 주 카페에서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커피도 마실 겸..]
수민이 인석에게 시험의 핑계로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지만 인석은 순수하게 시험문제 때문인 줄 안다.
[그래 너가 시간되는 날 카페 가서 가르쳐줄게]
[아 네! 감사합니다 열공하세요! 홧팅!]
수민의 카톡에도 인석은 무덤덤하다. 그저 빨리 강의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잠시 뒤 수업이 끝나고 시간을 보니 오후 4시다. 인석은 괜한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근데 도토리.. 저녁은 먹었을려나..? 에이 망자가 배고플 이유는 없잖아」
그 시각 혜선은 공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있다.
“아..귀신인데도 입맛은 때기네.. 해피야 배고프지?”
“헥..헥..헥..”
때 마침 분식집 아주머니가 해피를 보고 안쓰러워한다.
“아이고.. 주인 없어? 배고파? 이거..떡볶이 강아지한테 줘도 되나..”
분식집 아주머니가 플라스틱 그릇에 떡볶이를 덜어서 구석에 나둔다. 해피가 떡볶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매운 향기에 머뭇거리고 혜선이 떡볶이를 냉큼 가지고 간다.
“어허~ 강아지가 먹으면 배가 아야~ 해요! 이 언니가 대신 먹어줄게~”
해피가 혜선의 먹는 모습에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가만히 보고만 있는다. 그런 해피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에 떡볶이를 잔뜩 묻히고 먹는다.
“아~잘 먹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아.. 아니 해피야~”
“깨갱...”
해피가 부러웠는지 앓는 소리를 낸다. 분식집 아주머니가 그 소릴 듣고 나오는데 텅 비어진 그릇에 깜짝 놀란다.
“아이고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먹냐~? 입에 양념도 안 묻히고 잘~묵네잉~?”
아주머니는 해피가 먹은 줄 알고 이번엔 어묵을 가져온다.
“예뻐서 주는 거야~! 먹고 주인한테 돌아가거라~”
혜선은 어묵을 보고 달려 들려다 해피를 보고 정신 차린다.
“아..해피야 미안해 이건 너가 먹을 수 있는 거다 하하 많이 먹어~”
“헥,,헥..”
해피가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어묵을 먹지만 혜선은 입맛을 다시며 해피의 모습을 바라만 본다. 해피가 어묵을 다 비우고 혜선과 해피는 인석을 만날 준비하러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노을이 거의 다 져가고 있었다.
“아~곧 있으면 오시겠구만~ 카사노바 인석씨~”
한편 인석은 공원 근처 빵집 앞에 멍하니 서있다. 인석은 혜선이 빵을 좋아하는 것에 마음에 걸려 생각중이다.
「아침에 빵 잘 먹던데.. 사가지고 갈까..」
인석이 고심 끝에 빵집으로 들어간다.
“어서오세요~”
“아..네..저기..혹시 여자들은 무슨 빵 좋아하나요..?”
“그런 건 없어요 하하하 손님 여자친구 주시려고요?”
“아..아니요! 그..저희 엄마 줄려고요! 하하하”
“아 그럼 여기 고구마로 만든 빵이거든요..”
그렇게 빵을 사고 나오는 인석, 한참을 빵이든 봉지 안을 유심히 쳐다본다.
“아.. 고구마 좋아하려나.. 뭐 사주면 고맙다고 먹어야 정상이지”
멀리서 공원 안을 걸어오는 인석이 보인다. 혜선은 인석 손에 들려있는 봉투부터 보고 신나서 손을 신나게 흔든다.
「저..먹보.. 벌써부터 신났네..다행이다“
“오빠! 그거 뭐예요! 빵 맞죠? 우와! 내꺼?”
인석은 말없이 혜선에게 봉지를 무심히 건네지만 혜선은 신나서 윙크와 동시에 인석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이야기한다.
“고마워요~저승오빠~”
“왜 이래? 변태냐?”
“네~변태할게요~”
“야 그거 너만 먹으라고 사온 거 아니야 원래 우리 해피먹으라고 사온거야!”
“언제부터 우리 해피였데? 아~네~알겠습니다 나으리~”
혜선과 해피가 나란히 벤치에 앉아 빵을 열심히 먹고있는다. 인석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고 자신이 웃고 있는 것을 인지한다.
「뭐야 뭐가 좋다고 웃고 있는 거야 내가 미쳤나..」
“저기 오빠! 뭘 그렇게 생각을 해요?”
“뭔 생각하긴 오늘 망자 꼭 잡아서 금니 채울 생각하지!”
“어휴~..쯧쯧..자본주의 세상..”
혜선이 빵을 다 먹고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빨며 이야기한다.
“가요 이제 일해야죠?”
“그래 일하러가자”
“저승오빠! 근데 이거 언제까지 해요?”
“뭐를?”
“저승사자일이요! 100년은 하나?”
“기간이 있는 게 아니고 망자를 많이 보네야 끝이나..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인지 나도 잘 몰라”
“이것도 열정페이 같은 거 있어요?”
“.....쓸데없는 소리하지마라~”
오늘을 시내에서 돌아보기로 한다. 시내 안에 들어서니 혜선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마도 시내 안에 있는 조명등 때문에 교통사고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듯하다.
“야 너 왜 그러냐”
“아..아니에요..조명이 너무 밝아서요 하하..”
“갑자기 조명 타령이야 빵을 너무 먹였나?”
“.............”
그렇게 시내를 한참 돌아다닐 때쯤 해피가 어디를 짖기 시작하고 인석과 혜선은 해피가 짖는 쪽으로 유심히 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누굴 보고 짖는지 알 수가 없다.
“아..누굴 보고 짖는거야..”
“오빠 일단 짖는 쪽으로 가보죠?”
둘은 해피가 짖는 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가니 남자한명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어? 뭐야? 저 망자인 것 같은데?”
둘은 그 남자 뒤를 쫒기 시작한다. 해피 또한 도망가는 남자에 크게 반응하며 심하게 달린다. 해피의 목줄을 잡고 있던 혜선이 버겁기 까지 하다. 가다보니 외진 곳으로 오게 되었고 둘은 놓쳤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아서 보이지가 않네.. 쫒기 더럽게 힘드네..”
“왈..왈..”
“어머 야 해피야!”
해피가 갑자기 어딜 보며 짖더니 골목길로 뛰어 들어가고 혜선의 해피의 목줄을 놓고 만다.
“야이 개xx야 저리 안가?”
어디선가 남자의 소리가 들려오고 인석과 혜선은 곧장 그곳으로 달려간다. 가보니 막다른 길에 어느 중년의 남자가 넘어진 체로 해피에게 욕설을 하고 있었다. 인석이 도장을 꺼내자 혜선이 막는다. 인석도 안정을 취하고 혜선을 구경하기로 한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으익 뭐야 너 뭐야 저승사자야?”
“아..이렇게 예쁜 저승사자가 어디 있어요~?하하”
“그냥 미친 처녀귀신이네..”
“............”
인석이 뒤에서 실실 웃고 있고 혜선이 인석을 잠시 째려보고 다시 남자에게 말을 건다.
“아저씨 왜 길에서 맴돌고 계셨어요?”
“내가 길에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냥 아저씨 이야기 듣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도와드리려고요..”
“좋은 곳 어디? 난 생전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럴 리가 없어”
혜선이 이 말을 듣고 멈칫하자 인석이 뒤에서 이야기한다.
“아냐~그럴 리 없어~ 죄를 많이 지었다면 악령이 되어야 정상이야~”
인석의 말에 혜선은 다시 질문한다.
“그럼 왜 돌아가시게 된 거예요?”
“내가 죽던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년아”
남자가 자신의 주위에 있던 병 하나를 집어 든다.
“좋은 말할 때 닥치고 꺼져!”
“어허 좋은 말 하는 건 나밖에 없는데..?”
인석이 남자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남자에게 다가가고 혜선이 말리며 이야기한다.
“가만히 있어봐요..걱정 마요”
혜선이 인석을 재치고 남자에게 다가간다.
“야 거기 멈춰! 더 가까이 와봐라! 내가 아주 그냥 확!”
“확 뭐요?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닌 거 알아요 그만두세요”
“니가 뭘 안다고 입을 함부로 노려!”
“왜..자살했죠?”
“.......!”
혜선의 갑작스러운 말에 남자는 놀라고 혜선의 뒤에 있던 인석도 갸우뚱한다. 그런데 남자는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벽에 기대 주저앉는다.
“생각이 짧았어..내가 너무 힘들었다고!”
“뭐 때문이죠?”
“내가 가족한테 빛만 떠넘기고 떠나버렸어..하..”
혜선은 남자의 정체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말끔한 정장 차림.. 회사원? 사장..? 시계는 비싸 보이는데..?」
“아저씨 시계 비싸 보이시네요?”
남자는 혜선의 말에 시계를 풀 더니 이젠 필요 없다는 듯 바닥에 냅다 던지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낀다.
“어..?저거 비싼 거 아니냐? 이야 저거 내가 가져야겠다”
인석이 시계를 보고 비싼 거라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혜선은 비싼 시계라는 말에 회사원은 아닐 꺼라 생각하고 남자를 떠보기로 한다.
“시계 보니깐 사장님이셨네요? 근데 웬 빛?”
“사장이면 뭐해 빛만 잔뜩 있는데..”
「오호.. 일단 사장은 정답이고..」
“어쩌다 빛이 생기신거예요?”
혜선의 말에 남자는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여는듯했다. 남자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건네며 이야기한다.
“난 꾀 잘나가던 공장 사장이었어 근데 어느 날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배에 우리 공장에 불이나기 시작했지.. 난 일단 싹 다 나가라하고 119에 전화를 했지 소방차가 도착했는데 내 직원 중에 한명이 안 나온 것을 알게됬지.. 공장 구조를 자세히 아는 건 나 밖에 없어서 내가 급하게 공장을 들어가 직원한명을 발견해서 겨우 데리고 왔지만 내가 갑자기 들어가는 탓에 화제진압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그래서 홀라당 다 태워먹었지..”
“착하셨네요...”
“그럼 뭐해 그 탓에 빚만 생기고 가족들한테 죽을죄를 지었지!”
“흠...”
“내 딸이 내일 생일인데 아빠를 잘못만나서..흐..흐읍..
“딸이 있었어요? 뭘 해 주고 싶었는데요?”
남자는 곰곰이 생각하면서 울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내 조심스레 이야기를 한다.
“아이스크림케이크를 그렇게 먹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데.. 난 매일 바빠서 사준 적이 없어..”
“제가 따님한테 대신 선물해도 될까요?”
“그쪽도 보아하니 귀신인데 어떻게..?”
“제가 친한 무당님이 계시거든요 그분한테 말씀드리면 꼭 사주실거예요!”
혜선이 뒤돌아보며 인석에게 윙크를 보낸다.
“대신! 아저씨는 저승 이제 다음 생을 위해 저승 가셔야죠!”
“너는..?”
“아하하..저는 아저씨 부탁 들어드리고 가야죠!”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그냥 같이 있어줄까?”
그러자 뒤에 있던 인석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망자는 인간과 함께할 수 없고 함께 있다 해도 같이 있는 인간에게 해로울 뿐..”
혜선은 남자를 달래보기로 한다.
“그게..귀신은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사람이 해를 입는데요..”
“얼굴만이라도...”
인석이 조용히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도장을 꺼내더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남에게 도장을 남긴다.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기로 하지..”
“뭐하시는 거예요!!”
“난 분명 이야기만 들어준댔지 소원까지 들어줄 생각 없어”
“얼굴만 본다잖아요! 그렇게 큰 것도 아닌데!”
“너 같으면 딸의 얼굴보고 저승가고 싶은 생각이 들 꺼라 생각하나?”
“하지만..그래도..”
“저승사자에게 그래도라는 건 없어 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저승으로 올리는 저승사자일 뿐..”
인석의 단호한 행동에 혜선은 낯설게 느껴지고 멍하니 땅만 바라본다.